토종벼 농사지으며 소농들과 연대하는 청년 M

M은 토종벼로 농사를 지으며 소농들과 연대해 다양한 실험을 전개하고 있다. 소농들이 지속적으로 농사를 지으며 곡물자립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맑똥작은정미소도 운영하고 있다. 토종쌀農에서는 쌀을 매개로 확장할 수 있는 영역을 찾아가고 있다.

토종벼 농사지으며 맑똥작은정미소 운영

M은 대학시절 녹색평론을 읽으며 대안적인 삶에 대해 관심을 가졌다. 그러던 중 대안학교에서 진행하고 있는 농사활동을 취재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M은 대학시절 보도사진연구회에서 활동했는데 전시회 주제로 대안학교 농사활동을 선정했다. 이 전시회 후 M은 자연스럽게 ‘귀농’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IMF이후 다른 방식의 삶을 고민하고 있던 M에게 ‘농사짓기’는 자본주의 시스템에 반하는 대안적인 삶의 방식으로 다가왔다. 귀농운동본부 취재를 하게 되면서 M은 더욱더 농사에 스며들기 시작했다. M은 농사를 짓다 보면 숲을 보게 된다고 한다.

“논농사는 물이 필요해요. 논은 사람이 만든 습지라고 할 수 있어요. 논에 물이 있는 것은 어디선가 물이 조금씩 흘렀기 때문이죠. 논에 담수되는 물은 비로 내리거나 숲에서 와요. 비가 오면 일부는 계곡으로 흘러가지만 일부는 나무들이 머금고 있다가 땅으로 천천히 흘려보내는 것이죠. 비가 오면 나무는 10~20일 동안 천천히 머금었던 물을 흘려보내요. 그러므로 숲을 파괴한다는 것은 물의 순환을 없애는 것이에요. ”

2010년 한새봉 개구리논에서 논농사를 시작했다. by 초록나무
2010년 한새봉 개구리논에서 논농사를 시작했다. by 초록나무

2010년 한새봉 개구리논에서 논농사를 시작하게 된 것도 농사에 대한 가치를 소중하게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M은 토종벼로 논농사를 지속적으로 지으며 토종벼와 논을 보존하며 약간의 수입을 낼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가고 싶어한다. M은 토종벼를 유통시키는 부분과 소농들과 교류하며 토종씨앗을 나누고 지속적으로 농사짓는 것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마을 안에서 소농들과 지속적으로 만남을 이어오고 있던 중 소농들이 M에게 작은정미소 운영을 제안했다. 소농들은 적은 양을 수확하기 때문에 일반정미소를 찾는 것도 어려웠다. 소농들이 200평(한마지기)정도 농사를 짓는다면 최대 200킬로그램 정도 수확이 가능하다고 한다.

그런데 일반정미소들이 대형화되어 운영되다 보니 소농들은 수확을 해도 정미소를 찾기 어려웠다. 요즈음 일반정미소에서는 1톤 이상을 가져가야 도정을 해준다고 한다. 이런 상황이므로 소농들은 소량으로 농사지은 쌀을 현미로 먹고 싶어도 도정할 만한 곳을 찾기 어려웠다. M은 이런 상황에 있는 소농들이 이용할 수 있는 마을 안 작은 정미소인 맑똥작은정미소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맑똥작은정미소에는 소농들이 농사를 포기하지 않고 곡물자립을 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역할을 하기 위해 벼 도정시설이 갖춰져 있다. 지난해에는 조, 수수, 보리, 기장 같은 작물을 도정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기 위해 펀딩을 시도하기도 했다.

생태적인 방법으로 농사짓는 산지형 다랭이논과 ‘토종쌀農’

광주청소년삶디자인센터에서 활동하고 있는 청소년들과 함께 파트십 관계를 맺고 토종쌀農의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by 초록나무
광주청소년삶디자인센터에서 활동하고 있는 청소년들과 함께 파트십 관계를 맺고 토종쌀農의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by 초록나무

요즈음 논농사를 의뢰하기 위해 M을 찾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기계로 하기 어려운 땅인 산지형 다랭이 논을 소유한 사람들이다. M은 산지형 다랭이 논에서 퇴비도 하지 않고, 비료와 농약도 사용하지 않는 생태적인 방식으로 농사를 지으며 생물다양성을 보존하기 위한 방법들을 찾아가고 있다. M은 산지형 다랭이 논을 생태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맑똥작은정미소의 또 다른 미션이라고 한다. 멧돼지가 자주 출몰해서 ‘멧돼지논’이라 불리는 논은 M이 맑똥작은정미소를 열고 농사를 짓기 시작한 1호 산지형 다랭이논이다.

맑똥작은정미소의 또 하나의 사업은 ‘토종쌀農’이다. 프랑스의 쌀롱문화 이미지와 농사를 연결해 지은 ‘토종쌀農’은 토종쌀의 ‘쌀’과 ‘롱’ 대신 ‘農’자를 연결해 지었다. ‘토종쌀農’에서는 쌀 문화와 농사 그리고 토종쌀에 대한 생각을 토론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활동을 한다. 해마다 농사지은 쌀을 가지고 테스팅을 하고, 멥쌀로 백설기를 해서 비교해보기도 하고, 밥을 지어 비교해보기도 한다.

지난해에는 국물을 주제로 다양한 테스팅을 해보았다. 예를 들면 김치를 담글 때도 쌀을 갈아 넣는데 현미로 하게 되면 색깔을 다르게 할 수 있다. 자광도 등 쌀의 종류에 따라 김치국물맛이 다르게 나오기도 한다. 토종쌀農에서는 쌀을 이용해 다양한 음식을 만들어 보는 등 문화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영역을 찾아가고 있다. 이런 일들을 혼자 시도하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농사에 관심있는 사람들이 드물기에 혼자라도 시도하고 있다고 한다. 혼자 하다 보면 관심있는 사람들을 한 두명씩 만나게 된다. 현재 M은 광주청소년삶디자인센터에서 활동하고 있는 청소년들과 함께 파트십 관계를 맺고 토종쌀農의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지구농(지구를 구하는 농부)장터

소농들은 농사를 지어 ‘지구농장터’라는 공유공간에서 서로의 물건을 사고팔 수 있다. 이곳은 누구나가 들어와 자기가 생산한 물건을 팔 수 있는 열린 공간이다. by 초록나무
소농들은 농사를 지어 ‘지구농장터’라는 공유공간에서 서로의 물건을 사고팔 수 있다. 이곳은 누구나가 들어와 자기가 생산한 물건을 팔 수 있는 열린 공간이다. by 초록나무

M은 요즈음 소농들이 같이 어우러질 수 있는 새로운 시장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바로 공유지 개념의 ‘지구농장터’이다. 소농들은 농사를 지어 지구농장터라는 공유공간에서 서로의 물건을 사고팔 수 있다. 지구농장터는 누구나가 들어와 자기가 생산한 물건을 팔 수 있는 열린 공간이다. M은 이를 ‘자급경제시장’이라고 표현한다.

소농들은 자본주의 시장에 진입하기 어려우므로 자급적인 방식으로 유통구조를 만들어가야 한다. 하지만 생산수량도 적고 농산물의 모양과 굵기도 다양하다. 이런 농산물은 자본주의 시장에서 상품화가 될 수 없다. 그렇지만 지구농장터에서는 이런 농산물도 유통될 수 있다. 지구농장터라는 공유공간에서 소농들이 함께 시장을 열고, 소농들이 추구하는 생태적인 가치들을 지구농장터를 찾는 사람들과 공유하는 것이다. 지구농장터는 온라인 플랫폼을 만들어 전국 곳곳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소농들과 연결해 나갈 계획이다. M은 온라인 외에도 마을 곳곳에 있는 공간을 지구농장터 거점으로 연결하고 싶다고 한다.

“도시 사람들은 지인들과 공동구매를 가끔씩 하잖아요. 공동구매는 인터넷뿐만아니라 오프라인에서도 이뤄져요. 예를 들면 미장원 원장님이 손님들에게 자신의 아버지가 토마토를 농사짓고 있다고 하면 몇몇 손님들이 공동구매를 하기도 하잖아요. 택배로 주문해 미장원에 도착하면 나눠 가지는 방식이 가능잖아요. 그런 개념의 거점들을 만들어 보고 싶어요. 소농들은 매장을 낼 수가 없잖아요. 대신 마을에 있는 카페, 문구점 등 다양한 업종과 연계해 지구농장터의 거점 역할을 하게 하는 방식을 찾아가고 있어요.”

소농들은 대농처럼 생산량이 많지 않기 때문에 선주문 방식을 통해서 생산한 농산물을 소비자에게 제공할 수 있다. 소비자 입장에는 어디에서 주문을 하든 가장 가까운 곳에서 물건을 찾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공간을 내어주는 곳에는 지구농장터 가맹점이라는 명패를 제공한다. 미약하게나마 탄소 배출을 최소화하고 질소를 땅에 고정시키는 역할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기후위기에 대처해가고 있는 소농들의 삶의 가치에 동참하고 있다는 의미를 부여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지구농장터는 아직 초기단계이다. 현재는 거점을 모으는 과정부터 시도하고 있는 중이다.

초록나무

다양한 사람을 만나 진솔한 삶의 이야기를 듣는 것을 좋아합니다. 일상적인 이야기 속에 담긴 삶을 기록해보며 또 다른 삶을 배워가는 과정을 소중하게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댓글 2

  1. 맑똥정미소의 쌀을 구입해보고싶네요.
    쉽지않은 수고로운 길을 선택한 농부님들과 관계자분들의 땀방울이 좋은 열매로 맺어지길 응원합니다.
    좋은글 취재해주신 초록나무님께도 감사합니다♡

  2. 환경의 이슈가 커진만큼 환경에 대한 생각도 함께 해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저도 맑똥정미소 쌀로 맛있는 밥을 지어보고 싶네요 ㅎㅎ!
    앞으로 응원하겠습니다
    좋은 글 써주신 초록나무님 감사드립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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