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 아픈 데 없냐고 당신이 물었다』(청림출판, 2011 김선우 저) 서평

우리는 행복해지기 위하여 열심히 공부하고 열심히 일한다. 그런데 이상하지 않은가. 미래의 행복을 잡기 위하여 현재의 행복을 희생해야 하니 말이다. 무언가 모순되는 듯하지 않은가. 우리에게 진정한 행복이란 무엇이며, 행복은 어떻게 얻어지는가를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인도의 오로빌에서 찾아볼 수 있다.

『어디 아픈 데 없냐고 당신이 물었다』(청림출판, 2011 김선우 저)
『어디 아픈 데 없냐고 당신이 물었다』(청림출판, 2011 김선우 저)

우리는 행복해지기 위하여 열심히 공부하고 열심히 일한다. 그런데 이상하지 않은가. 미래의 행복을 잡기 위하여 현재의 행복을 희생해야 하니 말이다. 무언가 모순되는 듯하지 않은가. 우리에게 진정한 행복이란 무엇이며, 행복은 어떻게 얻어지는가를, 이 책 『어디 아픈 데 없냐고 당신이 물었다』(청림출판, 2011 김선우 저)에서 소개하고 있는 인도의 오로빌(auroville)에서 찾아볼 수 있다.

‘오로빌’은 ‘새벽의 도시’라는 뜻으로 인도 남부에 위치하고 있다. 모든 인간이 더불어 행복하게 사는 이상 사회를 꿈꾸던 인도의 사상가 스리 오로빈도의 신념에 따라 1968년 첫 삽을 떴다. 현재는 전 세계 40여 개국 2천여 명이 모여 평화와 공존을 실험하고 있는 생태공동체이자 영적 공동체로 자리 잡고 있다. 이들은 오로빌 내의 크고 작은 130여 개의 커뮤니티에 살고 있으며 뉴커머(신참자)들과 게스트까지 합치면 2,500명 정도가 함께 살아가고 있다고 한다. 오로빌 구성원의 분포는 인도인이 절반, 외국인이 절반이다. 외국인 중에서는 프랑스인이 가장 많고 40여 개국에서 온 외국인들이 다양한 구성비를 이루고 있다. 역시 철학을 중시하는 나라답게 프랑스인이 많이 참가하는 것이 인상적이다.

오로빌은 결코 이상사회가 아니다. 혼자서 꿈을 꾸면 단지 꿈에 그치고 말지만 여럿이 함께 꾸면 새로운 세상이 시작된다는 신념 아래 모여든 사람들이 이상사회를 만들려는 노력의 산실이 바로 오로빌의 정체성이다. 따라서 여러 사람이 공존하는 오로빌 내에는 많은 문제를 내포하고 있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문제들을 가능하면 스스로 해결하고자 노력하는 이들의 모습을, 저자는 게스트로 오로빌에 묵으며 우리에게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왜 공동체 사회가 중요하고, 결국에 가서는 우리가 추구하지 않으면 안 되는지를 피부로 느낄 수 있다. 오로빌의 교육시스템은 유치원에서부터 고등학교까지 모두 무료로 진행되며, 경쟁을 부추기지 않는다.

“오로빌 학교들의 목적이 일류대학에 들어가 좋은 직장을 얻고 많은 돈을 벌기를 원하는 시스템 속에 있지 않고 개개인이 가장 행복한 방식으로 존재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상의 실현은 큰 패러다임의 변화와 함께 개개인의 내적 혁명이 동시에 진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하여 오로빌에서는 영적인 것(=영성)을 강조한다. 영성은 진리에 도달하는 조건으로서 자신의 삶을 구체적으로 바꾸기를, 금욕과 실천과 수련을, 미적이고 윤리적으로 다시 단련하기를 요구한다.

“인간이 겪을 수 있는 경험 중 가장 아름다운 것은 신비이다. 신비는 예술과 과학의 근본을 이루는 진정한 모태이다. 이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확실한 길만을 추구하는 과학자는 결코 우주를 맑은 눈으로 볼 수 없다.”

또한, 오로빌에서 일은 힘겨운 노동이 아니다.

“오로빌은 일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렇지만 과다 노동하지 않는다. 하루 평균 5-6시간 정도 공동체를 위해 일하면 된다.”

“오로빌에선 모든 것이 ‘되어가는 과정’이지 평화롭고 완숙한 결론에 미리 도달해 있는 것이 없다. 완성형이 아니라 다양한 실험들이 모색되고 실천되는 과정의 마을인 오로빌은 ‘-되기 마을’이다.”

“파라다이스가 있다면 파라다이스의 조건은 행복일 것이다. 행복은 사랑으로부터 가장 크게 온다. 사랑하게 되면 행복해진다. 이것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사랑만이 아니라, 공간과 시간에 대한 사랑까지 포함하는 이야기다.”

오로빌을 상징하는 건물 마트리만디르. by Mrinal Rai  https://unsplash.com/photos/F0WhZ0w2UWU
오로빌을 상징하는 건물 마트리만디르.
사진 출처 : Mrinal Rai

오로빌을 상징하는 건물은 ‘마트리만디르(Matrimandir)’다. 불은 아그라석으로 만들어진 12장의 꽃잎 한가운데 금빛 돔이 올려져 있는 형상의 건축물이다. 타밀어로 마트리만디르는 ‘모성의 전당’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우리 인류가 갈망하는 사랑과 평화의 계보학적 존재는 다름 아닌 ‘어머니’인 듯하다. 현대의 자본주의사회는 모성적인 것보다는 부성적인 경향이 강하다. 그러다 보니 세계에 폭력이 난무하고 있다. 연약한 듯하지만 모든 것을 포용하고 희생정신이 철저한 ‘모성’이야말로 우리 인류가 평화롭게 공존하고 상생하는 유일한 정신이 아닐까? 오로빌의 경제는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시스템이 접목된 형태이다. 내 것을 만들기 위해 돈을 버는 게 아니라 모두의 삶에 도움이 되기 위해 돈을 번다.

“자신이 노력해서 얻은 이윤을 모두의 소유로 환원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오로빌의 경제원리다.”

현대의 자본주의 사회의 병폐에 대안으로 자리 잡은 오로빌 공동체이지만, 시스템이 완벽하지가 않아 많은 문제가 발생했고 구성원들은 문제들을 해결하고자 노력을 한다, 우리가 이러한 공동체에 관심을 두는 것은 새로운 대안 사회를 꿈꾸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생각은 초기 오로빌을 건설한 스리 오로빈도의 사상과도 연관이 깊다. 스리 오로빈도는 ‘인간의 과도기적인 존재다’라는 사유로 인간에게서 낙관성을 보았다.

“인간이 지금처럼 엉망진창 이기적인 존재로서 지구적 삶을 끝낼 운명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더욱 진화할 수 있는 미완성의 존재라는 것이다.”

즉, 인간은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그 무엇을 향해-꿈 또는 이상- 늘 나아가고자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고가 바로 우리가 미래세계를 꿈꾸는 원동력이다. 다만 꿈꾸는 자만이 꿈에서 깨어나 실행할 수 있다는 것. 지금의 생활에 안주하는 자는 꿈조차 꾸지 않는 깊은 잠에 빠져 있다는 뜻이리라.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가능성을 위해 실천하는 소소한 행동일 것이다.

이환성

공학계 앤지니어로 10여년간 인간중심주의가 지배하는 현장에서 근무하면서 인문학에 목말라했다. 지금은 현장을 떠나 자유로이 독서와 함께 인문학에 빠져 있으며 철학과 공동체에 관심을 갖고 다른 삶을 모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