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각여행] ③ 먹는 즐거움을 나누는 프랑스의 미각깨우기 수업

먹는다는 것, 먹는 일은 우리 인간을 포함하여 모든 살아서 움직이는 동물들의 공통적인 행위이다. 먹는다는 행동은 생리적 욕구인 동시에 문화, 사회, 심리적인 면과 깊은 관계를 가지며, 우리에게 즐거움을 준다, 프랑스의 미각주간 캠페인 “La Gout Semaine de Gout”는 “모든 사람에게 미각의 즐거움”을 이라는 슬로건을 가지고 1990년부터 33년째 미각깨우기를 전국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먹는다는 것, 먹는 일은 우리 인간을 포함하여 모든 살아서 움직이는 동물들의 공통적인 행위이다. 인간만이 아닌 모든 생명체의 생명 유지를 위한 활동인 것이다. 우리는 먹거리 또는 먹는다는 행위를 통해 다른 생명체 및 우주와 연결되어 있다. ‘내가 먹은 것이 바로 나’라는 말처럼, 먹는 것은 우리 몸을 이루는 근간이다.

그런데 이 먹거리가 풍부해지고, 다양화되면서 오히려 그 중요성과 소중함의 인식이 점점 약해지고 있다. 한 끼를 때우거나, 배를 채우면 된다는 생각에 식사 시간에 대한 고려, 식사를 즐기는 여유, 식문화의 전승에 대한 생각이 약해지고 있다. 먹거리에 대한 우리들의 생각과 태도는 어떠한가? 우리가 매일 접하는 밥상에 오르는 음식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 먹거리 자체에 대한 생각, 밥상에 오르기까지의 이야기, 그 안에 담긴 문화나 배경에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한 끼니의 식사를 대하고 있는가?

해월 최시형 선생님의 一啘之食含天地人(일완지식함천지인; 밥 한 그릇에 하늘과 땅과 사람이 들어있다)이라는 말을 통해 밥 한 그릇이 가지는 의미를 생각해 보게 된다. 우리는 눈으로 보기에 풍부해지고 화려해진 밥상, 고도로 정제되어 무엇이 들어있는지 모르는 음식들을 맛보고 있다. 또한 우리는 먹기 위해 살든, 살기 위해 먹든 식탁에서의 맛을 보기 위한 충분한 시간을 가지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것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먹는다는 기본적인 행위에 대한 의식을 깨우는 자각의 움직임이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프랑스에서의 미각 깨우기

자크 퓌이제 저 『미각과 아이: 가족 학습(Le Goût et l'enfant: L'apprentissage en famille)』 (Beaux livres, 1999) 프랑스어판 표지.
자크 퓌이제 저 『미각과 아이: 가족 학습(Le Goût et l’enfant: L’apprentissage en famille)』 (Beaux livres, 1999) 프랑스어판 표지.

서양에서의 먹거리를 중심으로, 먼저 식문화에 대한 자긍심과 식문화 보존의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는 프랑스의 예를 보자. 프랑스인은 자신들의 식사를 계승해야 할 문화유산으로 인식하고 강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한 끼의 식사는 단순한 먹는 행위가 아니라, 삶에 있어서 중요한 시간이며, 사회적 양식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한 조사에서 프랑스인의 95.2퍼센트는 한 끼의 식사가 자신들의 정체성과 문화적 배경의 일부라고 생각한다고 응답했다. 그래서인지 프랑스 음식문화는 2010년 유네스코 인류무형 문화유산에 등재되기까지 하였다. 이러한 배경에는 1974년 프랑스의 쟈크 퓌이제(Jacques Puisais, 미각철학자, 1927~2020)와 퓌에르(Pierre)가 창안하여 시작한 ‘미각 수업’1 이 있었으며, 1987년부터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미각교실(Classes de gout)이 큰 역할을 하였다.

쟈크 퓌이제는 정신은 감각이 감지한 것을 받아들여서 그것으로부터 영양분을 얻어 자유라는 행동으로 표현된다고 말하였다. 미각 수업은 유아기부터 11세까지의 성장기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내용으로는 맛에 대한 감각, 식생활 지식을 습득시키기 위해 기본적인 맛을 종류별로 체험하고 식품의 분류, 다양한 미각 개발과 먹거리에 대한 지식과 생각하는 방법 등을 담고 있다. 미각 수업은 음식을 만들고 음식의 재료를 만지는 과정을 통해 오감으로 느끼고 말로 표현하도록 하는 감각 교육의 하나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아이들은 수업에 놀이처럼 참여하며 재미를 느끼면서 올바른 식사와 농업의 가치를 배우게 된다. 미각 수업의 중요한 목표는 자신과 다른 사람의 차이를 배우고 올바른 시민의식을 함양하는 것, 생존과 함께 즐거움을 주고, 여러 사람을 만나게 하는 등의 먹거리에 대한 여러 측면을 이해하는 것에 있다.

아이들은 수업을 통해 식사와 농업의 가치를 배운다. 사진출처: AndrzejRembowski
아이들은 수업을 통해 식사와 농업의 가치를 배운다. 사진출처: AndrzejRembowski

또한 90년대에 들어서는 프랑스의 농식품부와 교육부가 협력하여 미각교육 프로그램을 제작하여 실시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세 가지의 목표가 있다. 첫째, ‘아이 자신과 다른 이들과의 관계를 향상시킨다’. 자신만이 가진 감각을 표현하고, 나와 다른 사람의 감각을 인정하며, 상대를 배려하는 힘, 사회성을 키우는 것이다. 둘째, ‘미각적 능력, 감각을 언어로 표현하는 능력, 식품을 선택하는 능력을 발달시키는 것’이다. 즉 오감을 통해 맛을 보는 것에 대한 능력과 호기심을 자극하고, 각자가 느낀 감각을 언어로 표현하도록 하며, 분석 능력과 관찰력을 발달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먹는다는 행위의 중요성, 즉 삶을 영위하고, 즐기며, 다른 사람과 함께한다는 공동체 의식을 키우는 것’이다.

중요한 순간은 누군가와 함께 하는 식사에 의해 더욱 빛난다.

우리는 좋아하는 것을 먹는다. 눈으로 볼 때 식욕을 돋우거나, 맛있는 냄새를 포함하여 여러 가지 요소 -온도, 식감, 소리, 색깔, 분위기, 추억- 등이 조화롭게 연결되어 즐거움을 주는 요리를 먹는다. 몸에 좋다고 하는 것보다는 본능적으로 입 안에 군침이 돌게 하는 음식을 선호한다. 과학적으로 몸에 좋지 않다고 증명된 것은 먹지 않는다거나 혹은 몸에 좋다는 이유만으로 먹지 않으며 이는 연령에 관계없이 누구에게나 해당된다. 갓 태어난 아이는 호흡의 욕구가 만족되면 다음은 먹는 욕구, 즉 공기 이외의 것을 몸에 섭취하려는 욕구가 강하다. 세상에 나와 처음으로 자신의 위를 따뜻하게 데워주는 단맛의 액체가 주는 행복감은 일생을 통해 먹는다는 행동과의 관계에서 즐거움과 결합된다. 이 때문에 우리는 즐거움을 주는 먹을거리를 추구하며, 요리를 통해 다른 사람을 즐겁게 해주고자 노력하고, 또한 누군가가 자신을 위해 요리를 해주면 즐거워한다. 이처럼 음식은 타인과의 관계를 연결하는데 있어서 위대한 매체 기능을 한다. 파티, 생일, 결혼 등에서 가족, 친구, 동료들과 함께하는 식사의 시간은 인생의 중요한 순간을 더욱 빛내준다. 그러면서 우리는 〈맛난 만남〉을 만들어간다.


  1. 프랑스 미각주간, 1990년부터 매월 10월 둘째 주 전국에서 실시, 미각조리교실, 요리콩쿠르 미각 및 식사에 대한 토론회 개최, https://www.legout.com/professionnel/

나무늘보

먹을거리에 대한 관심이 먹는방법, 먹는다는 것에 대한 것으로 확장되었고, 먹을거리를 둘러싼 여러 가지 문제들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러는 사이 이제는 발로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행동이 느려 주위로부터 나무늘보라는 별명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현재 한살림생활협동조합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모心으로」(母心, 侍心, 初心, 合心)의 마음으로, 지식(지속가능한 식생활)을 키우자!라는 텃밭모임과 소모소모(반찬돌봄)모임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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