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자본주의는 ‘위험한 구원의 순간’을 기다린다

자연재난과 위기, 전쟁을 돈벌이 기회를 삼는 자본주의를 ‘재난자본주의’라 부른다. 『쇼크 독트린』(2008)을 쓴 나오미 클라인은 자유시장주의자가 보기에 ‘마음껏 그릴 수 있는 백지를 만들어 내는 위험한 구원의 순간은 홍수, 전쟁, 테러 공격이 일어날 때다’라고 주장하였다.

위기는 준비된 ‘기업’에게만 기회가 된다?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코로나에 걸려본 사람과 걸려보지 않은 사람’

과거에는 우스갯소리로 이런 식의 재미난 분류법을 사용하곤 했다. 전 세계가 COVID-19를 겪으면서 기업에도 새로운 분류기준이 생겨났다. 코로나로 어려워진 기업과 잘 나가는 기업. 처음에는 마스크 업체들이나 백신 제약회사들만 매출이 대박난 줄 알았지만, 아마존(Amazon)과 같은 온라인 쇼핑업, 줌(Zoom)과 같은 비대면 회의 플랫폼이나 알파벳(Alphabet Inc.) 같은 정보통신업, 즉석 식품류나 배달앱 기업들처럼 코로나로 인해 매출이 크게 증가한 기업들이 위기를 기회로 잡은 기업들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0년 상반기 기업의 매출액 증가율과 영업이익률을 보면 정보서비스 업종에서 영업이익률이 급상승한 반면, 대면 중심의 숙박과 음식, 항공 업종에서는 매출에 엄청난 손실을 입었다.

나오미 클라인, 『쇼크 독트린』, 김소희 옮김, 살림Biz, 2008
나오미 클라인, 『쇼크 독트린』, 김소희 옮김, 살림Biz, 2008

영화 《국가부도의 날》에서 본 것처럼 IMF를 겪으면서 무너지는 기업이 있는가 하면, 재난을 이용하여 부자가 되는 사람들도 있다. 다국적 유통기업 아마존의 경우 코로나 이전 연도에 비해 기업의 가치가 28% 상승하였다. 그러나 아마존은 팬데믹 상황에 대한 위기 매뉴얼이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았다. 실제로 2020년 3월부터 5월까지 아마존의 노동자 중 최소 8명이 팬데믹에 대한 보호장치 없이 업무 중 감염으로 사망하였다.1 이러한 위험한 업무환경을 인식하고 개선해달라는 노동자들은 오히려 해고되었다.

자연재난과 위기, 전쟁을 돈벌이 기회를 삼는 자본주의를 ‘재난자본주의’라 부른다. 나오미 클라인은 『쇼크 독트린』(2008)에서 자유시장주의자가 보기에 ‘마음껏 그릴 수 있는 백지를 만들어 내는 위험한 구원의 순간은 홍수, 전쟁, 테러 공격이 일어날 때다’라고 주장하였다. 1997년 아시아 국가들의 외환위기는 다국적 기업들의 먹잇감이 되었으며, ‘허리케인 카트리나’는 공공의 서비스로 지탱되던 취약계층을 무너뜨리고 도시 재건을 위한 민영화 과정에서 재난자본주의 기업들의 새로운 시장이 되었다. 9.11 테러의 결과로 부시 정부는 이라크 침공을 감행하였고, 전쟁을 기회로 삼는 군수(방위산업) 업체들의 배를 불려주었다.

기후 베헤모스2와 식량주권

코로나19 전염병 차단이라는 이름으로 봉쇄조치가 내려지자 농산물의 수출입이 어려워지면서 식품 공급에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그러자 우리와는 생활환경이 다른 미국에서 식료품 공급대란에 대비하기 위한 상품이 출시되었다. 가정에서 닭을 키울 수 있도록 ‘닭장 키트’가 판매되고 가드닝 제품들이 불티나게 팔렸다. 우리에게 알려진 사례는 휴지 사재기 정도였지만 실제로 다양한 재난자본주의가 재난을 먹잇감으로 성장하였다.3

미국에서 판매되는 닭장 키트 광고 이미지. 
사진 출처 : Samantha Kein
미국에서 판매되는 닭장 키트 광고 이미지.
사진 출처 : Samantha Kein

재난이 닥치면 가장 많은 피해를 입는 사람들은 가난한 서민들일 수밖에 없다. 여유자금이 없을 뿐만 아니라 대체할 수 있는 인적·물적 자원 자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지구 온난화와 특정 지역에 대한 이상기후 현상으로 농산물의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데다가, 최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으로 해바리기씨유 같은 식용유의 공급도 세계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 얼마 전에는 인도네시아가 팜유 수출을 중단하였다. 우리나라에서 팜유에 의존하던 식품업계나 화장품 업계는 공급망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질 수밖에 없고, 팜유 수출 중단기간이 길어지면 그 부담은 소비자에게 고스란히 전가될 것이다. 한 종류의 식품이 전체 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이 정도인데, 기후변화가 일으키는 재난은 이보다 수십, 수백 배의 영향을 주게 될 것이다. 『기후 리바이어던』(2018)은 이미 ‘기후 베헤모스’라는 용어로 기후 비상사태에서 발생하게 될 국경 봉쇄나 자원 사재기, 자국보호 등에 관해 경고하였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극우세력이나 초국적 기업들의 세력이 커진다.

미국에서 최근 발생한 분유 수급 부족 사태와 마찬가지로 그동안 농업부문도 인수합병을 통해 소수의 기업만 살아남았다. 게다가 농업부문의 경쟁력과 경제성을 높이기 위해 회복탄력성에 도움이 되는 다양성을 배제하고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특정 종만 재배하다 보니 단일종 경작으로 농업의 취약성이 매우 높아진 상태이다. 그러나 기업들은 다양성을 살리기 위한 노력보다는 특정한 병충해가 발생하면 그것을 치료하거나 예방하기 위한 살충제를 만들어 묶음 판매를 통해 더 많은 이익을 남긴다. 재난을 이용한 전형적인 자본주의 비즈니스 모델이다. 이렇게 소수의 식량 기업들이 절대적인 힘을 가지면서 기후 베헤모스가 등장하고, 사회는 점점 취약해진다. 그렇다고 마치 꿈만 같은 식량자립이나 개개인의 텃밭만을 주장할 수 없다. 또한 우리나라처럼 면적이 좁고 기후에 동시다발로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국가들은 신토불이 주장만으로 다국적 기업의 식량 무기화에 저항할 수 없다. 저자는 여기에 세 가지 정도의 문제의식과 개선방법을 나누고자 한다.

식량의 탈자본주의와 푸드플랜

첫째 종자주권이다. 2018년 현재 세계 종자시장(417억 달러)중 우리나라의 종자 비중은 1.3%에 불과하다.4 종자연관산업까지 포함하면 780억 달러로 해마다 5% 성장을 하고 있다고 보고된 바 있다. 그중 40%를 몬산토(바이엘), 코르테바 아그리사이언스(듀폰 자회사), 신젠타 등 3개의 기업이 지배하고 있다.5 농업이 거대한 식량산업의 공장쯤으로 쪼그라든 느낌이다. 공익적 차원에서 기후위기에 강한 종자개발과 토종씨앗 보존 등이 함께 진행되어야 한다. 논밭의 해충이나 꿀벌의 실종 외에도 최근 과수화상병으로 과수농가에는 비상 상황이 감지되고 있다.6 작물에는 이미 오래전부터 종자처리수화제(부착성을 높인 농약)가 사용되었는데, 과수에 대해서도 바이러스 감염을 예방할 수 있는 처리된 종자들이 판매되고 있다. 토종 종자와 공익적 종자개발을 통해 식량에 대한 인권적 시각을 확대해야 한다.

둘째 제2의 토지개혁과 맞먹을 토지권 분배와 보존이다. 새만금이 육화되면서 해외의 자본 유치, 기업유치가 활발하였다. 공유수면을 수익구조로 만들어버린 농어촌공사는 식량위기에 대한 일말의 책임을 지고, 공유지에 대한 공정한 분배와 공익적 가치를 확보해야 한다. MB정부 때 해외의 자원을 개발하여 자원부족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던 것처럼 해외의 식량자본이 기후위기에 강한 지역을 중심으로 농지를 매입하거나 장기 임차계약을 하는 사례들이 발생하고 있다. 한국도 이러한 대상에서 제외되지 않았다. 산업화된 식량기업들에 토지권을 넘겨서는 안된다. 동시에 생태적 순환성을 강화하는 토양의 건강성 회복이 필요하다.

끝으로 쇼크 독트린을 신봉하는 기업들이 비상한 상황에서 식량을 자본화하는 것에 대한 강력한 규제와 이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 사회적 경제를 통한 농촌과 도시의 상생에서 해답을 구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농업생산자에 대한 사회적 기업 활동을 확대하고 도시의 생활협동조합, 마을조합의 협업을 활성화 하여 로컬푸드에 대한 인식 제고와 실질적인 판로 개척을 한다. 이미 진행되고 있지만, 훨씬 더 보편적 이용이 가능하도록 확대해야 한다. 대기업 가공식품과 유통업체들의 생산자에 대한 착취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소규고 생산자를 보호하는 직거래를 활성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지방정부는 거점도시를 정하고, 고령화 되고 있는 농촌과 ICT 청년기업들과의 협업을 지원하여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지방이야말로 청년들이 찾는 새로운 마을 만들기를 시도해야 하지 않을까.


  1. 『The Markup』 By Dara Kerr and Maddy Varner (2021.12.21.) 「Amazon Is Rolling Back COVID Protocols in Its Warehouses. Workers Say It’s Premature」

  2. 베헤모스(영어: behemoth)는 구약성서에 등장하는 거대한 수륙양서 괴수의 이름이다. 베헤모스는 ‘짐승’을 뜻하는 히브리어의 복수형이며, 이는 한 마리임에도 불구하고 복수의 동물을 한데 모은 것과 같이 너무나도 거대한 크기였기 때문에 이와 같이 표현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아무도 잡을 수가 없으며 쓰러뜨릴 수도 없는 동물로, 그 모습에 대해서는 하마, 물소, 코뿔소 등 여러 가지 설이 있다.(출처 : 위키백과, 베헤모스)

  3. Samantha Klein (2020.6.1.) “Diaster Capitalism in the Wake of Coronavirus”

  4. 농수축산신문(2020.10.12.)

  5. 세계 주요종자기업 순위(2017년 기준)

  6. 연합뉴스(2022.5.21) 충주 사과밭 과수화상병 ‘비상’

박숙현

지속가능시스템연구소장으로 지속가능발전과 환경정책, 기후변화, 리질리언스 등 우리사회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정책에 관심을 가지고, 사회생태시스템 분석틀을 적용한 연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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