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이야기가 나를 바꾼다 -『슬픈 세상의 기쁜 말』을 읽고

저자가 만난 사람들은 사회적으로 명망 있는 사람도 아니고, 유명인도 아닌 이들로 장애인을 가진 부모, 어부, 시장 상인, 세월호 유가족, 대구 지하철 참사 유가족, 9·11 테러 유가족, 미국 총기사건 생존자 등 아픔을 간직하고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이들의 슬픈 이야기는 기쁜 말이 되어 우리를 기쁜 세상으로 인도한다.

어린 시절 우리들은 어른들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매료되면서 상상의 날개를 펼쳐온 경험들이 있다. 이처럼 우리 인류에게 있어서 이야기에 대한 우리의 욕망은 진화적으로 새롭고 복잡하며 전략적으로 매우 귀중한 방식으로 사고하는 능력을 높여준다. 하지만 성장하면서 자신의 정체성이 만들어지고부터는 남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기보다는 자신의 주의 주장을 남발하다 보면 편견이 굳어진다. 타자에 대한 연민이나 공감을 형성하지 못하고 오히려 각종 대상에 대한 혐오 발언이 폭증해 가는 오늘날, 저자는 타인의 이야기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명백한 이유를 말한다.

타인의 이야기를 듣는 이유

“흔하디 흔한 시장 한구석이 특별해지는 것은 우리가 나 아닌 다른 누군가를 만났기 때문이고, 내가 아직 가보지 못한 곳이 있다는 것은 내가 아직 들어보지 못한 이야기가 있다는 뜻이 될 것이다. 나는 언어가 우리를 구해 줄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새로운 생각, 새로운 말, 새로운 이야기가 있는 곳에서 새로운 사람이 태어난다고 믿고 있다.”

정혜윤 저, 『슬픈 세상의 기쁜 말』, (위고, 2021)

저자는 사회적으로 명망 있는 사람도 아니고, 유명인도 아닌 이들로, 장애인을 가진 부모, 어부, 시장 상인, 세월호 유가족, 대구 지하철 참사 유가족, 9·11 테러 유가족, 미국 총기사건 생존자 등 아픔을 간직하고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 이야기를 담았다. 그중 몇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작은 한 어촌에서 만난 어부는 바다로 나가다 보면 언젠가 내일은 없을 수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어부는 생명의 유한함이 자신이 유일하게 확신할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해 삶을 소중하게 여겼기 때문에 가끔 주어지는 특별한 인연, 특별한 우연, 특별한 순간에 깊이 감사하는 마음이 생겼다는 소중한 이야기를 전한다.

나이 들어 노인대학에서 글을 배우는 무학자였던 할머니의 이야기를 전한다. 이 할머니는 글을 알게 되면서 타인의 말들이 귀에 들어오게 되는 기쁨을 만끽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그녀는 말하기보다 듣는 것에 열중하게 되었고, 듣는 것에서 자기 앎의 세계가 넓어지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아주 큰 고통을 겪은 사람만이 타인이 지고 있는 아픔의 무게를 볼 수 있는데, 대구 지하철 참사 유가족 중의 한 사람인 황명애님이 그 대표적인 사람이다. 황명애님의 꿈은 자신이 ‘마지막 슬픈 사람’이 되는 것이라고 한다. 그녀의 꿈은 세상의 슬픔을 줄이는 것이며, 그녀에게 위안은 세상에 다시는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는 것이라고 전한다.

또한 9·11 테러 유가족의 유일한 희망의 말은 ‘모든 것이 변해야 한다’는 것을 전한다. 우리들이 깨버려야 할 것은 ‘아무것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아무 할 일이 없다’라는 생각이 비극을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만들어 버린다고 지적한다. 이 외에도 여러 슬픈 세상에서 만난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기쁜 말을 접할 수 있다.

자신이 달라지기 위해서는

한편, 저자는 나이 들수록 공부해야 한다고 강조하는데, 왜냐하면 나이 들수록 우리는 냉소주의와 ‘세상은 원래 그래.’, ‘남들도 다 그래’와 같은 상황주의로 딱딱하게 굳어져 삶을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어른들에게는 ‘다시 배우기’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다시 배우기를 통해 살면서 배운 것 중 나쁜 것은 버리고 좋은 것을 나누는 법을 배운다면, 또한 차이가 아니라 ‘우리’가 될 수 있도록 연대한다면 많은 것이 달라질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저자는 다시 배우기를 위한 의지를 자신의 꿈 형식으로 전한다.

“나는 시 속에서, 그리고 시적인 순간들을 만나면서 달라지고 싶다. 현실을 변신의 장소인 것처럼 살고 싶다. 특별한 이야기의 힘을 믿고 우리에게 마법 같은 힘이 있음을 믿고 세상에 기적이 존재함을 믿고 우리의 행동이 우리의 운명을 바꿀 수 있음을 감히 믿으면서 살고 싶다. 우리는 다른 사람이 달라질 수 있는 가능성을 믿어야 자신도 달라질 수 있다.”

우리가 타인의 이야기를 경청해야 하는 것은 자신이 걸어보지 못한 삶의 또 다른 길을 엿보는 것이며, 그러다 보면 다른 시각으로 세상과 사물을 바라볼 수 있고, 이에 따라 다른 것을 만날 수 있을 것이며, 새로운 경지에 도달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저자가 전하는 슬픈 이야기는 기쁜 말이 되어 우리를 기쁜 세상으로 인도한다.

이환성

공학계 앤지니어로 10여년간 인간중심주의가 지배하는 현장에서 근무하면서 인문학에 목말라했다. 지금은 현장을 떠나 자유로이 독서와 함께 인문학에 빠져 있으며 철학과 공동체에 관심을 갖고 다른 삶을 모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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