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1 기후행동 특별판] 기후위기의 대안으로 왜 그린뉴딜을 말하는가? – 그린뉴딜의 판짜기에 대한 전략적 지도제작

2019년 2월 오카시오 미 하원의원에 의해서 발의된 그린뉴딜은 전 세계 활동가와 시민들에게 수많은 영감과 제도적인 상상력을 던져주었다. 기후위기 상황에서 서서히 인류문명은 침몰하고 멸망할 것이라는 비관주의, 절망, 우울감이 아니라, 거대계획, 거대프로그램의 큰 판을 짜고 수많은 제도적 상상력을 동원하여 10년 내로 무공해청정에너지로의 전환을 통한 탄소 제로에 도달하자는 획기적인 제안이다. 여기서 지도제작(=도표, diagram)이라는 방법론을 통해서 제도적 상상력이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의 사례를 제시해보면서, 그린뉴딜의 거대계획의 미시적인 특이점들을 채우고 구체화할 주체성 생산의 과정으로서의 대규모의 기후행동을 촉구해본다.

그리고 그린뉴딜은 시대정신이 되었다!

2019년 2월 미 하원에서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Alexandria Ocasio-Cortez) 민주당 의원에 의해 획기적인 결의안이 발의된다. 10년 내 미국 내 모든 가용한 자원과 인력을 동원하여 무공해청정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완결하고 탄소제로에 도달한다는 거대계획, 이른바 그린뉴딜(Green New Deal)이다. 이미 지난 오마바 행정부 때 구상되었던 계획이고, 더 거슬러 올라가면 1930년대 미국의 대공황을 극복하기 위한 루즈벨트 대통령의 거대 인프라 프로젝트이자 공공정책이었던 뉴딜정책으로부터 연원을 갖는다. 비록 오카시오 하원의원이 발의한 결의안은 채택이 좌절되었지만, 그것은 다가올 2020년 미 대선에서 가장 큰 핵심쟁점이 바로 그린뉴딜이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보여주었다.

2019년 2월 7일 그린뉴딜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발표하는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코테즈 미 하원의원과 에드 마키 상원의원.
2019년 2월 7일 그린뉴딜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발표하는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코테즈 미 하원의원과 에드 마키 상원의원.
출처: Friends of the earth 홈페이지

뉴딜정책의 사상적 기원은, 발전(development)전략의 근간을 이루는 수정자본주의이론가 케인즈(John M. Keynes)의 유효수요(effective demand)이론이나 내부상점이론으로부터 시작한다. 즉, 노동자이면서도 소비자인 내부상점 모델로서의 자본주의가 그 자체의 순환과 재생의 체질을 개선하고 작동방식을 바꾸어야 부의 공정하고 정의로운 분배가 가능하고, 민주주의도 성립가능하다는 점을 밝힌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30년대 대공황 시기 동안 대규모 공공사업, 일자리정책, 인프라 구축 등을 통해 공적 자금을 투하하여 시민들의 살림살이를 나아지게 해야만, 내부상점으로서의 자본주의경제도 작동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실 1930년대 이전까지 자본주의는 외부를 향한 개척, 약탈, 착취만을 통해 성장해오면서도, 한번도 내부 순환계를 통한 발전전략에 대해서 고민하지 못해왔다. 여기서 성장(Growths)는 양적이고 외양적이고 실물적인 경제라면, 발전(development)는 질적이고 내포적이고 관여적인 경제이다. 결국 발전전략은 내부자거래로서 존재하던 경제의 내부순환의 체질을 개선하는 것이고, 경제(Economy)와 살림(Oikos)의 구분을 극복하는 것을 의미한다.

1930년 루즈벨트의 뉴딜정책이 대공황을 극복할 토목사업이나 공공일자리사업에 집중했다면, 2019년 극적으로 등장한 그린뉴딜은 기후위기를 극복할 에너지전환과 일자리, 기후정의 세 마리 토끼를 함께 잡겠다는 야심찬 기획이다. 기본적으로 그린뉴딜은 질서 있는 감축으로서의 탈성장의 방향성에 대해서는 긍정한다. 하지만 그것은 에너지 수요를 줄이고 아껴 쓰는 축소의 방향만이 아니라 대담하게 전환하는 방향으로 향한다. 동시에 기본소득에 대해서 긍정하지만, 그와 동시에 재생에너지와 자원순환에 기반한 과감한 공적 자금의 투자를 통한 공공 일자리 정책을 병행하여 부의 재분배로 향한다. 또한 탄소빈곤층이나 기층 민중이 탄소배출을 거의 하지 않음에도 최대 피해자가 되는 기후정의 문제의 해결방안에 주목하면서도 이에 더해서 기울어진 운동장인 현존 질서를 자체를 존속시키면서 수정하는 방향이 아니라 적극적인 부유세 등 세수의 확보를 통한 부의 재분배를 이룸으로써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로 전환하는 정책으로 향한다. 결국 수동적으로 현존 질서를 수선하고 수리하여 유지하려는 방향성이 아니라, 선도적인 투자와 전환을 통한 공적 자금 투하와 세수확보, 공공일자리 사업, 에너지전환 등 전시상황을 방불케 하는 인력과 자원을 동원하여 사회적 시스템 전반을 완벽하게 체질개선하는 것이 그린뉴딜의 골자이다. 그 목표는 분명하다. 바로 10년 내로 탄소제로국가가 되는 것이다.

  • 재생에너지와 자원순환 사업으로 과감한 일자리 정책, 부의 재분배
  • 사회적 시스템 전반에 대한 체질 개선. 10년 내 탄소제로국가 달성

그린뉴딜은 그 자체가 파문이자 획기적인 아이디어의 결정체이지만, ‘과연 이게 될까?’라는 의문 앞에 주저하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는 향후 다가올 엄청난 기후위기 상황에서 혁명에 필적할 만한 전면적인 거대계획의 변화 없이는 앉아서 죽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 이러한 절박한 심정의 시민들과 미래세대의 입장에서는 그린뉴딜을 강력하게 지지할 수밖에 없고, 또 현실에서 구체화되도록 아이디어와 지혜, 뜻, 영감, 지성 등을 모을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최근 각국의 대안세력과 녹색당, 미국의 민주당 등의 씽크탱크들이나 정책입안자, 전문가들, 시민들 각각은 그린뉴딜에 대한 수많은 아이디어와 각종 뉴스를 쏟아내고 있다. 지난 민주당 대선후보 선거 때 각광을 받았던 버니 샌더스(Bernie Sanders)가 재도전하는 2020년 대선에서의 주요 핵심정책조차도 그린뉴딜이라는 점은 그리 이상하지 않다. 그래서 그린뉴딜은 미국 유권자의 80% 이상이 찬성하는 가장 강력한 계획이자, 미국 시민뿐만 아니라 인류문명의 삶의 양상을 바꿀만한 거대기획이기도 하다.

준전시(準戰時) 상황에 필적할 시도로 10년 내로 탄소제로를 달성하자!

그린뉴딜은 향후 지구계획의 출발점일까? 사실상 그 단서를 갖고 있다는 점은 틀림없어 보인다. 기존 지구계획은 제 1세계와 제 3세계의 분리차별에 입각해 있었다. 제 1세계 내에서는 부드럽고 안락한 내부환경이 조성되어 있어 심리치료, 미디어, 힐링, 웰빙, 자기계발을 할 수 있지만, 제 3세계의 혹독한 상황은 기후위기의 상황까지 겹쳐 물 부족과 식량위기, 6.700만 명에 달하는 난민, 내전, 전쟁, 테러 등으로 점철되어 있는 것이다. 기후위기는 기후변화에 큰 책임이 없는 제 3세계가 최대 피해자가 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기후정의의 문제를 수반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국제적인 기후정의의 문제에 대해서 기존 주권질서에서는 수동적이고 소극적인 반응만을 보여 왔다. 특히 대규모 기후난민의 발생이라는 엄혹한 현실을 쉬쉬하며 제 1세계인들은 기후변화 상황을 나 몰라라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기후위기의 수준은 「IPCC의 특별보고서」나 호주기후복원센터의 「실존적인 기후관련 안보위기 – 하나의 시나리오」에서도 보이듯이 이대로 가다가는 기온 상승 1.5℃ 시점이 2040년이든, 2030년이든 도달할 수밖에 없고, 그 이후에는 인류의 통제권으로부터 벗어난 상황이 초래되게 된다. 10년 이내로 획기적인 정책이나 지구계획이 제출되어 지금의 문명의 상태를 전환시켜야 하는 것이 핵심적인 과제이다. 그러나 기후위기를 여전히 무심결에 해결될 것이라고 보는 통속적인 문명과 지배질서가 문제이다. 기후위기는 자연사적인 과정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시스템과 삶의 양식의 문제이다. 그런 점에서 미국의 생태학자 머레이 북친(Murray Bookchin)이 사회생태주의(Social Ecology)에서 밝혔던 구도를 따른다면, 기후위기가 인간에 의해서 만들어졌다면, 인간이 그 해결의 마스터키를 쥐고 있음은 분명하다. 그런 점에서 사회시스템에 대한 획기적인 변화와 다채로운 제도적 상상력, 그리고 더 활력 있는 기후행동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정말로 생존의 절박함과 미래세대의 앞날을 고민한다면, 다음이 아니라 지금-당장-여기서 나서야 할 때인 것이다.

그린뉴딜에는 기후위기로 인한 사후 약방문과 같은 정책이 아니라, 에너지전환에 대한 선도적이고 과감한 투자개념이 들어가 있다. 그런 점에서 기존 제도주의가 갖고 있는 점진주의와 개량주의에 따르지 않는다. 동시에 대규모 주체성 생산을 통한 생활양식에 대한 변화를 촉구하면서도 동시에 그것의 기본 판과 구도 역할을 하는 경제 자체의 체질을 개선하고 그것의 일관된 방향성을 바꿈으로써, 자원-부-에너지의 순환과 재분배를 추구한다. 과거 한국의 보수정부는 그래서 그린뉴딜을 녹색성장으로 회화화시켜서 토건정책, 4대강 등의 이데올로기로 덧칠하여 왜곡되고 굴절된 정치사를 만들어냈다. 그러나 그린뉴딜은 ‘성장’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화석에너지를 무공해 청정 재생에너지로 10년 내에 100%까지 전환시키며, 그것에 가장 선도적인 공공정책과 투자를 수행해야 한다는 점이나 기후정의의 시각에서 획기적인 기본소득과 일자리 정책을 수행해야 한다는 점에서 성장의 망상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것이다. 희극 이후에 비극이 기다리고 있다고 했던가? 녹색성장의 덧칠에 그린뉴딜의 진정한 의미는 퇴색되었지만, 이제야 비로소 그린뉴딜을 말할 때가 찾아왔다. 새로운 전환사회의 밑그림이 드디어 시작된 것이다.

그린뉴딜을 지도제작해본다면?

2008년도부터 스위스에서는 탄소세-생태배당이라는 획기적인 제도를 도입한 바 있다. 이는 탄소배출을 많이 한 사람에게 탄소세를 부과하고, 이를 모아서 탄소배출을 거의 하지 않는 시민들에게 1/n으로 생태배당으로 나누는 방식이다. 이는 기후정의의 관점에서 하나의 모델이나 의미에 머물지 않고 여러 모델을 연결시킨 지도제작의 방법론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프랑스의 경우는 탄소세의 과다한 부과가 시민들에게 어떠한 도움도 되지 못하고 오히려 기후정의에 위배되는 상황을 만들어냈다. “탄소배출에 따른 세금부과는 당연한 것이다”라는 방식의 의미화로는 여전히 불충분하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준 사례이다. 그래서 프랑스에서는 노란조끼운동이라는 거대한 항의와 저항의 물결을 만들었다. 그런 점에서 그린뉴딜이라는 거대계획이 갖고 있는 부유세, 탄소세, 육류세, 기후세, 생태세 등을 통한 증세의 방향성이 그저 세수의 확보라는 하나의 의미나 하나의 모델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생태배당과 기본소득, 공공일자리 정책 등을 통해서 탄소빈곤층과 시민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향하도록 설계된 것이 많은 시민들에게 호응과 감동을 만들고 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탄소세, 육류세, 기후세, 생태세 등을 통한 증세는, 생태배당과 기본소득을 통해서 탄소빈곤층과 시민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향해야 할 것이다. by pixabay
탄소세, 육류세, 기후세, 생태세 등을 통한 증세는, 생태배당과 기본소득을 통해서 탄소빈곤층과 시민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향해야 할 것이다.
by pixabay

그린뉴딜에서는 재생에너지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통해서 에너지전환으로 향한다. 그러나 에너지전환이 그저 돈 많은 사람들의 이익으로 다시 부당하게 기후정의에 위배되는 것을 막고자 한다. 그래서 기층 시민들에게 재생에너지를 적극적으로 보급하여 그 재생에너지에서 생산된 전기의 이익 역시도 기본소득의 여러 특이점 중에서 하나가 될 수 있음이 드러난다. 한국사회에서 이루어졌던 가정용 태양광 패널 보급사업을 더 업그레이드시킨 버전이라고도 할 수 있다. 물론 시민들이 재생에너지의 설치공간이 없다는 점은 공공용지에서의 설치와 이에 대한 가상적인 지분 형태로 나누어질 수 있다. 이러한 재생에너지 기반 기본소득은 “재생에너지가 많아져야 한다”라는 의미화의 방식을 넘어서 기본소득이나 생태배당과 연결된 제도적인 지도제작의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에서는 에코마일리지 제도가 에너지절감에 대한 제도와 정책으로 한때 각광을 받았지만, 점차 시들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는 에너지절감에 대한 인센티브만 있을 뿐, 절감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에 대한 인센티브가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에코마일리지 제도를 다양한 모델과 연결시켜 볼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이를 테면 1인당 탄소총량 규제를 통해 개인 단위의 블록체인 기반 탄소시장과 연결시켜 소득을 얻을 수 있고, 아껴서 남은 부분을 탄소시장에서 팔 수 있게끔 하는 것이다. 동시에 에코마일리지에서의 절감을 유지하는 데에도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으로 전환시킴으로써 탄소절감의 시너지효과를 만들어서 기본소득에 필적하는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즉 아끼자는 것이 도덕적이나 윤리적일 뿐 아니라 실질적인 살림살이에도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지도제작되어야 하는 것이다.

향후에 전개될 그린뉴딜은 탄소무역제도를 통한 지구계획의 재편을 예고하고 있는 상황이며, 탄소이력제도(=탄소발자국)를 통한 기업환경, 상품소비, 자원순환에 대한 대대적인 재편이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기업이 재생에너지 100% 기반 생산형태로 전환되어야 할 것이지만, 그것을 당위로 강제하기보다는 기업으로 하여금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전환하면 인센티브와 더불어 재생에너지 기반 전기사용이라는 부수효과를 가져갈 수 있고 게다가 탄소시장, 탄소금융의 모델과의 연결을 통해서 다양한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지도제작해 볼 수 있다. 그러나 에너지전환이 더디게 진행될 때는 기업 등에 대한 탄소세 부과를 지도제작해 볼 수 있다. 이미 유럽연합의 경우에는 대기업들에게 일정 수준 이상의 재생에너지 사용에 대한 강제조항을 무역제도에 포함시키고 있는 상황이며, 이는 한국의 대기업들에게 이미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되고 있다. 실제로 2018년 12월에 있었던 《RE100》 회의에 따르면 세계 158개에 달하는 거대기업들이 재생에너지 100% 전환을 결의했는데, 그 중 한국의 기업은 아무 기업도 없었다. 이것은 먼 미래가 아니라 그린뉴딜을 통해서 100% 재생에너지전환에 도달해야 할 영역임에 분명하다.

공공영역에서는 녹색일자리로의 전환과 재교육, 창업, 재취업 등에 대규모 투자를 해야 하며, 이는 “미래세대인 청년에게 일자리가 필요하다”라는 하나의 의미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녹색일자리, 지속가능한 재생에너지 기반 일자리 등으로 지도제작함으로써 미래세대에게 미래적인 가능성과 접속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통해 첨단산업이나 문화산업 등에 대한 투자보다는 전환사회의 전망에 대한 공공부문의 시각이 필요한 상황이다. 한국사회는 미래세대에 대한 여러 가지 청년지원책을 제시하고 있지만, 전환사회라는 미래적 가능성과 이러한 모델이 연결되고 지도제작되었을 때라야 비로소 시너지효과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대대적인 기후국채의 발행을 통해서 기후금융과 기후펀드, 기후보험의 종자돈을 마련하며 단기투기성 자본의 형태인 플랫폼자본주의에서의 지대이익 취득의 형태를 넘어설 필요가 있다. 이러한 기후펀드는 재생에너지에 대한 장기적인 투자와 미래투자전망을 확립하는 과정으로 지도그리기가 이루어질 수 있다. 특히 제 3세계에 녹색기술, 전환기술 등에 대한 ODA(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 공적개발원조)에 필적할 만한 획기적인 투자가 이루어져야 대규모 기후난민이 발생하는 상황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점을 지도제작해야 할 것이다. 결국 정책과 제도는 하나의 의미나 하나의 모델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모델이 어우러져 지도제작이 이루어질 때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다. 이러한 미시적인 지도제작이, 그린뉴딜이라는 메타모델로서의 거대계획이 보완해야 할 지점일 것이다.

  • 그린뉴딜은 하나의 모델이 아니라 메타모델
  • 다양한 정책과 제도가 어우러져 시너지를 발휘하도록 지도제작해야

지도제작(도표, diagram)은 하나의 이론적인 방법론이다. 이를 통해 그린뉴딜이라는 거대계획이 보완해야 할 미시적인 제도 창안의 특이점들과 연결지점을 생각해 볼 수 있다. 하나의 모델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나가고, 거대계획 내에 다양한 모델을 연결시키고 지도제작하는 과정이 필요한 시대가 왔다. 그린뉴딜은 우리가 어떤 모델, 의미, 표상, 정서, 코드, 기계, 생명, 자연, 사물 등을 연결시키고 지도제작하면서 이를 배치하고 재배치할 것인가의 미시정치를 요구한다. 그런 점에서 현존 문명의 양상이 근거와 정의, 문제제기와 대답, 원인과 결과, 입구와 출구, 입력과 출력이 딱 맞아떨어지는 인과관계로 이루어진 상황에서, 그린뉴딜은 무수한 상관관계와 인과관계가 복잡한 그물망을 형성한 사회생태계를 염두에 두면서 다양한 특이점들을 연결시키고 지도제작해야 할 것이다.

더 과감한 기후행동! 더 과감한 그린뉴딜!

《호주기후복원센터》의 「실존적인 기후관련 안보위기」보고서의 사례에서도 보이듯이 생태계는 연결망이기 때문에, 포지티브 피드백으로서의 시너지효과와 회복탄력성을 가질 수 있음과 동시에, 네거티브 피드백을 통해서 위기가 더 큰 위기를 낳는 등의 위기를 가속화할 수도 있다. 포지티브 피드백으로 우리가 향하기 위해서는, 앞서 말했듯이 그린뉴딜이 모토로 삼고 있는 10년 이내로 탄소제로사회로 진입하는 선결조건이 충족되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줄이고 아끼고 순환하고 재생하는 탈성장 사회로의 진입도 필요하지만, 그것에 앞서 경제 자체의 체질개선을 통해서 완전히 다른 방향의 경제적인 작동방식이 되게끔 만드는 거대계획 역시도 필요하다. 그 역할을 그린뉴딜이 담당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막대한 인류가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막대한 기후위기 상황 앞에 놓여 있다. 그러나 좌절이나 절망은 있을 수 없다. 우리는 완전히 새로운 판을 깔아서 향후에 진행될 막대한 위기 상황에 선제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인류문명은 여전히 마스터키를 쥐고 있으며, 색다른 문명의 전환으로 향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린뉴딜의 거대계획은 미리 주어진 전제조건이 아니다. 우리가 만들어가야 하고, 그 일을 해낼 우리를 만들어내는 주체성 생산이 요청된다. 그런 점에서 9월 21일 기후행동의 의미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우리 상상해 볼 수 있다. 기후위기 비상행동이 만들어낼 거대한 주체성 생산과 이에 응답하는 거대계획으로서의 그린 뉴딜을 말이다.

故신승철

1971.7.20~2023.7.2 / 평생 연구하고 글을 쓰는 사람으로 살다가 마지막 4년 동안 사람들 속에서 '연결자'로 살다 가다. 스스로를 "지혜와 슬기, 뜻생명의 강밀도에 따라 춤추길 원하며, 사람들 사이에서 공락(共樂)하고자 합니다. 바람과 물, 생명이 전해주는 이야기구조를 개념화하는 작업을 하는 글쟁이기도 합니다."라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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