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1 기후행동 특별판] 9.21 전세계 기후행동의 의미- 진짜 문제에 직면해야 할 때

기후행동의 의미를 살펴보기 위해 몇 가지 키워드를 선정하려고 합니다. 이를 위해 선정한 키워드는, 조화, 시간, 그리고 선택입니다. 지구라는 복잡한 네트워크를 교란시킨 것이 현재의 기후위기이고, 지난 100여년 동안 충분한 시간이 있었음에도 아무런 선택을 하지 않은 것이 기후위기의 바탕입니다. 이제 마지막 선택의 시간에 몰려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것이 이번 기후행동의 가장 큰 의미일 것입니다.

“지구는 뜨겁고, 세계는 요동치며, 삶은 흔들린다”

중앙일보 미주판, 2019/08/07

지난 달 일간지 독자가 쓴 글의 일부인데, 개인적으로 몇 년 동안 발표된 글 중에서 현재의 상황을 가장 잘 표현한 문장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20여 년 동안, 우리는 몇 번의 경제 위기를 경험했습니다. 이로 인해 삶의 기반을 일부라도 상실한 사람들이 많을 것입니다. 그러나, 위기 이후에 자산 가치의 상승으로 인해 위기는 곧 기회라고 여기는 분들도 많은 것 같습니다. 게다가 이런 위기의 상황이 반복되면서, 마치 공동체의 위기가 일상화된 것처럼 인식하고 행동합니다. 그러나, 기후 위기는 다릅니다. 우리가 겪었고, 고통스러워 했고, 결국에는 극복했다고 믿고 있는 금융위기와 달리, 기후 위기는 마지막 순간에 공적 자금을 쏟아 부어 해결할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닙니다.

고무줄을 잡아당기면, 어느 순간 탄력성을 잃어버리는 것과 같이, 생태계가 견딜 수 있는 지점을 파악하고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회복 불가능한 상황으로 전환됩니다. 바다 표면에 이상 집중된 에너지가 태풍이라는 형태로 변환하여 빠른 시간 안에 에너지 평형을 맞추는 것처럼, 뜨거운 지구는 현재의 생태계가 적응하지 못하는 방식으로 평형을 맞추려 할 것입니다. 지구 생태계의 모든 구성원이 이런 지구의 요동을 경험하게 되고, 이들의 생존은 격하게 흔들릴 것입니다. 9.21 기후 행동 이후에 인류의 지성은 바로 이 문제, 우리와 미래 세대의 삶을 결정지을 진짜 문제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진짜 문제를 정면에서 바라 볼 수 있는 용기, 이것이 곧 전 세계에서 펼쳐질 기후 행동의 가장 큰 성과가 될 것입니다.

기후행동을 이해하는 키워드 : 조화-시간-선택

기후행동의 의미를 살펴보기 위해 몇 가지 키워드를 선정하려고 합니다. 우리가 온라인에서 자주 하는 방식으로 말이지요. 핵심 키워드를 잘 선정하면, 원하는 정보를 쉽게 취득하게 되는 경험들이 많이 있으실 것입니다. 제가 선정한 키워드는, 조화, 시간, 그리고 선택입니다. 왜 이런 키워드를 선정했고, 기후행동의 의미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함께 보시지요.

조화 : 삼라만상의 궁극적인 목표는 조화입니다.

종교적인 언어인 것 같지만, 사실 자연과학과 기술, 그리고 시장경제학을 공부하면서 제가 갖게 된 확신입니다. 자연을 하나의 정밀한 기계로 여기는 기간이 있었습니다. 조금 복잡하고 가끔 예상 밖의 결과를 보이긴 하지만, 과학 기술로 훈련된 인간의 통제에 잘 따르는 유용한 기계가 곧 자연이라는 믿음입니다. 지금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자연이라는 이름의 이 기계를 광고한다면, ‘정밀하고, 오래 쓸 수 있다’는 표현이 꼭 들어갈 것입니다. 시장 경제학에도 비슷한 관점이 있습니다. 경제가 성장만 하면, 불평등은 언젠가 감소할 것이라는 믿음입니다. 이 두 믿음은 다른 영역에서 강력하게 작동하지만, 매우 관련성이 깊습니다. 동역학이 자리 잡으면서, 자연의 기계적 모델이 경제 분야로 확산된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관점이 우리가 현재 겪고 있는 사회적 불평등과 생태적 위험의 근본 원인입니다. 사실 자연은 하나의 정밀한 기계가 아니고, 경제성장이 불평등을 해소하지 못한다는 증거가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21세기 과학의 눈부신 성과 중의 하나인 ‘네트워크 이론’은 자연의 작동 방식에 대한 다른 관점을 제시합니다. 자연에서 찾아낸 네트워크는 프랙털(Fractal) 구조로 가지를 칩니다. 이는 소수의 큰 네트워크에서 수많은 중간 네트워크, 그리고 셀 수 없이 많은 작은 네트워크까지 모두 해당됩니다. 에너지, 물질, 정보 등 자원이 이런 네트워크를 따라 흘러가면서 그 시스템의 효율성과 회복 능력이 정밀하게 균형을 이룹니다. 효율성은 시스템 스스로 목적1을 달성하기 위해 자원의 흐름을 단순화할 때 발휘됩니다. 자원의 흐름이 왜곡되었을 때, 회복 능력은 그 네트워크 안에 다양성이 얼마나 많으냐, 또 불필요한 중첩이 얼마나 존재하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이런 것들이 많을수록 충격과 변화의 순간이 닥쳐 기존 방식이 작동하지 못하게 되더라도 대안적인 연결선과 선택지가 폭넓게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지나치게 효율성을 추구하다 보면, 시스템이 취약해지고, 회복 능력이 너무 커지면 시스템 전체가 정체됩니다. 자연이라는 네트워크의 작동방식은 이 두 가지가 어떻게 균형을 이루는지에 달려 있습니다.

지구를 구성하고 있는 생태계 네트워크는 다양한 노드들의 연결을 통해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지구를 구성하고 있는 생태계 네트워크는 다양한 노드들의 연결을 통해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출처 : 위키피디아

지구라고 하는 (커다란 기계가 아닌) 네트워크는 다양한 노드들의 연결을 통해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이 네트워크 안에는 사람도 있고, 동물, 식물, 무기물 등 모든 물질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물질들은 서로 상호작용하면서 끊임없이 흘러 다닙니다. 그리고 이런 흐름을 가능하게 하는 것을 우리는 에너지라고 부릅니다. 네트워크의 구조와 균형, 즉 조화는 어지간해서 파괴되지 않습니다. 에너지의 이상 변화와 그에 따른 물질의 흐름 변화는 다른 네트워크에 의해 상쇄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런 네트워크는 처음부터 존재한 것일까요? 혹시 지구의 나이를 아시는지요? 45억 년 정도 되었다고 합니다. 생명체의 출현은 그로부터 한참 후인 30억 년 전으로 추정됩니다. ‘시아노박테리아’라는 생물인데,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산소를 만드는 광합성을 했습니다. 시아노박테리아가 산소를 공급하면서 지구의 대기는 다른 행성과 차별화 된 것입니다. 10억 년 전쯤, 이 박테리아는 단세포 생물이었던 진핵세포(세포핵을 갖춘 세포)와 공생을 시작하는데, 이 공생에 의해 비로소 다세포 생명체인 식물이 번성하게 되었습니다.2

이런 식으로 지구의 생태계 네트워크는 주어진 환경을 이용해 오랜 시간 형성되었습니다. 인간과 같은 포유류는 이런 흐름에 비하면 매우 최근의 네트워크에 합류한 노드에 불과합니다. 지금도 식물의 엽록소에 잔뜩 들어차 있는 시아노박테리아로 인해 지구 네트워크는 매우 강력한 탄소 순환 체계가 확립되었습니다.

지구 네트워크의 탄소 순환 체계는 매우 안정된 복원력을 가지고 있지만, 최근 100년래 인간의 활동에 의해 교란되고 있다. (중학교 과학 교과서, 지학사)
지구 네트워크의 탄소 순환 체계는 매우 안정된 복원력을 가지고 있지만, 최근 100년래 인간의 활동에 의해 교란되고 있다. (중학교 과학 교과서, 지학사)

옆의 그림을 보면, 지구의 공간을 기권, 지권, 그리고 수권으로 나누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렇게 나뉜 환경에서 각종 생물들이 균형을 유지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생물권이 존재하는 것이지요.. 탄소는 이 네 가지 영역에 모두 존재합니다. 앞에서 얘기한 광합성을 통해 기권에 있는 이산화탄소는 식물, 즉 생물권으로 이동합니다. 이렇게 이동한 탄소는 먹이 사슬을 통해 생물권 내에 다른 종으로 이동합니다. 그리고 생물들이 수명을 다하면, 땅에 묻혀서 암석이나 화석 연료로 변합니다. 이 화석연료를 채굴하고 태우면 이산화탄소가 발생하여 기권으로 이동합니다.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일부분은 물에 녹아서 수상 생물권으로 옮겨지고, 다시 땅으로 이동합니다. 이와 같은 순환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는 상황이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입니다.

이 순환 네트워크는 웬만해서는 단기간에 변하지 않습니다. 네트워크 이론에서 보듯이, 시스템 자체로 복원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구 네트워크의 나이로 보면, 찰나에 불과한 몇 백 년 안에 네트워크의 교란을 유도할 수 있는 것은 아마도 운석의 충돌 정도 밖에 없을 것입니다. 기후변화를 단순하게 날씨의 변화로 보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운석 충돌에 버금갈 정도의 교란이 최근 100여년 사이에 발생했고, 그 결과물로 기후의 변화가 나타난 것이기 때문입니다.

시간 :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결단의 시간 – 9.21 기후 행동

1980년대 이전에도 무분별한 화석 연료의 사용에 대한 의구심이 있었습니다. 다만, 그 때는 화석 연료의 사용으로 인한 기후변화보다, 한정된 자원인 석유의 고갈에 대한 우려가 압도적이었습니다. 지금은 사정이 다릅니다. 비 전통 자원인 셰일오일, 오일샌드 등의 발굴로 인해 석유자원의 고갈이 단기간에 오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럼에도 석유를 비롯한 화석 연료 중심의 에너지 체제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력과 사회적 압력은 더욱 거세지고 있습니다. 기후변화의 상황이 그만큼 심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언제부터 이런 사실을 알게 되었을까요? 2007년 2월 국제연합(UN)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패널(IPCC)는 4차 보고서를 제출하면서, 다음과 같은 내용을 발표했습니다.

지구의 온난화 추세는 의심의 여지없이 명백하게 일어나고 있다….. 중략….1750년대 이후 인간 활동에 의한 전 지구적 영향으로 온난화가 이루어졌다고 매우 높이 확신한다

IPCC 4차 보고서
다음 세대를 위해 더 이상 미룰 수 있는 시간이 없다. 지금 당장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는 모든 행동을 실행할 때이다. (서울녹색당 기후변화 의제모임의 광화문 시위 현장 사진. by 권영은)
다음 세대를 위해 더 이상 미룰 수 있는 시간이 없다. 지금 당장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는 모든 행동을 실행할 때이다. 서울녹색당 기후변화 의제모임의 광화문 시위 현장 사진.
by 권영은

IPCC는 전 세계 2,500여명의 기후관련 과학자들로 이루어져 있고, 2007년에는 그 공로로 노벨평화상까지 수상한 기관입니다. 한 마디로 이들의 보고서는 믿을 만하다는 것입니다. 이 보고서로 인해 기후변화는 자연적인 원인이 아니라, 인간의 활동에 의한 것이라는 점이 확증된 셈입니다. 지금은 당연한 이야기 같지만, 이 결론에 이르기까지 무려 100여 년이 필요했습니다.

화학을 공부한 사람이라면 한번은 들어봤을 스반테 아레니우스는 1896년 “인간이 발명한 기계가 석탄을 태워 지구 전체를 데우고 있다”는 내용이 담긴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당시에는 지구과학이 막 태동하여 지구에 빙하기가 있었다는 사실을 겨우 알게 된 때입니다. 자연스럽게 사람들은 다음 빙하기가 언제 올지 궁금해 했는데, 아레니우스는 선구자답게 매우 획기적인 가설을 제기한 것입니다. 1938년 아마추어 기상관인 가이 스튜어트 캘린더가 영국 기상 학회에 “인간의 산업 활동으로 지구 온난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캘린더의 본업은 증기기관 기술사였는데, 어떤 계기로 매우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얻은 것으로 보입니다.

캘린더의 아이디어는 다행히 몇 몇 과학자들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미국 스크립스 연구소의 책임자인 로저 르벨이 그 중 한 명입니다. 지질학자로 출발했지만, 고소공포증 때문에 심해 연구로 방향을 바꾼 그는 인간이 연료를 태워 나오는 이산화탄소의 대부분은 바다로 흡수된다는 내용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즉, 화석연료 사용은 전혀 걱정할 일이 아니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이 후 수십 년 동안 지구온난화를 우려하는 사람들에게 이 논문은 훌륭한 방패가 되어 주었습니다. 그러나 정작 르벨 자신은 본인의 의견을 곧 수정했습니다. 1950년대에 르벨은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올랐습니다. 대기 중에 이산화탄소의 농도를 한 장소에서 장기간 측정해 보자는 것입니다. 문제는 이런 지루한 일을 성실하게 수행할 연구자가 있어야 한다는 것인데, 마침 이런 일을 책임감 있게 수행할 적임자가 떠올랐습니다. 지금도 기후변화의 선구자로 인정받는 찰스 킬링 박사입니다. 집안 식구가 모두 경제학자이어서 죽어도 경제학은 공부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약간은 삐딱한 이 젊은 과학자는, 그러나 특유의 성실함으로 1958년부터 그가 사망하기 바로 전인 2005년까지 50년 가까이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농도를 측정했습니다.

르벨과 킬링은 이상적인 측정 장소로 높은 산 위에 있어야 할 것과 공해를 유발하는 요인이 없을 것, 그리고 적도 가까이에 있어서 지구의 평균과 가까울 것 등을 생각했습니다. 그 결과, 하와이의 마우나로아산 해발 4,000m 정상 근처에 관측소를 설립하게 되었습니다. 지금도 킬링 박사의 아들과 여러 과학자들의 지구의 공기 조성을 조사하고 있는 중입니다.

기후변화를 발견하고 그 원인을 특정하는 일은 매우 지난한 과정이었다.
출처: Skeptical Science
기후변화를 발견하고 그 원인을 특정하는 일은 매우 지난한 과정이었다.
출처: Skeptical Science

이렇게 기후변화를 발견하고 그 원인을 특정하는 일은 매우 지난한 과정이었습니다. 여기에 나오는 과학자들은 모두 당대에 저명한 학자였으나, 지구 온난화와 관계된 주장으로 궁지에 몰린 적도 여러 번 있었습니다. 아무리 학자적 신념이라고 해도 매우 고통스러운 시간이었을 것입니다. 기후 변화에 대한 우리의 지식은 오랜 기간의 조금씩 전진해 온 과학적 성취의 결과입니다. 다른 관점에서 보면, 이렇게 많은 증거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인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아무런 선택도 하지 않았습니다. 지금도 눈 질끈 감고, 어떻게든 선택을 뒤로 미루려 하고 있습니다. 9.21 기후 행동을 통해 인류가 반드시 극복해야할 과제입니다.

선택 : 1.5℃ 상승을 가능하게 할 수 있는 마지막인 1년의 시간3

미래의 기후는 정해지지 않았다. 인간의 탄소 배출의 추세에 따라 다양한 온도 예측선이 존재한다. 대체 몇 년도가 변곡점이 될 것인가? (C-ROADS 플랫폼. 
출처 : climateinteractive.org
미래의 기후는 정해지지 않았다. 인간의 탄소 배출의 추세에 따라 다양한 온도 예측선이 존재한다. 대체 몇 년도가 변곡점이 될 것인가? (C-ROADS 플랫폼.
출처 : climateinteractive.org

2009년 MIT의 스터먼 교수는 “그들은 온실가스를 안정시키고 지구 온난화를 막는 과업이 얼마나 어려운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실상보다 만만하게 볼 것이 틀림 없었다”라는 말을 합니다. 여기서 그들이란, 정책 결정권자를 말합니다. 즉, 공무원과 국회의원들입니다. 스터먼 교수의 우려는 사실이었습니다. 10년의 시간이 흐르는 사이, 정치인들은 고사하고 MIT의 학생들조차 제대로 이해하려 들지 않았습니다. 이런 현상을 개선하기 위해 스터먼 교수와 동료들은 한 가지 컴퓨터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개발했습니다. 이 시뮬레이션을 통해 각국 정부가 자기네 정책이 궁극적으로 지구에 어떤 충격을 가져올 지를 눈으로 볼 수 있게 한 것입니다. C-ROADS (Climate Rapid Overview and Decision Support)라는 이 프로그램은 모든 나라가 서약한 온실가스 감축 분을 즉각 합산해 지구 전체 배출량, 대기 오염 물질 농도, 온도 변화, 해수면 상승 등이 장기적으로 어떻게 변하는지 예측하게 도와줍니다.

IPCC도 2018년에 발표한 ‘지구 온난화 1.5도 특별보고서’를 통해 지구의 온도 상승을 산업화 시대 대비 1.5℃ 이하로 억제하기 위해서는 온실가스 배출을 얼마만큼 줄여야 하는지, 그 시뮬레이션 결과를 보여줬습니다.

이 외에도 가까운 미래에 어떤 일들이 벌어질 지 예측하는 보고서는 어렵지 않게 볼 수 있고, 점점 더 많아지고 있습니다. 호주국립기후복원센터에서 발표한 보고서도 매우 중요한 시뮬레이션 결과를 보여줍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미래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취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제 선택만이 남았습니다. 각종 시뮬레이션 결과는 인류에게 조금 나쁜 길과 아주 나쁜 길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불행하게도 모두에게 좋은 길은 없는 것 같습니다. 지난 100년 동안 아무런 선택을 하지 않고 결정을 미뤘기 때문일 것입니다. 조금 나쁜 길을 따라 가다 보면, 처음에는 약간의 불편이 있겠지만, 곧 새로운 문명의 길, 새로운 네트워크의 조화를 찾게 될 것입니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이 길마저 선택하지 못하거나, 아니면 선택할 수 있는 시간을 놓친다면, 인류는 아주 나쁜 길을 가야합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설명이 있기 때문에, 더 보탤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린뉴딜은 기후위기를 예방하는 자본주의적 정책이다. 경제후퇴를 막고 일자리를 창출하면서 기후위기를 돌파할 수 있다는 희망의 방향을 제시한다. 2030년까지 전력 생산의 100%를 재생에너지화 하여 탄소배출을 45% 줄이면서 일자리를 연간 100만개 이상 만들 수 있다. (출처 : Data for progress : IPCC)
그린뉴딜은 기후위기를 예방하는 자본주의적 정책이다. 경제후퇴를 막고 일자리를 창출하면서 기후위기를 돌파할 수 있다는 희망의 방향을 제시한다. 2030년까지 전력 생산의 100%를 재생에너지화 하여 탄소배출을 45% 줄이면서 일자리를 연간 100만개 이상 만들 수 있다. (출처 : Data for progress : IPCC)

이런 선택을 이끄는 것, 그리고 이 선택에 공감대를 넓히는 일을 가장 잘하는 곳은 정치입니다. 이미 몇몇 정치인들은 매우 혁신적인 제안을 하고 있습니다. 2019년 7월, 미국 민주당의 오카시오-코르테즈 하원의원과 샌더스 상원의원 등은 “기후 비상상황을 예방하거나 대비하고, 미래 세대의 기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국가, 사회, 산업, 그리고 경제의 모든 무게중심을 이동” 시킬 것을 제안했습니다. 이른바 ‘그린 뉴딜’이라고 하는 정책 기획인데, 현재로서는 가장 포괄적인 정책 대안을 담고 있습니다.

아직 미진하지만, 인류에게는 현재의 상황을 분석하고,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지식이 있습니다. 미래 세대를 위한 대안을 도출할 수 있는 도구도 갖추었습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면, 이제 남은 건 선택입니다.

새로운 출발, 9.21 기후행동

우리는 우리의 편리를 위해 자연을 불편하게 하고, 우리의 건강을 위해 자연을 아프게 하고, 그 결과로 뿌연 하늘과 뜨거운 지구, 플라스틱섬을 얻었습니다. 모든 것을 문명이 없는 원시 상태로 돌리자는 말이 아닙니다. 우리에게는 문제를 해결할 대안이 있다는 것입니다. 자가용을 이용해야 한다면, 전기차로 바꿀 수 있고, 텀블러를 들고 다니면서 빨대와 플라스틱 컵의 사용을 줄일 수 있습니다. 비닐봉지를 에코백으로 바꿀 수도 있습니다. 처음엔 약간 불편하지만, 곧 익숙해질 일들입니다. 그리고 이런 약간의 불편함을 감수하겠다는 의지와 노력이, 개인들의 작은 노력이, 미래 세대의 삶을 결정할 것입니다.

9월 23일 뉴욕에서 개최되는 UN 기후변화 정상회의에서 각국의 지도자들이 실효성 있는 대책 수립을 촉구하는 것을 목적으로 전세계 시민들이 거리로 나온다.
9월 23일 뉴욕에서 개최되는 UN 기후변화 정상회의에서 각국의 지도자들이 실효성 있는 대책 수립을 촉구하는 것을 목적으로 전세계 시민들이 거리로 나온다.

그리고 기후행동이 있습니다. 9월 23일 뉴욕에서 벌어지는 기후정상회의에 맞추어 전세계 시민들이 이제 각자의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중구난방으로 흩어져 있던 이 목소리들은 이제 한 방향으로 모아지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불편하더라도 이 상황을 직면하고, 올바른 선택을 하도록 촉구하고 있습니다. 2050년의 인류가 2019년을 돌아보며, 그 때 한 목소리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한 결과, 새로운 문명의 전환이 이루어졌다고 회상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1. Goerner, S. Et al (2015) Regenerative Development: The art and science of creating durably vibrant human networks, Connecticut: Capital Institute

  2. 한겨레, 천종식의 미생물 오디세이, 2019/02/23

  3. 조천호(전국립기상과학원장, 유튜브 강의에서 주장. https://youtu.be/3TFnGq1rIWc)

전병옥

기술마케팅연구소 소장. 고분자화학(석사)과 기술경영학(박사 수료)을 전공. 삼성전자(반도체 설계)에서 근무한 후 이스트만화학과 GE Plastic(SABIC)의 시장개발 APAC 책임자를 역임. 기술의 사회적ㆍ경제적 가치와 녹색기술의 사회적 확산 방법을 연구.


맨위로 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