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토리 한 알에서 시작된 떡갈나무숲 이야기_생태적지혜연구소new

애초에 ‘생태적지혜연구소는 이런 곳이다’라고 정의 내리고 설명하려는 시도 자체가 실수였다. 그것은 우리의 방식이 아니라는 얘기를, 주저리주저리 참 길게도 ‘설명’해 놓았다. 그러니 정의를 정의로 읽지 않고 은유나 비유로 읽기 바란다. 정의하듯이 은유하자면, 우리는 일상에서 느슨하게 암약하는 반역의 무리다. 생태적 지혜, 탈성장으로 향하는 삶의 방식, 정동, 서로 돌보는 관계망, 그리고 느리지만 지속적인 실천을 통해 이 세계의 작동방식을 고장내고, 새롭게 구성하려 한다.

[스피노자의 사랑] ㉖ 우주의 먼지와도 같은 사랑

스피노자의 삶은 눈에 잘 보이지 않지만 진실한 삶, 즉 ‘투명한 삶’의 의미를 보여준다. ‘먼지와도 같은 사랑’이란 작은 친절과 보이지 않는 나눔을 실천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바로 그들을 말한다. 소비적 욕망이 아니라 사랑과 정동이야 말로 공동체를 지탱하는 힘이 되는 것이다. 사랑과 돌봄은 보상을 바라지 않는 ‘순수한 선물’ 같은 것이며, 이런 태도가 삶을 더 단단하고 의미 있게 만든다. 스피노자가 말한 특이성도 ‘지각 불가능하게 되기’도 결국 보일 듯 말 듯 먼지같이 작은 생명을 향해 대가를 바라지 않는 순수한 증여로서의 사랑을 할 때 일어날 수 있는 사건이다.

[진솔한 몸] ② 곰 인형

하루는 언니가 눈을 뜨고 있었다. 침대 위쪽이 올라가 있어 언니가 스스로 앉아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근데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다. 곰 인형 같았다. 곰 인형이 고개를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찬찬히 돌렸다가 다시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 곰 인형이 된 언니를 반겨야 할지 말아야 할지 난감했다. 이전과 달라진 언니와 친해질 용기가 필요했다.

[신승철 2주기 추모(축)제 특집] ④ 다단계의 달인 –신승철

처음에는 웹진 《생태적 지혜》에 글을 기고해 글 쓰는 힘을 기르게 하고, 자신감이 생기면 각종 행사에 참여해 사회나 발제할 기회를 주고, 그 경험이 쌓이면 책을 공동 집필할 수 있는 자리와 강의할 기회를 만들어 주셨습니다. 이것이 북돋움을 통해 주체성 생산을 해내는 신승철 선생님의 다단계 과정이었습니다.

[진솔한 몸] ① 진솔빈

언니는 2023년 6월, 트럭에 치였다. 경사진 어린이 보호구역 횡단보도를 걷고 있던 중이었다. 신호등은 꺼져 있었다. 언니는 ‘식물인간’과 비슷한 상태다. 뇌는 거의 죽었지만, 몸은 살아있다는 뜻이다. 의식이 없는 와중에 눈동자는 흔들린다. 하루 대부분 침대에 누워 있고, 이따금 휠체어에 앉는다. 나는 언니 영혼이 여행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느낀다. 비루하고 아픈 몸을 벗어 던진 채로.

돌봄의 정치: 무엇을 돌볼 것인가?

현재의 질서 안에서 수행되는 생산 노동이 문제적인 자본주의 시스템을 계속해서 유지하고 재생산 노동이 그 문제적인 노동을 계속해서 뒷받침하는 상황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그 (재)생산 노동의 평등한 접근/분배 이전에 노동 자체를 문제화하는 것 아닐까? 그러니 돌봄을 보편화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돌봄의 불평등한 분배만이 아니라 돌봄의 사회적 기능 자체를 문제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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