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노자의 사랑] ㉖ 우주의 먼지와도 같은 사랑new

스피노자의 삶은 눈에 잘 보이지 않지만 진실한 삶, 즉 ‘투명한 삶’의 의미를 보여준다. ‘먼지와도 같은 사랑’이란 작은 친절과 보이지 않는 나눔을 실천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바로 그들을 말한다. 소비적 욕망이 아니라 사랑과 정동이야 말로 공동체를 지탱하는 힘이 되는 것이다. 사랑과 돌봄은 보상을 바라지 않는 ‘순수한 선물’ 같은 것이며, 이런 태도가 삶을 더 단단하고 의미 있게 만든다. 스피노자가 말한 특이성도 ‘지각 불가능하게 되기’도 결국 보일 듯 말 듯 먼지같이 작은 생명을 향해 대가를 바라지 않는 순수한 증여로서의 사랑을 할 때 일어날 수 있는 사건이다.

[진솔한 몸] ② 곰 인형

하루는 언니가 눈을 뜨고 있었다. 침대 위쪽이 올라가 있어 언니가 스스로 앉아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근데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다. 곰 인형 같았다. 곰 인형이 고개를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찬찬히 돌렸다가 다시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 곰 인형이 된 언니를 반겨야 할지 말아야 할지 난감했다. 이전과 달라진 언니와 친해질 용기가 필요했다.

[신승철 2주기 추모(축)제 특집] ④ 다단계의 달인 –신승철

처음에는 웹진 《생태적 지혜》에 글을 기고해 글 쓰는 힘을 기르게 하고, 자신감이 생기면 각종 행사에 참여해 사회나 발제할 기회를 주고, 그 경험이 쌓이면 책을 공동 집필할 수 있는 자리와 강의할 기회를 만들어 주셨습니다. 이것이 북돋움을 통해 주체성 생산을 해내는 신승철 선생님의 다단계 과정이었습니다.

[진솔한 몸] ① 진솔빈

언니는 2023년 6월, 트럭에 치였다. 경사진 어린이 보호구역 횡단보도를 걷고 있던 중이었다. 신호등은 꺼져 있었다. 언니는 ‘식물인간’과 비슷한 상태다. 뇌는 거의 죽었지만, 몸은 살아있다는 뜻이다. 의식이 없는 와중에 눈동자는 흔들린다. 하루 대부분 침대에 누워 있고, 이따금 휠체어에 앉는다. 나는 언니 영혼이 여행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느낀다. 비루하고 아픈 몸을 벗어 던진 채로.

돌봄의 정치: 무엇을 돌볼 것인가?

현재의 질서 안에서 수행되는 생산 노동이 문제적인 자본주의 시스템을 계속해서 유지하고 재생산 노동이 그 문제적인 노동을 계속해서 뒷받침하는 상황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그 (재)생산 노동의 평등한 접근/분배 이전에 노동 자체를 문제화하는 것 아닐까? 그러니 돌봄을 보편화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돌봄의 불평등한 분배만이 아니라 돌봄의 사회적 기능 자체를 문제화해야 한다.

커먼즈와 사회 전환

커먼즈는 다른 무엇보다 ‘우리’를 만드는 일이다. 우리가 어떻게 서로를 돌보며 ‘우리’를 만들어갈 수 있을까? 그 ‘우리’는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을까? 커먼즈는 물론 ‘우리’를 만들어가는 일이지만 ‘우리’에 갇혀서도 안 된다. ‘우리’는 우리의 활동이 만들어낸 균열선을 따라 계속 확장되어야 한다. 이것은 ‘권력으로 세상을 바꾸는’ 것과는 다른 방식으로, 지배 질서를 그 내부에서 ‘오염’시키는 아래로부터의 전략일 것이다.

[새책] 생명의 눈으로 보는 돌봄- 『호모 쿠란스, 돌보는 인간이 온다』

이 책 『호모 쿠란스, 돌보는 인간이 온다: 생명의 눈으로 보는 돌봄과 전환』은 생활 현장에서의 돌봄의 긴급성과 시의성을 간과하지 않되, 현실적이고 단편적이며 사적인 영역의 돌봄 과제에 매몰되지 않고, 돌봄 사회의 도래를 가능케 하는 전환의 기본 철학과 원리로서 자리매김 시킬 것을 제안한다. 다시 말해 돌봄 논의를 공공정책, 사회 서비스, 시장화의 과제로 제한하거나 편향시키는 기능주의적 접근의 분절성과 사사화(私事化), 자본화(資本化)를 넘어서 돌봄의 본질적인 의미를 재확인하는 데서부터 시작한다는 것이다.

집안‘일’을 할 시간 -『애프터 워크』를 읽고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핵가족 중심으로 가족이 재편성되면서 가사 노동은 여성(가정주부)에게 집중되었다. 이처럼 가정주부에게 집중된 가사 노동을 줄이기 위해서는 우선 ‘사회적 조건’이 달라져야 한다. 저자들이 언급하는 사회적 조건이란, 가정 내에서 요구되는 기준의 완화로 가사 노동을 줄이는 한편, 주부에게만 강요되는 노동을 분산하는 젠더 평등을 촉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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