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시대, 새로운 사회 시스템을 준비하자 – 『탄소사회의 종말』을 읽고

『탄소사회의 종말』에서 저자는 지금까지 기후위기에 대한 논의는 주로 과학기술적이고 경제적인 논의를 중심으로 진행되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탄소저감 및 기후적응을 위해서는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체제가 등장할 수밖에 없다. 탈탄소 사회는 기존 시스템을 적당히 개량하는 것, 그 이상이다. 지속가능한 새로운 체제구축을 위하여 지금 당장 우리 사회가 준비해야 할 것과 지속불가능성 해제를 목표로 원칙을 바로 잡는 일을 시작해야 한다.

기후위기의 시대는 이제껏 인류가 겪은 어떤 물리적 급변, 그 이상일 가능성이 크다. 지난 1만 년 간의 역사가 안정적인 기후체계를 바탕으로 펼쳐진 것이었다면 1.5℃를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금세기 어느 시점 이후 인류는 어떤 사회체제 속에서 살아가게 될까? 책 『탄소사회의 종말』의 저자는 그 체제가 어떤 것이라고 말하지 못한다. 저자는 지속가능한 사회의 모습을 말하기보다는 지속불가능성을 어떻게 해제할 수 있을까를 말할 뿐이다. 그래서 1만 년의 역사가 펼쳐졌던 안정적인 기후시대 이후에도 어떻게 하면 인권이 보장되는 사회체제를 유지할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 지금 당장, 어떤 원칙을 가지고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말이다.

기후위기 시대에 폭염이 일상화되는 것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하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그 폭염 속에서 누구도 건강을 잃으면서까지 일을 하지 않는 사회를 만드는 것일 것이다. 폭염 속에서 노동의 실행 여부는 폭염 자체와는 전혀 다른 영역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기후체제에 맞는 인권과 사회 시스템을 고민하자고, 책은 질문을 던지고 있다.

사회가 준비해야 하는 것들

‘기후위기는 과학의 문제가 아니라 권력과 돈의 문제’ - 빌 맥키븐. 권력과 자본의 확대를 위해 여기까지 왔고 이제는 전환을 가로 막고 있다. 기후위기 속 인권과 사회의 전환에 대해 생각해 보자. 『탄소사회의 종말 (인권의 눈으로 기후위기와 팬데믹을 읽다)』 조효제 저, (21세기북스, 2020)
‘기후위기는 과학의 문제가 아니라 권력과 돈의 문제’ – 빌 맥키븐. 권력과 자본의 확대를 위해 여기까지 왔고 이제는 전환을 가로 막고 있다. 기후위기 속 인권과 사회의 전환에 대해 생각해 보자. 『탄소사회의 종말 (인권의 눈으로 기후위기와 팬데믹을 읽다)』 조효제 저, (21세기북스, 2020)

기후위기는 크게 2가지 영역으로 다룬다. 첫 번째가 탄소감축. 두 번째가 적응이다. 탄소감축은 에너지 전환, 탄소포집 장치와 같이 과학기술을 포함한 산업기술이 중심이라면 적응은 보다 포괄적이다. 해수면 상승에 따라 거주지를 이동한다던가, 대규모 제방을 구축하는 적응을 뛰어 넘는다. 재화의 분배방식, 지역의 운영방식, 육류소비와 같은 일상 문화에 이르는 광범위한 변화를 말한다. 본격적인 기후위기 상황에서는 만성적 식량부족을 비롯하여 소비문화를 멈추는 과정에서 ‘금단현상’과 같은 심각한 사회 붕괴에 직면할 수 있다. 최악의 붕괴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한 4가지 사전 준비작업이 요구된다.

첫 번째, 사회적 응집력을 단련시켜 놓는 것이다. 사회적 응집력은 사회를 하나의 덩어리로서 ‘사회집단-공동체’라고 부르려면 반드시 있어야 하는 요소이다. 이를 위해 사회는 현재 진행중인 양극화를 막아야 하며 사회질서, 공정의 가치, 평등의 가치 등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응집력이 약화될 때 불안에 빠진 대중은 혐오와 차별, 메시아적 약속에 빠져들기 쉬우며 극단적 생존 경쟁 속에서 미래보다는 현재의 단기 이익에 집중하게 된다. 기후위기에 따른 미래세대의 생존을 고민할 여유를 잃어버리게 되고 마는 것이다. 따라서 기후위기 예방을 위해서는 응집력 유지가 반드시 요구된다.

두 번째는 정의로운 전환을 시작해야 한다. 각국에서 이미 진행중인 그린뉴딜은 기존의 탄소경제체제에서 탈탄소체제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구조조정의 과정에서 직장을 잃게 되는 노동자와 지역경제를 돌보지 않는다면 생존의 위협은 물론 그들이 전환에 반대하는 정치세력을 적극 지지할 가능성이 커진다. 정의로운 전환은 온실가스를 줄이는 과정에서 피해를 입는 사람의 기본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와 같은 인권의 가치 자체가 기후 행동의 목적이 되어야 한다. 기후위기가 있던 없던 공동체가 추구해야 할 궁극적 목표가 아닐 수 없다.

세 번째는 분쟁과 갈등을 사전에 예방해야 한다. 시리아 사건(2011)을 비롯한 수단, 예멘 등의 지역 분쟁은 이미 시작된 기후갈등의 사례로 알려져 있다. 사막화의 진행, 강수량의 감소에 따라 농업기반이 무너지면서 빈곤국가의 대중들이 난민화되며 사회 및 국가체제 붕괴를 야기했다. 기후위기에 따른 갈등은 예방의 관점에서 관리되어야 한다. 수자원 확보, 식량 확보, 지역강화 등의 사전 예방이 반드시 필요하다.

네 번째는 커뮤니케이션 및 교육 강화이다. 기후위기 상황을 적극적으로 대중들에게 알려야만 사회 전체의 전환을 기대할 수 있다. 과학적 팩트를 제시하는 것보다 대중들의 행동을 이끌어 낼 수 있는 현실적 방법이 강구되어야 한다. 정치이념에 따른 기후 민감도, 가치관, 세대 등을 고려해야 한다. 또한 기후위기 상황의 절망적인 정보로 겁주기식 교육보다는 희망과 구체적인 실천을 중심으로 내용이 구성되어야 한다. 정서적 접근, 기후행동의 롤모델 제시 등 대중 설득의 기술적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 저자는 아이슬란드 빙하 장례식과 같이 대중들에게 울림이 있는 방식의 접근이 효과적이라고 한다.

지속불가능성의 해제를 위해 어떻게 할 것인가?

실존적 리스크는 지구에서 기원한 지성적 생명체의 멸종 혹은 미래를 위한 잠재성을 영구적이고 급격하게 파멸시킬 수 있는 리스크를 말한다. 하지만 실존을 위협하는 객관적인 상황이 왔는데도 사람들은 그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지 모른다. 진짜 위기가 되려면 대다수 사람이 자신의 관점에서 그것을 위기로 간주해야 한다.

위기의 원인을 인류가 탄소를 사용했기 때문이라고 한정 지으면 그 해법도 재생에너지 확대, 전기차 사용 등 탄소만을 도려내는 방식에 국한된다. 기존 체제 속에서의 전환이라고 하여 수평적 전환이라고 말한다. 반면 수직적 전환은 위기의 원인을 무한성장의 자본주의 자체로 설정하고 체제 자체의 근본적 전환을 의미한다. 유엔 지속가능 보고서의 언급과 같이 기존 자본주의 내에서의 개선책으로는 지속가능 사회 체제로의 전환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수평적 전환과 수직적 전환을 함께 병행하며 지속불가능성을 해제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6가지 노력이 필요하다.

첫째, 관점 세우기이다. 전환을 위한 관점을 세워야 하는 이유는 기후위기가 본질적으로 개인이 세상을 이해하는 시각과 실천을 인도하는 윤리관에 기반하기 때문이다. 세계관의 차이에 따라 교통수단을 선택하고 자동차 구입에 영향을 미치게 되듯이 말이다. 관점을 바르게 세우지 않으면 그린뉴딜과 석탄 발전소 건설을 동시에 한다던가, 그린뉴딜이 단지 경제성장의 새로운 동력쯤으로 이해하게 된다. 관점에 반드시 포함되어야할 가치는 미래세대의 생존, 지구생태계, 환경 윤리의식 등이어야 하며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둘째, 미디어의 역할이다. 앞서 커뮤니케이션과 교육의 역할처럼 대중들이 기후행동에 나서기 위해서는 기후위기 대처에 대한 정보전달은 물론 사회적 응집력, 정의로운 전환, 불평등 완화 등이 여론으로 형성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언론은 민주주의와 생명의 편에 서서 이 위기극복에 큰 힘을 보태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셋째, 사회적 역량 강화이다. 기후행동을 가로막는 현실은 과학적 데이터의 불확실성이나 해법의 모호함이 아니다. 탄소체제 하에서 성장한 권력과 대중의식이 문제이다. 전환을 할 수 있는 역량이 필요하며 이는 정신적 물질적 차원에서 함께 작동해야 한다. 그런데 각자도생 사회에서는 사회적 응집력 유지가 어려우며 성장주의적인 자본주의 체제와의 결별이 쉽지 않게 된다. 경쟁이 과열화 되는 사회 현실을 그대로 두고서 미래세대를 위해 현재의 이익을 포기하는 것에 대한 합의는 쉽지 않다. 따라서 복지국가와 기후행동은 함께 가야 한다. 바로 이때 대중들의 아래로 부터의 기후행동이 확산될 것이다.

문학, 예술, TV프로그램 등 모든 분야에서 기후위기와 관련된 언급이 확산되어야 한다. 그래서 맛집과 아파트, 주식, 비트코인을 이야기 하듯 기후에 관해 이야기하는 문화가 뿌리를 내려야 한다. 빙하를 형상화한 독일의 어느 예술 무대. by Stefan Haehnel 출처 : https://images.app.goo.gl/LbYrm3Zq2AycCQYy5
문학, 예술, TV프로그램 등 모든 분야에서 기후위기와 관련된 언급이 확산되어야 한다. 그래서 맛집과 아파트, 주식, 비트코인을 이야기 하듯 기후에 관해 이야기하는 문화가 뿌리를 내려야 한다. 빙하를 형상화한 독일의 어느 예술 무대.
사진 출처 : Stefan Haehnel

넷째, 전환을 위해 젠더 주류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기후위기 상황에서 여성은 더 많은 피해와 더 많은 폭력에의 노출이 예상된다. 코로나 펜데믹 상황에서 확인된 바와 같이 직장에서 먼저 실직 당하게 되며 특히 저소득 국가에서는 물과 뗄감의 확보가 점점 어려워짐에 따라 여성의 건강, 폭력, 인신매매 등의 확률이 더욱 높아진다고 한다. 따라서 젠더에 기반한 정의로운 전환이 필요하며 전환의 문화 전반에 있어서 성별가치와 관점의 균형을 확보해야 한다.

다섯째, 전환을 위한 새로운 인권담론이 확산되어야 한다. 평등, 자유와 같은 인권은 ‘인권 실현의 구조적 조건’이 충족되어야 안정적으로 유지 가능하다. 탄소배출이 지역 갈등, 불평등 심화, 경제적 위기 등의 원인을 야기하는 것이라면, 탄소배출이 곧 인권유린이라는 등식의 성립이 가능해 진다. 뿐만 아니라 인간이 자연 생태를 지배하면 결국 인권 실현의 조건이 파괴된다는 관점에서 인권의 대상 범위가 자연에까지 확장되어야 한다.

여섯째, 민주주의를 더욱 강화하는 것을 바탕으로 전환을 실현해야 한다.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하여 권위주의 정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 있다. 하지만 탈탄소 사회는 대중들의 삶의 문화 전체가 전환해야 하는 문제로서 위로부터의 일방적인 해법으로는 달성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민주주의적 해법을 통해 모두가 현실을 받아드리며 함께 전환을 선택해야 한다. 기후행동과 관련된 민주주의적 실천은 다음과 같다. ① 직접행동, ② 미래세대 참여의 제도적 보장, ③ 기후과학 정책 시민운동, ④ 사회적 대화이다. 특히 사회적 대화는 사회변화의 변곡점을 만들어 나가기 위하여 반드시 필요한 대응 방안이다. 기사-칼럼-토론-토크쇼-연애프로그램-스포츠 중계-심지어 코미디 프로에서도 기후와 관련된 대화를 해야 한다.

죄수의 딜레마를 넘어, 여기가 로드스다!

기후문제는 게임이론 중에 ‘죄수의 딜레마’ 상태라고 말할 수 있다. 한 집단이 비용을 감당하며 기후행동을 실천하는데 다른 집단 또한 행동하리라 어떻게 확신할 수 있을까? 피해는 함께 공유하는데 말이다. 그러나 저자는 다른 방법이 없다고 말하고 있다. 내가 먼저 실천하면 다른 사람도 하겠지, 라고 믿는 수밖에 없다. 자기분야에서 할 수 있는 고유한 방식으로 힘을 보태야 하며 모든 생명은 이어져 있음을 상상하는 근본주의적 관점에서 실천을 찾아내는 수밖에 없다.

두더지

쌍둥이를 낳아 공동육아를 시작했다. 그곳에서는 서로를 별명으로 부른다 하여 나를 상징할 수 있는 동물을 찾다가, 나는 어두운 곳에서 웅크리고 살고 있는 사람 같아 두더지라고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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