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플라스틱 프리 라이프] ① 용기 낼 용기

배달을 시킨 경험이나 가게에서 제공하는 일회용 용기에 포장한 경험은 많아도, 직접 다회용 용기를 들고 식당에 가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하물며 케이크 상자는? 하지만 한 번 용기를 내면 어렵지 않다. 그 경험을 글에 담았다.

여느 집과 마찬가지로, 코로나가 시작된 이후 우리 집은 외식을 거의 하지 않는다. 처음엔 종종 배달을 시켰다. 하지만 배달이 능사는 아니었다. 음식 가격에 비해 배달비가 너무 비쌌다. 비가 오는 날은 배달을 시키기 미안해졌다. 온종일 길에서 위험천만하게 달리는 오토바이들을 보며 죄책감이 들었고, 코앞에 있는 식당에서 음식을 날라 오는 오토바이를 보며 내 음식에 탄소발자국이 얼마나 더해지는 걸까 생각했다. 배달음식을 먹고 식탁을 정리하며 쓰레기의 양을 체감했다. 배달은 편리했지만 우리는 편리함 때문에 많은 것을 외면하고 있었다.

하지만 끼니를 준비할 시간이 없는 날도, 밥을 해 먹기 힘든 날도 분명 있다. 그래서 우리는 포장을 해 오기 시작했다. 다행히 우리 집에서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엔 식당이 많이 있었다. 처음엔 가게에 들어가서 음식을 주문하고 홀에 앉아 기다렸고, 포장이 익숙해진 뒤에는 전화로 주문하고 예상 조리 시간에 맞춰 천천히 걸어갔다. 가게가 아주 바쁘지 않은 시간에 전화로 주문을 하면 배달앱 수수료를 물지 않아 좋으니까. 음식이 식는 게 싫을 때는 보온가방을 가져갔다. 오토바이가 아니라도 따뜻한 음식을 먹을 수 있는 방법은 많다.

배달음식을 먹고 식탁을 정리하며 쓰레기의 양을 체감했다.
사진출처 : Volodymyr Hryshchenko

하지만 가게에서 제공하는 그릇은 대부분 플라스틱이었다. 재활용이 되는 건 피자 상자 정도일까. 어느 날 중국집에서 짜장면을 포장해 오는데 사장님이 한숨을 푹 쉬셨다.

“아유, 이것도 다 돈인데…. 한 번 쓰고 버려지는 게 참 아까워요.”

생각해보니 그랬다. 만듦새가 꽤 좋은, 그러나 여러 번 쓸 수는 없는 플라스틱 그릇. 매일 몇 천 개, 어쩌면 몇만 개의 이런 플라스틱 포장용기가 버려질 것이다. 산더미같이 많은 플라스틱 쓰레기가 눈앞에 생생하게 그려졌다. 단가도 꽤 나갈 텐데, 포장이 부쩍 늘어난 시기에 이것도 부담되실 것이다. 더 나은 방법이 없을까?

그래서 우리는 조금 불편한 방법을 사용하기로 결심했다. 집에 있는 다회용 용기를 가져가는 것. 조금 오래 기다려야 하지만 환경을 위해서는 가장 나은 방법일 것이다. 이 방법이 익숙해지니 카페에서 음료를 테이크아웃할 때도 개인 용기를 가져가기 시작했다.

어느 날은 케이크 상자가 눈에 띄었다. 종이는 재활용이 잘 되는 쓰레기에 속한다고 하지만, 한 번 쓰고 버려지는 상자는 환경에 좋지 않을 것이다. 케이크 상자를 깨끗한 곳에 보관해 두었다가 빵집에 갈 때 챙겨 갔다. 빵집 사장님께서는 우리를 흥미롭게 바라보셨다.

일상 속에서 다회용 용기 사용을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은 이렇게 다양하다. 처음에는 번거롭지만 환경과 우리 모두를 위해 다회용 용기 사용을 일상화하는 것은 어떨까?

김캐롤

싸우는 트랜스남성, 비건, 학교 밖 청소년, 아픈 사람, 퀴어 페미니스트. 연대의 힘을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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