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화가 섞어짓기의 열쇠 – 『동반식물로 가꾸는 텃밭·정원 안내서』를 읽고

『동반식물로 가꾸는 텃밭·정원 안내서』를 통해 접한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무궁무진한 식물의 세계를 정리해보았다. 어떤 식물은 다른 식물의 해충을 막아주고, 어떤 식물을 함께 심으면 더 튼튼한 먹거리를 얻을 수 있고, 어떤 작물은 주변 작물의 잡초를 억제해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식물들은 아주 다양한 방식으로 서로 영향을 주고받기 때문에 식물들이 서로 돕거나 방해하는 방식을 고려하여 전략적으로 식물의 관계를 만들어 내면 긍정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한다.

제시가 월리서 저 『동반식물로 가꾸는 텃밭·정원 안내서』 별난 농부들 옮김, (목수책방, 2023)
제시가 월리서 저 『동반식물로 가꾸는 텃밭·정원 안내서』 별난 농부들 옮김, (목수책방, 2023)

〈도시농부는 기후농부다〉라는 주제로 진행된 농인문학강좌에 참여했다. 퍼머컬처1 디자이너 소란이 진행하는 강의였다. ‘전환마을 은평’의 대표이자 퍼머컬처 활동가인 소란은 전국 20여 곳의 퍼머컬처 공동체와 단체, 텃밭의 농부들이 모여 각자의 활동 모습을 전하며 농사 방법을 넘어 기후위기 시대 삶의 방법으로의 퍼머컬처를 지향한다고 밝히며, 모든 생명의 ‘연결’과 ‘돌봄’을 강조했다. 많은 강의 내용 중 퍼머컬처 숲밭이야기가 무척 인상적이었다. ‘마인드 포레스트 숲밭은 다년생 유실수, 꽃과 허브, 나물류 등을 심어 서로 보완하고 공생하는 먹을 수 있는 정원’이라 하고 한다. 어떤 식물은 다른 식물의 해충을 막아주고, 어떤 식물을 함께 심으면 더 튼튼한 먹거리를 얻을 수 있고, 어떤 작물은 주변 작물의 잡초를 억제해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는 이야기가 기억에 남았다. 식물들은 아주 다양한 방식으로 서로 영향을 주고받기 때문에 식물들이 서로 돕거나 방해하는 방식을 고려하여 전략적으로 식물의 관계를 만들어 내면 긍정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한다.

이런 이야기가 재미있어서 필자의 농사 선생님인 운곡을 만나러 갔다. 운곡은 아직 책으로만 농사를 배우고 있는 필자에게 『동반식물로 가꾸는 텃밭·정원 안내서』를 추천해주었다. 이 글은 『동반식물로 가꾸는 텃밭·정원 안내서』에서 알게 된 내용을 정리해보는 데 의의가 있다. 이 책을 통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무궁무진한 식물의 세계를 배울 수 있었다.

식물들은 자신들의 성장과 번식을 위해, 또는 주변 다른 유기체의 성장과 번식을 방해하기 위해 환경을 변화시키는 능력이 있다. 물론 식물은 주변 환경에 의존적이지만, 교묘한 방식으로 진화해 환경에 대응해 왔다. 어떤 작물은 키가 아주 크게 자라서 그늘을 만들어 다른 작물의 성장을 방해하거나 돕는다. 또는 아주 우람하게 자라 주변 식물들이 물과 양분을 취하기 어렵게 하기도 한다. 식물은 뿌리 삼출액으로 자신이 자라는 토양을 변화시키기도 한다. 토양이 화학적인 상태를 자신이 자라기에는 적당하고 다른 작물이 자라기에는 부적절하게 변화시키는 것이다. 어떤 식물은 다른 작물에 독성이 되는 뿌리 또는 식물 삼출액으로 다른 종의 성장을 방해하여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도 한다. (『동반식물로 가꾸는 텃밭·정원 안내서』 , 37쪽)

서로 영향을 주는 아름다움, 섞어짓기

농부들에게 섞어짓기의 역사는 오래되었다. 하지만 과학적 검증이 부재하다는 이유로 억측에 가까운 민간전승 정도로 치부되었다. 현대의 섞어짓기는 어떤 작물이 어떤 작물의 이웃에서 자라기를 좋아한다는 차원에서 머물지 않는다. 텃밭 생태계를 총체적으로 개선하고 아주 작은 토양 미생물부터 아주 큰 옥수수에 이르기까지, 모든 유기체의 균형잡힌 환경을 조성하는 식생 이웃 관계에 관한 것을 말한다. 예를 들면 작물 A는 작물 B 주위의 잡초를 억제한다거나, 작물 B의 해충을 억제하는 익충들을 A가 유인한다거나 하는 식이다. 식물들은 아주 다양한 방식으로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목적이 먹을거리거나 장식이거나 상관없이 텃밭·정원은 생물다양성, 우수 정화, 탄소 고정 등을 수행하는 생태계다. 기계 수확을 위해 줄을 맞춰 심은 농토와는 달리 텃밭·정원은 섞어짓기에 이상적인 곳이다.

섞어짓기의 다른 이름은 혼작, 간작이다.

혼작: 자연 생태계의 다양성을 반영하여 한 공간에서 여러 종의 작물을 재배하는 농사 체계이다. 병충해가 단일작물의 재배에서처럼 쉽게 만연하지 않도록 환경을 조성한다는 의미가 있다.

간작: 호혜적 결과를 목적으로 한 농토에 다양한 작물을 키우는 행위이다. 작은 텃밭 규모에서는 사이심기를 한다.

섞어짓기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은 단작을 피하라는 것이다. 이는 동반식물 재배의 가장 중요한 측면이다. 대규모 농사를 짓건 텃밭을 가꾸건, 다양화가 열쇠인 셈이다. 성공적인 섞어짓기를 위해서는 농부가 스스로 실행한 결과를 기록하고 평가하는 일이 중요하다. 식물의 건강상태와 작황뿐만 아니라 어떤 일을 했고, 하지 않았는지도 기록해야 한다. 충분히 과학적이지 않더라도 그 기록은 가치가 있다. 식물들의 관계는 무한하며, 연구자들이 그 모든 것을 관찰하거나 연구할 수는 없다. 그러니 농부가 자연의 텃밭에서 유용하게 작용하는 작물관계를 스스로 발견하고 찾아낼 수도 있다. 농부의 다양한 실험과 경험은 아직 발견하지 못한 식물들의 관계를 확장시킬 수 있는 중요한 열쇠인 셈이다.

섞어짓기의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호밀은 모종을 키워 심는 고추, 토마토, 가지 등의 채소를 재배하는 데는 무해하지만 잡초의 발아를 억제하는 약 16가지의 타감물질을 분비한다. 따라서 호밀은 섞어짓기 방식에서 잡초를 억제하는 좋은 작물로 활용된다고 한다. 긍정적인 타감작용2을 위해 재배하는 또 따른 식물은 해바라기, 귀리, 벼, 무, 알팔파(자주개자리)3, 오이 등이 있다.

질소를 만들어 내는 살아 있는 식물을 재배하는 것이 섞어짓기의 또 다른 방법이다. 질소는 모든 식물에게 필요한 3대 영양소 중 하나이다. 질소는 단백질과 엽록소의 중요 구성 성분이며, 잎채소의 성장을 돕는다. 질소를 고정하지 못하는 작물과 콩과식물을 섞어 심으면 매우 유익하다. 토종콩과 완두는 동부, 누에콩, 대두에 비해 훨씬 적은 양의 질소를 고정하지만, 비교적 적은 양의 질소가 필요한 작물들과 섞어 짓는다면 충분히 유용하다.(『동반식물로 가꾸는 텃밭·정원 안내서』 67쪽).

2010년 연구에 따르면 초록 강낭콩이나 노란 강낭콩 같은 덩굴강낭콩을 감자와 함께 심으면 감자 괴경(양분 저장을 위해 팽창된 땅속줄기)을 크게 만든다고 한다. 덩굴강낭콩은 많은 양의 질소를 고정하지는 않지만 그 질소를 주변 작물과 공유하기 때문이다. 이런 동반관계는 감자와 콩을 한 줄 건너 심거나, 하나의 줄이나 구역에 둘을 섞어 심는 것으로 효과를 볼 수 있다. (『동반식물로 가꾸는 텃밭·정원 안내서』 70쪽).

가장 중요한 것은 다양성

작은 텃밭 안에서 다양한 생명들이 서로에게 영향을 주며 안정감 있는 생태계를 이루는 것처럼 인간과 인간이 아닌 존재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균형을 이루기 위해 노력할 수 있는 세계를 상상해 본다.
출처 : Jonathan Kemper
작은 텃밭 안에서 다양한 생명들이 서로에게 영향을 주며 안정감 있는 생태계를 이루는 것처럼 인간과 인간이 아닌 존재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균형을 이루기 위해 노력할 수 있는 세계를 상상해 본다.
출처 : Jonathan Kemper

텃밭·정원은 그곳에 있는 다른 생명의 존재를 인정하고 감사의 마음으로 만들어지고 관리될 때 비로소 예쁜 꽃과 먹을거리가 자라는 곳 이상의 의미가 있다. 농부·정원사는 텃밭·정원이 많은 생물에게 먹을거리, 둥지, 월동을 위한 서식지를 제공할 수 있게 한다. 이처럼 텃밭·정원이 다양한 기능을 할 수 있으려면 식물 다양성이 가장 중요하다. 다양성은 텃밭·정원에 있는 서로 다른 식물 종의 수를 의미한다. 구조적 복합성은 그 식물들의 다양한 생장 습관과 구조를 말한다. 텃밭 정원이 이 두 가지를 염두에 두고 설계되고 가꾸어질 때, 안정성이 뒤따르게 된다. 식생의 다양성과 구조적 복합성은 대체적로 익충과 생물 다양성에 우호적인 환경을 만들고, 벌레와 병균에는 불리한 환경을 조성하게 된다. 다양한 식물을 섞어 심으면 병충해의 피해로 한 종이 피해를 보더라도 상쇄할 여지가 있다. 또한 다양성은 토양의 양분이 고갈되는 것을 막고, 같은 구역에서 더 많은 수분 매개체가 활동할 수 있게 한다. 텃밭 정원의 생물 다양성을 높이는 일은 곧 한층 균형 잡히고 안정적인 환경을 만드는 일이다. (『동반식물로 가꾸는 텃밭·정원 안내서』 49~50쪽)

피복작물은 토양 유기물과 보습력을 높이고, 토양입자가 비옥하고 잘 부스러지는 토양입단(여러 개의 토양입자가 뭉쳐서 이루어진 토양 덩어리)으로 잘 뭉칠 수 있도록 해준다. 또 피복작물이 분해되면 다른 유익한 미생물의 먹이가 되어, 유기물이 작물의 영양분으로 흡수된다. 질소고정을 하는 콩과식물과 바이오매스(유기물 자원)를 제공하는 피복작물(나중에 많은 양의 유기물을 토양에 더해 주는)을 함께 활용할 수도 있다. 가령 겨울 호밀과 크림슨클로버(정명 진홍 토끼풀) 씨앗을 함께 뿌리거나 동부와 메일을 따뜻한 계절용 피복작물로 함께 뿌릴 수 있다(『동반식물로 가꾸는 텃밭·정원 안내서』 59쪽).

귀리는 추운 계절용 피복작물. 영하의 온도에서 죽기 때문에 이른 계절에 식재하거나 추위에 강한 작물(가령 상추, 무, 완두, 브로콜리나 양배추같은 십자화과 식물)을 식재할 때 유용하다.

1년생 메밀은 주키니, 토마토, 가지, 고추 등과 같은 봄작물을 심기 6-8주쯤 전에 뿌리는 따뜻한 계절용 피복작물이다. 적절한 시기에 잘라 줄 수 있도록 충분히 거리를 두고 옥수수 사이에 줄을 맞춰 심을 수도 있다.

겨울 호밀 겨울에 죽지 않는 추운 계절용 피복작물은 가을에 파종하고 이듬해 봄에 자라게 한다. 겨울 호밀의 잔여물은 다른 작물 성장을 억제하는 타감작용을 해서 잡초 억제에 도움을 준다. 호밀을 자른 직후에 심으면 잡초 씨앗들의 발아를 방해하여 모종으로 심는 가지, 호박, 고추, 토마토 등의 여름 작물 재배에 최고로 좋다.(『동반식물로 가꾸는 텃밭·정원 안내서』 ,59-62쪽)

『동반식물로 가꾸는 텃밭·정원 안내서』 는 동반식물을 이용하여 여러 작물을 섞어짓기(혼합재배)하는 방식이 토양을 개선하고 잡초를 억제하여 식물의 성장에 도움을 준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텃밭·정원을 다층적 상호작용이 이루어지는 생태적 정주체계로 인식할 때 식물이 훨씬 건강하고 탄력 있게 자란다고 한다. 작은 텃밭·정원은 아주 작은 생명들에게 안전한 피난처를 제공해준다.

작은 텃밭 안에서 다양한 생명들이 서로에게 영향을 주며 안정감 있는 생태계를 이루는 것처럼 인간과 인간이 아닌 존재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균형을 이루기 위해 노력할 수 있는 세계를 상상해 본다. 지금부터라도 조금씩 노력한다면 다양한 동식물이 인정받고 이해받으며, 인간 중심의 가치에 따른 역할이 아니라 다양한 생명들 스스로의 역할 그대로 이루어지는 세계를 열어갈 수 있을 것이다.


  1. 퍼머컬처(Permarculture)는 자연에서 발견되는 패턴과 관계를 모방해서 지역에서 필요한 주거, 음식, 섬유, 에너지, 문화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삶을 디자인하고 실천하는 철학이자 원리를 말한다. 퍼머컬처는 생태원리를 기반으로 해서 인간이 삶을 영위하기 위한 의식주를 지속가능한 방법으로 얻을 수 있도록 개인, 가족, 지역공동체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출처 : 《서울도시농업》 [떴다 기자단] 2021-11-01 퍼머컬처공동체 수락텃밭 오픈데이… “전국 곳곳에 퍼머컬처 텃밭 생기길”

  2. 다른 물질의 성장을 방해하는 화학물질을 생성하는 식물의 능력을 말한다. 본질적으오 이는 화학적 경쟁의 한 유형이다. 타감물질로 알려진 이 화합물은 식물의 잎, 줄기, 뿌리, 열매 등 어떤 부위에서나 발견된다. (『동반식물로 가꾸는 텃밭·정원 안내서』 , 46쪽)

  3. 정명은 자주개자리이지만 식재료로 사용할 때는 알파파로 많이 사용함(『동반식물로 가꾸는 텃밭·정원 안내서』 , 48쪽)

초록나무

다양한 사람을 만나 진솔한 삶의 이야기를 듣는 것을 좋아합니다. 일상적인 이야기 속에 담긴 삶을 기록해보며 또 다른 삶을 배워가는 과정을 소중하게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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