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들에게 세금을, 지구에게 구원을!”

일찍이 산업화와 식민지 경영에 성공한 국가들의 경제적 성공은 저개발 국가의 자원과 미래세대의 에너지 사용량까지 착취한 결과이다. 기후재앙에서 벗어나기 위해 전 지구적 공감과 연대가 필요하다면 먼저 저개발 국가와 미래세대를 착취하여 이뤄낸 부의 정의로운 분배가 실현되어야 한다. 이러한 정의로운 부의 분배를 위해 시도되는 “삭개오 프로젝트”는 복음서에 나오는 이야기를 모티브로 한다.

삭개오 이야기

삭개오가 일어서서 주님께 말하였다. “주님, 보십시오. 내 소유의 절반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주겠습니다. 또 내가 누구에게서 강제로 빼앗은 것이 있으면, 네 배로 하여 갚아 주겠습니다.”
예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오늘 구원이 이 집에 이르렀다. 이 사람도 아브라함의 자손이다.”

누가복음 19장 8~9
“주님, 보십시오. 내 소유의 절반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주겠습니다.” 사진 출처: Eric Prouzet
“주님, 보십시오. 내 소유의 절반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주겠습니다.”
사진 출처: Eric Prouzet

성경에 따르면 삭개오는 세금을 징수하는 관리들의 책임자였으며 매우 부유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그 당시 이스라엘은 로마의 식민지였고, 로마는 이스라엘 사람을 세금 징수원으로 썼다. 그들은 동족인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세금을 부과해 로마에 바치고 그중 일부는 착복하여 경제적 성공을 이루었다. 삭개오는 바로 그러한 이스라엘 세금 징수원들의 관리자였으므로 그 역시 같은 방법으로 막대한 부를 축적하였다.

그런 그가 예수를 만나고 삶의 전환을 결단했다. 그의 전환은 근본적인 의미에서는 경제적인 부를 향해 설정된 방향의 삶에서 하나님을 향한 삶으로의 전환이었고 실천적으로는 그가 벌어들인 경제적인 부가 착취를 통해 가능했음을 고백하며 자신이 착취한 부를 본래의 주인들에게로 되돌리는 결단이었다. 그는 자신의 소유 절반을 가난한 이들에게 주고 타인에게 착취한 것을 네 배로 갚겠다고 공언한다. 그러자 예수는 이 집에 구원이 이르렀으며 이 사람도 아브라함의 자손이라는 선언으로 삭개오의 결단을 지지하였다.

삭개오 프로젝트

2021년 10월 31일부터 11월 13일까지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가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우에서 개최되었고 세계 197개 회원국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 저감을 위한 대책을 논의했다. 그리고 이 회의의 부대행사로서 하나의 흥미로운 주제의 토론 세션이 마련되었는데, 그 제목은 “부자들에게 세금을, 지구에게 구원을!(Tax th Rich, Save the Planet!)”이었다. 이 세션은 세계교회협의회(WCC), 세계선교협의회(CWM), 루터교연맹(LWF), 세계개혁교회커뮤니온(WCRC), 세계감리교협의회(WMC)의 공동주관으로 진행되었으며 여기서 강조된 것은 ‘삭개오 세금 캠페인’을 통해 기후정의 실현에 이바지하자는 것이었다.

왜 삭개오 프로젝트인가?

첫째, 기후위기는 삶의 방향이 전격적으로 변화되지 않으면 극복될 수 없기 때문이다. 성경의 삭개오는 본래 경제적 부를 목표로 살았다. 그랬던 그가 예수를 만나고 하나님을 향하여 삶의 방향을 재설정하게 된다. 여기서 하나님은 생명과 평화라는 인류 보편의 가치로도 바꾸어 읽을 수 있다.

현재 인류에게 닥친 기후위기는 인류의 욕망이 무한한 경제성장과 부의 축적이라는 단일한 욕망으로 설정된 결과다. 그러므로 경제적인 부의 축적으로 단일화된 인류의 관심이 전격적인 전환을 이루어야 한다. 삭개오 프로젝트 바로 그런 전격적인 삶의 전환이 기후위기 극복의 바탕이라고 확신한다.

둘째, 기후위기의 극복은 기후정의 확립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성경의 삭개오는 타인을 착취함으로써 이룩한 자신의 부를 본래의 주인들에게 네 배로 돌려주겠다고 결단했다. 그러한 그의 결단을 예수님은 그가 구원에 이른 것으로 선언했다.

현재 세계 경제질서는 이른바 1세계로 불리는 국가들이 지배한다. 그러나 그들은 과거 아시아, 아프리카, 아메리카를 식민지로 삼아 자원과 노동력을 착취함으로써 현재 그들의 부를 축적할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그리고 현재 온 인류에게 임박한 기후위기 역시 부유한 국가들의 책임이 절대적인 우위에 있다. 왜냐하면,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1%가 탄소 누적 배출량의 약 15%를 차지하고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50%는 불과 7%의 탄소만 배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후위기를 초래한 책임은 절대적으로 많은 탄소를 배출하는 부유한 국가들에게 있지만, 기후위기로 인한 기후재앙의 직격탄은 가난한 국가들에게 전가되고 있다. 착취하고 착취당하는 불의한 경제 질서와 불평등한 에너지 사용량과 기후위기를 일으킨 자와 피해자가 전도된 상황에서 기후위기로 인한 기후재앙을 인류 전체의 위기로 인식하고 공동으로 대응하자는 제안은 공감을 얻을 수 없을 것이다.

삭개오 세금

“조세정의 없이 기후정의 없고, 기후정의 없이 기후위기 극복 없다는 공감대” 사진 출처: Anne Nygård
https://unsplash.com/photos/OtqaCE_SEMI
“조세정의 없이 기후정의 없고, 기후정의 없이 기후위기 극복 없다는 공감대”
사진 출처: Anne Nygård

성경의 삭개오는 타인을 착취하여 모은 재산의 재분배를 약속함으로써 구원에 이르게 된다. 그리고 아브라함의 자손으로 인정받게 된다. 공통의 운명을 짊어진 형제로서 수용된 것이다. 오늘날 1세계로 불리는 부유한 국가들도 그들이 오늘의 부를 축적하기까지 착취했던 저개발 국가들과 경제적 부의 재분배를 고민해야 한다. 그렇게 된다면 기후위기를 공동의 위기로 인식하자는 그들의 제안은 공감을 얻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기후위기라는 공통의 운명을 함께 극복한 자매와 형제로서 받아들여질 것이다.

그렇다면 부유한 국가와 가난한 국가 사이의 경제적 부의 재분배는 어떤 형태로 가능할 수 있을까? 지난 2022년 8월 31일부터 9월 8일까지 독일의 칼스루에(Karlsruhe)에서 열린 제11차 세계교회협의회에서는 부의 재분배 없이 기후위기 극복을 위해 인류의 공동 대응은 무상한 상상에 불과하다는 것, 그리고 조세정의 없이 기후정의 없고 기후정의 없이 기후위기 극복 없다는 공감대 속에서 이를 위한 구체적인 실천 방안으로 제신된 “삭개오 세금”이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시행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하나, 우리는 점점 더 강력해지는 부의 집중화 현상을 막고 빈곤 퇴치를 위한 공공 지출의 증가를 위해 전 세계적이고 국가적인 차원에서 누진적 재산세 도입을 요구한다.

하나, 우리는 다국적 기업과 부유한 개인들의 탈세와 납세 회피를 근절을 촉구한다.

하나, 우리는 우리의 하나뿐인 지구 행성을 보호하기 위해 다양한 차원에서 환경세와 탄소세의 도입을 시급하게 요구한다.

하나, 우리는 유해한 투기활동을 억제하기 위해 주식, 채권, 통화 및 파생상품의 거래에서 금융거래서의 즉각적인 도입을 촉구한다.

“삭게오 세금” 캠페인의 요구는 실천적인 차원에서는 조세정의를 통해 기후정의를 세우는 것이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경제적 부의 창출과 축적에 온전히 방향 설정된 인류의 단일화된 욕망을 바꾸라는 요구다.

부디 이러한 요구가 먼저 그리스도인들에게 설득력이 있을 수 있기를 그리스도인으로서 기도한다.

김희룡

영등포구 당산동에 있는 성문밖교회의 목사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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