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한답시고”라니?

비거니즘이 이슈가 되는 만큼 몰이해에서 비롯한 비난도 따르고 있다. 비건에 대한 잘못된 비판을, 그리고 그 기저에 있는 생각들을 조목조목 반박하고 파헤쳐 보았다.

최근 환경, 기후 위기, 건강, 동물권 등 각종 이유로 비건이 주목받고 있다. 비거니즘은 식품뿐 아니라 라이프스타일로도 인정받았다. 이러한 사회적 관심 속에서 많은 비건 식품이 생산되었고, 이제 패스트푸드 음식점과 편의점에서도 대체육과 비건 가공식품을 손쉽게 구할 수 있다. 롯데리아가 가장 먼저 식물성 대체육 패티를 사용한 버거를 내놓았고, 버거킹 역시 플랜트 와퍼를 출시했다. 노브랜드 버거는 비건 너겟을, 써브웨이는 대체육 샌드위치를 메뉴에 올렸다. 편의점의 경우에는 CU편의점이 가장 먼저 비건 참치마요 삼각김밥, 비건 전주비빔 삼각김밥, 비건 라구 소스 파스타 등을 내놓았고, 세븐일레븐, GS25, 이마트24 모두 대체육이 포함된 간편식이 하나쯤은 있다.1

비건 식당이 없다시피 한 동네에 사는 나로서는 이런 식물성 대체육 메뉴 출시가 가뭄의 단비 같기만 하다. 선택지가 조금씩 생긴다는 건 언제나 좋은 일이니까. 그런데 어떤 이들은 대체육을 먹는 것이 건강하지 않음으로 비건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다고 말하고, 대체육은 탄소발자국이 많이 나와 환경적으로 좋지 않음으로 비건은 틀렸다고 말한다.

이 모든 질문은 비건에 대한 몰이해에서 시작된다. 우리는 왜 비거니즘을 실천하는가? 사람마다 그 까닭은 다르다. 어떤 사람은 공장식 축산과 도살에 반대해서, 어떤 사람은 건강을 위해서, 어떤 사람은 동물의 권리를 생각해서, 어떤 사람은 환경과 기후 위기를 생각해서 비건이 되었다. 이 문제들은 서로 맞닿아 있고, 이 중 복수의 이유로 비건을 실천하는 사람도 굉장히 많지만, 단 한 가지 이유만으로 비거니즘을 선택한 사람도 많이 있다. 기후 위기를 늦출 수 있거나 동물권이 신장한다면 건강은 중요치 않은 사람도 많이 있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비건 버거가 논비건 버거에 비해 칼로리와 나트륨 함량도 높은데 비싸기까지 한 것을 보며 복잡한 생각이 들었다는 모 웹툰을 보며, 아직도 사람들은 비건에 대해 잘 모른다는 걸 깨달았다. 가격이 비싸도 비건이라는 이유로 구매할 사람이 있기 때문에 비싼 가격이 책정된 것이다. 물론 저렴해지면 좋겠지만, 롯데리아에 가서 먹을 것이 생겼다는 점만으로도 높은 가격을 감당할 만큼 매력적이라는 뜻이다. 비건 버거가 논비건 버거보다 칼로리와 나트륨 함량이 낮아야 할 이유도 딱히 없다. 비건 식품은 다이어트 식품이 아니니까! 비건이든 아니든, 버거는 버거다. 누가 버거를 건강해지려고 먹을까. 비건이 추구하는 건강은 칼로리와 나트륨과 상관없는 경우도 많다. 동물성 식품에 생물 농축된 중금속, 소나 돼지에게 투여하는 성장촉진제나 항생제 등을 간접 섭취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비건을 선택하기도 한다.

현재 가장 대표적인 대체육 중 하나인 임파서블 버거는 같은 무게의 쇠고기 버거 패티와 비교해 물을 87% 덜 사용하고, 생산 과정에서 온실가스를 89% 덜 배출한다. 
사진 출처 : Grooveland Desig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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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가장 대표적인 대체육 중 하나인 임파서블 버거는 같은 무게의 쇠고기 버거 패티와 비교해 물을 87% 덜 사용하고, 생산 과정에서 온실가스를 89% 덜 배출한다.
사진 출처 : Grooveland Designs

대체육은 탄소발자국이 많이 나올까? 물론 가공 과정을 거치므로 1kg의 콩을 생산할 때보다 1kg의 콩고기를 생산할 때 이산화탄소는 더 많이 배출된다. 그럼 비건은 잘못된 신념이고 고기를 먹는 것이 나을까? 그렇지 않다. 현재 가장 대표적인 대체육 중 하나인 임파서블 버거는 같은 무게의 쇠고기 버거 패티와 비교해 물을 87% 덜 사용하고, 생산 과정에서 온실가스를 89% 덜 배출한다. 일반적인 요거트 100g을 만드는 데엔 77L의 물이 필요하지만, 같은 양의 식물성 요거트인 비거트를 만드는 데는 4.5L의 물이 필요하다. 이번에 국내에 새로 출시된 달걀 대체품 저스트에그는 녹두로 만드는데, 동량의 달걀보다 물을 98% 덜 사용하고, 온실가스는 93% 덜 배출한다. 아무리 봐도 비건 식품이 탄소발자국도, 물 소비량도 적다.

모두가 당장 비건을 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많은 이들은 비건을 오해하고 있고, 어떻게든 고기 먹는 것을 정당화하려 애쓴다는 점을 명확히 짚고 싶다. 아마도 생명을 죽여서 섭취하는 것에 약간의 가책을 느끼기 때문 아닐까. 나는 그들이 그 가책을 받아들였으면 좋겠다. 그게 시작이니까. 그리고 논비건 식품 섭취를 줄여나가기를 바란다. 지구와 동물과 사람을 위해 노력하는 비건을 비난하는 대신.


  1. 버거킹과 써브웨이는 일시적 판매 후 현재는 판매하지 않고 있다.

김캐롤

싸우는 트랜스남성, 비건, 학교 밖 청소년, 아픈 사람, 퀴어 페미니스트. 연대의 힘을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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