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정치

생명정치의 특징은 억압하고 통제하고 착취하던 고압적이고 강권을 갖던 권력의 이미지가 아니라, 체제 내부에서 잘 살도록 하는 권력의 이미지가 등장했다는 점이다. 현존문명과 현존체제에 대해서 문제제기하거나 저항하지 못하고 야성성과 자율성을 거세당한 채 문명이 주는 달콤한 떡고물에 취해 버린다. 생명정치 단계에서의 외부는 혐오되고 차별되고 배제되는데, 그 대상은 제 3세계 민중, 난민, 이주민, 다른 지역 사람들, 소수자, 생명, 자연 등이 될 수 있다.

현대사회의 생명정치의 양상은 사실상 권력의 작동과 기능, 배치, 역할이 바뀌던 시대적인 상황과도 긴밀한 관련을 갖는다. 이러한 미시권력의 정치양상을 3단계로 분류해보자면, ① 먼저 봉건제의 경우는 군주가 신민들의 생살여탈권을 가지고 있으며, 공개처형과 같은 잔혹한 방식으로 처벌하는 것이 일상화된 시대이다. 이 시기 동안 살아가는 사람들은 자신의 삶을 잠시 사형이 집행 유예된 삶으로써 느끼며 두려움과 공포에 예속된다.

법원서기 르 브르통씨는 여러 번 사형수에게 가까이 다가가서 마지막으로 할 말이 없는지 물었다. 사형수는 없다고 대답했다. 그는 지옥에 떨어진 사람처럼 비명을 질러댔는데, 고문을 당할 때마다 ”용서해 주십시오, 하나님! 용서해 주십시오, 주님!“하고 외치는 그의 모습은 더 이상 달리 묘사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는 그 모든 고통을 당하면서 대담하게 자주 머리를 들어서 자기의 몸을 바라보았다. 1

② 훈육사회의 경우는 “죽일 수도 있으니, 열심히 살라”는 체제이며, 훈육과 규율, 체벌, 노동훈화 등 죽이지는 않지만, 죽을 수도 있다는 위협과 처벌의 공포 속에서 살아가는 체제이다. 여기서 근대화과정에서 마주쳤던 사회유형은 대부분 훈육사회의 모형을 따르고 있었다. 시설, 감옥, 병원, 군대 등에서 마주쳤던 관리=관료형 국가와 훈육적 감독관의 유형은 우리의 뇌리에도 남아 있다.

작업장, 학교, 군대에서는 이러한 미시적 형벌제도가 만연되어 있었다. 그리하여 시간(지각, 결석, 일의 중단), 활동(부주의, 태만, 열의부족), 품행(버릇없음, 반항), 말투(잡담, 무례함), 신체(단정치 못한 자세, 부적절한 몸짓, 불결), 성의 표현(저속함, 추잡함) 등이 처벌의 사항이었다.2

마지막으로 ③ 통제사회의 경우는 생명정치 단계라 일컬어지며, 체제 내부에서는 자기계발, 웰빙, 힐링, 심리치료, 정신분석, 미디어, 문화생활 등 자기연마를 하면서 잘 살도록 하지만, 체제 외부는 죽든 살든 내버려두는 체제이다. 이러한 통제사회의 생명정치 양상의 배치는 조르조 아감벤(Giorgio Agamben)의 구도에서처럼 ‘장치(Apparatus)’일 수 있으며, 체제의 외부로 간주된 영역은 배제된 자, 추방된 자, 열외자, 생명만 유지되는 자는 ‘호모사케르’(Homo Sacer)라고 불리는 난민이나 이주민일 수 있다.

반대로 이런 지평에서는 차이의 체계가 최적화되는 사회, 변동하는 절차에 그 장[영역]이 자유롭게 열려 있는 사회, 개인들이나 소수자들의 실천에 관용을 보이는 사회, 게임 참가자들과 관련해서가 아니라 게임의 규칙들과 관련해 작용하는 사회, 마지막으로 개인을 내적으로 종속화하는 유형의 개입이 아니라 환경적 유형의 개입이 행해지는 사회의 이미지, 관련, 주체-프로그램으로 나타납니다. 3

생명정치 단계에서의 외부는 혐오되고 차별되고 배제되는데, 그 대상은 제 3세계 민중, 난민, 이주민, 다른 지역 사람들, 소수자, 생명, 자연 등이 될 수 있다. 생명정치의 특징은 억압하고 통제하고 착취하던 고압적이고 강권을 갖던 권력의 이미지가 아니라, 체제 내부에서 잘 살도록 하는 권력의 이미지가 등장했다는 점이다. 삶의 방식 또한 문명 내부로 머무르도록 미디어, 심리치료, 정신분석, 인터넷, 스포츠, 게임 등의 색다른 장치들이 동원된다. 마치 텔레비전 앞에서 꾸벅꾸벅 졸음이 오는 것과 같은 부드럽고 달콤한 체제의 메시지들이 사람들을 순응시키고 보이지 않게 통제한다. 어떤 사람도 현존문명과 현존체제에 대해서 문제제기하거나 저항하지 못하고 야성성과 자율성을 거세당한 채 문명이 주는 달콤한 떡고물에 취해 버린다.

그러나 이렇게 잘 살게 해주는데 무슨 문제냐고 반문하는 권력자도 있겠지만, 현존 문명의 생명정치의 이면에는 엄청난 현실이 숨어 있다. 제 3세계에서의 한 해 600만 명에 달하는 기아사망자와, 시리아 등의 분쟁지역에서 유럽 각지로 쏟아져 들어간 500~700만 명에 달하는 난민의 열악한 상황이 그것이다. 그러나 생명정치는 문명 내부, 체제 내부에 대해서 부드러운 억압과 달콤한 메시지를 주었던 것과는 달리, 외부라고 식별된 난민이나 제 3세계 사람들에 대해서는 철저히 배제하고 분리하려고 한다. 즉, 제 3세계 사람들에게는 기아구호나 개발원조는 해주지만, 제 1세계에 와서 함께 공존하며 사는 것은 결코 용납할 수 없는 것이 그것이다. 그것이 생명정치의 빛과 그림자이다.

  1. 미쉘 푸코, 오생근 옮김 『감시와 처별』, 나남, 2007, p25

  2. 같은 책, p281

  3. 미쉘 푸코, 『생명관리 정치의 탄생』(2012, 난장) p365

이 글은 신승철 저, 「생명정치의 관점에 본 오염과 재생」 『오늘의 문예비평』(2018, 겨울)에 수록된 글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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