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디로 향해야 하나?

코로나와 환경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코로나 시대, 우리는 어디로 향해야 할까요? 코로나는 기후변화와 무슨 연관이 있을까요? 개인적 실천으로 과연 충분한가요?

얼마 전 있었던 대통령 선거를 기억하십니까? 저는 투표권이 없어 참여하지는 못했으나 SNS에서, 주변 사람의 이야기에서, 뉴스 기사에서 한 가지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비닐장갑을 꼈더군요. 코로나의 확산을 막기 위해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합니다. 최대 8800만 짝의 비닐장갑이 버려졌으리라 추산한답니다. 비닐이 썩기까지는 500년이 넘게 걸리기도 합니다. 이 비닐장갑은 다 어디로 갔을까요.

지난 2년 동안 우리가 버린 마스크들은 다 어디 있을까? 사진출처 : Jens Ma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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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년 동안 우리가 버린 마스크들은 다 어디 있을까? 사진출처 : Jens Maes

어디 비닐장갑뿐이겠습니까. 외출할 때 마스크를 쓴 지 2년이 훌쩍 넘었네요. 이거 다 플라스틱으로 만든다는데, 버려진 마스크는 어떻게 되는지 참 궁금합니다. 여러 번 쓸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외출할 때마다 써야 하니 이때까지 우리가 사용한 마스크의 수가 어마어마했을 게 틀림없는데요.

외식을 마지막으로 한 것은 언제입니까. 기억이 나지 않네요. 그렇지만 배달과 포장으로 바깥 음식을 많이 사 먹기는 했어요. 플라스틱 용기, 일회용 수저, 비닐에 담긴 단무지, 간장, 모든 걸 담아서 건네는 비닐봉지. 그 어느 때보다 거리에는 배달 오토바이가 많이 보입니다. 오토바이가 내뿜는 온실가스는 어디로 가지요.

이뿐이겠습니까. 코로나 검사키트, 의료인의 방호복, 수많은 의료폐기물. 카페에서는 한때 개인 텀블러 사용이 금지되고 일회용 플라스틱 컵만을 사용하기도 했지요. 우리가 생태계를 망치고 있다는 사실은 확실하네요.

그래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개인적 노력을 살펴봅시다. 텀블러와 포장 용기 챙겨 다니기? 과연 이걸로 우리가 팬데믹 기간 동안 만드는 쓰레기의 양을 유의미하게 줄일 수 있을까요. 마스크를 안 쓰고 외출을 할 수는 없습니다. 외출을 안 할 수도 없을 테고요. 개인적 노력으로는 충분치 않습니다.

이 모든 문제의 원인으로 눈을 돌려봅시다. 팬데믹은 왜 발생했죠? 이 감염병은 어떻게 발생했고 왜 다른 시대의 감염병과 다른가요? 전문가들은 인간의 활동과 그로 인한 기후 변화를 코로나19의 직간접적 원인으로 꼽습니다. 인간의 활동이 배출한 온실가스로 지구 온난화가 가속화되었습니다. 평균 기온이 높아지면서 물의 순환 양상이 달라졌습니다. 증발이 쉬워지면서 더 많은 물이 증발했고 이전과 다른 곳에 비나 눈으로 내리면서 산불, 사막화, 폭우, 폭설 등 여려 기후 재난을 빚었습니다. 문제는 이런 기후 재난이 인간 외의 다른 생물에게도 영향을 미쳤다는 점입니다. 야생동물이 살 곳을 찾아 서식지를 옮기는데, 이 과정에서 인간의 활동 영역과 그들의 서식지가 많이 겹쳐집니다. 또 다른 서식지 겹침의 요인으로는 인간의 활동 영역 확대가 있습니다. 이렇게 사람과 동물이 함께 사는 영역이 늘어나면서 사람과 동물의 접촉 기회가 늘고, 야생동물이 매개체가 되는 전염병이 번지기 쉬워집니다. 실제로 코로나19 역시 기온 상승과 인간의 활동 범위 확장으로 박쥐와 인간의 영역이 겹쳐지면서 박쥐에게서 옮았을 것이라는 가설이 제기되어 왔습니다.

이 전염병이 과거의 전염병과 다르게 전 세계로 번지고, 끝이 보이지 않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유럽의 중세에 번졌던 흑사병은 유럽 인구의 1/3을 죽였지만 다른 지역의 사람들은 멀쩡했는데 말이죠. 지금 우리 시대는 세계가 하나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한나절 안에 도착할 수 없는 곳이 없습니다. 어디서 전염병이 발생하든 전 인류가 영향을 받습니다. 그렇기에 코로나가 끝난다고 해도, 또 다른 질병이 등장해서 팬데믹이 발생할 가능성은 충분합니다.

그래서 이제, 인간만이 아닌 생태계 전체를 고려해야 할 때입니다. 인간의 활동으로 촉발된 기후 위기가 부메랑처럼 돌아와 우리를 위협함을 몸소 느끼지 않았습니까. 앞으로 우리는 두 가지 키워드를 명심해야 합니다. 탈성장과 재생 에너지입니다. 먼저, 성장 위주의 경제를 멈추고, 무분별한 개발과 소비, 활동 영역 확장 대신 환경과 함께, 느리게 살아가는 방법을 모색해야 합니다. 그리고 석탄과 천연가스에 의존하는 대신, 재생 에너지를 사용해야 합니다.

한국의 전력 생산 68%가 화석연료 기반입니다. 재생 에너지는 7.6%, 매우 낮습니다. 현 행정부는 분명 재생에너지 위주의 전력 생산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러나 무엇이 바뀌었습니까.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바꾸어야 할 때입니다. 우리는 팬데믹에 신속하고도 효과적으로 대처했습니다. 그러나 어째서 근본적인 원인, 기후위기와 에너지 문제에는 그러한 모습을 보이지 않습니까?

김캐롤

싸우는 트랜스남성, 비건, 학교 밖 청소년, 아픈 사람, 퀴어 페미니스트. 연대의 힘을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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