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리관은 기술과 함께 변화한다 -『무엇이 옳은가』를 읽고

저자는 어떻게 과학기술이 우리 사회와 경제 그리고 정치 구조를 변화시키는지 분석하고 있다. 대부분의 과학 관련 책들은 과학기술이 현대사회에 미친 영향을 환경, 오염, 생활들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이 책에서는 우리 인류가 지금까지 가지고 온 윤리관 역시 과학기술의 발달과 함께 진화해 왔다.

우리는 흔히 현대의 문명을 과학 문명 시대라고 말하는데, 『무엇이 옳은가』(세계사, 2022)의 저자 후안 엔리케스(Juan Enríquez)는 어떻게 과학기술이 우리 사회와 경제 그리고 정치 구조를 변화시키는지 분석하고 있다. 대부분의 과학 관련 책들은 과학기술이 현대사회에 미친 영향을 환경, 오염, 생활들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이 책에서는 우리 인류가 지금까지 가지고 온 윤리관 역시 과학기술의 발달과 함께 진화해 왔다는 참신한 주장을 한다.

“여러 가지가 개선됨에 따라 윤리 역시 시간의 흐름 속에서 변한다. 윤리적 변화를 급격하게 추동하는 큰 동력 중 하나는 기술이다. 기술은 옳고 그름에 대한 우리의 관념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대안을 제공한다.”

후안 엔리케스 저, 『무엇이 옳은가』(세계사, 2022)

최근 기후 위기로 인한 지구 온난화로 생태계가 위협을 받고 있다. 그에 따른 대안으로 청정에너지인 태양 에너지가 거론되고 있으나, 가격이 화석연료보다 비싸서 활용도가 떨어졌었다. 하지만 미래에 기술의 발전으로 태양 에너지 가격이 기하급수적으로 떨어져 화석 연료를 더 많이 대체한다면 우리의 윤리적 기준은 더 나은 수준으로 이동할 것이며 이처럼 기술은 우리의 윤리관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기술의 발전으로 과거부터 해왔던 일들이 다른 대안으로 한결 쉽게 대체되면 후손들은 우리가 했던 일들을 혹독하게 비판할 것이다. 과거에는 그 대안을 선택하기가 얼마나 어렵고 또 많은 비용이 드는지에 대해선 잊어버린 채 말이다.”

또한, 경제적인 발전이 윤리관을 바꿀 수 있다고도 말한다. 즉 경제적 여유만 있다면 고통당하는 사람들을 도와주거나 많은 사람이 잘못된 것이라고 알고 있는 무언가를 바꾸는 일이 훨씬 쉬워진다. 또한 ‘더 빠르게, 더 싸게’라는 의식이 주도하는 곳에서는 근본적인 윤리적 변동이 나타날 가능성이 훨씬 높아지지만, 생산성이 떨어지는 곳에서는 비윤리적인 행동을 오랜 세월 동안 계속해서 용인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처럼 우리의 윤리관은 고정불변하는 것이 아니라 과학기술의 발달을 포함한 시대적 상황에 따라 변할 수 있기에 미래세대의 시각에서도 현재의 윤리관을 돌아보고 미래에 대비해야 한다. 최근에 발생한 팬데믹에서 우리가 얻은 교훈이 있다면, 대재앙 앞에서 인류는 속수무책이었다는 것이다. 오기 전부터 전조는 있었고, 바이러스가 퍼지는 것을 어느 정도 억제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 역시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이것을 모두 놓쳐버렸고 그에 따른 결과는 상상을 초월했다. 우리 앞에는 또 다른 대재앙이 기다리고 있는데 바로 기후 변화다. 저자의 주장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는 기후변화가 몰고 올 충격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이 재앙은 이제 우리의 코 앞에까지 다다랐다고 한다. 이처럼 코로나 팬데믹은 우리에게 중요한 것의 우선순위를 다시 설정하라는 메시지를 주었다. 우리가 가장 우선순위에 두어야 할 것은 바로 기후변화에 어떻게든 대처하는 것이리라. 그런데도 선진국을 선두로 각국에서는 남의 집 불구경하듯이 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모습을 미래의 자손들이 역사책을 통해 접할 때 과연 우리의 윤리관을 어떻게 비난할지 불을 보듯 뻔하지 않은가.

기후변화라는 대재앙이 이제 우리의 코 앞에까지 다다랐다. 사진: Jason Leung

역사적으로 우리의 인류사를 돌이켜보면 지금으로써는 납득하기 어려운 비윤리적인 행위들이 빈번히 자행되어 왔었다. 사랑과 관용을 핵심으로 하는 종교는 다른 종교에 대해서는 배타적 태도로 전쟁보다 더 많은 희생자를 만들었었다. 또한 과거의 노예제도는 또 얼마나 비윤리적인 행위였나? 그런데도 우리 인류는 수백 년 동안 숱한 시행착오를 겪으면서도 더 윤리적이고 더 따뜻한 세상을 만들어왔고 앞으로도 더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이처럼 지금 우리의 윤리관은 완벽한 것이 아닐 수도 있기에, 타인이나 과거를 판단할 때는 관대함. 공감. 겸손함, 연민, 진실함 등을 가지고 판단해야만 한다.

우리는 자신이 틀릴 수도 있기 때문에 지금보다 옳게 판단하는 확률을 높이기 위해서 공부하며 지혜를 쌓는 것이다. 자신의 관념을 강하게 굳히기 위해서 하는 공부는 지적 만족을 동반하는 아집만을 키우는 위험한 발상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이환성

공학계 앤지니어로 10여년간 인간중심주의가 지배하는 현장에서 근무하면서 인문학에 목말라했다. 지금은 현장을 떠나 자유로이 독서와 함께 인문학에 빠져 있으며 철학과 공동체에 관심을 갖고 다른 삶을 모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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