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각이 필요한 이유 – 『시간과 물에 대하여』를 읽고

환경 재난이 임박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대인들은 지구 온난화나 지구 위기 등의 단어에 무감각하다. 또한 사람들은 신문과 책을 통하여 세상을 이해하고 있다고 믿으며 지구온난화 같은 단어들은 대수롭지 않게 들어 넘기면서 훨씬 사소한 단어들에는 쉽게 발끈한다. 즉 온난화, 해수면 상승 산성화 같은 단어들은 침략, 화재, 중독과 달리 의미 있는 반응을 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아이슬란드의 작가이며 환경운동가이기도 한 저자는, 자신의 할아버지의 어린 시절의 사진을 통한 가족사와 광활한 아이슬란드의 대자연, 그리고 65년 전 자기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결혼식을 올린 후 빙하 탐사반에 합류하여 거대한 빙하 앞에서 찍은 사진을 보여준다. 그로부터 시간이 흘러 아이슬란드의 빙하를 포함한 자연풍경은 지구 온난화로 인하여 급변했다. 이처럼 환경 재난이 임박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대인들은 지구 온난화나 지구 위기 등의 단어에 무감각하며 기후 문제를 논하는 회의에 참석한 저자 자신의 참담한 경험담을 이야기한다.

세상은 의식수준만큼 변한다

안드리 스나미르 마그나손 저 『시간과 물에 대하여』 (북하우스, 2020)

“전문가들이 단상에 차례로 올랐다. 해양생물학자는 해수 산성화와 바닷새 전멸에 대해 이야기했다. 빙하학자는 빙하 해빙에 대해, 생태학자는 지구 식생 감소와 지하수 우위 하강, 임박한 물 부족의 결과에 대해 이야기했다. 발표가 끝나자 사람들은 삼삼오오 모여 이런저런 담소를 나누다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집으로 돌아갔다. 어쩌면 우리는 개인 자격으로는 세상을 이해하지 않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면서 저자는 학자들의 아이러니를 지적한다.

“자연과학자들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지 않는다면 세상이 곤경에 처할 것이라고 단호히 말하고 있다. 하지만 똑같은 대학에서 경영학, 마케팅, 공학 교수들은 전 세계 제조업을 정반대 방향으로 몰아가고 있다. 그들은 경제성장과 소비 증가를 긍정적 신호로 예측한다.”

이것이 바로 우리 현대인들의 의식의 수준이며, 사람들은 신문과 책을 통하여 세상을 이해하고 있다고 믿으며 지구온난화 같은 단어들은 대수롭지 않게 들어 넘기면서 훨씬 사소한 단어들에는 쉽게 발끈한다고 말한다. 즉 온난화, 해수면 상승 산성화 같은 단어들은 침략, 화재, 중독과 달리 의미 있는 반응을 끌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예를 저자는 아이슬란드 역사를 소개하면서 비슷한 상황을 설명한다.

1809년에 혁명가인 예르겐 예르겐센은 덴마크로부터 독립을 쟁취하기 위해 자유와 독립을 위한 혁명을 부추겼었다. 하지만 당시의 절대 다수 아이슬란드 민중은 ‘자유’와 ‘독립’이 무슨 의미인지조차 인식하지 못했다고 한다. 이에 혁명가인 예르겐센은 당시의 아이슬란드인들의 냉대에 낙담했다고 한다. 결국 아이슬란드는 덴마크로부터 1944년에야 완전히 독립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처럼 현재 논하고 있는 ‘지구 환경’, ‘온난화’도 마찬가지 수순을 밟고 있지는 않는지 하는 의구심이 생긴다는 것이다. 차이점이 있다면 ‘온난화’ 해결에는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라고 말한다.

세상은 올바른 방향으로 갈 수 있다

환경운동가로 활동하는 저자에게 영향을 준 이는 저자의 외삼촌이었다고 한다. 외삼촌은 파충류 연구가로 특히 멸종 위기의 악어에 많은 관심 있었고, 자연계의 상호 의존성을 조카인 저자에게 가르쳐 주었다. 즉 악어는 생태계의 일부로 살아가면서 자연으로부터 아무것도 빼앗지 않으며, 영양소와 원료를 순환시키고 서식처를 보호하는데도 불구하고 악어가 왜 멸종 위기에 놓였을까? 이것은 바로 인간의 걷잡을 수 없는 소비 욕망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런데도 저자는 외삼촌으로부터 우리가 세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 수 있다는 긍정성을 배웠다고 말한다. 즉 우리의 지식과 경험을 올바르게 사용한다면 지금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지구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바로 ‘협력’이며, 우리는 전과 다르게 생각하고 행동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러면서도 개개인의 자가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가장 중대한 해결책은 정부의 주도, 국제협력이 어우러져야만 달성될 수 있다고 말한다. 따라서 우리가 환경뿐만 아니라 정치에도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지난 몇 년 간 우리는 코로나 위기에 슬기롭게 대처하였으며, 이때 평상시에는 바꾸기 힘들었던 생활 습관까지도 과감히 바꾸는 행동을 보여주었다. 만약 지금의 지구 위기가 심각하다는 자각을 한다면 우리는 지금까지 실천하지 못한 생활 습관의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본다.

이환성

공학계 앤지니어로 10여년간 인간중심주의가 지배하는 현장에서 근무하면서 인문학에 목말라했다. 지금은 현장을 떠나 자유로이 독서와 함께 인문학에 빠져 있으며 철학과 공동체에 관심을 갖고 다른 삶을 모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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