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을 위해 기본 소득 모색하기-『모두를 위한 분배』를 읽고

인류가 생태계와 공생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자본주의 체제를 극복할 필요가 있다. 지금 자본주의 체제의 대안으로 모색으로 국민 모두가 최저한도의 생계를 유지하도록 공공부조를 국민 모두에게 적용하는 정책이 필요하며 이것이 바로 기본소득제도이다.

전 인류의 공유물인 자연을 착취해서 경제 성장만을 추구해 온 자본주의는 환경오염을 일으키고, 인간을 생산을 위한 노예로 전락시키는 만행을 저지르고 있다. 자본주의 체제는 생태계뿐만 아니라 인간을 철저하게 소외시키며 현재에 이르렀다. 하지만 지금까지 번영해 온 자본주의 체제는 생태계 파괴로 인해 급증한 자연재해와 인공지능이 발달함에 따라 탈 노동 사회로의 전환으로 인한 소비 위축으로 커다란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따라서 인류가 생태계와 공생하기 위해서라도 현재의 자본주의 체제를 극복할 필요가 있다. 지금 자본주의 체제의 대안으로 국민 모두가 최저한도의 생계를 유지하도록 공공부조를 국민 모두에게 적용하는 정책이 모색되고 있는데 이것이 바로 “기본소득제도”이다. 기본소득은 수입의 수준에 따라서가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무조건 최저한의 생활을 하는 데 필요한 돈을 일률적으로 지급하는 제도를 말한다.

이노우에 도모히로 저,『모두를 위한 분배』(여문책, 2019)

이러한 기본소득은 최근에 만들어진 개념이 아니다. 18세기 유럽에서부터 시작된 오랜 발상으로서, 현재까지 도입된 적이 없으나 최근에 폭주하는 자본주의를 제어하기 위한 목적으로 기본소득을 도입하려는 운동이 유럽을 중심으로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 또한 국지적으로 기본소득을 적용한 곳도 있었는데 그 효과는 기대 이상이었다고 한다. 1974년 캐나다의 도핀이라는 마을에서 실시한 기본소득에 관한 실험에서는 가정폭력이 감소하고, 육아휴직 기간이 길어지는 것을 확인했다. 그뿐만 아니라 주민의 정신건강이 개선되고, 교통사고가 감소하며, 질병과 부상에 따른 입원 기간이 대폭 줄어들고, 학생의 학업성적이 향상하는 뜻밖의 효과도 나타났다. 아마도 기본소득 덕에 마음의 여유가 모든 방면에 걸쳐 바람직한 파급효과를 가져온 듯하다.

이처럼 작은 마을에서 도입한 기본소득의 효과를 국가적인 규모로 확대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지만 대표적인 두 가지를 꼽아보자.

첫째는 노동윤리에 관한 것이다. 특히 서구의 기독교 문화는 노동을 신성한 것으로 자리매김하였기에, 노동하지 않는 자에게 기본소득을 제공하는 것에 반대하는 분위기가 크다고 한다. 하지만 인류 문명을 볼 때 노동이라는 것은 결코 신성한 것이 아니었다. 전통적으로 지배계층들이 누려온 여가는 그들이 지배해온 하층민들의 노동에 의한 것이었고, 서구 선진국들의 경제적 부는 과거 식민지로부터 착취의 산물이었다. 소위 ‘노동의 신성함’이란 이러한 사실을 은폐하고자 지배 세력이 꾸며낸 허구임을 알아야 한다.

둘째는 과연 전 국민을 대상으로 기본소득을 제공할 정도의 경제력이 있느냐는 것이다. 현재 국가별로 차등 지급하는 복지 예산과 이를 심사 관리하는 경비를 감안한다면 지금 복지 예산만큼의 추가 예산이 있다면 가능하다고 말한다. 부족한 예산은 정부가 발행하는 화폐 발행 이익을 이용할 수도 있다고도 말한다. 화폐 발생 이익이란, 만약 5만 원권의 화폐를 발행하는데 소요되는 비용은 수천 원에 불과하기에 여기에서 나오는 차익분을 말한다. 이 외에도 재원 마련을 위한 다양한 방법들을 제시하고 있다. 우리는 경제학자인 저자가 주장하는 기본소득이 불가능하지만은 않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노동의 신성함은 과연 절대적인 명제일까? 사진 출처: Pexels

또한 우리나라에서 ‘생태적 인간’으로 알려진 녹색평론 발행인이었던 김종철도 “기본소득은 비단 경제적 측면뿐만 아니라 온갖 사회적·실존적 측면에서 우리가 현재의 위기 상황-환경오염, 기후 위기 등-을 타개하고 새로운 질서를 추구하려 할 때 가장 쓸모 있는 방안”이라고 주장하기도 하였다. 기본소득으로 생기는 삶의 여유는 우리들의 탐욕을 부추기는 자본주의로 인하여 파국으로 치닫는 기후변화를 막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삶의 공동체 회복도 가능하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실시하고 있는 초·중·고등학교에서 무상급식도 처음에는 보수주의자들을 필두로 많은 반대가 있었으나 지금에 이르러서는 필요한 제도로 인식되고 있다. 기본소득은 국가가 국민에게 주는 특별한 복지혜택이 아니라 국가가 국민의 삶을 책임질 국가 의무라는 점을 인식할 때 비로소 당연한 제도로 정착할 것이다.

이환성

공학계 앤지니어로 10여년간 인간중심주의가 지배하는 현장에서 근무하면서 인문학에 목말라했다. 지금은 현장을 떠나 자유로이 독서와 함께 인문학에 빠져 있으며 철학과 공동체에 관심을 갖고 다른 삶을 모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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