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회 콜로키움 특집] 동물을 바라보는 관점의 전환: 앎에서 함으로- 『동물되기』 논평

처음부터 인간과 동물의 관계가 분리되고 위계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동물과 공존하던 인간은 어떻게 인간중심주의로 변해왔을까? 이 글은 제7회 생태적지혜연구소 콜로키움 《동물과 더불어 삶, 동물되기와 공생명 이야기》에서 발표한 글로, 정항균 저 『동물되기』(2020, 세창출판사)에 대한 이승준의 발제문 「동물-되기의 역사적 고찰과 현대적 모색」을 읽고 논평한 글이다.

정항균 저, 『동물 되기』 (2020, 세창출판사)
정항균 저, 『동물 되기』 (2020, 세창출판사)

이 책은 서양의 역사와 문학에 등장하는 인간과 동물 사이의 ‘변신’을 중심으로 ‘동물-되기’라는 주제를 다루고 있다. 1부에서 저자는 원시시대의 토테미즘과 샤머니즘을 통해 인간이 동물을 바라본 관점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보여준다. 동·식물이나 자연물을 집단의 상징으로 삼고 숭배했던 토테미즘이 원시시대에 존재했던 이유는 동물의 보존과 증식뿐만 아니라 그것이 인간의 보존과 증식이 연결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토테미즘에서는 동물을 숭상해 먹는 것을 금기시했다면 샤머니즘은 정령들과 인간 사이를 매개하는 존재로 ‘샤먼’이 등장한다. 샤먼은 제의를 통해 신내림을 받아 동물로 변신하는 등 동물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존재였다. 이처럼 원시시대는 동물을 인간과 상호 변신이 가능한 존재로 바라봤다.

신석기 이후 문명이 발전하면서 인간은 동물을 점점 도구적 대상으로 바라보게 된다.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을 이성적인 동물로 정의하며, 인간은 사유할 수 있고 언어 능력이 있기 때문에 동물과 근본적으로 구별된다고 보았다. 특히 “식물은 동물을 위해 존재하고, 동물은 인간을 위해 존재한다”는 그의 자연관은 동물을 인간에게 종속된 존재로 바라보고 있다. 동물에 대한 이러한 관점은 중세 기독교 시대에 들어서면서 이교도적이고 부정적인 것으로 전락한다. 유일신이 창조한 인간만이 유일무이한 존재이자,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해야한다는 기독교의 가치관은 “동물은 인간을 위해 존재한다”는 관점을 고정하는 역할을 했다. 근대철학의 문을 연 데카르트는 「방법서설」을 통해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라는 명제를 내세우며 인간과 동물의 경계를 더욱 공고히 한다. 데카르트적인 관점에서 동물은 ‘사유’가 불가능한 존재이기에 인간보다 하등하고 열등하며, 하여 동물은 인간과 다른 존재로 ‘구분’된다. 이후 산업혁명을 거치며 동물사육사업은 정부의 정책을 바탕으로 기업의 이익을 위해 빠르게 대규모로 확산되어 왔다.

동물과의 공존과 공생, 인간과 연결된 존재로서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관점이 필요하다. 
by Jonas Vincent 출처 : https://unsplash.com/photos/xulIYVIbYIc
동물과의 공존과 공생, 인간과 연결된 존재로서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관점이 필요하다.
사진 출처 : Jonas Vincent

이처럼 저자는 서양의 역사를 통해 동물과의 공존과 공생을 도모하던 인간이 어떻게 인간중심주의로 변화해왔는지를 추적한다. 인간중심주의, 더 나아가 인간 종 중심주의에 대한 대안으로 저자는 인간과 동물의 새로운 관계를 포스트휴머니즘에서 찾는다. 다윈의 진화론을 발판으로 니체와 베르그송, 마투라나와 바렐라, 들뢰즈와 가타리 등으로 이어지는 포스트휴먼 담론에 대한 논의를 통해 인간-동물 관계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한다. 이번 콜로키움의 발제를 맡은 이승준 선생님은 저자의 논의를 따라 인간이 동물을 바라봐왔던 관점을 차근차근 짚어준다. 『동물 되기』를 읽고, 발제문을 읽으며 이런 질문이 떠올랐다. “앎에서 함으로의 전환은 어떻게 가능한가?”

2020년부터 서울특별시교육청에서는 “생태전환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생태전환교육이란 인간과 자연의 공존과 지속가능한 생태문명을 위해 생각과 행동의 총체적인 변화를 추구하는 교육이다. 여기에는 기후 위기와 관련한 내용과 더불어 동물권과 생명 존중에 대한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이러한 교육을 통해 “생태적 감수성”을 가진 생태시민을 기르고자 하는 것이 생태전환교육의 목적이다. 알면 바뀔 수 있을 것인가? 아는 것에서 하는 것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어떠한 징검다리가 필요한가? 위기의 시대를 살고 있다는 감각은 이미 피부로 느끼고 있다. 50도가 넘는 기온으로 불타오르는 캐나다에서 조개들은 익혀진 채로 죽음을 맞이하고, 연어들은 뜨거운 바다에서 살이 탄 채로 헤엄치고 있다. 이러한 시대를 살고 있다는 정보는 수없이 듣고 있고 기후 위기를 자각하고 있지만 이러한 “앎”에서 “함”으로의 전환은 더디고 어렵다.

이 책을 통해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은 동물에 대한 관점이 처음부터 지금과 같지는 않았다는 지점이다. 원시시대의 인간들은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동물들과 공존하는 방법을 몸으로 익혔고, 인간이 동물이 되고 동물이 인간이 되는 ‘위치 바꿈’을 통해 동물들과 연결된 존재임을 인식하며 살아왔다. 동물이 ‘물건’의 위상으로 추락한 것은 이러한 연결이 단절되고 인간과 동물의 위계가 발생하면서 시작된 것이다. 인간이 동물을 바라보는 관점에 대한 저자의 계보학적인 추적은 동물에 대해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관점을 마련해 주었다. 이번 콜로키움이 “앎”에서 “함”으로 어떻게 연결할지를 함께 상상하고 모색하며 탐험해나가는 마중물이 되기를 바란다.

김경미

공립학교와 대안학교를 넘나들며 교사로 살아오다, 재미있고 의미있는 교육을 고민하며 교육인류학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청소년들이 삶의 주체가 되어 성장하는 일에 관심이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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