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산업’을 향하여 쏟아지는 찬사
최근 대한민국 언론과 경제 평론가들은 매일 같이 ‘K-방산’을 입에 올리는 중이다. 세계 곳곳에서 발발한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한국산 무기가 그야말로 ‘불티나게’ 팔려 나간다는 소식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동유럽의 안보 불안을 파고든 한국산 전차와 자주포가 극찬을 받았고, 이스라엘과 이란을 둘러싼 중동 분쟁 속에서는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가 전례 없는 수출 호조를 기록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2025년 대한민국 방위산업 수출액은 154억 달러(약 21조 원)에 달했다. 이는 전년 대비 60%가 넘는 폭발적인 성장이다. 최근 5년간의 누적 기준으로 한국은 세계 제4위의 무기 수출국으로 평가받고 있다. NATO 회원국을 대상으로 한 점유율에서는 미국(58%) 다음으로 단독 2위(8.6%)이다. 프랑스와 이스라엘을 동시에 추월한 수치이다. 정부는 2027년까지 세계 4대 방산 수출국으로의 도약과 연간 200억 달러 수주를 목표로 삼는다고 발표했다.

이에 정부와 주류 언론, 그리고 내노라 하는 경제 평론가들은 연일 샴페인을 터뜨린다. 예전엔 총 한 자루 제대로 만들지 못해 원조에 의존하던 나라가, 이제는 세계 무기 시장의 판도를 흔드는 위치에 올랐다며 한껏 자부심을 부추긴다. 침체된 한국 경제를 구원할 유일한 ‘미래 먹거리’이자 신성장 동력이라는 상찬 일색이다.
그러나 이 화려한 축제의 소음이야말로 생명과 평화를 생각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한없이 무너지게 한다. 그들의 눈에는 화면 너머로 전해지는 ‘수출 계약서’와 거기 찍힌 천문학적 액수 위에, 불타오르는 도시와 피 흘리며 울부짖는 아이들의 비극이 겹쳐서 보이기 때문이다. 다른 국가들의 비극과 죽음, 파괴와 재난을 자국의 ‘성장’이라며 달콤한 과실로 즐기는 이 기묘한 상황, 대체 언제까지 이것을 ‘대박’이라는 천박한 단어로 포장하며 환호할 것인가? 명백한 ‘살상 도구’를 ‘방위산업’이라고 치장하며 이를 동력 삼아 성장주의 강성대국으로 나아가는 대한민국의 행보는 실로 우려스럽다. 지금 우리는 ‘죽음을 파는 국가’가 될 것인지, ‘평화를 확산하는 국가’가 될 것인지의 갈림길에 서 있다.

무기 산업은 분쟁과 갈등을 자양분 삼아 이익을 창출하는 수단이다. 무기산업 종사자에게는 평화와 안정이야말로 경영의 위기다. 반대로, 이들의 사업이 성공하면 성공할수록 세계에는 더 많은 죽음과 고통이 찾아온다. 자신들의 이윤을 위해 전쟁과 불안을 바라는 이들이 존재하는데 세상이 어떻게 평화로울 수 있는가? 전쟁을 통해 이윤을 얻는 방위산업을 통해 대한민국이 본격적인 ‘전쟁 장사꾼’이 되도록 내버려 두어서는 안 된다.
살상 무기 수출이 ‘미래 먹거리‘라니?
경제학자들이 주목하는 것은 단순히 수출액만이 아니다. 방산의 생산 유발 효과는 무려 46조 원에 달하며, 고용 유발 효과는 10만 명을 넘어 섰다. 이는 일반 제조업 평균을 훌쩍 뛰어넘는 수치이다. 일반 제조업의 영업이익률이 5% 안팎에서 맴돌 때, 방위산업은 12%가 넘는 고수익을 올린다. 전문가들은 한국 무기가 세계 시장을 사로잡은 비결로 세 가지를 꼽는다. 첫째는 미국의 무기만큼 치명적이면서도 가격은 합리적인 ‘가성비’. 둘째는 세계에서 가장 효율적인 제조업 기반을 바탕으로 계약 후 불과 몇 달 만에 무기를 찍어내 정확히 배달하는 ‘납기 준수’. 셋째는 북한과 대치하며 오랜 기간 무기를 개량하고 대량 생산 체제를 유지해 온 역설적인 ‘준전시 상태의 이점’이다. 국가 안보를 성장의 논리로 바라보는 이들에게, 방위 산업은 돈과 일자리, 효율성까지 가져오는 완벽한 ‘효자 상품’이다. 그들에게 무기는 스마트폰이나 자동차처럼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또 하나의 고도화된 ‘공학적 소비재’일 뿐이다. 실제로 한화, 풍산, 현대자동차, LIG넥스원, 한국씨앤오테크를 비롯하여 물대포와 장갑차를 만드는 대광화공, 최루탄을 판매하는 대지정공, 코리아디펜스인더스트리 등 국내 군수산업체들은 대규모 무기전시회를 잇달아 개최하며 국제 무기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세계로부터 주문이 쏟아지고 수주액은 갈수록 뛰어오른다.

그러나 이 경제학의 언어는 가장 본질적이고 치명적인 질문을 고의적으로 외면한다. “그 무기가 어디로 가서, 누구를 향해 발사되며, 지구 생태계에 어떤 재앙을 초래하는가?”라는 질문 말이다. 무기는 단순한 수출품이 아니다. 국경 너머에 있는 다른 인간의 살을 찢고 피를 뿌리며 목숨을 앗아가기 위한 목적으로 정밀하게 설계된 살상의 도구다. 우리나라가 판매한 미사일과 총탄이 떨어지는 곳은 가뜩이나 전쟁의 참화로 신음하는 비극의 현장이며, 그곳에서 가장 먼저 파괴되는 것은 평범한 인간의 존엄성이다.
전쟁, 가장 강력한 기후파괴자
기후위기와 전쟁은 별개의 문제가 아니다. 같은 뿌리에서 자라난 결과다. 성장주의, 자원 쟁탈, 국가 패권 경쟁이라는 욕망 구조는 지구 생태계를 파괴하고 동시에 전쟁을 초래한다. 그리고 다시 전쟁은 기후위기를 가속화한다.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않으면 기후 정의도, 지속 가능한 문명도 불가능하다.

전쟁은 인간에 대한 학살을 넘어, 지구 전체를 파멸로 몰고 가는 최악의 환경 파괴 행위이다. 세계 전쟁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 세계 화석연료 배출량의 최소 5.5%를 차지하는데 이는 비군사 항공 부문 전체 배출량의 두 배에 달한다. 만약 전 세계 군사 부문이 하나의 국가라면, 온실가스 배출량 기준으로 세계 4위에 해당한다. 그런데 이 거대한 오염원은 국제기후협약과 탄소 감축 의무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교토의정서와 파리협정 모두 군사 부문 배출량을 의무 보고 대상에서 제외했다. 가장 많이 오염시키는 자가 가장 적게 책임지는 모순적인 구조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그 실상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개전 후 최초 18개월간 군사 작전과 연료 소비 등으로 생성된 총 CO₂ 배출량은 약 1억 8천만 톤에 달한다. 이는 오스트리아, 노르웨이, 루마니아 같은 국가의 연간 배출량을 훌쩍 넘는 수치다. 물론 탄소 배출만이 문제가 아니다. 전쟁은 생태계 자체를 초토화한다. 우크라이나에서는 자연보호구역의 3분의 1에 달하는 900곳이 전쟁터가 되었고, 대기·토양·수질 오염 사례가 1,000건 이상 확인되었다. 폭발한 전차와 파괴된 연료 저장고에서 유출된 석유가 지하수를 오염시켰고, 로켓에 포함된 수은·납 등 중금속이 강을 파고들었다. 카호우카 댐 폭파는 회복 불가능한 생태계 손상을 남겼으며, 자포리자 원전에 대한 포격은 유럽 전체를 방사능 악몽의 공포로 몰아넣었다.
무기 자체의 탄소 발자국 또한 충격적이다. 전투용 지프차는 임무 1회당 260kg의 CO₂를 배출하고, F-35 전투기는 2만 7,800kg, B-2 폭격기는 무려 25만 1,400kg을 배출한다. 한국이 수출하는 K9 자주포, K2 전차, 천궁 미사일 같은 무기들이 매번 작전에 투입될 때마다 지구 대기에는 탄소가 쌓인다. 한국의 2020년 군사 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은 약 388만 톤으로, 국내 공공 부문 전체 783개 기관의 배출량(370만 톤)보다 많다. 더 깊은 모순은 재정 배분에서 드러난다. 2025년 한국의 국방예산은 61조 2천억 원에 달하지만, 탄소중립 예산은 그 5분의 1 수준인 12조 5천억 원에 불과하다. 기후 위기를 막기는커녕 심화시키기 위해 돈을 쏟아 붓고 있는 꼴이다.
생태학자들은 전쟁을 ‘생태 학살(에코사이드: ecocide)’이라고 규정한다. 무기를 팔고 전쟁을 돕는 일은 인간과 강과 숲과 토양을 죽이는, 거대한 죽음의 사슬을 더욱 옥죄는 일이다. 총성이 울리는 곳에서는 기후 협상 테이블이 설 수 없으며, 전쟁은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국제 협력 자체를 무너뜨린다.
군수산업은 전쟁을 부추긴다.
방산 수출 옹호자들은 흔히 “평화를 원한다면 전쟁을 준비하라”는 오래된 격언을 들이댄다. 압도적인 무기 강국이 되어야만 평화를 지킬 수 있고, 무기 수출은 우리 방산 생태계를 유지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변명이다. 하지만 평화의 관점에서 이는 철저한 역설이자 거짓 신화이다. 내가 무기를 늘리면 주변국은 위협을 느끼고 더 많은 무기를 사들인다. 군수산업이 지향하는 ‘규모의 경제’는 자국 군대의 수요만으로는 충족되지 않기에, 필연적으로 국경을 넘어 무기를 팔아치우는 구조를 만든다. 결국 우리가 무기를 더 많이 수출할수록 세계의 군사적 긴장과 불안정성은 더욱 증폭된다.

사진 출처: wal_172619
이것은 결국 치명적인 부메랑이 되어 우리에게 돌아올 것이다. 생명을 경시하며 얻은 이윤은 결코 우리의 안전을 보장하지 못한다. 전 세계가 군비 경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때, 한반도의 안보 환경 역시 더욱 위태로워질 뿐이다. 진정한 평화는 상대방을 압도하는 무기의 양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무기를 내려놓고 대화할 수 있는 신뢰 체제와 군축(군비 축소)을 통해 이루어진다. 파괴의 도구를 쥐고 흔들며 평화를 말하는 것은 위선이다.
‘K-방산’이 아니라 ‘K-평화‘를 수출하는 나라로
1961년, 아이젠하워 미국 대통령은 퇴임 연설에서 군부와 방위산업체, 정치권이 결탁한 이익공동체인 ‘군산복합체(military-industrial complex)’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이들은 본질적으로 전쟁의 지속과 군비 확장을 원하기에 세계의 갈등을 진심으로 갈망한다. 안타깝게도 한국은 지금 이 군산복합체의 길로 나아가는 중이다.
우리는 이 맹목적인 성장주의 신앙에서 벗어나 ‘성숙 사회, 생태적 전환’을 고민해야 한다. 물질적 팽창과 이윤을 위해 죽음의 산업까지 정당화하는 국가는 결코 지속 가능하지 않으며, 국민에게 진정한 행복을 주지도 못한다.
우선 정부는 방위산업을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시키는 ‘미래 먹거리’ 담론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 설령 안보적 이유로 무기 생산이 불가피하더라도, 이를 자랑스럽게 광고하며 이윤을 추구하는 행위는 엄격히 통제되어야 한다. 무기 수출은 국익이라는 이름 뒤에 숨지 말고, 엄격한 평화적·인도주의적 기준에 따라 최소화되어야 마땅하다. 나아가 우리는 무기가 아닌, 갈등을 조정하고 평화를 정착시키는 ‘K-평화’와 ‘K-민주주의’ 모델을 수출하는 나라로 나아가야 한다. 6.25 전쟁의 폐허 위에서 민주주의와 경제 발전을 동시에 이뤄낸 우리의 소중한 경험을 살려, 국제 사회의 분쟁을 중재하고 생태적 위기를 함께 극복하는 평화와 상생의 리더쉽을 발휘해야 한다. 무기를 잘 만드는 나라가 아니라, 평화를 잘 만드는 나라가 진정한 선진국이 자 품격 있는 국가이다.
우리는 어떤 나라를 원하는가
우리는 지금 중대한 갈림길에 서 있다. 돈과 무기의 힘으로 세상을 압박하는 강성대국이 될 것인가, 아니면 비록 거대하지 않더라도 생명을 존중하고 지구촌의 모든 존재와 공존하는 평화의 나라가 될 것인가.
타인의 비극에 기생하는 풍요는 모래 위에 지은 성과 같다. 인간과 자연, 생명에 대한 폭력이 일상화된 체제 속에서는 누구도 진정으로 평화로울 수 없다. ‘K-방산’의 화려한 숫자에 눈 멀어 생명의 가치를 잊어버리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타국의 하늘과 대지를 피로 물들일 무기 대신, 상처받은 지구를 치유할 생태적 지혜를 나누는 대한민국을 꿈꾸자. 죽음의 행진을 멈추고 생명 평화의 길로 대전환을 시작하는 것, 그것이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마주해야 할 가장 소중한 사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