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공존: 생태전환교육

Mannion(2019)은, 지금까지 주류를 이뤘던 환경 교육의 인본주의적 접근 방식은 현재의 기후변화 및 더 광범위한 글로벌 불안정성과 같은 문제를 적절하게 해결하는 데 여러 면에서 실패했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논의들을 제고한다면, 이제 환경교육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보다는 ‘무엇을 위한 것인지’에 대한 방향에서의 고려가 필요하다.

우리는 매일 무엇을 입고 먹을 것인가, 어디서 생활할 것인가, 어떻게 이동할 것인가, 미래를 위한 준비를 위해 결정하면서 살고 있다. 대부분 더 편리하고, 더 많이 누리는 풍족한 삶을 목표로 하는 것에서 출발하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간의 목표는 기계화된 삶과 편리중독증, 성장에 대한 맹목적인 동경을 바탕으로 욕망의 무한함을 당연한 것으로, 욕망을 채워줄 지구자원과 다른 종에 대한 인간의 통제력을 불가능에서 가능으로 확장 시켰다. 덕분에 인간종의 번영은 인간의 무한한 가능성에 대한 믿음으로 촘촘하고 견고하게 엮어나갔다.

인간종의 번영은 인류 문명을 빠르게 진화시킴으로써 문명의 번성을 도왔던 지구 시스템 전체의 기능을 교란하고 있다. 
사진 출처: WikiImages
인간종의 번영은 인류 문명을 빠르게 진화시킴으로써 문명의 번성을 도왔던 지구 시스템 전체의 기능을 교란하고 있다.
사진 출처: WikiImages

인간종의 번영은 인류 문명을 빠르게 진화시킴으로써 문명의 번성을 도왔던 지구 시스템 전체의 기능을 교란하고 있다. 스톡홀름 회복력 센터의 설립자인 요한 록스트림(Johan Rockström)은 지구 생태계 전체에 남기고 있는 인간의 영향력으로 인해 인간의 역사와 지구의 역사가 충돌하는 지점에 다다르고 있으며, 2020년대는 인류에게 결정적 시기가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인간의 욕구는 인간 의식의 위기와 생활방식의 오염 등으로 확대되어갔으며, 폐해는 인간의 예측보다 훨씬 강력하였다. 미래에 대한 불투명과 불안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으며, 인간의 활동으로 인한 재난과 오염의 증가 등은 지구 시스템의 불안정성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인식이 확대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다수의 사람들은 환경문제를 파괴/복원의 이분법적 관점에서 접근하였던 기존의 방식에 의문을 제기하면서도 그동안 인간의 욕구를 채워주었던 과학 기술주의로 통제하고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버리지 않고 있다. 어쩌면 이는 지구가 인간만을 위해 존재하는 모태라는 인식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일는지 모른다.

만약 인류가 지구 시스템을 통제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내려놓게 된다면 우리에게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 것인가? 지구의 역사적 궤적을 벗어남으로 인해 발생하는 재난에 대한 두려움, 편리하고 풍족한 삶을 살 수 없다는 절망감에서 시선을 거두게 될 때 비로소 보이는 행복한 삶, 충만한 삶, 조화로운 삶에 대한 이해는 어떠할까? 지구의 조화로움을 함께 누리는 행복한 삶의 근원적인 이해를 넓히기 위해서는 인간의 마음가짐이나 태도 및 행동에 대해 깊이 있고 폭넓게 성찰하는 철학적이고 윤리적인 관점에서의 접근이 필요하다.

다수주의적 서구 사상 전반에 걸쳐있는 생명과 물질에 대한 인간의 관점은 자본주의, 제국주의, 식민주의의 생태적 재난을 촉발하였다. 인간은 다양한 존재의 한 형태일 뿐, 다른 존재보다 특별하거나 더 가치 있다고 여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20세기 말 인간 지배에 대한 환상을 거부하고 인간과 비인간 모두의 물질성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힘으로써 물질의 생성력을 ‘내재적 특성’보다는 ‘상황에 놓인 능력’으로 간주하는 새로운(신) 유물론이 등장하였다. 근대의 유물론에서 물질은 자체적인 힘과 능력이 없기 때문에 물질의 외부 작용에 영향을 받는 수동적이고 무능한 존재였다. 그러나 신유물론자들에게는 물질이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이 가진 힘과 능력, 역량과 행위성을 능동적으로 발휘하는 활기차고 창조적인 존재로 인식된다. 그들은 특히 스피노자의 일원론, 배치나 생태학과 같은 개념을 집중적으로 다루면서 행위자-네트워크 이론, 인공지능, 생명철학, 진화론, 페미니즘, 신경과학, 포스트휴머니즘, 퀴어 이론, 양자물리학등에서 다루어지는 이질적인 가닥들을 하나로 엮어내고 확장하고 있다.

생태적 전환은 단지 물질과 네트워크에 대한 앎이 아닌 함이 필요하고 그것이 삶 안에서 지속 가능할 수 있어야 한다. 사진 출처: geralt
생태적 전환은 단지 물질과 네트워크에 대한 앎이 아닌 함이 필요하고 그것이 삶 안에서 지속 가능할 수 있어야 한다. 사진 출처: geralt

신유물론에서 존재론은 ‘선험적 인본주의적 사고인 마음-물질과 문화-자연 분할’을 돌파하고 구조/행위자, 이성/감정, 인간/비인간, 생물/무생물, 내부/외부와 같은 다양한 이원론을 횡단하여 인간의 행동에 얽매이지 않는 주체의 개념을 새롭게 제안한다. 그동안의 인간과 그들의 신체에 입각한 접근 방식에서 나아가 다양한 존재들의 사회적 탐구로 초점을 이동하여 생물과 무생물의 조합이 어떻게 영향을 미치고 영향을 받는지의 관계형 네트워크로 관심을 갖는다(DeLanda, 2006). 신유물론은 이처럼 인간종 이외에 대한 보살핌과 관심의 확장에 영향을 미쳤을 뿐 아니라 물질이 어떻게 중요해졌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인위적으로 유발되거나 강화된 기후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단지 물질성 전환뿐만 아니라 ‘인류 확장’ 시대의 인간의 삶을 생태적 전환으로 이끄는 단초가 되고 있다. 생태적 전환은 단지 물질과 네트워크에 대한 앎이 아닌 함이 필요하고 그것이 삶 안에서 지속 가능할 수 있어야 한다.

기후위기, 생태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으로 많은 이들은 교육의 확대를 주장하고 있다 그동안 학년기 아동을 중심으로 실시했던 환경 교육이 점차 세대별, 계층별로 다양화되고 있다. 온난화로 인한 북극곰과 투발루의 피해 사례는 기후변화, 자원 순환, 에너지, 생물 다양성 등 어느 주제에서도 빠지지 않고 다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주변에서 흔하지 않은 상황, 생활 방식과 공간이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는 감응을 유발하기에 충분하지 못하였다. 개인적 맥락에 대한 고려 없이 각자의 삶과는 분절된 경험, 어디에서나 누구에게나 일반화된 방법으로 제공되는 경험들이 과연 각자의 삶과 연계하여 행동의 변화를 이끌 수 있도록 감응을 줄 수 있을까? Mannion(2019)은, 지금까지 주류를 이뤘던 환경 교육의 인본주의적 접근 방식은 현재의 기후변화 및 더 광범위한 글로벌 불안정성과 같은 문제를 적절하게 해결하는 데 여러 면에서 실패했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논의들을 제고한다면, 이제 환경교육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보다는 ‘무엇을 위한 것인지’에 대한 방향에서의 고려가 필요하다.

생태전환교육은 ‘기후위기 시대를 극복하기 위해 인간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 인간 과 자연의 공존과 지속 가능성을 위해 인간의 생각과 행동양식의 총체적 변화를 추구하는 교육’을 말한다. 이것은 지구라는 공동체가 어떤 것인지 그리고 어떻게 보아야 하는 것인지를 가르치는 것이지, 단지 위기를 극복하고 살아내기 위한 기술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다. 현재 우리의 교육은 여전히 전통적인 교육방식에서 다루어졌던 이분법적 사고 안에서 미래의 사회 발전에 이바지하도록 학습자를 준비시키는 삶의 기술 습득에 집중되어 있다. 그 결과 여전히 더 나은 삶을 위해 욕망하고 경쟁하며, 심지어 경제적 성장을 긍정하도록 한다. 이는 지구공동체의 공존을 와해하고 무분별한 욕망을 부끄럽지 않도록 하였을 뿐 아니라, ‘갑의 횡포’와 ‘을의 분노’가 인간/인간, 인간/비인간, 인간/기계 등이 이루는 관계의 배치 안에서 당연하게 순응하도록 하였다.

생태전환교육은 단지 삶의 전환을 요구하면서 제시하는 ‘불편한 과거로의 회귀’가 아니다. 사회 시스템의 모든 부문이 서로 유기적으로 연계되어 있음을 조망하는 능력을 함양하고 생태적 전환을 위한 물음과 방법을 스스로 찾아가도록 하는 기회이다. 생태전환교육을 통해 각자가 마주하는 다양한 관계를 재배치하고 그 안에서 지구 공동체에 대한 윤리적 책임과 생태적 전환을 스스로 고민하고 참여할 수 있는 진정한 창조적인 활동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 전수된 삶의 기준에 순응하기보다 그동안에 전수된 삶의 의미와 방향을 다른 시선으로 본다면 어떤 물음이 동반되어야 하는가를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더 나은 삶의 기준은 무엇인가? 풍족함과 편리함이 주는 혜택과 피해는 어떠한가? 지구라는 공동의 집에서 함께 살고 있는 존재들을 인간과 동등하게 바라본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등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 안에서 발생 가능한 문제와 자기와의 연결고리를 찾아 스스로 대안을 만들어 갈 수 있는 윤리적인 지심이 필요 하다.

* 참고문헌

  • 문규민(2022). 신유물론 입문; 새로운 물질성과 횡단성
  • 김완구(2021). 환경문제에 대한 철학적 및 윤리적 접근의 필요성과 중요성. 환경철학학회, 32(7-41).
  • 서울특별시교육청(2022). 생태전환교육기본계획
  • DeLanda(2006). A New Philosophy of Society: Assemblage Theory and Social Complexity
  • Nick J. Fox & Pam Alldred(2015). New materialist social inquiry: designs, methods and the research-assemblage. International Journal of Social Research Methodology, 18(4), 399–414.

고은경

대학원에서 아동학을 전공하였고, 기후 위기, 환경의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지역에서 환경교육연구소를 운영하면서 지역 연구자들과 함께 환경교육 방향, 대상별 커리큘럼, 참여형 교수 학습법 등 환경교육 확장을 위해 다양한 고민을 나누고 함께 실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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