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에게 그린뉴딜이란

그린뉴딜의 시대에 협동조합에게 그린뉴딜은 어떤 의미이어야 할까? 네 가지 뿌리질문을 통해 그 의미를 찾아본다. 그리고 생활 속에서 새로운 에너지를 통합적으로 상상하기를 제안한다.

우리는 자주 뿌리질문(Root Question) 없이 주어진 문제에 대한 답을 찾는 것에 온 정신을 쏟고는 합니다. 그린뉴딜이 한국형 뉴딜정책으로 발표되자 어떤 이들은 발 빠르게 사업을 수탁할 준비를 하고, 어떤 이들은 흉내만 내고 알맹이는 빠진 그린뉴딜을 비판하며 새로운 그린뉴딜 계획이 시급하다고 주장합니다.

그린뉴딜은 무엇일까요? 생색내기 임시방책일까요, 근대 산업성장주의가 만들어놓은 문제를 풀어나갈 새로운 대안일까요?

녹색전환연구소 이유진 님은 “그린뉴딜에서 ‘그린’은 화석문명에서 탈출하는 탈탄소 경제사회 전략을, ‘뉴딜’은 루즈벨트 대통령이 대공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정부의 예산과 인력, 제도개혁을 단기간에 동원한 방식을 의미한다. ‘그린’이 방향성을, ‘뉴딜’은 전 사회적 동원을 상징하는 것이다”라고 말합니다. 올 초 ‘글로벌 그린뉴딜’ 이라는 책으로 그린뉴딜을 소개한 제러미 러프킨은, 그린뉴딜은 한계에 도달해 좌초될 수밖에 없는 채굴자본주의를 대체할 재생에너지와 디지털, 민주적 방식의 새로운 경제시스템이라고 우리를 안내합니다. 작가 나오미 클라인은 ‘참으로 불편한 진실은, 지구온난화의 주역은 탄소가 아니라 자본주의라는 점이다. 우리에게 위안을 주는 진실은 우리가 이 실존적 위기를 이용해서 왜곡된 경제시스템을 변혁하고 근본적으로 개혁된 시스템을 건설할 수 있다는 점이다’라고 희망을 내놓습니다.

기후위기를 불러온 채굴자본주의와 다르고 부가 독점되는 자유시장경제와 다르게, 생태환경의 순환을 약속하고 사회적으로 생산된 부를 균등하게 분배하는 그린뉴딜이어야 한다. by Shane Rounce
기후위기를 불러온 채굴자본주의와 다르고 부가 독점되는 자유시장경제와 다르게, 생태환경의 순환을 약속하고 사회적으로 생산된 부를 균등하게 분배하는 그린뉴딜이어야 한다.
사진 출처 : Shane Rounce

차이는 있지만 세 분 모두 ‘자연을 착취하며 성장한 근대산업문명이 끝나고 새로운 경제시스템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발생하게 될 혼란을 막고, 하나뿐인 대안이 될 생태문명으로의 연착륙을 위한 그린뉴딜’을 제안합니다.

결국 그린뉴딜은 생태문명으로의 전환입니다. 그래서 그린뉴딜을 전환의 첫 번째 사회적 실천이라고 설명해야, 누적되고 있는 불평등과 불안 속에서 힘들어하고 지친 사람들이 일어날 수 있고, 우리에게 다시 미래가 보이기 시작할 것입니다. 단지 근대산업 안에 만들어지는 제한된 일자리로는 지금의 위기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그러면 협동조합에게 그린뉴딜은 무엇일까요?

첫 번째는 협동조합의 가치를 다시 확인하고 점검하는 기회입니다.

기후위기를 불러온 채굴자본주의와 다르고 부가 독점되는 자유시장경제와 다르게, 생태환경의 순환을 약속하고 사회적으로 생산된 부를 균등하게 분배하는 협동조합이 지향하는 역할 그대로입니다.

두 번째는 협동조합이 그린뉴딜을 사회화 그리고 시장화하는 과정의 주체가 되어야 할 임무입니다.

그린뉴딜이라는 새로운 경제시스템을 가동하는 과정에서 협동조합은 방향성과 운동성을 모두 실천할 수 있습니다. 방향성이 장기적으로 자본주의에 대안이 될 수 있는 생태적인 경제시스템을 설계하는 일이라면, 운동성은 바로-지금-가까이 이 일을 실천하는 일입니다. 그래서 그린뉴딜로 만들어진 일자리는 단지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생태적인 경제시스템의 기초를 세우는 일이어야 합니다. 협동조합은 이 일을 누구보다 잘 실천할 수 있는 철학과 시스템을 준비해놓고 있습니다.

세 번째는 시민자치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실천의 장입니다.

코로나19로 드러난 항시적인 위기사회에서는 사회적 관계와 공동체의 필요성이 요구되면서 공동체로서 지역성이 강조되고 있다. 그린뉴딜의 운영주체로 협동조합은 생태경제활동을 축으로 한 지역공동체를 창조해야 한다. by Pixabay
코로나19로 드러난 항시적인 위기사회에서는 사회적 관계와 공동체의 필요성이 요구되면서 공동체로서 지역성이 강조되고 있다. 그린뉴딜의 운영주체로 협동조합은 생태경제활동을 축으로 한 지역공동체를 창조해야 한다.
사진 출처 : Pixabay

제러미 러프킨은 우리의 민회(民會))와 같은 피어 어셈블리(PEER ASSEMBLY / 동배의회)의 중요성을 그린뉴딜에서 강조합니다. 피어 어셈블리 없이 시민들의 지지를 얻을 수 없고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사회에서 그린뉴딜이 온전히 추진될 수 없다고 합니다. 그린뉴딜 정책이 효과적으로 실현되려면 시민들의 토론과 공감이 필요합니다. 위태로운 도시재생과 사회적 경제에서 경험한 것처럼 행정기관 주도의 정책추진으로서는 정책이 사회화 될 수 없습니다. 그린뉴딜의 민주적 기획과 운영은 협동조합의 민주적 운영과 맞닿아 있습니다. 실행주체의 민주적 운영이 건강한 거버넌스를 만들어내고 그린뉴딜의 민주적 추진을 가능하게 합니다.

네 번째는 경제 지역공동체 창조입니다.

중앙집중 방식의 에너지 계획으로는 넷 제로(Net Zero)의 그린뉴딜이 불가능합니다. 지역마다의 재생에너지생산과 소비의 순환이 그물처럼 전국적(지구적)으로 연결되어야만 가능한 일입니다. 게다가 코로나19로 드러난 항시적인 위기사회에서는 사회적 관계와 공동체의 필요성이 요구되면서 공동체로서 지역성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그린뉴딜의 운영주체로 이제 협동조합은 생태경제활동을 축으로 한 지역공동체를 창조해야 합니다.

네 번째까지의 뿌리질문이 끝나면 생활 속에서 통합적으로 그린뉴딜을 상상하고 연결시켰으면 좋겠습니다.

그린뉴딜은 생활 속 어느 하나 빠짐없이 일, 교육, 의료, 음식, 교통, 패션, 취미, 쇼핑, 여가, 정치 등 온전히 시민들의 일상에 해당되기 때문입니다. 이 모든 일들이 결국 에너지입니다.

협동조합이 그린뉴딜의 수탁자뿐 아니라 입안자이며 실천자 자격으로 근대산업사회의 대안을 실천하는 그린뉴딜의 뉴노멀(New Normal)을 제시했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점에서 지금 한국형 그린뉴딜은 새로운 사회로의 전환보다는 구체제가 그린뉴딜을 왜곡된 형태로 전유하려고 내놓은 안(案)일 뿐입니다.

이 글은 서울협동조합지원센터 소식지 『협동다반사』 9월 1일자 칼럼 내용을 일부 수정한 글입니다.

이무열

지역브랜딩 디자이너. (사)밝은마을_전환스튜디오 와월당·臥月堂 대표로 달에 누워 구름을 보는 삶을 꿈꾼다. 『지역의 발명』, 『예술로 지역활력』 책을 내고는 근대산업문명이 일으킨 기후변화와 불평등시대에 ‘지역이 답이다’라는 생각으로 지역발명을 위한 연구와 실천을 하며 곧 지역브랜딩학교 ‘윤슬’을 시작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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