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에 관해서만은 낙관론이 용인되지 않는다- 『그레타 툰베리의 금요일』을 읽고

살아가면서 낙관론은 우리의 삶에 좋은 자양분을 제공하지만, 때에 따라서는 당면한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할 수도 있다. 저자는 환경문제에 있어서 낙관론이 아니라 지금 당장 살아가는 습관을 바꿔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한다. 인간은 지식이나 경험이 많아야 변하는 것이 아니라, 느껴야만 변한다는 말이 가슴에 와닿는다.

그레타 툰베리, 스반테 툰베리, 베아타 에른만, 말레나 에른만 저 『그레타 툰베리의 금요일』 (책담, 2020)
그레타 툰베리, 스반테 툰베리, 베아타 에른만, 말레나 에른만 저 『그레타 툰베리의 금요일』 (책담, 2020)

역사적인 인물 혹은 저명한 인사들에 대한 전기물을 읽다 보면 그들이 역사적, 사회적으로 끼친 영향에만 주목했지 정작 그녀 혹은 그들의 배후에서 조용하게 아낌없는 지지를 해준 가족 이야기는 들어볼 수가 없었다. 이러한 의미에서 이 책은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환경운동가로 세계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그레타 툰베리의 가족사를 엿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제공해 준다. 연극배우였던 아버지 스반테 툰베리, 그리고 스웨덴의 유명한 오페라 가수였던 어머니 말레나 에른만은 유럽순회 공연을 가족과 함께하면서 두 딸을 키웠다. 초등학생 당시 그레타와 베아타 두 딸은 학교에서 집단 따돌림을 당하기도 하였고 ADHS(주의력 결핍 및 과잉행동)를 앓고 있었다. 이처럼 위기 속에서 가족을 지켜내야만 했고 위기의 환경 또한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서 그레타 어머니의 헌신적인 노력은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그레타 툰베리가 환경운동가로 자란 데에는 그녀의 성장 배경이 중요한 역할을 하였음을 알 수가 있다. 그녀 외가의 가장 중요한 가치는 인류애였고, 그레타의 어머니 말레나가 청소년기를 거치는 동안 부모님은 밀입국자나 난민들에게 지속적인 거처를 제공하였다고 한다. 이러한 영향이 어머니를 매개로 하여 그레타에게 그대로 전수되었음을 알 수가 있다. 또한 어머니의 공연으로 유럽 곳곳에서 생활한 그레타는 코스모폴리탄적 환경 속에서 자라며 환경오염과 관련된 사태를 다른 아이들과는 완전히 다르게 받아들였다고 한다. 태평양에 형성된 거대한 쓰레기 섬에 관한 환경영화를 보고 난 후 그레타는 채식주의자가 되었고, 비행기가 엄청난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킨다는 것을 알고부터는 비행기로 이동하기를 거부한다. 그레타는 환경운동만이 아니라 인권 운동에도 적극적인 활동을 하였다. 2015년에 스웨덴에서 난민 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었을 때 그레타 가족은 시리아 난민 문제를 해결하려면 시민이 적극적으로 앞장서야 한다고 생각했고, 가족의 불편을 무릅쓰고 자신들의 여름 별장을 난민들에게 제공하는 등 실제로 행동에 옮기기까지 했다.

말레나 에른만은 더 나은 삶에 대한 욕구로 인해, 우리 사회는 더욱 나은 생활 수준에 이르렀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모두는 시한폭탄을 안고 사는 사람들이라고 경고한다. 파리기후협정에서 채택한 섭씨 2도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우리에게 남아 있는 시간은 18년 157일 13시간 33분 16초라고 한다. 하지만 권위 있는 과학자의 의견에 따르면 우리가 섭씨 2도의 목표를 달성할 가능성은 겨우 5% 정도라고 한다. 우리의 라이프 스타일을 바꾸지 않는다면 향후 기온은 목표지인 2도보다 더 높아질 것이 자명하다. 그런데도 현대인들은 자신의 라이프 스타일에 대해 낙관론으로 대처하며, 현재의 위기 상황을 은폐하려고 자신에게 최면을 걸고 있다고도 진단한다.

“우리는 여전히 선택 가능성이 남아 있고 다양한 방식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채식주의자가 된 것으로 충분하니 비행기 여행 정도는 괜찮다고 믿는다. 또 전기차를 샀으니, 쇼핑과 육식은 계속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지속 가능성 관점에서 볼 때 이미 더할 나위 없이 심각해진 이산화탄소 배출 문제도 언젠가는 해결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현대인들은 낙관론으로 현재의 위기를 은폐하려고 한다.
사진 출처 : A_Different_Perspective
현대인들은 낙관론으로 현재의 위기를 은폐하려고 한다.
사진 출처 : A_Different_Perspective

살아가면서 낙관론은 우리의 삶에 좋은 자양분을 제공하지만, 때에 따라서는 당면한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할 수도 있다. 저자는 환경문제에 있어서 낙관론이 아니라 지금 당장 살아가는 습관을 바꿔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한다. 인간은 지식이나 경험이 많아야 변하는 것이 아니라, 느껴야만 변한다는 말이 가슴에 와닿는다. 이외에도 저자의 다양한 환경에 관한 이야기에 귀 기울이면서 우리도 실천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숙고해 보아야 할 것이다.

이환성

공학계 앤지니어로 10여년간 인간중심주의가 지배하는 현장에서 근무하면서 인문학에 목말라했다. 지금은 현장을 떠나 자유로이 독서와 함께 인문학에 빠져 있으며 철학과 공동체에 관심을 갖고 다른 삶을 모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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