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회 광주비엔날레 톺아보기] 방구석 관람자들과 함께 하는 ‘비대면’ 전시 동행①

작품 소장, 미술품 재테크 등이 연일 화제인 요즘, 이번 《제 13회 광주 비엔날레 – 떠오르는 마음, 맞이하는 영혼》에서는 미술의 경제적 가치를 넘어, 예술 본연의 기량을 뽐내는 작품들을 만날 수 있었다. 동시대의 ‘최전선’에 선 작품들이 전시된 비엔날레는 자칫, 난해하고 불친절한 행사로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누군가 조금만 가이드를 해준다면 즐거운 유흥이자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 현대 미술 관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글이 전시 리뷰이자 누군가를 위한 안내서가 되길 바란다. 함께 ‘비대면’으로 전시를 감상해본 후 이번 비엔날레가 ‘지금, 여기’에서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앞으로 3회에 걸쳐 고찰해보고자 한다.

코로나19로 인해 지난해 한 차례 연기되었던 《제 13회 광주 비엔날레》(2021.04.01. – 05.09.)가 최근 막을 내렸다. 전시 관람은 끝이 났지만, 코로나 때문에 해외나 국내의 관람객들의 오프라인 관람이 어려웠던 점을 고려해 폐막 이후에도 온라인에서 전시를 관람할 수 있다. 그러므로 광주 비엔날레를 가보고 싶었거나, 놓쳐서 아쉬웠거나, 코로나로 인해 움직일 엄두를 내지 못했던 사람들은 온라인 전시 투어 영상을 통해서 작품을 볼 수 있다. 덤으로 예술감독들이 직접 각 전시장마다 전시 주제와 작품들에 대해 소개해주는 설명을 들을 수 있다.

이 글은 이번 비엔날레에 대한 기획자들의 언어보다는 직접 관람한 후 느꼈던 생각들을 바탕으로 많은 이들과 함께 전시를 경험해보고자 쓴 글이다. 그러므로 보다 많은, 전문적이고 분석적인 정보는 여러 자료들1을 통해서 얻을 수 있다. 대신에 이 글은 1) 비엔날레를 ‘프리뷰(preview)’하며 톺아보고, 2) 몇몇 작품을 함께 감상해보고, 3) 비엔날레의 주제를 재고해보는 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1) 광주 비엔날레프리뷰(Preview)

《제 13회 광주 비엔날레》는 본래 지난해 가을로 예정되었으나 코로나 바이러스 대유행으로 인해 연기된 뒤, 2021년 4월 1일부터 5월 9일까지 본래 예정된 기간보다 축소된 채 개최되었다. 이번 비엔날레는 데프네 아야스(Defne Ayas)와 나타샤 진발라(Natasha Ginwala)라는 두 명의 여성 예술감독과 큐레토리얼 팀에 의해 “떠오르는 마음, 맞이하는 영혼 Minds Rising, Spirits Tuning”이라는 타이틀로 기획되었다. 총 69명(팀)의 미술가, 30여 명의 사상가, 시인, 과학자, 언론인 등의 작품이 출품되었고, 광주 비엔날레 전시관, 국립광주박물관, 광주극장, 양림산/호랑가시나무아트폴리곤 등 광주 전역에 위치한 총 4곳에서 주제전이 전시됐다. 또 여러 다양한 연계 프로그램들이 진행되었는데, 그 중 하나로 기획된 《광주비엔날레 커미션》 전시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구 광주국군병원, 광주문화재단 등에 진행되었다. 커미션 전시는 ‘광주’라는 지역에 좀 더 초점을 맞춰, 장소특정적인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다. 광주와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작품들이 아니더라도 ‘지금, 여기’ 광주에 위치했을 때 그 의미가 깊어지는 작품들이 많았다.

나는 4월 17일에서 18일 광주에 내려가 1박 2일의 일정으로 비엔날레를 직접 관람했는데, 국립아시아문화전당과 광주문화재단을 제외한 나머지 전시를 거의 모두 볼 수 있었다. 광주의 근현대 역사를 잘 간직한 구 광주국군병원이나 양림산 일대의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 광주극장 등에도 작품이 전시되었기 때문에 비엔날레를 관람하며 광주 여행도 함께 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왼쪽부터 광주 비엔날레관 전경,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 전시장 일부 - 코라크리트 아루나논드차이의 설치 작품과 영상, 구 광주국군병원, 광주극장 전시장 일부 (사진 촬영 및 제공: 최소연)
왼쪽부터 광주 비엔날레관 전경,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 전시장 일부 – 코라크리트 아루나논드차이의 설치 작품과 영상, 구 광주국군병원, 광주극장 전시장 일부 (사진 촬영 및 제공: 최소연)

《광주 비엔날레》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국제 현대미술제로 1995년부터 격년으로 개최되어 왔다. 미술에 그다지 관심이 없는 사람도 이 이름만큼은 익히 들어왔을 것이다. 비엔날레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예술가들의 시각이 담긴 실험적인 작품들을 접할 수 있는 큰 전시회다. 앞서 광주 비엔날레 관람을 겸해 광주 여행을 할 수 있었다고 이야기했던 것처럼, 비엔날레는 개최지인 도시를 하나의 전시장처럼 활용할 수도 있는 큰 예술 축제라고 볼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는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열리는 《베니스 비엔날레》가 미술계의 올림픽과 같은 위상을 가진다. 각 나라들의 ‘국가관’이 설치되고 그곳에서 각국의 작가들이 작품을 선보이며 기량을 뽐낸다. 국내의 대표적인 비엔날레는 《광주 비엔날레》외에도 《부산 비엔날레》, 《서울 미디어 시티 비엔날레》가 있다.

최근 《아트 부산》이라는 아트 페어가 역대 최고가인 350억의 매출을 올렸다는 뉴스가 연일 화제였는데, 비엔날레 전시회를 아트 페어와 혼동해서는 안 된다. 아트페어가 미술품 판매를 위해 화랑별로 자신의 부스에 작품을 전시하는 ‘대형 아트 마켓’과 같은 행사라면, 비엔날레는 행사를 총괄 기획하는 예술 감독들의 의도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현대미술 작품들이 일련의 흐름에 맞게 큐레이팅 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비엔날레는 예술 감독과 큐레토리얼 팀이 정한 그 해의 주제에 맞는 작품들이 주로 출품되어 행사 때마다 다른 특색, 다른 주제로 구성된다.

《제 13회 광주 비엔날레》 공식 홍보 포스터. (출처: 광주 비엔날레 공식 온라인 홈페이지 – 보도자료)
https://www.gwangjubiennale.org/gb/Board/10661/detailView.do
《제 13회 광주 비엔날레》 공식 홍보 포스터. (출처: 광주 비엔날레 공식 온라인 홈페이지 – 보도자료)

그렇다면 비엔날레를 제대로 감상하기 위해서는 어떤 아이디어가 비엔날레 전시를 관통하고 있는지를 미리 살펴보는 것도 중요할 것이다. 이번 비엔날레의 타이틀은 “떠오르는 마음, 맞이하는 영혼 Minds Rising, Spirits Tuning”이다. 공식 포스터에서 볼 수 있듯이, ‘산’, ‘들’, ‘바다’, 그리고 인간의 것과 같은 ‘두 다리’가 혼재된 이미지와 함께, ‘마음(mind)’과 ‘영혼(spirit)’이라는 단어들이 어우러져 전시의 주제를 암시하는 것 같다. 자연과 인간의 ‘조화’가 주제인가 싶지만, 보통 ‘조화’라면 인간이 자연 속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거나 어울리는 것들끼리 부드럽게 매치된 이미지가 떠오른다. 그보다 이 형태는 조화보단 이질적인 것들의 ‘조합’에 가깝고 한편으로 기괴하기도 하다. 또 ‘마음(mind)’과 ‘영혼(spirit)’을 분리했다는 점 역시 흥미롭다. 한국어 단어로 번역했을 때 마음과 정신은 유의어처럼 느껴지지만, 영어에서 마인드(mind)는 ‘이성적인 사고를 위한 능력’이고 스피릿(spirit)은 ‘인간 영혼의 본질’이며 전자에 비해 직관적이고 감성적이다.2 이성적 인지 능력과 관계된 것처럼 보이는 마인드와, 초자연적이고 과학적으로 규명하기 어려운 ‘기(氣)’처럼 느껴지는 스피릿이 구분되어 있지만 함께한다. 인간과 자연, 이성과 감성 등의 낡은 이분법이 분리된 것 같지만 분리되지 않은 채 이질적으로 혼합되어 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갤러리 1 “함께 떠오르기” - 오우티 피에스키, 〈함께 떠오르기Ⅱ〉 / 갤러리 2 “산, 들, 강과의 동류의식” - 김상돈, 〈행렬〉 / 갤러리 3 “욕망 어린 신체, 분과적 경계 너머” - 에모 데 메데이로스, 〈부두노〉 / 갤러리 4 “돌연변이에 관해” - 안젤로 플레사스, 〈누스페릭 소사이어티 프로젝트〉 / 갤러리 5 “행동하는 모계문화” - 펨케 헤레그라벤, 〈그녀의 가슴 속에 있는 새 스무 마리〉. (사진 촬영 및 제공: 최소연)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갤러리 1 “함께 떠오르기” – 오우티 피에스키, 〈함께 떠오르기Ⅱ〉 / 갤러리 2 “산, 들, 강과의 동류의식” – 김상돈, 〈행렬〉 / 갤러리 3 “욕망 어린 신체, 분과적 경계 너머” – 에모 데 메데이로스, 〈부두노〉 / 갤러리 4 “돌연변이에 관해” – 안젤로 플레사스, 〈누스페릭 소사이어티 프로젝트〉 / 갤러리 5 “행동하는 모계문화” – 펨케 헤레그라벤, 〈그녀의 가슴 속에 있는 새 스무 마리〉. (사진 촬영 및 제공: 최소연)

“떠오르는 마음, 맞이하는 영혼”이라는 큰 주제 아래에서 각 전시장마다 연관된 세부 주제들로 전시가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제목만으로는 어떤 작품들이 주를 이루고 있을지 직관적으로 와 닿지 않는다.

메인 전시장인 광주비엔날레 전시관은 총 5개의 갤러리로 세분화되어 있으나 전체적으로는 이들을 관통하는 하나의 주제로 엮어진다. 갤러리 1 “함께 떠오르기”, 갤러리 2 “산, 들, 강과의 동류의식”, 갤러리 3 “욕망 어린 신체, 분과적 경계 너머”, 갤러리 4 “돌연변이에 관해” 갤러리 5 “행동하는 모계문화”. 이러한 부제들로 각 갤러리가 꾸려졌다. 국립광주박물관에서는 “사방천지, 온전히 죽지 못한 존재들”, 광주극장은 “자주적 이미지의 세계들”, 양림산/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에서는 “깊은 기억, 다종의 시대”라는 부제들로 조금 더 세분화된 주제전을 선보이고 있다.

‘동류의식’, ‘욕망’, ‘경계’, ‘돌연변이’, ‘자주’, ‘다종’ 등 굵직하고 심오한 개념들이 눈에 콕콕 박히지만 그러한 것들이 향연을 이루고 뒤섞여 있어 어지럽다. 이러한 개념들은 우리가 흔하게 같이 사용하는 것들이 아니다.

비엔날레의 총 예술감독인 데프네 아야스(Defne Ayas)와 나타샤 진발라(Natasha Ginwala)는 전시 서문에서 이렇게 밝히고 있다: 마음과 신체, 자연과 기술, 이성과 감성, 인간과 비인간 존재 등은 분절할 수 없이 연결되어 있고 이러한 것들로 세계는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이항 대립의 강제적이고 구조적인 이원론이 다양한 것들의 연결망을 파열시켰고, 식민적 근대성(modernity)과 세계화된 서구 기술 과학이 제시한 잘못된 보편주의로 이어져 왔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이번 비엔날레의 참여 예술가들은 육체적, 기술적, 정신적 지성에 강제된 ‘구조적 분할’에 대항하고 도전한다. 또 전 세계적으로 사회적 정의를 추구하는 분투가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지금, 이들은 공동체 정신의 역동적 측면들과 그러한 정신에 내재한 예술적이고 회복적인 치유의 잠재력을 작품을 통해 전면에 내세운다.3

비엔날레를 관람하기 전 기본적인 정보들을 살펴보는 것은 여기까지만 하려고 한다. 방금 언급한 총 예술감독들의 전시 서문은 첫 문단을 넘어가는 순간 난해하고 현학적인 ‘언어’의 영역으로 진입한다. (물론, 전시를 다 관람한 이후 다시 읽어보면 흥미롭게 잘 읽히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된다.) 이제 전시에 대한 프리뷰를 마치고 진짜 작품을, 큐레이팅된 전시를 관람해볼 차례다.

※ 다음 편에 계속….


  1. 온라인 전시투어 영상이나 오디오 가이드 어플리케이션 ‘Qpicker(큐피커)’를 통해 얻을 수 있다. 큐피커 앱에서는 각 작품과 작가에 대한 해설을 오디오로 들을 수 있고 해당 작품 사진이 함께 나타난다. 또 이외에도 비엔날레에 대한 각종 정보와 작가 소개 및 작품 해설이 담긴 전시 가이드북도 무료 배포 중이다. 이를 참고하면 비엔날레를 보다 깊이 음미해볼 수 있을 것이다.
    – 온라인 전시 투어 : gwangjubiennale.org
    – 온라인 가이드북 : 다운로드

  2. 김준기, 「다시, 예술에서 정신적인 것에 대하여」, 『월간미술』, (2021년 05월), p.135.

  3. 데프네 아야스·나타샤 진발라, 『제 13회 광주비엔날레 전시 가이드북』, 광주비엔날레 재단, 2021, p.5.

소연

대학원에서 예술학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예술은 사회를 반영하기도 하지만, 사회를 이끌어나가기도 합니다. 예술을 통해 체현하는 감각적 경험은 강한 울림으로 우리를 사유로 이끌고, 의미를 생성해나가도록 합니다. 그러므로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도록 하는 정동적 힘을 지닌 예술에 대해 주목하고 이를 탐구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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