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만 바쁜 가짜 노동의 세상 – 『가짜 노동』 을 읽고

『가짜 노동』을 쓴 저자들의 조사에 의하면 노동에 따른 생산성의 증가는 1990년대를 정점으로 막을 내리고 그 이후로는 현대인들은 바쁜 일과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생산성은 감소하고 있다. 이처럼 모순된 결과의 원인으로 저자는 ‘가짜 노동’을 언급한다. 가짜 노동이란 그냥 텅 빈 노동이 아니며, ‘바쁜척하는 헛짓거리 노동’, ‘노동과 유사한 활동’, ‘무의미한 업무를 포함하는 쓸모없는 노동’ 등이라 설명한다.

기후 운동, 제3의 길을 찾아라 – 『착취 없는 세계를 위한 생태정치학』을 읽고

머레이 북친의 ‘사회적 생태론’은 오늘날의 생태위기가 사회문제, 특히 인간 간의 권력문제에서 왔다고 보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반자본주의적 지역자치 생태공동체의 연대 운동이라는 ‘코뮌주의’를 통해 사회문제와 생태문제 해결이 가능하다고 본다. 이를 에릭 올린 라이트의 ‘자본주의 잠식하기’ 모델과 비교해보면, 한국 기후운동에도 깊은 통찰들을 준다.

레이건스럽게 이미지-장착된 미국의 대통령들 – 브라이언 마수미 『가상계』 2장 「출혈」 독후기

과학적 사고를 통하여 실체(實體)[substance]의 존재(存在)[being]를 증명하였다고 확신하면서, 실체성에 기반하여 세계를 이해하는 사람들 가운데, 일말의 지적 호기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당연히도 끊임없이 자신의 세계관과 현실 사이의 충돌을 경험하며 살아갈 것이다, 20세기말에서 21세기초에 걸쳐, 미국에서 꽤 많은 사람들이 경험한 실체성 기반 세계 이해와 레이건스럽게 이미지-장착된 대통령직의 충돌은 그 사례 가운데 하나다.

집은 어디에 있는가? – 〈황우양씨 막막부인〉 독후기

무가(巫歌)인 성주풀이는 수렵이동 문화에서 농경정주 문화로 바뀌는 과정을 담고 있다. 이는 지금 여기의 문화에 대한 이해를 심화하는 데 도움이 되며, 농경정주 문화와 지금 여기의 문화 사이의 불연속성 또한 드러내고 있다. 황우양씨 유형 성주풀이와 그것의 요약본인 〈황우양씨 막막부인〉 읽기는 텍스트로부터 문화 변동 자체를 재구성해내는 것 뿐만 아니라 그 불연속성을 소화해내는 것을 체험하고 훈련하는 계기가 되어준다.

내 안에 숨어있는 차별 찾기 -『선량한 차별주의자』를 읽고

우리는 차별하는 일부의 사람들을 비난하곤 하지만, 사실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이 무의식적으로 차별을 행한다. 이처럼 스스로를 차별하지 않는 선량한 시민이라 믿는 사람을 저자는 ‘선량한 차별주의자’라고 부른다. 간단히 말하면 특정한 차별주의자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상황과 입장에 따라 차별주의자가 된다는 것이다.

상상을 제약하는 관성적 사고를 들춰보다 -〈하늘못 백장군〉 독후기

세상을 바꾸려는 운동이나 대안 추구에 있어서 방향을 정하여 줄 이념과 가치는 소중하다. 이에 더하여, 전체 비전에 비하면 지극히 사소하고 주변적인 것으로 보이는 단순한 정보가, 운동의 방향에 미세한 영향을 줄 수 있으며, 운동 과정에 끼어든 그 미세한 영향 때문에 운동의 결과가 예상을 크게 벗어나는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 백두산 설화 읽기를 통하여 그와 같은 경우를 들여다보자.

천지를 창조한 다음 법을 세우다-〈창세신화 천지왕본풀이〉 독후기

제주의 무가인 〈천지왕본풀이〉는 함흥의 무가인 〈창세가〉 뒷부분을 잘라 주인공 이름 만 바꾼 느낌을 주는 노래다. 이 두 노래 속의 이야기들을 겹침 없도록 잘 다듬어 읽다보면, 개벽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고, 인과응보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된다. 한 번 더 읽다 보면, 법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된다. 이런 상태에 이르는 과정을 정리하여 보았다.

삶을 변화시키는 힘, 타자와의 만남 -『만남이라는 모험』을 읽고

우리는 타인들에게 의존한 인생을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우리에게는 만남이 중요하다. 그러므로 만남이란 우리 인생에 덧붙여진 장식물 혹은 부차적인 소품 같은 것이 아니라, 오히려 만남은 우리에게 필수적이며 우리의 인격을 빚어내기까지 한다. 인간이라는 존재가 평생 경험하게 되는 모험의 중심에는 외부와의 만남이 자리 잡고 있으며, 진정한 나 자신이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타인과 만나야 한다.

축제를 혼자 미완성으로 만들고 온 사람의 보고서- 故 신승철 소장 1주기 추모축제 참여 후기

꽤 오랜 세월 동안 한국인에게 장례가 축제로 치러지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었다. 사람들은 빈소에서 술을 마시며 화투를 쳤고, 고인의 넋을 달래서 잘 떠나가게 하기 위하여 행하여지는 굿은 다양한 연희의 조합이었다. 그렇다면 제사는 어떠하였을까? 가까워야 하나 서로 멀리 떨어져 있을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이 모처럼 모여서 가까움을 확인하고 즐기는 날이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하여 집안의 제사뿐만 아니라 마을 사람들의 안녕을 비는 동제도 떠들썩한 축제였다. 그러니, 신승철 1주기가 축제로 치러진 것은, 제사의 그런 전통의 연장선상에서 보면 이상할 것 없는 일이라 할 수 있다.

탄소중립의 핵심 ‘그린프리미엄’ – 『How to avoid a climate disaster』를 읽고

2021년 2월, 빌 게이츠의 『How to avoid a climate disaster』가 나오고 번역판을 기다릴 새 없이 원서를 주문하여 바로 읽어보았다. 이 책은 내게 2050년까지 전 세계 모든 분야에서 '지속가능성'에 대한 흐름이 주류가 될 것이라는 확신을 주었다. 그래서 MBA에서 ESG 전공을 하게 되고 졸업한 지금 시점에서, 다시 이 책을 읽어보며 오늘날 이러한 '지속가능성'을 위해 어떤 변화가 필요하고 또 그린프리미엄이 왜 중요한지 살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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