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통신] ㉓ 당신이 찾고 있는 것도 당신을 찾고 있다

지역은 지속가능할까요?

비조마을이 있는 두동면에는 병설유치원과 초등학교가 있고 중학교, 고등학교가 없습니다. 인근 두서면에 두광중학교가 있어 두동초, 두서초를 졸업한 아이들이 다닙니다. 두동초를 졸업한 아이들은 범서읍(구영리), 두서초를 졸업한 아이들은 언양읍에 있는 중학교에도 진학할 수 있어 시골학교인 두광중에 다닐지 읍내학교(두동·두서에서 보면 시내학교)에 다닐지 선택합니다. (간혹 6학년 2학기가 되어 울산시내로 전학을 가기도 합니다)

중학교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2012년 비조마을에 이사와 마을을 활보하며 다니던 3살 난 아이가 이제 13살, 초등학교 6학년이 되어 반친구들끼리 어느 중학교를 갈지 이야기를 나누었더니 두광중에 가겠다는 아이가 2명이고 1~2명은 고민하고 있다고 전해 들었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두광중은 50명이 안 되는 작은 학교인데 내년 신입생이 많아도 10명이 안 된다면 앞날이 걱정입니다. 지속가능한 지역을 이야기할 때 학교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아주 큰 차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지역을 고민합니다

아이의 중학교 진학을 생각하며 자연스럽게 지역을 고민합니다. 이번 고민은 예전과 달리 깊어갑니다. 그럼 이제부터 고민을 풀어놓겠습니다.

1. 인구감소, 지역소멸이 시대의 흐름이라면 나는 흐름을 거스르고 있는 것일까?

지속가능한 지역을 이야기할 때 학교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아주 큰 차이가 있습니다. 
사진출처 : Dids  
https://www.pexels.com/ko-kr/photo/2675061/
지속가능한 지역을 이야기할 때 학교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아주 큰 차이가 있습니다.
사진출처 : Dids

2021년 12월 통계청이 발표한 ‘장래인구추계-2020~2070년’을 보면 우리나라 인구가 2020년 5184만 명으로 정점을 찍고 지속적으로 감소해 50년 뒤에는 3766만 명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합니다.

현재 두동은 예외적으로 유입인구가 늘고 있지만 은퇴자들의 노후생활을 위한 이주가 많습니다. 올해 두동초 병설유치원 신입생이 0명이라는 사실은 유치원 시설이 나빠서가 아니라 아이가 없기 때문입니다. 나이 든 사람들이 살만한 곳이 왜 아이들이 살 만한 곳이 못 될까요? 아니 왜 아이들을 키울 만한 곳이 못 될까요?

2. 지역(마을)에서 살고 배우고, 떠나더라도 다시 돌아올 수 있는 곳이라는 것은 판타지일까?

마을에 살고 있으니 마을을 산책하고 마을주민과 인사를 나누고 늘 보는 풍경도 날마다 다른 것을 알게 됩니다. 마음은 머리나 가슴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발에 있는가보다 생각했습니다. 비조마을이 내 눈에 예쁘게 보이는 건 발 디디고 살고 있고 빤한 골목과 농로를 자주 다녀서 일 것 같거든요. 내가 느끼는 것을 두동에 살고 있는 아이들도 알아주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마을학교를 진행하고 마을탐험을 했고 나중에는 이런 활동이 아이들의 발목을 잡는 게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과연 발목을 잡을 수 있는 비빌 언덕을 마련할 수 있을까요? 지금 두동은 청년이 오더라도 집값이 비싸 살 곳이 없고 일자리가 없고 놀거리가 없는 곳입니다.

3. 하고 싶은 것 한 가지를 위해 열 가지가 넘는 일을 하는 것은 감수할 만할까?

마을이 궁금하고 알고 싶고 하고 싶은 것이 생기면서 마을활동가인 줄도 모르고 마을활동가가 되었습니다. 해가 갈수록 신청하는 지원사업의 개수는 늘어나고 본격적으로 마을과 학교를 이어서 지속가능한 지역을 꿈꾸는 사회적협동조합도 만들었습니다. 단체가 되니 할 일이 많아집니다. 서류 작성할 게 많다고 툴툴대니 고생이 많다는 위로를 받습니다. 틀리면 고치고 모르면 물어보면 되는 서류작성은 힘들지 않습니다. 힘든 건 미래를 낙관하는 것입니다.

말을 걸어줍니다

‘내가 이 세상에 온 것은 세상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려는 중요한 목적이 있어서가 아니라, 좋든 나쁘든 그 안에서 살기 위해서이다.’ 사진출처 : EYÜP BELEN  https://www.pexels.com/ko-kr/photo/1428100/
‘내가 이 세상에 온 것은 세상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려는 중요한 목적이 있어서가 아니라, 좋든 나쁘든 그 안에서 살기 위해서이다.’
사진출처 : EYÜP BELEN

마을활동을 하는 사이사이 고민을 하다가 답을 찾은 듯해도 다시 고민하기를 반복합니다.
라디오에서 루미의 시를 들었습니다.

‘당신이 찾는 것도 당신을 찾고 있다’

그 미래가 나를 찾고 있을까요?

『소로씨, 삶엔 무엇이 있나요?』(권은미 지음/눈이 깊은 아이)라는 어린이 철학동화책에서 소로의 생각을 읽었습니다.

‘내가 이 세상에 온 것은 세상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려는 중요한 목적이 있어서가 아니라, 좋든 나쁘든 그 안에서 살기 위해서이다.’

오늘 오후 집에 오는 길에는 벚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물을 댄 논 흐린 물에 벚나무가 비쳤습니다. 내가 보는 것, 생각하는 것은 물에 비친 그림자일까요? 땅 위의 벚꽃나무일까요? ‘그런 건 모두 나의 장난이지’하고 말하듯 햇님도 물 위를 일렁입니다.

고민을 하고 있으니 루미와 소로와 마을풍경이 말을 걸어줍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저에게 말을 걸어주시면 좋겠어요.

김진희

만화리 비조마을에 살며 만가지 이야기가 어우러지는 마을이야기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댓글 1

  1. 마음을 울리는 글 잘 읽었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소식 전해주세요. 작가님도 동화책도 말을 걸어오네요 ^^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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