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열한 인간이 되지는 말자 – 『인간 존재의 의미』를 읽고

과학이 발전하면서 인간 존재의 의미를 잃어가는 현대인들에게 사회 생물학자인 에드워드 윌슨이 전하는 이야기를 읽어보았다.

에드워드 윌슨 저 『인간 존재의 의미』(사이언스 북스, 2017)
에드워드 윌슨 저 『인간 존재의 의미』(사이언스 북스, 2017)

현대인들은 고도로 발달한 과학 문명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손에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는 풍경은 이제 익숙하다 못해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비친다. 오히려 현대인들은 스마트폰이 손에 없으면 불안해하는 존재가 되었다.

또한 우리 삶 주변 곳곳에는 인공지능(AI)이 활약하는 것을 목격할 수 있다. 내비게이션은 물론이고 검색 사이트, 심지어는 투자 상담 등을 인공지능에 의지하고 있다. 이제 현대인들은 생각이나 판단 없이도 편리하게 살 수 있다. 인공지능에 의존하는 것이 현명하다는 생각이 지배적일 정도이다.

이처럼 과학이 발달하면서 생활은 윤택해지고 편리해졌지만, 인간이란 존재의 의미를 묻지 않을 수 없다. 사회 생물학자인 에드워드 윌슨은 그의 저서 『인간 존재의 의미』에서 인간 존재에 대한 현대인들의 생각과 함께 모순을 극복할 수 있는 해답을 우리에게 제시해주고 있다. 먼저 인간은 어떠한 경로를 통해 진화해 왔는가를 검토한다. 저자에 따르면 인간은 ‘다수준 선택’이라는 진화의 길을 걸어왔다고 한다.

“이기적인 개인은 이타적인 개인을 이길지 모르지만, 이기적인 집단은 이타적인 집단에 진다. 그런 일이 반복되는 진화 역사를 통해, 인간은 이기적인 행동과 이타적인 행동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는 모순되는 태도를 보인다.”

인간에게 유독 뇌의 진화가 필요했던 이유는 바로 사회성이 요구되었기 때문이다. 
사진출처 : Helena Lopes   
https://unsplash.com/photos/e3OUQGT9bWU
인간에게 유독 뇌의 진화가 필요했던 이유는 바로 사회성이 요구되었기 때문이다.
사진출처 : Helena Lopes

‘다수준 선택’에 의해 인류는 역사 속에서 많은 오류를 범하며 오늘에 이르렀다. 그 예로는 나치즘, 파시즘이 있었다. 이러한 인간의 모순된 모습을 과연 무엇으로 교정할 수 있을 것인가? 인류는 여러 모순된 모습을 보이지만, 그래도 저자는 인류 미래를 긍정하면서 그 해결 방안으로 인문학에 큰 기대를 건다.

왜 저자는 인문학에서 희망을 찾는 걸까? 그 해답은 바로 인류가 걸어온 진화의 길에 있다고 말한다. 인류를 포함하여 진사회성을 갖는 진화의 길을 걸어온 생물은 그리 많지 않다고 한다. 진사회성이란 ‘진정한 사회성’을 말한다. 인간의 진화는 다른 생물들과 다른 길을 걸어왔는데, 인간의 문화적 진화는 오로지 인간 뇌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인간에게 유독 뇌의 진화가 필요했던 이유는 바로 사회성이 요구되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집단들이 한 곳에 점점 더 많이 모이면서, 협력해 둥우리를 짓고 사냥을 하자, 한 가지 이점이 더 늘어났다. 바로 전두엽의 기억 중추와 추론 중추가 커지면서 사회적 지능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저자는 현대 과학 문명의 발달을 부정하지 않는다. 다만 과학 기술을 발전시키면서 인문학을 함께 장려하자는 것이다. 인문학이야말로 과학 기술의 발달로 인하여 소외되고 있는 자아를 회복할 수 있으며, 생태 환경 파괴로 인한 인류의 멸종을 막아줄 수 있는 유일한 분야라는 것이다.

인간이 어떠한 목표 지점 없이 진화해 왔듯이 과학 역시 진화의 길을 걸어왔으며 앞으로도 진화를 거듭할 것이다. 과학은 어떠한 윤리성에 따라 진화하는 것이 아니라 자본주의와 함께 효율성과 이윤을 찾아 계속 진화의 길을 걸어갈 것이다. 따라서 과학과 자본주의에는 윤리성이 결여되어 있다. 인공지능의 발달로 인하여 인류는 기억 능력을 넘어 이제 판단 기능마저도 인공지능과는 상대되지 않는다. 현대인들은 인간 존재의 의미를 상실해 버린 것이다. 인류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표하는 AI, 로봇, 사물 인터넷보다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길은 무엇일까? 과학과 자본주의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윤리성이며, 윤리적인 인간으로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인문학이다.

『책을 읽을 자유』의 저자 이현우도 “우리는 적어도 인문사회과학 서적을 한 달에 한 권도 읽지 않으면서 책을 읽었노라고 말하는 비열한 인간, 비열한 독서가는 되지 말아야겠다.”라고 말한다. 현대인들의 독서량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들리고 있다. 지금이라도 인문사회과학 서적을 접하여 비열한 인간이 되지는 말자.

이환성

공학계 앤지니어로 10여년간 인간중심주의가 지배하는 현장에서 근무하면서 인문학에 목말라했다. 지금은 현장을 떠나 자유로이 독서와 함께 인문학에 빠져 있으며 철학과 공동체에 관심을 갖고 다른 삶을 모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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