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호라는 신세계, 그 속으로 풍덩!

제주 바다에 120여 종 이상의 다양하고 어여쁜 산호가 살고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물고기와 갑각류 등 해양생물의 산란장이자 은신처이며 서식지를 제공하는 한편, 공생하고 경쟁하는 해양생태계의 연결망을 보여주는 제주 산호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스노쿨링이나 스쿠버다이빙을 통해 바라본 바닷속 풍경은 아름답고 신비합니다. 형형색색의 산호가 일렁거리고, 오렌지색 바탕에 하얀 줄무늬의 물고기 니모가 말미잘 촉수에 몸을 휘감고 노는 모습도 볼 수 있고요. 이런 풍경은 해외가 아니라 제주 바다에서도 만날 수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바다의 꽃이라고 불리는 산호는 과거에 식물, 혹은 광물로 오인되기도 했지만, 동물입니다. 촉수를 가진 아주 작은 동물들이 잔뜩 모인 군체 모습이지요. 모여 있는 하나하나의 작은 동물 개체를 산호 폴립이라 부릅니다. 산호 폴립을 확대해 보면, 촉수가 바깥을 향해 있어 물속을 떠다니는 플랑크톤을 먹고 삽니다. 제주 바다에서 볼 수 있는 산호는 석회질 골격이 없고, 부드러운 줄기구조를 가지고 있어 물결에 따라 흔들리는 부드러운 산호, 연산호(soft coral)입니다. 최근에는 수온 상승으로 제주 바다에도 열대 바다에 살던 돌산호의 서식 면적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어요.

제주 산호를 만나다

저는 2014년부터 녹색연합의 제주 연산호 조사 활동에 합류했습니다. 다이버가 바닷속으로 사라지면 배에 남아 조사 위치 GPS를 기록하고 현장 스케치 사진을 찍었죠. 사람들이 차례로 입수하여 부력 조절기의 공기를 빼고 하강하는 모습은 기묘한 토끼를 따라 다른 세계로 넘어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닮았다고 생각했습니다. 공기 방울을 남긴 채 사람들이 사라지면 그들이 다시 이쪽 세계로 돌아올 때까지 약 35~40분 동안 배에 앉아 한라산의 능선과 범섬 그리고 제주 해군기지 해상공사 현장을 바라보곤 했습니다. 시동을 끈 배는 파도의 흐름을 따라 출렁거렸습니다. 쨍하게 맑은 날이면 한라산 꼭대기와 완만한 능선, 그 아래 서귀포 풍경이 한눈에 보였습니다. 연산호 조사를 하러 올 때마다 풍경은 계속 달라졌습니다. 서귀포 신시가지에는 아파트 단지가 생겼고 해안가에도 빌라와 리조트, 카페가 속속 들어섰습니다. 한라산과 범섬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습니다. 봐도 봐도 질리지 않습니다. 배에 시동이 걸리고 조사팀 활동가들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 팔을 뻗어 촬영 장비와 핀을 받아 들었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스쿠버다이빙, 물속 압력과 조류 흐름은 낯설었고 바다에 몸을 맡기지 않으면 금세 숨소리가 거칠어졌습니다. 안정을 찾고 물속에서 두리번거렸더니 시선을 돌릴 때마다 곳곳에 형형색색 다양한 생명이 자기만의 리듬으로 따로, 또 함께 움직이며 어울리고 있었습니다.

그 무렵 제주 산호에 관한 책을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조사팀이 촬영한 영상과 보고서를 통해 제주 해군기지 건설로 영향을 받은 주변 연산호의 생존 기록을 발표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습니다. 여전히 그 자체로 꼼지락대고 흐물거리며 나폴거리고 하늘거리고 빛나는 산호를 더 많은 이들이 알기를 바랐습니다.

가시수지맨드라미. 사진제공 : 녹색연합
가시수지맨드라미. 사진제공 : 녹색연합
거품돌산호. 사진제공 : 녹색연합
거품돌산호. 사진제공 : 녹색연합
꽃가시산호. 사진제공 : 녹색연합
꽃가시산호. 사진제공 : 녹색연합
별혹산호. 사진제공 : 녹색연합
별혹산호. 사진제공 : 녹색연합

세계적으로 희귀한 제주 연산호 군락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이자 천연보호구역, 생태계보전지역이자 절대보전지역 등 일곱 개 보호구역이 겹겹이 지정된 범섬과 문섬 앞바다에서 마주했던 산호를 세상에 내어놓고 같이 이름을 되뇌어 보고 싶었습니다. 용암이 흘러내리다 바다를 만나 그대로 거대한 너럭바위가 된 구럼비, 붉은 발에서 말똥 냄새가 난다는 붉은발말똥게, 이마뿔이 짧은 담수 새우인 제주 새뱅이처럼 연산호 군락(천연기념물 442호)을 이룬 산호 하나하나에 대해 말하고 싶었습니다. 검붉은수지맨드라미, 금빛나팔돌산호, 깃산호, 둔한진총산호, 망상맵시산호, 밤수지맨드라미, 연수지맨드라미, 해송, 흰수지맨드라미…. 산호 이름을 하나씩 불러보고 기억하는 사람이 늘어난다면 세상에서 사라져가는 산호를 지킬 수 있지 않을까요.

녹색연합 저, 『ㅈㅈㅅㅎ -조금 사소하고 쓸 데 많은 제주 산호에 관한 거의 모든 것』 (텍스트CUBE, 2021.09.15)
녹색연합 저, 『ㅈㅈㅅㅎ -조금 사소하고 쓸 데 많은 제주 산호에 관한 거의 모든 것』 (텍스트CUBE, 2021.09.15)

국내 산호를 다룬 책 『ㅈㅈㅅㅎ – 조금 사소하고 쓸 데 많은 제주 산호에 관한 거의 모든 것』은 그렇게 탄생하였습니다. 녹색연합 활동가, 산호 연구자(국립해양생물자원관 조인영 선임연구원), 다이버(박승환 수중 사진작가), 생태예술가가 공동 작업한 이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었습니다. 한반도 기후위기 현장인 제주 바다에서 확인한 산호의 특징과 생태를 에세이, 30여 종의 도감, 지도 형식으로 서술합니다.

산호는 전 세계에 7,500종, 우리나라에는 170여 종이 확인되는데(2020년 10월 기준), 그중 120여 종이 제주 바다에 서식하며, 다양한 연산호가 집중되어 있어 보호가치가 무척 높습니다. 특히 송악산 및 서귀포 해역은 세계적으로 희귀한 연산호 군락의 자연 상태를 잘 보여주는 곳으로 학술적 가치가 높은 곳으로 손꼽히고요. 산호 군락은 그 자체로 아름다운 수중 경관을 자아내면서, 해양생태계에 무척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물고기와 갑각류 등 해양생물의 산란장이자 은신처이며 서식지를 제공합니다. 다양한 생명이 공생하고 경쟁하는 해양생태계가 산호로부터 시작되는 셈이지요. 침식과 태풍으로부터 해안을 보호하고, 여러 생물종과 공생하며 광합성을 통해 산소를 만들어 내기도 합니다. 기후변화와 해양오염으로 몸살을 앓고 있지만, 또 꿋꿋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제주 산호의 이야기- 일독을 권합니다.

이 글은 책 『ㅈㅈㅅㅎ』의 프롤로그를 중심으로 재구성한 원고입니다.

신수연

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에서 활동합니다. 바다의 변화를 관찰하고, 기록하고, 정책 변화를 모색합니다.

댓글

댓글 (댓글 정책 읽어보기)

*

*

이 사이트는 스팸을 줄이는 아키스밋을 사용합니다. 댓글이 어떻게 처리되는지 알아보십시오.


맨위로 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