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wiki번역] ⑥ 인간 지식의 손아귀에서 객체들을 빼내자 – 티머시 모턴

[생태사상가 시리즈]는 녹색운동, 생태운동, 대안운동의 주요 저자와 활동가들에 대해서 위키피디아 항목을 토대로 탐색하는, 2023년 봄에 스타트한 생태적지혜연구소의 프로젝트이다. 여섯 번째 인물인 티머시 모턴은 미국 라이스 대학 영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객체지향적 사유와 생태학 연구를 교차시키는 작업을 한다.

티머시 블록섬 모턴(Timothy Bloxam Morton, 1968년 6월 19일~ )은 미국 라이스 대학 영문학 ‘리타 시 거피’(Rita Shea Guffey)[라이스 대학 창립 100주년을 기념해 기부자인 로렌스 거피가 그의 아내와 함께 공동 설립한 기금의 이름-옮긴이] 교수로 재직 중이다. 객체지향 철학 운동의 일원인 모턴은 객체지향적 사유와 생태학 연구를 교차시키는 작업을 한다. 티머시 모턴이 말하는 ‘초객체’(hyper-object)라는 용어는 아이슬란드의 싱어송 가수 비요크(Björk)의 1996년 싱글앨범 ‘하이퍼발라드’(Hyperballad)에서 영감을 받았다. 물론 이 말은 1967년 이래로 컴퓨터 과학에서 ‘n-차원의 국지적이지 않은 독립체’를 지시하는 용어로 사용되긴 했다. 티머시 모턴은 ‘초객체’를 기후 변화나 스티로폼처럼 국지화를 초월할 정도로 시간과 공간에 대규모로 분포되어 있는 객체를 설명하는 데 사용한다.

그들[모턴은 자신을 복수형 ‘그들’(they)로 지칭하길 원한다고 밝힌 바 있다-옮긴이]의 최근작 『인류: 비인간적 존재들과의 연대』는 ‘객체지향존재론’(Object-Oriented Ontology/OOO)의 관점에서 인간과 비인간 간의 분리를 탐구하며, 인간들이 비인간 동물과 자연 전체를 생각하고 그들과 관계 맺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하면서 그러한 변화의 정치적 함의를 탐구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모턴은 또한 퍼시 비시 셸리(Percy Bysshe Shelley)와 메리 셸리(Mary Shelley)의 작품, 낭만주의, 식습관 연구, 생태이론 등 여러 분야에 걸친 책을 썼다. 모턴은 〈서던 캘리포니아 건축 연구소〉(SCI-Arc)의 ‘종합 조경 대학원 과정’의 교수진으로 있다.

생애

모턴은 영국 옥스퍼드 대학 마들린 칼리지에서 영문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모턴의 박사 학위 논문 「몸을 다시 상상하기: 셸리와 식습관의 언어」는 영국 낭만주의 시인 퍼시 비시 셸리의 작품에서 식습관, 절제 및 소비의 재현 문제를 다뤘다. 모턴에 따르면, 학문적으로 유행하는 고전들이 아닌 [비주류] 영문학을 공부하기로 한 결정은 국제적으로 진화하는 사유 양식─“당시에 영국에서는 그다지 일어나지 않았지만 ‘이론’ 등등과 전쟁하는 모든 종류의 대륙철학을 포함하는”─에 참여해 보려는 욕망에서 비롯되었다.

2012년 라이스 대학 교수직을 취득하기 전에는 캘리포니아 대학 데이비스 캠퍼스, 뉴욕 대학, 콜로라도 대학 볼더 캠퍼스에서 강의한 바 있다.

이론적 저작

모턴의 이론적 저작들은 여러 학문을 절충하는 접근법을 옹호한다. 모턴이 다루는 주제에는 퍼시 비시 셸리와 메리 셸리의 시와 문학, 음식의 문화적 의미와 맥락, 생태학과 환경주의, 객체지향존재론이 있다.

■셸리 연구

모턴은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에 대한 비판적이고 역사적인 성찰을 모은 편집본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 라우틀리지 연구 가이드 및 자료집』(2002)을 출판했다. 
사진 출처: freestocks
모턴은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에 대한 비판적이고 역사적인 성찰을 모은 편집본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 라우틀리지 연구 가이드 및 자료집』(2002)을 출판했다.
사진 출처: freestocks

1995년 모턴은 박사 학위 논문에서 제시한 생각을 확장한 『셸리와 미각에서의 혁명: 몸과 자연 세계』를 출판했다. 18세기 후반과 19세기 초반에 음식이 어떻게 이데올로기적 관점을 의미하게 되었는지를 탐구한 모턴의 이 책은 ‘녹색’ 문화 비평의 시도로서, 이는 신체와 그 신체가 나타나는 사회적・환경적 조건이 상호 연관되어 있음을 보여주고자 한다. 모턴은 다양한 낭만주의 문헌, 특히 퍼시 비시 셸리의 『자연적 식단의 옹호』(A Vindication of Natural Diet)(1813)에 대한 ‘규범적’(prescriptive) 분석을 해내면서 이러한 문헌들이 비유적으로 사용하는 수사적 요소를 단순히 기발한 언어유희로서만이 아니라 소비 관행─몸이 규범성과 관계맺는 방식이 띠는 이데올로기적 배열에 도전하는─을 확립하라는 명령으로 읽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모턴이 보기에 권위주의적인 권력 역학, 상품 흐름, 산업 논리, 자연 영역과 문화 영역 간의 구별 등은 셸리가 표현한 ‘식습관 담론’에 내재되어 있다. 역으로 소비 형태, 특히 채식주의에 관한 셸리의 글은 사회 개혁의 요구와, 무절제와 중독을 폭정에 대한 경고로 비유적으로 논의한 것으로 읽혀진다.

여기에 더해 모턴은 셸리 부부의 저작에 관한 중요한 다음 두 권의 책을 편집했다. 그들은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에 대한 비판적이고 역사적인 성찰을 모은 편집본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 라우틀리지 연구 가이드 및 자료집』(2002)을 출판했다. 그 이후 모턴은 『케임브리지판 셸리 안내서』(2006)를 편집했는데, 이는 퍼시 비시 셸리의 주요주제, 언어, 서사구조, 작품 철학, 정치관 등에 대한 학제 간 연구를 모은 것이다.

■식습관 연구

2000년부터 2004년까지 모턴은 음식과 문화 연구의 교차를 다루는 3편의 저작을 출판했다. 첫 번째로 출판된 것은 『향신료의 시학: 낭만주의 소비문화와 이국적인 것』(2000)으로, 모턴은 이 책에서 낭만주의 문학에서 향신료가 비유적으로 사용되고 있음을 분석해 유럽 소비문화의 진화를 풀어냈다. 그들[모턴]은 향신료를 문화적 인공물로 보면서─향신료는 낭만주의 시대 동안 “순진하게도 그 자체로 투명한 담론, 객체가 아닌 담론으로” 기능했다─, ‘향신료의 시학’의 두 가지 일반적 특징인 물질성과 전환소비(transumption)를 설명한다. 한편으로 향신료의 ‘물질성’은 향신료의 상징적・사회적 역할을 욕망 생산의 능력과 연결시킨다. 모턴은 한 가지 사례로 존 밀턴의 후기 작품인 『실락원』에 나오는 “무역풍 토포스”(Trade Winds topos)(자기 땅에 향신료를 재배하는 그러한 이국적인 땅에서 불어온다고 여겨지는 향기로운 바람)를 인용하면서 밀턴이 향신료의 상징적 사용─밀턴은 지옥에서 혼돈으로 향하는 사탄의 여행을 향신료를 파는 상인의 여행과 나란히 제시한다─을 미리 보여주고 있다고 결론짓는다. 다른 한편으로 해럴드 블룸(Harold Bloom)이 사용한 수사적 개념을 따르는 ‘전환소비’는 “시적 언어를 위한 형상 자체로 기능하는” 메타-기표의 사용을 수반한다. 모턴에 따르면 그 사례가 존 드라이든(John Dryden)의 작품인데, 그의 작품은 “향신료 무역이라는 표상에 의존하는 새로운 종류의 자본주의 시학”으로, 이때 “향신료는 향유(香油)가 아니라 무역의 객체이자, 화폐를 대신해 ‘경계를 가로질러 운반되는 것’의 비유(trope)이다. 즉 향신료는 은유에 대한 은유이다.” 모턴은 이러한 발상을 낭만주의 시대로 가져가 향신료가 이국적 욕망을 은유적으로 표현─이러한 은유는 그 이후 근대적인 상품화 과정의 자기-반영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하게 된 방식을 비판한다.

이후 모턴은 2000년에 18세기 문헌들을 다룬 3권으로 이루어진 『근본 음식: 먹기와 마시기의 문화와 정치 1790-1820』(1권 윤리와 정치, 2권 문화와 사회, 3권 건강과 식습관)를 편찬했다. 이 책들은 음식의 문학적・사회문화적・정치적 역사를 검토하는데, 여기에는 중독, 식인풍습, 노예제 등을 다룬 글이 포함되어 있다. 그들[모턴]은 또한 2004년 『맛의 문화들/식욕의 이론들: 낭만주의를 먹기』를 발간했다. 이 책은 맛과 식욕을 경계 지워진 영토와 주체성들에 대한 낭만주의적 은유로 사용하는 것을 문제로 삼는 논문 모음집으로, 경쟁하는 소비의 논리를 둘러싸고 낭만주의의 문화적・경제적 구조의 조직화를 경험적으로 탐구한다.

■생태 이론

2009년부터 모턴은 지속적으로 생태적 비판기획에 참여해 왔다. 대표적으로 『대자연 없는 생태학』(2009)과 『생태적 사유』(2010)가 있으며, 모턴은 이 책들을 통해 생태적 얽힘(entanglement)의 관점에서 환경 이론을 문제 삼는다. 모턴은 『대자연 없는 생태학』에서 생태적 비판은 자연과 문명이 갈라져 있다는 것 또는 ‘자연이 문명을 유지하는 어떤 것이긴 하지만 사회의 벽 밖에 존재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제안한다. 모턴에 따르면,

생태적 글쓰기는 우리가 자연에 “붙박혀 있다”는 주장을 고수한다. 자연은 우리의 존재를 지탱하는 ‘둘러싼 매질’(a surrounding medium)이다. ‘둘러싼 매질’이라는 생각을 촉발하는 수사학으로 인해, 생태적 글쓰기는 ‘이것이 자연이다’를 결코 제대로 확립할 수 없으며, 따라서 사회를 변화시키고자 하는 새로운 세계관을 위한 설득력 있고 일관된 미학적 기초를 제공할 수 없다. 그것[생태적 글쓰기]은 도미노를 넘어뜨리는 것과 같은 작은 작업이다. … 대자연이라 불리는 것을 받침대에 올려놓고 멀리서 그것에 감탄하는 것은 가부장제가 여성의 형상에 대해 하는 것과 같은 것을 환경에 대해 하는 것이다. 그것은 사디즘적 감탄이라는 말과 같은 역설적 행위이다.

모턴은 “자연”을 추정적인 의미에서 임의적인 텍스트 기표로 보면서 환경에 대한 예술적 재현을 새로운 가능성을 지닌 열린 자연관의 현장으로 이론화한다. 환경의 미분(微分)적・역설적・비식별적 특성을 설명할 수 있는 미학적 방식을 탐색하면서 그들[모턴]은 ‘주변적 시학’(ambient poetics)이라 불리는 유물론적인 텍스트 분석방법을 제안한다. 이 방법에서는 모든 종류의 예술 텍스트들이 어떻게 그것들이 자신들이 나타나는 공간을 관리하는가의 관점에서 고려되며, 그에 따라 관객의 감성을 자연 재현의 형태─이 형태는 초월적 원리로서의 자연에 대한 이데올로기적 코드화를 위반한다─와 조율시킨다. 이러한 형태의 시학을 역사화하는 일은 환경 예술과 그 ‘생태모방’(ecomimesis)의 정치화를 허용하거나 저자가 놓인 환경을 환기시키는 일을 현실로 입증하여, 예술 현상의 경험이 관객에게 나타나게 하면서 동시에 그 경험을 관객과 공유한다.

예술은 『대자연 없는 생태학』의 프리퀄에 해당하는 저작인 『생태적 사유』에서도 중요한 주제이다. 이 글에서 모턴은 ‘어둠의 생태학’(dark ecology) 개념을 생태학의 “아이러니, 추함, 공포”를 표현하는 수단으로 제안한다. ‘어둠의 생태학’의 관점에서 보면, 생태적 주장을 명확하게 하는 중립적인 이론적 근거란 존재하지 않는다. 그 대신 모든 존재는 늘 이미 생태적인 것에 연루되어 있으며, 생태적 재앙─모턴에 따르면 이것은 “늘 이미 일어났다”─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공존하는 차이(coexistential difference)에 대한 인정이 필요하다.

어둠의 생태학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은 모턴의 ‘그물망’(mesh) 개념이다. 모턴은 생태적 사유를 “상호 연결의 사고”로 정의하고, 그에 따라 ‘그물망’을 “무한한 연결과 극소(極小)한 차이들”을 구성하는 모든 생물과 무생물 사물의 상호 연결을 지시하는 데 사용한다. 그들[모턴]은 이렇게 설명한다.

생태적 사유는 실제로 그물망의 “진정으로 놀라운 사실”의 파생효과이다. 모든 생명 형태는 그물망이며, 모든 죽은 생명체도 마찬가지이며, 그들의 서식지도 생물 존재와 무생물 존재로 구성되어 있다. 우리는 이제 생명 형태가 지구(Earth)를 어떻게 형성했는지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있다. (석유와 산소에 대해, 기후 변화의 첫 번째 대재앙에 대해 생각해 보라.) 우리는 분쇄된 공룡 몸의 일부를 사용해 차를 운전한다. 철은 대부분 박테리아 신진대사의 부산물이다. 산소도 마찬가지다. 산(山)들은 조개껍데기와 화석화된 박테리아로 만들어질 수 있다. 죽음과 그물망은 또한 다른 의미에서 함께 가는데, 자연선택은 곧 [다른 어떤 종의] 멸종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물망은 어떤 한 존재 형태를 다른 형태보다 우선시하는 중심적 위치를 가지고 있지 않으며, 따라서 존재들의 명시적인 내외부 경계를 없앤다. 존재의 상호 의존성을 강조하는 생태적 사유는 “어떠한 거리도 허용하지 않”으며, 그래서 모든 존재들은 총체적인 개방적 시스템에서 부정적이고 차별적으로 서로 관계맺는다고 얘기되면서 우리가 익숙하다고 가정하는 그러한 독립체(entity)들을 모호한 것으로 만든다. 모턴은 이 모호하게 기명(記名)된 존재를 “기이한/낯선 낯선 자들”(strange strangers) 또는 완전하게 파악되거나 이름표를 붙일 수 없는 존재라고 부른다. 서로 공존하며 관계맺는 ‘기이한/낯선 낯선 자들’의 기이함/낯섦조차 그물망 안에서는 낯선데, 이는 우리가 어떤 독립체에 관해 알면 알수록 그 존재는 더 낯선 자가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친밀함은 그것이 익숙함이라는 환상 아래에서 그물망을 가리기 때문에 위협적인 것이 된다.

객체지향존재론

모턴은 자신의 생태적 글쓰기가 객체지향존재론의 이념과 우호적으로 비교된 이후 이 운동에 참여하게 되었다. 그들[모턴]의 작업을 객체지향 사유의 다른 변종들과 구별할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은 대상 관계의 인과적 차원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모턴은 전통적인 인과적 철학들에 반대하면서 인과 관계가 대상들 간의 관계에 대한 감성적 차원이라고 주장하며, 여기서 감각 경험은 실재에 대한 직접적 접근을 지시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상호-객체적(interobjective) 체계라는 거짓의 존재적(ontic) 평형상태에 대한 기묘한(uncaanny) 중단을 지시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인과 관계는 환상-같은 또는 “마술적인 것”으로 간주되어 모턴이 “실재론적 마술”이라고 지칭한 것의 핵심을 형성한다.

■초객체

『생태적 사유』에서 모턴은 지구 온난화, 스티로폼 및 방사성 플루토늄과 같은 시공간적 특수성(spatiotemporal specificity)을 초월하기 위해 시간과 공간에 과다하게 분포된 객체를 설명하기 위해 ‘초객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그들[모턴]은 이후 초객체의 5가지 특성을 다음과 같이 열거했다.

  1. 점성(Viscous): 초객체는 그것이 접촉하는 다른 객체에 달라붙는데, 이는 그 객체가 아무리 저항하려고 해도 소용이 없다. 이런 식으로 초객체는 ‘아이러니한 거리’(ironic distance)를 없애 버리는데, 이는 객체가 초객체에 저항하려고 하면 할수록 초객체에 더 잘 들러붙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2. 용해성(Molten): 초객체는 너무 거대해서 ‘시공간이 고정되고 구체적이고 일관성이 있다’는 생각을 반박한다.
  3. 비국지성(Nonlocal): 초객체는 시간과 공간에 대량으로 분포되어 있어 그 전체는 어떤 특수한 지역에서는 실재적 모습으로 현시할 수 없다. 가령 지구 온난화는 태풍을 형성시키는 것과 같이 기상 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초객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턴에 따르면 독립체들은 지구 온난화를 느끼지 못하며 대신 특정한 장소에 피해를 입히는 태풍을 경험할 뿐이다. 따라서 초객체가 ‘국지적이지 않다는 점’은 초객체가 생산하는 국지적 현시보다 그것이 실질적인 것이 되는 방식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점을 설명한다.
  4. 단계성(Phased): 초객체는 다른 독립체들이 통상 지각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높은 차원의 공간을 차지한다. 따라서 초객체는 3차원 공간 안에서 왔다 갔다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어떤 관찰자가 더 높은 다차원의 시야를 가질 수 있다면 다르게 보일 것이다.
  5. 상호객체성(Interobjective): 초객체는 하나 이상의 객체 간의 관계에 의해 형성된다. 결과적으로 독립체들은 다른 객체들─잘 알려진 것으로 드러난─에 대한 초객체의 각인 또는 “발자국”을 지각할 수 있을 뿐이다. 가령 지구 온난화는 태양, 화석연료, 이산화탄소 등의 상호작용에 의해 형성된다. 하지만 [현실에서] 지구 온난화는 [탄소] 배출 수준, 온도 변화, 해수면을 통해 분명해지며, 이는 지구 온난화가 그것의 고유한 척도보다 먼저 오는 객체가 아니라 과학적 모델의 결과물인 것처럼 보이게 만든다.

모턴에 따르면, 초객체는 생태 위기의 시대 동안 가시화될 뿐만 아니라 또한 인간이 살고 있는 시대를 규정할 때의 생태적 딜레마에 대해 경고를 보낸다. 여기에 더해 덜 유물론적인 문화적 가치로의 전환보다 더 오래 지속하는 초객체들의 실존능력은 그러한 여러 객체들이 유기적 물질에 가하는 위협(모턴은 이를 “신성한 종교적 실체들의 악마적 전도”라고 부른다)과 결합하여, 그것들이 미래 사회들에서 받은 대우가 경건한 돌봄(reverential care)과 구별될 수 없게 될 정도의 잠재적인 정신적 질을 그 객체들에게 제공한다.

초객체 개념이 예술가, 문학평론가 및 일부 철학자들에 의해 널리 채택되었지만 그에 대한 비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가령 생태 비평가 우르술라 하이즈(Ursula Heise)는 모턴이 내린 정의에 따르면 모든 것이 초객체로 간주될 수 있으며, 이는 개념을 명확하게 정의하기 불가능하게 보이게 하는 것은 물론이고 그 개념을 다소간 무의미하게 만드는 것처럼 보인다고 지적한다. 하이즈의 주장에 따르면, 그 결과 모턴[의 책]은 “초객체에 대한 너무 많은 자기-소거적 주장을 하다 보니, 글이 전개되는 과정에서 마치 [자기가 내뿜는] 먹물 속으로 사라지는 문어처럼 일관된 논증이 자취를 감추게 된다. 인간 지식의 손아귀에서 객체들을 빼내자는 모턴이 즐겨쓰는 은유가 말해주듯이 말이다.”

참고 문헌

■티머시 모턴의 저작들

  • 1992. 『몸을 다시 상상하기: 셸리와 식습관의 언어』(Re-Imagining the Body: Shelley and the Languages of Diet), University of Oxford.
  • 1994. 『셸리와 미각에서의 혁명: 몸과 자연세계』(Shelley and the Revolution in Taste: The Body and the Natural World), Cambridge University Press.
  • 2000. 『근본 음식: 먹기와 마시기의 문화와 정치, 1790-1820』(Radical Food: The Culture and Politics of Eating and Drinking, 1790-1820), Routledge.
  • 2000. 『향신료의 시학: 낭만주의 소비문화와 이국적인 것』(The Poetics of Spice: Romantic Consumerism and the Exotic), Cambridge University Press.
  • 2002.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 라우틀리지 연구 가이드 및 자료집』(Mary Shelley’s Frankenstein: A Routledge Study Guide and Sourcebook), Routledge.
  • 2002. 『영국 문학문화에서의 급진주의, 1650-1830』(Radicalism in British Literary Culture, 1650-1830), Cambridge University Press.
  • 2004. 『맛의 문화들/식욕의 이론들: 낭만주의를 먹기』(Cultures of Taste/Theories of Appetite: Eating Romanticism), Palgrave Macmillan.
  • 2006. 『케임브리지판 셸리 안내서』(The Cambridge Companion to Shelley), Cambridge University Press.
  • 2007. 『대자연 없는 생태학』(Ecology Without Nature), Harvard University Press.
  • 2010. 『생태적 사유』(The Ecological Thought), Harvard University Press.
  • 2013. 『실재론적 마술: 객체, 존재론, 인과관계』(Realist Magic: Objects, Ontology, Causality), Open Humanities Press. [한글본] 『실재론적 마술: 객체, 존재론, 인과성』, 안호성 옮김, 갈무리, 2023.
  • 2013. 『초객체: 세계의 종말 이후의 철학과 생태학』(Hyperobjects: Philosophy and Ecology after the End of the World), University of Minnesota Press.
  • 2015. 『무(無): 불교에서의 세 가지 연구』(Nothing: Three Inquiries in Buddhism), University of Chicago Press, with Marcus Boon and Eric Cazdyn.
  • 2016. 『어둠의 생태학: 미래 공존의 논리를 위하여』(Dark Ecology: For a Logic of Future Coexistence), Columbia University Press.
  • 2017. 『인류: 비인간 사람과의 연대』(Humankind: Solidarity with Non-Human People), Verso Books. [한글본] 『인류: 비인간적 존재들과의 연대』, 김용규 옮김, 부산대학교출판문화원, 2021.
  • 2018. 『생태적 존재』(Being Ecological), Pelican Books. [한글본] 『생태적 삶: 티머시 모튼의 생태철학 특강』, 김태한 옮김, 앨피, 2023.
  • 2021. 『우주선』(Spacecraft), Bloomsbury Academic.
  • 2021. 『저주체: 인간되기에 관하여』(Hyposubjects: On Becoming Human), Open Humanities Press, with Dominic Boyer.

인터뷰

관련 링크

이 글은 영문 위키백과 〈티모시 모턴 https://en.wikipedia.org/wiki/Timothy_Morton〉을 번역한 글이다.

이승준

형식적으로는 시간강사이자 독립연구자이며, 맑스주의자, 페미니스트, 자율주의 활동가 등등일 수 있다. 하지만 그보다는 특이체이자 공통체이면서, 풀과 바다이고, 동물이면서 기계이고, 괴물이고 마녀이며, 그래서 분노하면서도 사랑하고, 투쟁하고 기뻐하며 계속해서 모든 것으로 변신하는 생명체이고 싶다.

댓글

댓글 (댓글 정책 읽어보기)

*

*

이 사이트는 스팸을 줄이는 아키스밋을 사용합니다. 댓글이 어떻게 처리되는지 알아보십시오.


맨위로 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