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와 욕망에 대한 각성, 『자발적 가난』을 읽고

심리학자에 따르면 “우리는 주위를 둘러싼 사고와 표현, 의식, 제품을 통해 자아상을 형성한다“고 한다. 따라서 우리가 무엇을 소비하고 무엇을 욕망하는가는 개개인 및 사회적 자아를 형성하는 데 매우 중요한 요소이기에 ‘각성’을 필요로 한다. 이 책은 우리를 각성의 길로 인도해줄 것이다.

우리는 어느덧 가난했던 과거를 상상하지도 못할 정도의 물질적 풍요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 지금을 풍요의 시대, 소비의 시대라고도 부른다. 하지만 이러한 시대이기에 물질적 풍요를 얻은 반면 잃어버린 것은 무엇인지를 각성할 때이기도 하다. 심리학자들은 ‘우리는 우리의 주위를 둘러싼 사고와 표현, 의식, 제품을 통해 자아상을 형성한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우리가 ‘무엇을 소비’하고 ‘무엇을 욕망’하는가는 개개인 및 사회적 자아를 형성하는 데 매우 중요한 요소이기에 ‘각성’을 필요로 한다.

E.F 슈마허 저, 『자발적 가난』(그물코, 2010)
E.F 슈마허 저, 『자발적 가난』(그물코, 2010)

출판된 후 조금 오랜 시간은 지났으나, 슈마허의 『자발적 가난』(그물코, 2010)은 우리를 각성의 길로 인도해줄 것이라 생각한다. 이 책은 고대 철학자로부터 현대의 지성인들에 이르기까지 많은 유명인사들의 인용문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한 구절 한 구절을 자신의 생활과 대조하면서 천천히 음미하면 좋을 것이다.

우리는 극빈국에서 경제적 기적을 이룬 경험이 있기에 가난에 대해서는 상당히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으며, 지금도 경제는 반드시 성장해야 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성장의 사회, 소비의 사회에 대하여 미국의 사회학자이자 경제학자인 소스타인 베블런은 ‘자기가 속한 계급의 사람들을 능가하려는 심리에서 이루어지는 과시적 소비’를 주창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현대인들의 소비문화에 대한 반성과 함께 진정한 삶의 가치는 물질적 소유에 있지 않다고 주장하는 내용이 응축되어 있는 것이 바로 이 책이다.

왜 ‘자발적 가난’이어야 하는가?

“부를 최상으로 여기는 이 사회의 주된 관심사는 ‘어떻게 하면 그 안에서 살아남을까’하는 데 집중되어 있다. 이러한 생존 경쟁은 우리가 다시 생각해보아야 할 기존의 가치 체계를 굳히는데 일조한다. 따라서 독점화되어 가는 부에 서로 고통받지 않으려면 그것을 쫓아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 탐욕스러운 이기주의를 소멸시키기 위한 첫걸음이 바로 자발적 가난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러한 폐해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히 소유를 폐기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삶에서 재산이 뜻하는 바를 새롭게 정의하자는 것이다. 부가 가져오는 문제들을 해결하려면 단순히 소유를 포기하는 것보다는 그것을 추구하게끔 하는 가치관의 재정립이 중요하다. 우리는 훈련을 통해 특권과 혜택으로부터 자유를 얻을 수 있다.”

처음에는 심술궂은 의지에서 탐욕이 솟아나지만, 채워짐에 따라 탐욕은 습관이 되고, 저항하지 않는 습관은 필수가 된다는 아우구스티누스의 말은 우리의 소비 심리의 정곡을 찌른다. 또한 필요를 확장시키고 키우는 것은 지혜를 죽이는 지름길이며, 필요가 많아질수록 자신이 통제하기 어려운 외부의 힘에 많이 의존하게 되고, 이것은 결국 존재론적 공포를 증가시킨다는『작은 것이 아름답다』의 저자인 슈마허의 말은 현대인들의 불안감을 그대로 표현하고 있다.

활짝 핀 봄꽃들을 보며 즐거움을 만끽하면서도 우리의 소비문화도 반성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사진 출처: cocoparisienne
활짝 핀 봄꽃들을 보며 즐거움을 만끽하면서도 우리의 소비문화도 반성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사진 출처: cocoparisienne

자발적 가난은 자유를 얻기 위해 꼭 필요한 성스러운 가난이며, 자발적 가난은 욕구의 결핍에서 나오며, 자발적 가난은 하나의 사건이 아니라 하나의 과정이며, 자아의 정복이라는 안드레 밴던브뤼크의 말은 새겨들어야 할 것이다. 이외에도 농부 철학자인 피에르 라비는 ‘자발적 소박함’을 주장하기도 하였다. 모두가 같은 의미일 것이다.

봄을 맞이하여 우리 주변 곳곳에는 화사한 꽃들이 만발하여 아름다운 풍경을 자아내고 있다. 봄꽃들이 무리 지어 활짝 피는 것은 사람을 위한 것이 아니라 곤충들을 유인하기 위해서라는 어느 과학자의 말이 떠오른다. 하지만 봄꽃 주변에는 벌을 비롯한 곤충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사람들만 북적거리고 있다. 이는 우리의 생태계가 잘못되어가고 있다는 징조이며, 환경이 심하게 오염되어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환경오염에 민감한 곤충들이 먼저 그 피해를 입고 있을 뿐 머지않아 인간에게도 영향을 미칠 것은 자명하다. 환경오염의 주범은 말할 것도 없이 우리들의 소비 욕망이며, 이로 인하여 자연 생태계는 죽어가고 있다. 벌들이 사라지면 인간도 멸종할 것이라는 환경학자들의 말에 귀를 기울어야 할 것이다. 활짝 핀 봄꽃들을 보며 즐거움을 만끽하면서도 우리의 소비문화도 반성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이환성

공학계 앤지니어로 10여년간 인간중심주의가 지배하는 현장에서 근무하면서 인문학에 목말라했다. 지금은 현장을 떠나 자유로이 독서와 함께 인문학에 빠져 있으며 철학과 공동체에 관심을 갖고 다른 삶을 모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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