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나무 의사의 인생철학 -『나는 나무에게 인생을 배웠다』를 읽고

“인생의 어려운 질문에 부딪칠 때마다 나는 항상 나무에게서 그 해답을 얻었다”라고 말하는 저자는 30여 년간 나무 의사로 활동했으며 현재는 나무병원인 “푸른 공간”의 병원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저자는 자신을 ‘포레스트 위스퍼러’라고도 소개하는데, 이는 ‘나무를 포함한 숲속의 다양한 생명체들과 소통하는 사람’이라는 의미란다. 이 책에는 나무와 함께하면서 나무로부터 배운 저자의 인생철학이 다수 수록되어 있다.

우종영 저 『나는 나무에게서 인생을 배웠다』(메이븐, 2022)
우종영 저 『나는 나무에게서 인생을 배웠다』(메이븐, 2022)

왜 우리는 배워야만 하는가?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사회에서 주어진 풍요를 누리고 유지하기 위하여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현대인들은 물질과 시간의 노예가 되어버린 지 오래다. 소유할수록 물질에 대한 갈증은 점점 심해지고, 갈수록 시간이 없는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기에 우리 사회가 마치 사막과 같이 삭막해지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저자는 오랜 기간 나무 의사로 활동하면서 경제적인 것보다는 자부심을, 남이 알아주는 것보다는 자기 일에 대한 충족감을 얻는 것에서 삶의 가치를 찾았다고 한다. 하지만 현대인들은 직업 선택에 있어서 돈과 명예, 그리고 안정된 것만을 추구하고 있다. 저자는 오랜 기간 나무와 함께하면서 이러한 안정된 삶의 추구에는 문제가 있다고 말한다.

“나이 들수록 사는 게 재미없는 이유는 변화 대신 안정을 택하기 때문이다. 입으로는 새로운 무언가를 기대한다고 하면서도, 정작 변화가 두려워 그 어떤 새로운 시도도 하지 않는다. 안정적인 날들은 어느 순간 뻔하고 지루하고 재미없는 날들로 둔갑하고 만다. 안정된 삶을 선택한 대가로 지루한 일상을 견뎌야 하는 것이다.”

이 책에는 나무로부터 배운 주옥같은 인생철학이 다수 수록되어 있으나 중요한 세 가지만을 소개하고자 한다.

첫째, 나무를 키울 때 정말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건 눈에 보이는 줄기가 아니라 흙 속의 뿌리라는 것이다. 싹을 틔운 어린나무는 바로 성장하지 않고 생장을 멈춘다고 한다. 그 이유는 땅속의 뿌리를 먼저 튼튼히 하기 위하여 소량의 영양분을 온통 뿌리가 자라는 데 소비하기 때문이다. 즉 눈에 보이는 생장보다는 자기 안의 힘을 다지는 데 집중하는 것이다. 이러한 시기를 나무의 ‘유형기’라고 한다. 그렇다면 인간은 어떠한가? 모두 타인을 의식하며 눈에 보이는 것을 중요시하지 않는가.

둘째, 나무는 스스로 멈출 때를 안다고 한다. 열심히 자라는 데 총력을 기울이던 나무는 여름이 깊어질수록 조금씩 성장을 멈추기 시작하는데, 이때 가지 끝에 꽃을 피운다. 지금까지 최선을 다해 성장했고, 욕심을 내면 조금 더 클 수 있다는 것도 알지만 어느 순간 약속이라도 한 듯 나무들은 자라기를 멈춘다. 계속 성장하면 뿌리로부터 점점 멀어져 결국 에너지가 고갈되기 때문이다. 인간은 어떨까? 나무처럼 멈춰야 할 때를 아는 이는 극히 소수일 것이다.

찬 바람이 몰아치는 척박한 환경에서 침엽수가 살아남기 위해 택한 방법은 바로 ‘연대’다. 
사진 출처 : Bergadder
찬 바람이 몰아치는 척박한 환경에서 침엽수가 살아남기 위해 택한 방법은 바로 ‘연대’다.
사진 출처 : Bergadder

셋째는 침엽수에서 배우는 지혜다. 침엽수는 찬 바람이 몰아치는 동토 땅에서 태어났다. 이런 곳은 나무들이 살아가기엔 너무나도 척박한 환경이어서 혼자 힘으로는 곧게 자랄 수 없다. 그래서 이들이 택한 방법은 바로 연대다. 생존하기 위하여 먼 곳에서 불어오는 외풍을 함께 견디고 땅속으로는 뿌리가 서로 단단히 연결되어 그물망처럼 흙을 움켜잡는다. 나무보다 우월하다고 자부하는 우리는 어떠한가. 타인을 믿지 못할뿐더러 경쟁자로 생각하는 우리는 그렇지 않아도 힘든 삶을 더욱 고달프게 하고 있다. 나무보다 못한 우리들, 부끄러울 뿐이다.

최근에는 힐링을 위한 숲 산책이나 탄소 중립을 위해 나무에 대한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정책적으로만 나무를 접하는 느낌이다. 도로변 가로수는 교통에 방해된다며 때가 되면 어김없이 가지가 잘려 나가며, 아파트를 비롯한 각종 건물 주변에는 환경에 맞는지도 모르면서 심어지는 나무들을 흔히 볼 수 있다. 기후 위기 시대에 생태적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우리를 포함한 자연계에 있는 모든 생명체가 상생할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생태적 사고가 아닐까? 먼저 나무에 대한 지식을 접하고, 우리 주변에 있는 나무에 대하여 관심을 두는 것에서 지구 살리기에 동참해보면 어떨까?

이환성

공학계 앤지니어로 10여년간 인간중심주의가 지배하는 현장에서 근무하면서 인문학에 목말라했다. 지금은 현장을 떠나 자유로이 독서와 함께 인문학에 빠져 있으며 철학과 공동체에 관심을 갖고 다른 삶을 모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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