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의 나비효과를 기다리며 -『긴 여름의 끝』을 읽고

인류가 지구상에 문명이라는 것을 꽃 피울 수 있었던 것은 지금으로부터 약 12,000년 전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온 기후 안정기인 ‘긴 여름’이라는 혜택에 있었다. 하지만 21세기에 들어서 인류의 탐욕으로 인해 기후가 불안정하게 되었고, 이를 두고 저자는 지구가 ‘긴 여름의 끝’에 도달해 있다고 말하며, 이는 지구의 생명체는 물론이고 인류 문명의 파멸로 나아갈 수 있다고 진단한다.

변화는 피할 수 없다

다이앤 듀마스키 저 『긴 여름의 끝』 (아카이브, 2011)

올해의 여름 한반도는 유래가 없을 정도의 집중 호우로 인하여 인명 피해를 비롯해 수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겪고 있다. 심각한 자연재해를 보면서 인류가 지구상에 문명이라는 것을 꽃 피울 수 있었던 것은 지금으로부터 약 12,000년 전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온 기후 안정에 있었음을 새삼 자각하게 된다. 학자들은 이러한 안정적인 기후 시대를 ‘긴 여름’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21세기에 들어서 인류의 탐욕으로 인해 기후가 불안정하게 되었고, 이를 두고 저자는 지구가 ‘긴 여름의 끝’에 도달해 있다고 말하며, 이는 지구의 생명체는 물론이고 인류 문명의 파멸로 나아갈 수 있다고 진단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러한 지구적인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에 저자는 환경에 국한하지 않고 진화론, 문화 인류학을 두루 포괄하면서 답하고 있다.

“오늘날 우리가 경험하는 가속화된 변화는 1960년대와 1970년대에 배출한 온실가스 때문에 일어난 것이다. 지구온난화를 막거나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를 구하기 위해서는 이미 너무 늦었다. 사실 우리가 기후 변화의 위험성을 알아차리기 훨씬 전에 이 임계치를 넘어버린 것인지도 모른다.”

지구 온난화가 가속화되고 나아질 조짐이 보이지 않는 가운데 우리는 손 놓고 가만히 보고만 있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우리 인류의 생존과 문명을 유지하기 위해서 저자가 강조하는 과제는 최선을 다해 상황을 피하는 동시에, 이제는 피할 수 없게 된 변화를 헤쳐나갈 방법을 생각해 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의 행동이 미래를 결정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위험성을 모두가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왜 우리는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할까? 저자는 바로 우리들이 구축해 놓은 문명의 유산인 문화에 있다고 말한다. 인류는 유전자를 통하여 모든 정보를 전달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한 사회를 만들었기에, 인류가 진화하는 과정에서 ‘지의 유연성’을 키우는 것으로는 생물학적인 것보다는 외부적인 것, 즉 문화를 통해서 세대 간 정보를 전달하는 경로를 선택하였다. 하지만 이처럼 인류의 진화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 문화는 한편으로는 인류를 멸망으로 이끌 수 있는 치명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다. 바로 자신과 다른 존재를 ‘비인간화’하는 것이다. 자연을 비인간화하여 자연을 수탈하였고, 자신이 속한 민족 혹은 문화에 속하는 그룹을 비인간화하여 배제하기 위한 대학살과 전쟁을 끊임없이 일으키고 있는다. 하지만 우리 인류는 지금까지 급변하는 기후 변화를 문화라는 후천적인 유전자를 이용하여 적응해 온 역사가 있다. 이러한 능력을 바탕으로 저자는 우리가 할 수 있는 방법 몇 가지를 제시한다.

첫째, 우리는 미래의 변화에 대응하는 사회적 역량인 ‘적응 가능성’을 키워야 한다.

둘째, 기능적 잉여, 다양성 같은 생존의 비법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현재 지구촌에서 일어나고 있는 세계화는 식량의 다양성을 단순화하기 때문에 미래적으로는 치명적이라고 말한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각 지역에 적응 능력이 뛰어난 토종 종자를 지키고 유지해야 한다고 말한다.

셋째, 사회적 자본을 강화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 생존 가능성은 사회 시스템의 재설계와 보호에 초점을 두고 사회 시스템이 붕괴와 충격을 더 잘 견뎌내어 진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외에도 여러 가지 방법을 제시하고 있지만, 저자는 ‘문화 심리학’을 인용하면서 급변하는 지구환경 속에서 인류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개개인의 존재를 중시하는 서구 문화와 상호 간 관계를 중시하는 동양 문화의 양문화의 접목이 그 해결책 중 하나일 수 있다고 말한다.

오늘날 사회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복잡해지고 있다. 나비효과라고 불리는 것처럼 지구촌의 작은 원인이 모이고 모이면 거대한 재앙으로 되돌아온다는 것을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세계적인 시스템 이론가이며 미래 연구가인 어빈 라즐로에 따르면 우리의 미래는 새로운 문화와 현존하는 문제들 사이의 경쟁에서 결정될 것이라고 말한다. 따라서 우리가 어떤 미래를 맞이하게 될지는 지금 우리가 하는 행동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다. 우리의 작은 생각과 행동이 모이고 모인다면 긍정적인 나비효과를 유도해 낼 수 있을 것이다.

이환성

공학계 앤지니어로 10여년간 인간중심주의가 지배하는 현장에서 근무하면서 인문학에 목말라했다. 지금은 현장을 떠나 자유로이 독서와 함께 인문학에 빠져 있으며 철학과 공동체에 관심을 갖고 다른 삶을 모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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