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트리피케이션 이후의 지역문화생태계의 변질- 문래동의 경우

최근 젠트리피케이션의 한가운데서 몸살을 앓고 있는 문래동의 변화 과정을 살펴보고, 앞으로의 대안적 전망에 대해 고민해보았다.

여러분은 물속에서 파도를 맞이한다면 파도와 함께 흘러갈 건가요? 아니면 파도를 이겨내고 그 자리를 지켜낼 것인가요?

저는 파도와 함께 흘러가지도 이겨내지도 않을 것입니다. 그 파도를 즐기겠습니다.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파도가 지나간 후 찾아오는 것은 평온이라는 것을. 그래서 저는 즐기려고 합니다. 언제 파도가 멈출지 모르니 평온을 기다리며 그 순간을 즐기고 무사히 잘 보내겠습니다.

문래동에서 4년이라는 시간을 보내며 여러 번의 파도를 맞이했습니다. 오늘은 그 파도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현재 문래동에는 큰 파도가 흘러가고 있습니다. 바로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이라는 파도입니다. 미디어와 뉴스에 많이 등장하는 단어라 익숙할 수 있습니다. 수년 전부터 지금까지도 젠트리피케이션에 대응하는 방법과 연구는 수없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젠트리피케이션을 피할 수 없었고, 문래동 또한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이제는 기존 문래동 주민들을 찾아보기 힘들어졌고, 새로 유입된 주민들을 뵙는 게 많아졌습니다.

새롭게 공사 중인 곳. 사진제공 : 박상현
새롭게 공사 중인 곳. 사진제공 : 박상현

제가 문래동에서 활동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바로 동네 ‘정’입니다. 동네를 오고 가며 마주치는 동네 주민들과 친근하게 인사 나누며 서로의 일상을 이야기하는 동네였기에 문래동에 남고 싶었던 마음이 생겼습니다. 하지만, 새로 유입되는 주민과는 쉽게 정을 나눌 수 없었고, 동네의 분위기 또한 바뀌었습니다. 과거부터 이어져 온 기존 공간들이 하나둘 상업공간으로 바뀌면서 지역의 라이프스타일이 변화했기 때문입니다. 철공소의 하루 일과가 끝난 후 주변 소공인들이 삼삼오오 철공소에 모여 삼겹살을 구워 먹으며 하루의 스트레스를 풀던 골목들은 유명한 식당과 분위기 좋은 카페를 들어가기 위한 손님들이 순서를 기다리는 골목으로 바뀌었습니다. 문래동에 터를 두고 있는 예술가들도 삼삼오오 옥상에 모여 음식을 나눠 먹고 서로의 예술을 나누며 일상을 보내던 곳은 분위기 좋고 전망 좋은 식당과 카페로 바뀌었습니다. 하나둘 사라지고 있는 기존 공간의 모습은 어느새 새로운 문래동의 모습을 만들어가고 있었습니다.

왼쪽 위)골목에서 다같이 회식. 오른쪽 위)식당 웨이팅. 왼쪽 아래)문래동 예술가 초대 옥상 파티. 오른쪽 아래) 문래동 루프탑. 사진제공 : 박상현
왼쪽 위)골목에서 다같이 회식. 오른쪽 위)식당 웨이팅. 왼쪽 아래)문래동 예술가 초대 옥상 파티. 오른쪽 아래) 문래동 루프탑. 사진제공 : 박상현

시간과 시대가 흘러감에 따라 ‘젠트리피케이션’은 피할 수 없습니다. 어제까지 같이 일상을 보내던 철공소가 갑자기 문을 닫게 되고 같이 밥을 먹던 예술가는 어느 날 갑자기 볼 수 없게 되고 문래동을 떠나는 사람들은 씁쓸한 마음과 아쉬운 마음을 가진 채 떠나고 있습니다. 자본의 힘은 생각보다 사람을 유혹하기 쉬웠고, 자본의 힘은 역시 이기기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문래동이 가지고 있는 역사적 가치와 인적 가치는 아직 변함없습니다. 변해가는 문래동을 계속해서 찾아오고 기억해주는 이유는 가치가 있어서라고 생각합니다. 자본으로 살 수 없는 가치의 소중함은 기존 주민도 새로운 주민도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서로의 방법은 다르지만, 목적은 같다고 생각합니다. 같이 파도를 보낸 후 평온한 바다 위에서 함께 보내는 시간은 또 다른 가치를 보여줄 것이라 생각합니다.

젠트리피케이션의 파도가 거친 파도가 되지 않기 위해 다 같이 노력해야 합니다. 거친 파도는 어느 사람도 환영하지 않기 때문에 문래동 곳곳에서 소소한 노력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새롭게 오픈하는 식당에서는 주변 분들을 초대해 인사 나눌 겸 점심을 만들어 나눠주셨고, 새로운 전시공간은 문래동 예술가에게 기회를 제공해주며 연대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내가 생각했던 기존의 동네 ‘정’은 새로운 유형의 ‘정’으로 바뀌었고 이 또한 문래동에 계속해서 남아 있고 싶은 이유가 되었습니다.

지역 주민에게 문래동을 주제로 진행한 프로젝트 결과물 공유. 사진제공 : 박상현
지역 주민에게 문래동을 주제로 진행한 프로젝트 결과물 공유. 사진제공 : 박상현

젠트리피케이션을 무사히 지나 보내기 위해서 기존 주민들은 지역의 가치를 알릴 필요가 있고, 새로운 주민은 지역의 가치를 이해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지역 생태계 또한 변화에 맞춰 바뀔 필요도 있습니다.

각자 파도를 맞이하는 방법은 다릅니다. 하지만, 같은 파도를 맞이하는 것은 같습니다. 거친 파도가 만들어져 다 같이 떠내려가지 않게 함께 노력하면 평온한 바다를 맞이할 수 있습니다.

기존 주민과 새로운 주민이 서로 일상을 나누며 이야기할 수 있고 서로 상부상조할 수 있는 동네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저 또한 문래동의 구성원으로서 노력해보겠습니다.

박상현

안녕하세요. 공간기획자를 꿈꾸고 있는 청년 박상현입니다.
건축을 전공하여 스토리텔링을 통해 공간을 공감하고, 다양한 경험을 해볼 수 있는 기획을 하고 있습니다. 공간을 기반으로 한 문화기획부터 콘텐츠기획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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