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 발명] ② 야마자키 료의 커뮤니티디자인 방법

3세대 커뮤니티 디자인의 특징은 하고싶은 일을 통한 ‘사람과 사람의 연결’이다. 특히 복지와 디자인의 결합을 통해 지역을 풍요롭게 할 수 있다. 커뮤니티 디자이너 야마자키 료에게서 커뮤니티 디자인의 과정에 대해 알아본다.

“커뮤니티 안에 있는 사람들과 지금과 다른 무엇을 디자인한다”, “아마추어(주민)디자인을 하는 여러 사람이 모여서 무엇인가를 디자인하고 싶을 때, 프로 디자인을 하는 사람이 무엇인가를 할 수 있게 하는 것”, 야마자키 료 대표가 커뮤니티디자인을 설명할 때 하는 말이다.

국내에도 잘 알려진 커뮤니티디자이너 야마자키 료 대표는 스스로를 3세대커뮤니티 디자이너라고 부른다. 직접 설명을 듣거나 자료를 보다 보면 정말 일본 커뮤니티디자인은 60년대의 시작 이후 3세대를 넘어 야마자키 료 대표 후배세대인 4세대 정도까지 와있는 것 같다. 그가 말하는 3세대 커뮤니티디자인의 특징은 ‘사람과 사람의 연결’이다. 하지만 연결을 위해 일을 하지는 않고 하고 싶은 일로 연결될 수 있게 한다. 커뮤니티디자인 1세대는 『이런 마을에서 살고 싶다』의 저자 엔도 야스히로 교수와 같이 산업화 과정에서 해체된 지역 공동체를 회복하기 위해 활동했던 초기 활동가들이다. 1세대 커뮤니티디자인은 건축과 도시재생 같이 주택지를 정비하고 물리적인 공간을 만드는 하드웨어를 특징으로 한다. 2세대 커뮤니티디자인부터 커뮤니티디자인의 공공성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행정의 참여와 지원이 시작된다. 소셜 워크(Social Work), 커뮤니티 디벨로퍼(Community Developer), 커뮤니티 임파워먼트(Community Empowerment), 커뮤니티 오가니제이션(Community Organization) 같이 2세대로 분류할 수 있는 많은 이름에서 보듯 공공성과 복지개념이 분명해지고 본격적으로 주민들의 참여를 계획하게 된다. 커뮤니티디자인 3세대가 2세대와 다른 부분은 주민들이 관심을 보이고 참여를 쉽게 할 수 있도록 디자인으로 문제를 해결한다는 점이다. 또 커뮤니티디자인 3세대는 주민과의 관계를 회복하고 주민 스스로가 커뮤니티의 운영자로서 자립할 수 있게 하는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래서 처음부터 끝까지 주민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는 매력적인 디자인과 같은 소프트웨어에 많은 힘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주민들 스스로가 지역에서 행복하게 살기 위해 내가 생각하는 일들을 찾아 실천하는 과정에서 주민들이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책임감을 갖게 된다. by Startup Stock Photos 출처: https://www.pexels.com/ko-kr/photo/7096
주민들 스스로가 지역에서 행복하게 살기 위해 내가 생각하는 일들을 찾아 실천하는 과정에서 주민들이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책임감을 갖게 된다.
사진 출처 : Startup Stock Photos

인구감소, 도시공동화, 고령화와 복지축소 등 지역과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를 행정이 아닌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연결과 자기가 살고 있는 지역에 대한 책임으로 해결하는 것이 커뮤니티디자인을 하는 야마자키 료 대표의 미션이다.

야마자키 료 대표는 커뮤니티디자인을 설명할 때 디자인에 더해 복지를 빼놓지 않고 이야기한다. 지역의 과제를 해결함으로써 개인과 집단의 생활을 개선하는 사회복지실천기술 중 하나인 〈커뮤니티워크〉와 커뮤니티디자인은 닮아있고, 복지에 디자인의 발상을 활용해서 주민들의 삶을 풍요롭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야마자키 료 대표의 커뮤니티디자인 방법은 크게 조사와 워크숍으로 나눌 수 있고 이 과정 모두가 주민들을 주체로 서로의 관계를 복원하는 과정이다. 이것이 가능하도록 조사와 워크숍을 〈듣기 – 워크숍 참여 – 팀 구성 – 지원 과정〉으로 계획한다. 특히 주목해서 보아야 할 지점은 사업의 시작인 지역조사와 듣기를 위해서 마을 사람들을 직접 찾아가 인터뷰를 하고 지역을 관찰하는 방법이다. 여기서 쓰이는 질문은 연구자의 교과서적인 질문이 아니라 이야기하듯 쉽게 묻고 답할 수 있는 질문을 가지고 활동의 장애와 자원을 찾아내고 있다. 또 외부 전문가(컨설턴트)에 의해 진행되는 유사한 사업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하기 위해서 워크숍과정에서 지역의 정체성을 오랫동안 지켜온 주민들 스스로가 함께 이야기하고 계획을 세울 수 있게 하고, 계획을 지켜준다.

야마지키 료가 대표로 있는 스튜디오 L의 〈커뮤니티디자인 프로세스와 기술 10단계〉는 앞의 두 가지 방법과 네 가지 과정을 더 자세하게 알려준다.

(1) 지역정보 수집을 위해 직접 주민을 찾아가서, 대화방식의 인터뷰와 지역 및 주민생활관찰의 방법으로 조사를 시작한다. 인터뷰를 할 때는 행정에서 인터뷰 대상을 추천 받을 수 있고 주민들이 많이 모이는 카페나 미장원, 지역식당 등을 찾아가서 할 수도 있다. 기초적인 지역자료는 행정기관이나 관계기관의 자료를 수집해서 사용하면 된다. (2) 지역정보를 토대로 워크숍을 기획하고 (3) 워크숍 참가자를 모집한다. (4~9) 워크숍은 보통 여섯 차례에 걸쳐 진행되는데 1차 워크숍은 문제와 필요에 대한 욕구를 찾아가는 모임이다. 지정된 주제와 관련되어 찾을 수도 있고 주제가 없다면 가령 내가 하는 일에 어떤 점이 문제가 되고 어떤 점이 좋은 점인지를 생각하게 할 수 있다. 2차 워크숍은 문제와 필요에 대한 이유를 이야기해본다. 3차 워크숍은 문제와 욕구의 원인을 가지고 앞으로 할 일과 하고 싶은 일을 가지고 비전(미션)을 정한다. 4차 워크숍은 팀을 나누어 팀 별로 해결방안과 어떤 활동을 할 것인지 아이디어를 개발한다. 이렇게 나온 아이디어를 5차 워크숍에서 아이디어 별로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만들어 시범 실시하고 6차 워크숍에서는 반응을 수집해 아이디어를 수집, 보완하는 과정을 반복한다. (10) 마지막으로 아이디어를 확장하고 성과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한다.

스튜디오 L에서 야마자키료 대표와 함께 일하는 아리사 선임매니저는 〈커뮤니티디자인 프로세스와 기술 10단계〉를 사례를 들어 쉽게 풀어서 설명한다.

‘먼저 지역정보를 찾습니다. 지도나 관광안내서, 지역잡지 등을 찾아요. 지역의 서점을 찾아가기도 합니다. 지역의 서점을 가면 어떤 잡지가 놓여있는지를 보고 그 지역에 젊은 사람들이 많은지 나이가 많은 사람이 많은지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프랜차이즈가 아닌 지역의 카페나 빵집을 찾습니다. 지역에서 그런 가게를 운영하는 분들은 지역을 위한 워크숍 활동에 참여할 확률이 높습니다. 그런 사람들에게 찾아가 말을 걸어보면서 대화를 나누고, 워크숍이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으면 여러 가지 지역에 대한 이야기를 듣습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토대로 이 지역에 어떤 것이 필요한지를 조사하고 플랜을 세웁니다. 그리고 그 계획을 기본으로 삼아서 워크숍 참가인원 모집을 합니다. 지역을 변화시키기 위한 계획을 세울 때는 와줬으면 하는 사람들도 정합니다. 그러면 그들에 따라서 포스터의 디자인도 달라지게 됩니다. 예를 들면, 젊은 사람들이 참여해줬으면 한다면 세련된 디자인이어야 하고 나이 많은 사람들이 참여해야하는 것이라면 글씨가 커야 합니다. 그냥 글만 써서 붙여놓게 되면 젊은 사람들은 오지 않고 나이 많은 사람들만 오게 됩니다. 모집을 해서 워크숍 당일 모인 사람들과 6번의 워크숍을 진행합니다. 처음에는 자기가 살고 있는 지역의 매력을 발견하는 시간을 가집니다. 발견한 매력포인트들을 지역의 지도에 표시합니다. 그리고 그런 매력을 활용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만들고 플랜을 기획합니다. 찾아낸 매력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으로 계속해서 발전시켜 나갑니다. 예를 들어, 지역의 특산물이 매력포인트라면 그걸 상품화시킨다던가, 레스토랑이나 시장을 활용한다거나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걸 실현하기 위한 전단지 등의 홍보물을 제작합니다. 전단지를 디자인하기 위한 노하우를 가르치고 손으로 작업하게 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디지털화합니다. 기본적으로 모든 것들은 지역 주민들이 직접 참여하여 만들어냅니다. 예를 들어 그렇게 기획한 레스토랑이 있다고 하면, 그걸 갑자기 연다고 해서 성공할 수 있을지 없을지 모릅니다. 그렇기 때문에 먼저 실험적으로 열어봅니다. 그 실험을 통해서 확인한 결과로 개선점을 찾기 위해 회의를 합니다. 그 과정이 끝난 후에 본격적으로 시작이 되면 깃발도 달고, 지도 같은 것도 나눠주면서 하나의 마을뿐만 아니라 다른 마을과 콜라보레이션도 하면서 여러 방면으로 진행을 합니다. 자신의 마을에서 했던 활동들을 토대로 잘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하여 공유합니다. 정보를 공유하면서 무엇이 잘 되었는지, 왜 그랬는지, 어떤 것들이 어떤 결과를 얻게 되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관광 관련 프로그램을 기획하다 보면, 카페를 여러 지역에 만들어서 이곳들을 연결하게 되면 큰 네트워크가 생성되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만약 당일치기로 여행을 오던 사람들도 가볼 곳이 늘어나고, 그러다보면 하루를 묵게 되기도 하고 그렇게 지역발전에 도움이 되게 됩니다. 지금 말씀드린 것은 예로써 설명을 드린 것입니다. 먼저 관계를 쌓고 자기들이 스스로 할 수 있도록 돕고, 그것이 멋져보이도록 만드는 것이 커뮤니티디자이너의 역할이자 우리의 기술이라고 생각합니다. ’

마케팅커뮤니케이션협동조합 살림 ‘커뮤니티디자인 견문록_잘 다녀왔습니다. ’ 중에서.

스튜디오 L에서는 커뮤니티사업을 진단하고 사업을 수립하기 위해서 커뮤니티 디자인 사업을 네 가지 관점의 지역현안으로 분류한다. 교육+인구+문화의 사람에 대한 관점, 재화+의료/건강+복지의 생활에 대한 관점, 물물교환+정보+연계의 산업에 대한 관점, 자연환경과 생활환경을 포함하는 환경의 관점이다. 어느 하나 생활을 위해 빠트릴 수 없는 주민생활과 연결된 일들이다. 각각의 관점에 따라 지금 지역은 어떤 상황에 있는지를 찾아 정리하고, 어떤 불편한 문제를 가지고 있는지를 묻고, 지역에서 살아가기 위해 어떤 것들이 필요한지 등의 답을 찾다 보면 지역의 현재와 미래의 계획을 비교해 목표를 세울 수 있다.

야마자키 료 대표는 커뮤니티디자인 과정이 주민 스스로가 자립할 수 있을 때가지 최소 3~5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커뮤니티디자이너는 이 기간 동안 주민 스스로 책임지고 운영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그 뒤부터는 주민이 스스로 자립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커뮤니티디자인은 주민들이 관심과 호감을 가질 수 있도록 세밀한 신경과 준비가 필요하다. 커뮤니티라는 문 안에 첫 발을 들여놓게 하기 위해서이다. 이성보다 감성이 더 중요하다. 전문적인 분석과 기획능력 이전에 인사하기가 앞으로의 활동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하고, 또 활동가들이 지역에서 보여주는 말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가 커뮤니티디자인을 대하는 주민들의 태도를 결정한다. 말로 설명하기 보다는 몸이나 그림으로 느낌을 표현하는 게 더 나을 수도 있다.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과 디자인방법도 필요하다. 워크숍에 참석자가 적을 때 그때는 왜 워크숍에 참석자가 적은지에 대해 주제를 바꿔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야 하고, 주민들과의 식사 자리에서 무의식적인 행동을 보며 지역 주민들만이 가지고 있는 지역의 매력을 직관적으로 찾아 아이디어로 제안하기도 해야 한다. 끊임없이 주민들이 흥미를 가질 수 있는 방법도 고려되어야 한다.

이렇게 준비된 사업들이 진행되려면 행정도 주민과의 협력이 지속될 수 있도록 사업을 담당할 새로운 과를 설치하는 등의 체제정비를 준비하고 공무원들이 사업을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관련된 워크숍을 개최하는 등의 활동이 필요하다.

야카지키 료 대표의 커뮤니티디자인은 주민들 스스로가 지역에서 행복하게 살기 위해 내가 생각하는 일들을 찾아 실천하는 일이다. 이 과정에서 주민들이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책임감을 갖게 된다.

이무열

지역브랜딩 디자이너. (사)밝은마을_전환스튜디오 와월당·臥月堂 대표로 달에 누워 구름을 보는 삶을 꿈꾼다. 『지역의 발명』, 『예술로 지역활력』 책을 내고는 근대산업문명이 일으킨 기후변화와 불평등시대에 ‘지역이 답이다’라는 생각으로 지역발명을 위한 연구와 실천을 하며 곧 지역브랜딩학교 ‘윤슬’을 시작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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