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턱대고 비건] ⑦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느타리버섯(후편)

채식 생활을 유지하는 데 큰 힘이 되었지만, 어느 순간 사라져버린 한 느타리버섯을 찾아서 여행을 떠났습니다. 흥미로운 상황과 새로운 사람들을 만났고 즐거운 경험을 했습니다.

날이 상당히 추웠다. 회기역에서 친구 s를 만나 중앙선을 타고 최동군 씨의 느타리버섯을 찾으러 양평으로 출발했다. 우리는 최동군 씨를 만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상상했다. 만약 자고 가라고 하시면 어떡하지? 그럼 숙소를 미리 잡지 말아야 할까? 버섯을 구할 수 있다면 저녁으로 버섯전골을 만들어 먹어야지. 우리가 준비한 선물을 기뻐하실까? 등등의 생각을 서로 나누며 설렘을 안고 양평역에 도착했다.

점심밥으로 근처 음식점에 들어가 날치알을 뺀 콩나물밥에 막걸리를 곁들여 먹고 최동군 씨를 찾아가는 여행을 시작하기 위해 검색했다. 알아보니 최동군 씨는 수곡리에 살고 계셨고 수곡리까지 가려면 버스를 오래 기다려야 해서 택시를 탔다. 수곡리로 향하는 중 기사님과 대화를 나눴다. 기사님은 2년 전에 퇴역한 직업군인이었는데 본인이 30년 동안 복무하면서 병영 선진화를 위해 애를 많이 썼다고 했다. 병사들과 잠도 같이 자고 밥도 먹으면서 부조리를 없애려고 노력했다고 했다. 가는 길에 본인이 복무하던 부대도 지났다. 난 그 시절이 그립지 않냐고 물었고 기사님은 군 생활은 병사나 간부나 다 똑같다고 다신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하셨다. 또 양평을 소개하시면서 양평엔 버섯 농가가 많다고 했다. 양평은 땅이 비옥해 버섯 맛이 좋고 도시와 가까워 도시에 신선한 버섯을 제공한다고 한다. 기사님과 기분 좋게 대화하다 보니 마을회관에 도착했다.

수곡1리마을회관에서 만난 백구. 사진제공 : 탈렌트
수곡1리마을회관에서 만난 백구. 사진제공 : 탈렌트

수곡1리 마을회관에 도착하니 백구 한 마리가 마중을 나와 있었다. 주위를 어슬렁거리는 백구를 뒤로하고 약간 떨리는 마음으로 s와 마을회관에 들어섰다. 마을회관엔 아저씨들만 계셨다. 회관은 남자들의 쉼터인 모양이었다. s는 최동군 씨의 소재지를 아저씨들께 물었고 한 분이 자세한 위치를 알려주셨는데 알고 보니 회관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는 집이었다. 회관을 나와 조금 걸었더니 금방 도착했다. 집 앞엔 우체부가 있었고 우체부는 아무도 없는 것 같다고 하며 떠났다. 우리는 조금 긴장하며 “계세요~” 하고 몇 번 불렀고 잠시 뒤 한 분이 집 안에서 나왔다.

“안녕하세요. 혹시 최동군 씨 댁 맞나요?”
“예 맞아요”
“혹시 최동군 씨 계신가요?”
“제가 책임잔데요 무슨 일이세요?”
“아 저희가 최동군 씨가 키우신 버섯을 맛있게 먹어서 감사 인사를 드리러 왔습니다”
“괜찮아요.”

우리는 준비한 선물을 꺼내 보여 드렸고 이야기를 이어나가고 싶었으나 최동군 씨의 아드님인듯한 분은 손사래를 하시더니 이내 차를 타고 떠났다. 우리는 약간 멍한 상태로 다시 마을회관 앞으로 왔다. 회관 앞엔 아까 만난 백구보다 덩치가 작고 털이 긴 갈색 개 한 마리가 있었다. 난 손을 대고 인사를 했다. 얌전하게 냄새를 맡던 개는 내가 손을 치우자 갑자기 맹렬하게 짖기 시작했다. 짖음이 한동안 계속됐다. 그제야 이곳에서 나는 낯선 이구나 하는 실감을 했다.

우리는 회관에 다시 들어가 볼까 망설이다가 그냥 돌아가기로 하고 버스정류소를 향해 걸었다. 약 20분쯤 걷는 동안 방금 일어난 일에 관해 생각했다. 사전에 연락도 하지 않고 찾아가는 것은 흥미롭지만 어리석었다. 처지 바꿔 생각해 보면 연락도 없이 불쑥 찾아온 두 사람이 수상했을 것 같다. 사이비종교를 전파하러 왔거나 산업스파이로 생각할 수도 있겠다. 여행 전에 만남의 결과를 조금만 더 깊게 생각해 보면 알 수 있었을 당연한 결과였을까? 버섯에 관해 좋은 감정만 있다 보니 오늘의 상황을 상상하지 못했던 내가 너무 순진한 것 같았다. s는 우리가 수상할 수도 있지만, 우리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그 마음을 받는 것도 누군가는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방금의 일 덕분에 여행이 더 흥미로워졌다고 했다. 평행세계에 우리는 지금쯤 다 같이 한 잔 기울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실없는 이야기도 했다. 관계는 다방향이다. 친숙한 사람끼리도 서로의 마음을 전달하기가 쉽지 않은데 처음 만나는 사람과는 오죽하겠나. 내 마음만으론 되지 않는 일이 많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며 동시에 생각을 실천해 여기까지 온 내가 조금은 대견했다.

히치하이크. 사진제공 : 탈렌트
히치하이크. 사진제공 : 탈렌트

정류소에 도착해서 버스를 기다렸다. 기다려도 버스가 오지 않길래 경로를 다시 검색했는데, 오기로 되어있었던 버스가 결행됐다. 심지어 다음 차는 한 시간 뒤에 온단다. 우리는 이참에 히치하이크하기로 했다. s는 히치하이크가 처음이라고 하며 조금 머뭇거렸다. 나도 오랜만이라 쑥스러웠다. 그래서 가위바위보 해서 진 사람이 먼저 해보고 각자 한 번씩 시도했는데 차를 잡지 못한다면 택시를 부르기로 했다. “가위바위보” 내가 지는 바람에 먼저 했다. 도로변에서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고 호의를 기다리는 것이 뻘쭘했다. 처음 시도는 역시 실패. 뒤이어 s도 실패했다. 그런데 막상 해보니 묘한 오기가 생겨서 같이 여러 번 시도했다. 중간에 차가 멈춰서 성공할 뻔했으나 아저씨들이 차가 만석이라 태워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격려를 해줬다.

나비의 꿀단지와 오름잔. 사진제공 : 탈렌트
나비의 꿀단지와 오름잔. 사진제공 : 탈렌트

우리는 용기가 생겨서 계속 시도한 끝에 차를 잡게 됐다. 서울로 가는 차였다. 우리만 괜찮다면 서울까지 데려다준다고 하셨다. 서울로 갈까 고민했는데 우리 둘 다 이대로 집에 가긴 아쉬워서 중간에 내려서 다시 히치하이크를 시도했다. 20분 정도 손 시림을 참아가며 차를 잡으려 했는데 너무 추워서 결국 포기했다. 그리곤 근처 남한강 주변에 앉아 오늘 마시려고 준비한 술을 한 잔씩만 마시고 택시를 타기로 했다. 마침 오늘 최동군 씨의 선물로 가져온 s가 만든 술잔인 ‘오름잔’이 갈 곳을 잃었기 때문에 오름잔에 s의 스승님이 만드신 술 ‘나비의 꿀단지(꿀 안 들어감)’를 따라 마시며 경치를 감상했다. 나비의 꿀단지는 봄의 정취가 물씬 느껴지는 술이어서 우리는 봄을 누구보다 일찍 맞는다며 웃었다.

근처 포토존에서 사진도 찍고 풍경을 즐기다가 이동하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타려는데 뒤에 어떤 아주머니가 엘리베이터를 타려는 듯해서 s가 문을 잡아드렸다. 엘리베이터에 내려서 택시를 잡으려는데 아까의 아주머니께서 근처에 주차해 놓은 차에 시동을 거셨다. 우리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혹시 어디로 가시나요?” 여쭸고 아주머니는 양평 시내로 간다고 하셨다. “저희는 양평역 가는데 혹시 차 얻어탈 수 있을까요?” 말했고 아주머니는 흔쾌히 수락하셨다. 우리는 기쁨과 신기함을 느끼며 차에 올라탔다. 약간의 호의가 바로 되돌아오는 경험을 했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내 감정이 남에게 전달되면 언젠가는 그대로 돌아오는 것 같다. 이번에 겪은 일들을 통해 모든 일은 마음 쓰기에 달렸다는, 어찌 보면 상투적인 말을 더 깊이 들여다보게 됐다.

양평역에 도착해서 카페에 들러 다음 행보를 정했다. 펜션이나 에어비앤비는 거리도 멀고 가격도 비싸서 그 돈으로 맛있는 것을 먹자고 정했고 난 근처 중식집을 찾았다. 가끔 마파두부나 지삼선을 비건으로 조리하는 식당이 있다. 난 요리사에게 동물성 재료를 쓰지 않느냐고 물었고 특히 굴소스가 들어가지 않느냐고 물었는데 다 안 쓴다고 하셔서 그 두 가지 음식에 공부가주를 곁들여 먹었다. 우리는 기분 좋게 취했다. 이후 드렁큰엘리스라는 바에 가서 칵테일을 마셨다. 아까 한 잔씩 마신 나비에 꿀단지가 많이 남아서 나는 바 사장님께 콜키지 비용을 내지 않는 대신 주점에 있는 손님들께 한 잔씩 돌리고 우리도 마시겠다고 제안했다. 어렵사리 승낙을 받아 기분 좋게 한 잔씩 돌리고 우리 뒷자리에 혼자 온 손님과 합석해서 새로운 친구도 사귀었다. 주점 마감 시간에 사장님 일행과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나는 술에 취해서 말을 더듬으며 오늘의 일들을 말했고 그 이야기를 들은 사장님은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어 최동군 씨를 수소문하기도 했다. 사장님이 나를 보곤 착하고 순수한 것 같은데 그래서 사기꾼 같다고 했다. 그 말이 의미심장했다. 그리고 결국 오늘 선물로 가져온 잔은 바 사장님의 차지가 되었다.

표고버섯탕수. 사진제공 : 탈렌트
표고버섯탕수. 사진제공 : 탈렌트

근처 모텔에서 자고 일어나 1시 즈음에 서울에 도착했다. 회기역 근처 하오짬이라는 곳에 가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회기역 근처는 삼육대병원이 있어서 채식 가능한 식당이 많다. 식당에 도착해서 메뉴를 골랐다. 삼육식 짜장면과 짬뽕밥을 시키기로 했다. 그런데 표고버섯탕수가 눈에 들어왔다. 생각해 보니 느타리버섯 찾으러 양평에 갔는데 느타리는커녕 버섯 구경도 못 해보고 돌아왔다는 생각에 실소했다. 난 표고버섯탕수의 가격이 비싸서 주문을 망설였는데 s는 고맙게도 자기가 사겠다며 버섯으로 시작한 여행 버섯으로 마무리하면 좋겠다고 했다. 좋은 생각이다. 그리하여 먹은 표고버섯탕수는 역시 맛있었다.

채식으로 촉발된 짧지만, 꽉 찬 여행이 막을 내렸다. 채식 이전 과거의 나였다면 이런 일들이 일어날 수 있었을까? 끼니마다 신념을 지니고 실천하는 것이 일상이 되고 관점이 바뀌면 여행도 새로워지고 또 새로운 사람과 만남의 기회도 생기는 것 같다. 이번 여행에서 느꼈듯 내가 낸 호의가 바로 나에게 돌아오는 우연 같은 필연처럼 내가 아닌 남을 위해 밥상에서 투쟁하는 에너지가 나에게 어떻게 돌아올지, 그리고 앞으로의 채식 생활엔 어떤 만남이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된다.

탈렌트

여러 해 동안 미술을 하다가 짧은 호흡으로 전시장을 전전하는 자신의 작업에 무력함을 느꼈다. 2020년부터 삶을 유지하는 데 필수인 단위들을 미술화 하기 위해 어리석어 보이지만 배움이 있는 경험을 인위적으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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