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는 불편하다① 누워 있는 호텔과 체험이 있는 호텔 이야기

공동체는 불편하다. 제목이 불편하다. 새로운 주거형태로 제시되고 있는 ‘공동체주거’관련 협동조합에서 3년 동안 활동하면서, 경험한 내용들과 필자 자신의 변화를 몇 번에 나눠 쓸 생각이다. 범위는 ‘주거공동체’에 한정하거나 그 근처로 하겠다.

혼자서는 안 되겠기에 함께 있는 것이 공동체이다.
출처 : kjpargeter

우리 모두는 매일 각기 다양한 공동체를 경험하고 있다. 그래서 ‘불편하다’는 단어가 ‘공동체’와 나란하게 있으니 억지스럽게 보인다. 그래도 ‘주거공동체’에 대해 말할 때 ‘불편함’에서부터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한다. ‘공동체주거’에 대해 모임을 하다보면 횟수와 참여강도에 따라 대개 환호에서 시작해서 시간이 지나면서 ‘공동체가 그런 것이라면 난 못하겠어요.’라고 한다. 그리고 ‘그래도 뭐 다른 게 있지 않아요?’로 이어지는 다양한 감정의 경로를 타게 된다. 이 글에서는 그동안의 소소한 경험과 느낌들을 나누고 싶다. ‘공동체주거’와 ‘주거공동체’라는 용어는 그 의미를 주관적으로 구분해 봤다. ‘공동체주거’는 공동체성을 회복하기 위한 주거 방식으로, ‘주거공동체’는 주거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동체를 활용하는 의미로 사용한다.

공동체는 늘 시끄럽다

공동체에서 갈등은 건강하다는 뜻이다.
출처 : makyzz

“공동체는 함께 하는 것이다. 때로는 이익갈등으로 때로는 가치갈등으로 늘 시끄럽다. 그래서 나를 멈춰있게 하지 않고 늘 생각하게 만든다. 갈등이 정지된 공동체는 성장이 멈춰버린 생명체다. 밖에서는 가지런하게 보이지만 속으로는 이미 고목이 되고 있어서다. 나 자신을 뒤돌아봐도 가지런했던 시절은 대게 생명이 아닌 시선을 중요하게 생각했던 때다. 함께 한다는 것은 쉼 없이 갈등하는 것이다. 공동체의 출발은 다름에 기반하고 있다. 고백하자면 나 혼자서는 안 되겠기에 함께 하려고 한다. 오늘 내 작은 마음을 내일 허허 웃으면서 자기 고백하는 내 모습을 그려본다. 스스로의 허물을 보일 수 있는 관계 속에서 함께 성장하고 싶다. 오늘 나의 부끄러움을 내일 스스로 만나는 횟수를 줄이고 싶다. 누구를 위해 공동체를 마주하는 게 아니고, 이기적이게도 나 자신을 위해서 공동체를 함께 하려고 한다. 내 청년기를 통해 성년기의 친구가 있듯, 내 노년기를 위해 지금 함께 늙을 수 있는 벗들을 만나고 싶다. 그러고 보면 나에게 공동체는 철저한 나 자신의 이기심의 발로이다.”

3년 전, 활동하고 있던 협동조합에서 ‘나는 왜 협동조합 활동을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나의 생각이었다. 지금도 공동체 활동은 ‘이기심의 발로’라던 당시의 생각은 변하지 않았다. 달라진 것은 공동체의 여러 한계들에 대해 자세히 들여다보게 되었다는 것과 과거에는 외부의 문제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내 자신의 문제로 끌고 들어온 부분이다.


공동체 갈등의 핵심은 : 나르시시즘과 시기심

‘사랑과 인정에 대한 과도한 욕구를 어떻게 조절해 갈 것인가?’ ‘남이 잘되는 것을 샘하고 미워하는 마음을 어떻게 관리해 갈 것인가?’ 같은 내 자신의 ‘나르시시즘 기질’과 ‘시기심’ 같은 숙제를 정면으로 대면하고 있다는 것이다. 주거공동체 안에서 심각하게 다루어진 문제들은 대게 ‘나르시시즘 기질’과 ‘시기심’이 조절되지 않은 구성원들이 야기한 것이다. 나는 여기에 해당되지 않을 줄 알았다. 그런데 나도 이런 기질과 속성들을 가지고 있었다. 이제야 편하게 말할 수 있지만 한동안 스스로에게도 인정하고 싶지 않았었다.

공동체는 연결이다.

지금부터 ‘공동체’와 ‘주거’를 중심 키워드로 왔다갔다, 하면서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내가 생각하는 공동체의 첫 번째 속성은 연결이다. 이번 글에서는 연결에 대한 두 가지 사례를 정리해 보고자 한다. ‘이질적인 것들이 얼마나 모아질 수 있는가?’ 공동체에서는 전제적으로 다양성의 확보가 중요하다. 다양성의 확보수단이 연결이다. 사례를 통해서 주거공동체의 다양성 확보 수단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고자 한다.

누워 있는 마을호텔 사례

첫 사례는 높이 서 있는 호텔이 아니라 길거리에 펼쳐져 ‘누워 있는 호텔’이야기다. ‘짓는’ 호텔이 아닌 ‘구성’하는 마을호텔이다. 강원도 정선군 고한 18번가의 기적 ‘마을 호텔’이다. 18번가에서 말하는 마을호텔은 기존에 우리가 알고 있는 호텔과는 다르다. 호텔이라는 건물을 짓는 것이 아닌 기존에 고한읍 18번가에 있던 사업장들을 묶어 ‘호텔화’ 하는 것이다. 한 건물 안에 숙박시설, 식당, 카페, 세탁 등 모든 것이 종합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 호텔처럼 고한읍 18번가를 방문하면 모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한다는 구상이다.

옆으로 길게 누운 골목이 전부 호텔이 되는 거죠

이 마을에선 주민들이 각자의 사업장과 집을 ‘마을호텔’로 변신시키고 있다. 기존 호텔은 커다란 한 건물 안에서 자고 먹고 마시고 빨래하는 시설이 마련돼 있지만, 이 마을호텔은 길과 골목을 따라서 호텔 시설이 마련돼 있다. 잠은 이 건물에서, 식사는 저 건물에서, 빨래는 또 다른 건물에서 하도록 한다. 물론 이들 시설은 가까이 붙어 있다. 주민들은 모든 서비스를 호텔급으로 하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출처: 18번가의 기적 – 주민 모두 마을 호텔리어가 된다 / 플라잉TV (FLYING TV)
‘18번가의 기적, 마을이 호텔이다’ 슬로건과 같이 고한 18번가는 도시재생의 새로운 전형으로 리모델링되었다.
‘18번가의 기적, 마을이 호텔이다’ 슬로건과 같이 고한 18번가는 도시재생의 새로운 전형으로 리모델링되었다.

소셜라이징, 라이즈 호텔과 트렁크 호텔의 사례

두 번째 사례는 숙박공간이 아닌 문화공간이 되어가고 있는 호텔의 변신이야기다. 이 사례는 《공간은 경험이다》(2019,이승윤,북스톤) 93-95쪽에서 인용한다.

“과거 호텔은 투숙객에게 높은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중점을 두었지만, 최근에는 서비스는 물론 소셜라이징(친목과 사교)까지 제공하는 호텔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투숙객만을 위한 공간에 머물기를 거부하고, 인근 주민들을 불러모아 일종의 문화 중심의 지역 커뮤니티를 만들기 시작한 것이다. 국내의 ‘라이즈 오토그래프 컬렉션(라이즈 호텔)’과 일본의 ‘트렁크 호텔’이 대표적인 사례다.”

“대부분의 호텔은 투숙객의 편안한 휴식을 위해 다소 폐쇄적이고 아늑한 분위기를 지향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라이즈 호텔은 다르다. 이곳 1층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베이커리 카페가 나타난다. 투숙객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지나가는 사람 누구라도 들를 수 있는 열린 공간이다. 1층에 있기 마련인 로비는 3층에 있다. 개방형 공간을 지향하되 투숙객의 편의는 해치지 않도록 신경 쓴 흔적이 보인다.”

친구를 만들 수 있는 호텔, 라이즈 호텔. 이곳은 개인의 프라이버시한 휴식의 공간이 아니라 만나고 나누는 호텔이다.
친구를 만들 수 있는 호텔, 라이즈 호텔. 이곳은 개인의 프라이버시한 휴식의 공간이 아니라 만나고 나누는 호텔이다.
출처 : QuangPraha

“이처럼 라이즈 호텔은 지역민과 투숙객이 한데 어울리며 홍대의 지역문화를 자연스럽게 공유하고, 그 과정에서 다른 호텔에서는 맛볼 수 없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한다.”

두 사례에서 ‘공동체주거’에 활용 할 수 있는 팁은 여럿이다. 공동체주거의 일반적인 건물형태는 4층 정도의 빌라(다세대)형 신축이다. 세대수는 10세대에서 24세대 정도다. 첫 사례에서 응용할 수 있는 것은 신축이 아니더라도, 기존 지역자원과 구축 건물을 활용하면서도 다양한 공동체주거 유형들이 창출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다. 초기 투자금도 부담이 훨씬 덜할 것이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서 ‘공동체주거’ 활성화가 더딘 이유는 택지 부족도, 자금 부족도 문제가 아니며 결국 함께 살아갈 사람들의 ‘공동체성’이다. 두 번째 사례에서는 지역자산과 자원에 대한 재평가 부분이다. ‘공동체주거’가 지역사회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한 부분이다. 성미산 마을 ‘소행주’가 평가 받고 있는 연유이기도 하다.

다음에 계속...

윤장래

새로운 주거형태 대안으로 논의되고 있는 '공동체주거’에 대해 연구와 활동하는 협동조합 조합원이다. 베이비부머세대 막내이고 아내와 함께 아파트에서 생활하고 있다. 소기업과 벤처기업, 출판사 직원, 상조(장지)사업 이력을 가지고 있고, 출판기획자와 강사로 경제활동을 하고 있다. 일주일에 하루는 서울근교를 걷거나 북한산 산행을 하고, 대부분의 시간은 책을 읽거나 유튜브와 현장 강의를 들으며 지낸다. 사람과 책에 대한 호기심이 많다. 오십 이후 성 역할에 대한 생각을 정리한 후, 일상의 자잘함을 주도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또, 책을 수집하는 강박적인 취미를 가지고 있다. 바람은 자신의 본성에 대한 충실함과 이웃과 조화로움의 균형적인 삶이다. 가까이는 아내와 함께 자전거 타고 마을과 이웃들을 기웃거리는 일상의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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