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토르넬로 시리즈] ④ 영토화와 엇갈림의 시작

“영토화의 지표들이 모티프와 대위법으로 발전해가는 것과 기능들을 재조직하고 힘들을 결집하는 것은 동시에 일어나는 것이다” 영역, 즉 영토는 이미 그 영역 자체를 초월하는 무엇인가는 풀어놓게 된다. 그리고 우리는 끊임없이 이 ‘순간’으로 되돌아온다.

지난번 연재에서는 리듬과 선율의 표현-되기를 통한 영토화와 영토적 모티프, 대위법에 대하여 알아봤습니다. 음악의 3대 요소가 리듬, 멜로디인 선율, 그리고 화성이라 한다면, 외부로 표현할 수 있는 성질을 가진 리듬과 선율, 그리고 그들이 표현성을 가질 수 있게 뒷받침해주는 환경인 화성이 모티프와 대위법으로 발전해갈 때 우리는 이를 리토르넬로라고 부릅니다.

이번에는 리토르넬로의 가장 중요한 기본 개념인 영토화에 대하여 좀 더 알아보고자 하며 탈주의 실마리인 코드와 영토 사이의 엇갈림에 대하여 알아보고자 합니다.

우선 ‘영토화’ 라는 단어부터 알아보겠습니다. 영토화는 원래는 ‘territorialisation’이라는 아주 어려운 단어로부터 나왔는데, 이 단어가 우리나라 글자로 번역될 때 다소 딱딱한 느낌이 없지 않아서 앞으로는 ‘영역화’나 ‘자기 영역화’ 등으로 함께 부르겠습니다. 우선, 영역(영토)에 대하여 조금 더 알아보죠.

영역이란 같은 종류에 속하는 두 개체간의 임계적 거리를 표시하는 것입니다. 임계적 거리는 박자가 아닌 리듬이라고 합니다. 박자는 고정된 것으로 해석됩니다만,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가끔은 박자의 변화 또한 리듬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4/4박자에서 2/4박자로 바뀌었을 때의 다소간의 긴장감이 발생하듯이 말이죠. 하지만 박자라는 것이 기본적으로 어떤 ‘틀’이라는 개념에서 생각할 때에는 고정된 것으로 여겨집니다. 아무튼, 두 개체간의 거리가 가까워지면 리듬은 증대(빨라짐)하고 멀어질수록 리듬은 감소하며, 음정 또한 같은 현상이 벌어집니다. 마치 두 마리의 수사자가 만나 적대감의 증대가 이루어지는 것 같이 말이죠. 아래 예는 유명한 예일 것 같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hMFzGva8WDg&feature=youtu.be
영화 ‘죠스’의 OST 중.

하지만 이번에는 수사자 두 마리가 아니라 수사자와 암사자가 만났다고 가정해봅시다. 처음에는 그 리듬과 음정이 고조되겠지만 암사자가 자기영역을 개방하기 시작한다면 이중주와 같은 복합적인 리듬, 리듬적 인물이 발생합니다. 상호간의 거리를 없애는 것을 통하여 리듬은 리듬적 인물로 변화되는 것입니다. 이는 지난번 글에서 봤듯이 모티프가 리듬적 인물을 형성하고 대위법은 선율적 풍경을 형성한다는 것과 같은 뜻으로, 같은 종의 인물들이 서로의 거리를 없애 하나의 모티프를 형성하고, 다른 종의 인물들은 수없이 많은 리듬적 인물들을 형성하여 선율적 풍경, 즉 외부와의 관계를 나타내는 대위법을 형성합니다. 여기서 다시한번 리듬적 인물들과 여러 종류의 모티프들이 만나 선율적 풍경(대위법)을 이루는 실제 예를 보겠습니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에 나오는 ‘프리마돈나’라는 노래에서는 각각의 출연자들이 자기의 모티프를 노래하면서 멋진 선율의 풍경을 제공합니다.

Phantom of the Opera – Prima Donna.

여기에서 영역을 특정 짓는 두 측면을 정리하면,

  1. 영역은 같은 종의 구성원의 공존을 위하여 구성원들간의 거리를 둠 – 리듬적 인물
  2. 서로 다른 종이 가능한 많이 공존할 수 있도록 서로 다른 종을 분화함 – 선율적 풍경

위의 리토르넬로는 영역에 관한 리토르넬로라고 칭하고 넘어 가겠습니다.

한편, 자기영역화의 효과는 하나의 영역 안에서 두 가지 효과를 나타내는데,

첫 번째는 기능들의 재조직이고, 두 번째는 힘들의 재결집입니다. 영역화된 리토르넬로는 보통 기능적이고 직업적인 활동을 가지고 있는 리토르넬로로 넘어가기 쉽습니다. 예를 들어 시장에서의 물건을 팔 때 부르짖는 소리는 각자의 영역을 갖게 되고(자연스럽게 서로의 거리를 두게 됨) 다양한 기능적 활동들이 동일한 환경 안에서 전개됩니다. 이는 기능들의 영역화로 나타나며 기능들이 노동이나 직업으로 설립하기 위한 조건으로 작용합니다.

두 번째는 노동이 아니라 의식이나 종교와 관련되어 있습니다. 즉, 영역화는 다양한 환경에 포함된 모든 힘을 결집시키고 대지의 힘들을 모아 하나의 다발로 만듭니다. 이 영역 안에 있든 밖에 있든 강력한 중심은 자기영역 안 대지의 원천입니다. 음악에서는 조성음악(Tonal Music)이라는 것이 있는데, 이는 언제든지, 항상, 아무리 먼 곳으로 갔더라도 결국에 돌아오는 ‘도’ 가 있는 음악이죠. 영어로 ‘Key’라고도 하여 A Key 라고 하면, 결국엔 ‘A’인 계이름인 ‘라’를 ‘도’로 하여 이끌어 가는 음악입니다. 이는 굉장히 강력하여 여러 가지 형태의 ‘도’로의 회귀 방법이 각 종류의 음악에 사용됩니다. 저는 이 ‘대지의 힘들을 모으는’ 강력한 중심을 음악에서는 이 조성으로 보았습니다. 마치 종교와도 같은 것이죠. 음악에서는. 물론, 조성 (도)이 없는 무조성음악이나, ‘도’가 많은 다성음악도 마찬가지일 것으로 봅니다.

영토화의 지표들이 모티프와 대위법으로 발전해가는 것과

기능들을 재조직하고 힘들을 결집하는 것은 동시에 일어나는 것이다

영역, 즉 영토는 이미 영역 자체를 초월하는 무엇인가는 풀어놓게 된다고 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끊임없이 이 ‘순간’으로 되돌아옵니다. 아마 이 ‘순간’은 다음 자기영역화, 탈영역화를 준비하는 무엇이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가 이 ‘순간’을 포착하기 위해서는 코드와 영역 사이의 엇갈림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앞에서 말씀드렸듯이 환경들 간에 끊임없이 코드 변환이 일어나는데, 영역은 반대로 특정한 탈코드화 차원에서 성립되는 것처럼 보입니다. 코드변환과 탈코드화가 다소 이율배반적으로 보입니다만, 들뢰즈와 가타리는 이를 생물학적 측면에서 코드 내에서의 변이와 같은 돌연변이가 아닌 격리나 지리적 요인 등에 의한 생물변형으로 설명합니다. 즉, 생물학적 여백이란 이중화된 유전자 또는 정해진 숫자 이외의 염색체를 말하는 것입니다. 이를 음악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요?

음악에서는 많은 코드변환이 있습니다. 우리가 듣는 음악들은 그런 코드변환에서 감흥을 얻기도 합니다. 하지만 탈코드화는 무엇일까요? 실제 음악에서 탈코드라는 코드는 없는데 말이죠. 그리고 이중화된 유전자나 정해진 숫자 이외의 염색체는 무엇일까요?

저는 음악에서 사용하는 ‘도미넌트 코드(dominant chord)’ 라는 개념을 이용하여 그 ‘순간’을 느껴보고자 합니다. ‘도미넌트 코드’는 말 그대로 해석하면 지배적인 코드로 ‘도’ 코드로 돌아가는 힘이 가장 강력한 코드를 말합니다. 쉽게 말하면 다장조(C Key)에서 다섯 번째 음인 솔에 해당하는 코드, G(7)입니다. 제가 이 도미넌트 코드를 코드와 영역 안에서 ‘여백’으로 보는 이유는 이 도미넌트 코드가 ‘도’로 이행하는 힘이 가장 큰 코드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탈코드화되어 다른 ‘도’로 갈 수 있는 코드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도미넌트 코드는 이것이 속한 영역에서 정해진 음 이외의 음을 낼 수 있는 폭넓은 포용력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 코드가 만든 미지의 문을 통하여 탈영역화된 다른 영역으로 갈 수도 있을 것입니다.

실제 예를 들어봅니다. C Key 에서 ‘도’ 코드인 C코드에서 시작한다면 보통 C-Dm-G7-C 라는 코드진행을 많이 보았을 것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도미넌트 코드인 G7입니다. ‘도’코드인 C 코드로 돌아가는 지배적인 코드이죠. 하지만 아래 예에서와 같이 G7 코드는 반드시 C 코드로만 가지는 않으며 다른 ‘도’ 코드를 찾아 갑니다. 그리고 이것이 잘못된 일도 아닙니다. 한번 느껴 보시죠.

  1. C – Dm – G7 – Cmaj7
  2. C – Dm – G7 – Gbmaj7
  3. C – Dm – G7 – Abmaj7
  4. C – Dm – G7 – Am
  5. C – Dm – G7 – Em
  6. C – Dm – G7 – Dbmaj7
  7. C – Dm – G7 – Ebmaj7
  8. C – Dm – G7 – Bbmaj7
1번부터 8번까지의 코드 진행을 나타내며, 우리는 도미넌트 코드라는 문을 통하여 무수히 다른 영역으로 갈 수 있다.

위의 예에서 우리는 도미넌트 코드인 G7코드가 C Key의 영역에서 이중화된 유전자로 자유를 보장받고 기능면에서 자유로운, 그리고 하나의 여백코드로 작용함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종래의 영역 안에 존재하였던 도미넌트 코드라는 신비의 문을 열고 다른 영역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다음번에는 다른 영역으로 나아가는 구체적인 환경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신동석

음악에 관심이 있다 본격적으로 음악 만드는 공부를 하고 있다. 재즈를 전공하고 있지만 모든 음악에도 관심이 있다. 환경과 관련된 일반적인 관심이 있지만 일반 이상의 관심을 가지려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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