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에게서 자연에까지 존엄한 관계를 확대하기-『존엄하게 산다는 것』을 읽고

『존엄하게 산다는 것』을 통해 저자는 ‘존엄함이란 인간이 다른 인간을 대하는 방법, 인간이 인간을 위해 책임을 지는 태도의 문제’라고 말한다. 인간은 개인의 의도와 목표를 이루기 위해 다른 사람을 이용하는 것이 결국은 자신의 존엄성을 무너뜨리는 결과를 낳았다. 존엄이라는 것은 비단 인간 대 인간의 관계에만 국한되지 않고, 타인뿐만 아니라 자연을 포함하여 우리가 맺고 있는 주위의 모든 관계로 확대되어야 한다.

게랄트 휘터 저 『존엄하게 산다는 것』(인플루엔셜, 2019)

기후 변화의 결과물인 폭우로 많은 인명과 재산 피해를 본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폭염이 기승을 부려 사람들이 고통을 겪고 있다. 게다가 사회적으로는 불특정 다수를 겨냥한 비이성적인 폭행이 일어나 모두를 경악하게 하고 있다. 이 모두는 타자는 물론 자연에 대한 존중의 결여에 의한 결과인지는 아닌지 생각해 보았다. 이럴 때 우리가 일상에서 등한시해 온 존엄에 관해 함께 읽어보자.

『존엄하게 산다는 것』의 저자인 게랄드 휘터는 독일의 신경생물학자다. 21세기에 접어들면서 우리 사회는 복잡성이 증가하고, 인과의 법칙을 찾기가 쉽지 않게 되었다. 이에 따라 각자의 행동이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바로 결과로 나타나지 않게 되다 보니 사회는 과거에 비해 더욱 불안해졌다. 이러한 불안 사회에서 새로운 질서 회복에 필요한 것이 바로 ‘존엄성’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개인과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공평하게 적용되는 질서의 원칙을 함께 만드는 것, 모든 인간에게는 나아갈 방향을 가르쳐줄 내면의 나침반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나침반은 바로 인간으로서의 존엄함을 인식하고, 개인의 삶을 그리고 타인과의 공존을 만들어 가도록 우리를 이끌 것이다.”

인간은 다른 동물들과 달리 처음부터 생물학적으로 미숙한 상태로 태어난다. 따라서 인간은 생존을 위해 ‘학습’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존재다. 학습은 경험, 실패 등에 의해서 습득되는데, 이에 의하여 전혀 다른 가치관을 형성할 기회가 제공된다. 달리 말하면 각자의 선택에 따라 변화의 폭이 거의 무한대라는 이야기이다. 이와 같이 인간에게는 주위의 환경 및 타인과의 만남이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므로 흔히 인간을 사회적 동물이라고 명명한다. 이처럼 사회적 동물로서 절대적으로 타자와 공존하기 위해서는 자신에 대한 존엄과 함께 타인에 대한 존엄을 보장해 주어야만 한다. 하지만 우리는 이러한 사실을 간혹 망각하다 보니 오늘날 지구촌 곳곳에서는 사회적 혼란이 벌어지고 있다. 전쟁과 기후 변화로 인한 재해 등이 이에 속한다.

존엄함이란 인간이 다른 인간을 대하는 방법, 인간이 인간을 위해 책임을 지는 태도의 문제라고 저자는 말한다. 즉 존엄이란 얼마나 존엄한 관계를 맺느냐의 문제라는 것이다. 개인의 의도와 목표를 이루기 위해 다른 사람을 이용하는 것은 결국은 자신의 존엄성을 무너뜨리는 결과를 낳는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또한 존엄이란 타인뿐만 아니라 자연을 포함하여 우리가 맺고 있는 주위의 모든 관계로 확대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자기 존엄성을 인식한 사람은 한정된 자원을 둘러싼 경쟁에서 성공해야 할 필요를 느끼지 않으며, 광고 전문가들이 들이미는 그 어떤 대리 만족에도 절대 흔들리지 않는다. 자기 가지를 확인하려는 욕구에 시달리지 않는다. 이미 자신의 존엄을 인식하고 있기에 타인의 존엄을 해치지도 않는다. 이것은 곧 자신의 존엄을 해치는 일이기 때문이다.”

타인을 이용하는 것은 인간 전체의 존엄을 무너뜨리는 행위다. 사진출처: Counselling

글로벌 디지털 시대에 이르러 서구 문명의 가치관이 세계화라는 흐름을 타고 빠르게 전 세계로 퍼져가고 있다. 경쟁을 통해 발전을 자극하고, 타인과 자연을 침해하여 이익을 창출하는 것을 긍정하는 가치관 말이다. 하지만 이에 따라 개발도상국가원의 인권은 무시당했고, 하나뿐인 지구생태계는 처참하게 파괴되어 가고 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선택이 틀렸음을 인정하고 타자와의 만남에서 낯선 신념을 마주함으로써 자신의 사고방식과 이상에 의문을 품는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또한 우리가 자연을 수탈의 대상으로 삼을 때 우리의 존엄성 역시 박탈당하고 말 것이라고 저자는 강하게 경고한다. 기후 위기로 인하여 지구촌 곳곳에서 자연재해가 속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가 오랜 시간 동안 쌓아 놓은 문명이 위기를 맞는다면 존엄성은 사라지고 야만의 시대가 도래할지도 모른다. 그러기에 우리는 먼저 자연과 타자에 대한 존엄성을 회복해야만 문명을 유지할 수 있지 않을까?

이환성

공학계 앤지니어로 10여년간 인간중심주의가 지배하는 현장에서 근무하면서 인문학에 목말라했다. 지금은 현장을 떠나 자유로이 독서와 함께 인문학에 빠져 있으며 철학과 공동체에 관심을 갖고 다른 삶을 모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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