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되는 그날이 오기를 -『단속사회』를 읽고

저자가 말하는 ‘단속사회’란, 단속(斷續)과 또 다른 단속(團束)의 합성어를 의미한다. 즉, 현대인들이 같고 비슷한 것에는 끊임없이 접속하면서도 조금이라도 나와 다른 것은 철저히 차단하고 외면하며 이에 개입하려 하지 않는다는 의미의 단속(斷續)과 자기를 단속(團束)하며 동일성에만 머무르며 자기 삶의 연속성조차 끊어져 버린 상태를 말한다.

수년 전과 비교하면 우리나라는 경제 성장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개개인의 삶은 점점 힘들어져만 가고 있다. 특히 젊은 층 사이에서 ‘헬조선’이라는 단어가 수년 전부터 회자하였고,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음을 직감해서인지 출생률이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세계 최하위의 기록을 보인다. 우리 사회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사회학자인 저자는 우리 사회의 현실을 냉철하게 분석하여 그 원인을 ‘단속사회’에서 찾았다.

『단속사회』, 엄기호 저(창비, 2014)

저자가 말하는 ‘단속사회’란, 단속(斷續)과 또 다른 단속(團束)의 합성어를 의미한다. 즉, 현대인들이 같고 비슷한 것에는 끊임없이 접속하면서도 조금이라도 나와 다른 것은 철저히 차단하고 외면하며 이에 개입하려 하지 않는다는 의미의 단속(斷續)과 자기를 단속(團束)하며 동일성에만 머무르며 자기 삶의 연속성조차 끊어져 버린 상태를 말한다.

저자는 이러한 단속사회가 출현한 배경에는 우리의 미성숙함에 있다고 보았다. 예를 들면, 우리는 공동체 형성에 주목하고 있으나 대부분의 공동체는 취향으로 만들어진 공동체라는 것이다. 이러한 취향의 공동체는 타자의 차이를 배제하고 ‘같은 취향’이라는 동일성만을 자극하는 사적인 공간이기에 사회적으로는 오히려 좋지 않은 악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또한 우리는 본의 아니게 모두 괴물이 될 수 있음을 지적한다. 괴물이나 악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타인의 고통을 외면하며 그 고통을 불가피한 희생이라는 것에 동의하고 자신만의 안전을 도모할 때 우리는 자신의 이웃을 뜯어먹는 괴물이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모습이 우리 사회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는 암울한 현실에서 헤쳐나올 방법으로 저자는 관계성과 경청 그리고 소통을 제시한다. 저자는 소크라테스가 말했던 것처럼 자신이 모르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먼저 발견하고, 자신의 미성숙함을 인정하는 자기 점검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자기를 점검하는 삶이란 배움에 주저함이 없는 삶, 배움을 위해 타자와의 만남에 주저함이 없는 삶이며, 자신의 확신을 괄호로 묶고 타인의 말을 경청하고 소통하는 삶을 말한다.

경청이라는 것은 단순히 타인이 말하는 것을 그저 열심히 들어주는 것이 아니다. 경청이란 말 하지 못하던 것, 말하지 않는 것, 말할 수 없었던 것을 말할 수 있도록 이끄는 것이며, 이처럼 타자의 고통에 귀 기울이고 말을 거는 행위인 경청은 배제의 정치, 수(數)의 정치에 맞서는 삶의 정치가 된다는 것이다.

소통이란 서로의 차이 안에서 공통의 것을 끊임없이 만들어가는 과정이며, 공통의 것이 없어도 소통은 일어나지 않으며, 차이가 없어도 소통은 일어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공통의 것을 공유했을 때 타자는 비로소 ‘남’에서 ‘너’로 바뀌며, 타자와 나의 만남은 서로 공유하는 그 무엇이 있는 ‘우리’가 될 수 있다. 바로 이러한 것이 우리가 잃어버린 되찾아야 할 공동체이며, 자본에 포획되어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는 현대인들이 돌아가야 할 지속 가능한 공간이라는 것이다.

현재 우리는 자본주의의 파도 속에서 개개인은 파편화되어 가고 있다. 과거에는 공동체에서 해결할 수 있었던 것을 이제는 시장에서 자본으로 구입해야 한다. 그 결과 공적인 영역은 점점 축소되어 가고 대신에 사적인 영역이 확장되어, 자기 일은 자신이 해결해야 하기에 개개인의 어깨는 과거에 비해 무거워져만 간다. 이에 따라 개인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역시 점점 피폐해지고 있으며, 개인의 경제적 능력에 따른 불평등은 커져만 가고 있다.

일찍이 영국의 과학자인 제임스 러브록이 가이아 이론을 통해 지구를 하나의 생명체로 간주했듯이, 우리 사회도 다양한 요소들이 복잡한 관계로 상호작용하면서 진화의 과정을 밟고 있는 또 하나의 작은 생명체가 아닐까? 그러기에 어느 한 곳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사회 곳곳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우리 사회에 발생하는 불평등과 부조리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나’가 아니라 ‘우리’를 우선으로 하는 의식변환이 요구된다. 불가능하기에 오히려 목표로 삼을만하다는 어느 철학자의 말을 음미하면서 갑진년의 새해에 우리의 목표를 설정해 보자.

이환성

공학계 앤지니어로 10여년간 인간중심주의가 지배하는 현장에서 근무하면서 인문학에 목말라했다. 지금은 현장을 떠나 자유로이 독서와 함께 인문학에 빠져 있으며 철학과 공동체에 관심을 갖고 다른 삶을 모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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