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각여행] ⑤ 의식해서 먹는다는 것은 -일본의 미각교육

Food Consciousness는 “먹거리, 먹는다는 것, 먹는 방법‘을 생각하고 키워 가는 지식의 미래를 표어로,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음식에 대한 오감능력을 기르며, 살아가는 힘, 생각하는 힘, 문화와 미래를 창조하는 힘의 육성을 목표로 하는 음식 교육 프로젝트이다.

먹거리는 그 자체가 생명이며, 생명을 지켜주는 중요한 자원이다. 먹는다는 것은 모든 생명체의 생명 유지의 근본이 되는 공통된 일이며, 먹는 행위를 통해 모든 생명체는 상호 연결되어 있다. 이처럼 상호 연결되어 있는 먹는 행위가 현대 사회에서는 ‘먹는 방법’에 따라 여러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음식’의 글로벌화가 진행되면서 식품은 다국적, 다양화되면서 빠른 속도로 유통되고 있다. 이로 인해 지역 소재의 채소가게, 생선가게 등이 점점 사라지고 지역 식문화가 사라지고 있다.

음식’의 글로벌화가 진행되면서 식품은 다국적, 다양화되면서 빠른 속도로 유통되고 있다. 사진출처 : Fabrice Thys

반면에 대규모 대형 슈퍼마켓에서는 계절이나 생산지와 관계없이 대부분의 식품을 구입할 수 있게 되었다. 현대인은 손쉽게 먹는 일이 가능해졌으며, 외식을 하거나 바쁘게 먹어야 하는 일이 많아지면서 여유를 가지고 먹는다거나 맛을 음미하면서 먹는다는 것은 이제는 사치로까지 인식하게 되었다. 특히 젊은 세대들은 지역, 계절과 연계하여 먹는다는 행위의 의미, 신체적, 문화적 의의를 상실할 위기에 놓이게 되었다. 먹는다는 것은 인간이 살아가는 동안 반복적으로 해야 하는 행위이기에 무엇을 어떻게 먹는냐가 나 자신의 건강뿐만 아니라, 사회, 지구의 건강까지 연결이 되어 있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먹거리를 통한 연결고리

일본은 2007년에 식육(食育)법이 제정되면서 식생활 교육을 정부 차원에서 범국민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처음에는 다분히 교육 중심이었던 식육이 현재는 미각교육을 중심으로, 감각을 깨워서, 느끼고, 체험하고, 맛보는 것으로 전개되고 있다. 일본학습원(가쿠슈인)여자대학 내 Food Consciousness 연구소에서는 먹거리 자체가 생명이며, 또한 생명을 유지시켜서 이어나가게 하는 중요한 부분이라고 정의하며, 현대사회가 안고 있는 다양한 문제가 표출되고 있는 먹는 방법에 대한 일상의 행위를 확실히 의식하는 ‘식’에 대한 자각적이며, 적극적인 자세를 Food Consciousness라고 명명하였다. 로고인 food에서 나타내는 것은 ‘음식’을 통한 연결을 의미한다. 2011년 ‘음식’을 의식하는 교육의 테마로 이탈리아 미각교육센터와 협정을 체결, Food Consciousness project를 발족하고, ‘음식’을 통한 연결을 의미하는 다양함을 느끼는 일과 의식하는 것이 미각교육이라는 생각에 미각교육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Food Consciousness에서 식교육-미각교육-은 인간의 오감을 통해 그의 감성과 능력을 적극적으로 끌어내는 인간력(오감/사회성 인식) 부활형 교육으로 보고 있다. 인간이 자연적으로 몸에 익힌 능력을 불러일으켜서, 마음으로 맛을 보는 자세와 태도를 키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점점 잃어가고 있는 현대인들의 감성을 다시 한번 살펴보고, ‘음식’은 생명이요, 사회이며, 지구라고 의식할 수 있는 풍부한 지성과 감성의 기쁨을 주는 인간교육, 그것의 기본에 미각교육이 자리잡고 있다.

생산자에게는 수확하고 키우는 일을 소중히 여기고, 자연과의 교류와 은혜를 의식할 필요가 있다. 즉 생산자는 자연의 이치를 일상적으로 느끼면서 자신이 키운 채소나 가축, 잡은 생선이 어떤 특징과 맛을 가지고 있는지 또는 왜 맛있을까를 느끼고 의식하고 표현할 수 있기를 바란다. 유통업자에게는 생산부터 소비에 이르기까지 ‘음식’이 가지고 있는 내력을 의식하고, 어떤 상태에서 가장 맛이 있고, 언제까지 최상의 맛을 유지할 수 있을지를 알고 보존하면서 음식을 대하기를 바란다. 조리하는 사람에게는 생산부터 소비까지의 과정과 식재료에 어울리는 요리법과 어떻게 하면 더 맛있게 식재료가 식탁에서 빛내어질까를 연구하는 것이 요구된다. 소비자에게는 먹거리, 먹는 일, 먹는 방법에 대해 의식하고, ‘음식’의 본질을 이해하며, 맛과 향, 씹는 감각을 의식하면서 ‘음식’이 우리에게 말해주고 있는 맛이나 이야기를 느낄 수 있는 생활자가 되기를 바란다. 맛있는 것을 맛있게 먹는 일과 맛을 직접 느끼려고 노력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먹거리를 대하는 4가지의 마음가짐

일본학습원여자대학 〈Food Consciousness〉 연구소 로고. (https://foodconsciousness.jp/).

Food consciousness에서는 먹거리, 먹는 일, 먹는 방법이라고 하는 일상의 행위를 확실히 의식하고, 4가지의 마음(감사하다는 마음, 잘 먹겠다는 마음, 잘 먹었다는 마음, 아깝게 여기는 마음)으로 ‘식’과 생명, 여러 가지 연결을 의식하고 감사하며, 감각이나 미식을 의식하고, 느끼는 교육과 스스로 깨닫는 교육을 중요시한다.

4가지의 마음 중 ‘감사하는 마음’은 일상적으로 먹거리 자체가 존재해 주어서, 먹을 수 있는 귀중한 기회라는 것을 항상 생각하면서 ‘감사하는 마음’으로 먹거리를 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잘 먹겠다는 마음’은 ‘먹거리’는 자연계의 다양한 생명들로부터 받은 것들이며, 또한 새로운 생명을 창조하기 위해 불가결한 존재, 행위이기도 하기 때문에 우리는 감사히 잘 받아서 먹는 것을 소중히 한다. ‘잘 먹었다는 마음’은 자연과 다양한 생물체들의 존재와 사람들 덕분에 식탁으로 옮겨져 왔고, 그러한 흐름을 통해 느끼고 또한 생명을 이어간다는 마음을 소중히 한다. ‘아깝게 여기는 마음’은 먹거리 자체가 존재하기 어려운 것이며 자연계의 생명과 수많은 연결에 의해 앞에 놓인 음식을 아깝게 여기며 절제하는 마음을 가지는 것을 말한다.

미각교육은 ‘식’의 권리와 미각, 맛보는 권리에 대해 생각하는 일을 소중히 여기는 것이다. 즉 ‘식’의 획일화, 편리성 보다 ‘식’을 존중하고 미래에 전하는 것과 환경을 배려하는 생산을 지향하도록 한다.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음식에 대한 오감능력을 키우는 교육을 실시하여 먹고 살아가는 힘, 생각하는 힘을 키우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미각교육의 바탕에는 자연과 공생해 왔던 향토식이 중심에 있다. 자신이 태어난 풍토에 뿌리를 둔 향토의 음식은 교육적, 도덕적, 문화적, 환경적, 사회적, 경제적 가치와 의미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각교육을 자연관이나 교육관을 갖춘 인간의 사회성이나 생태계 전반에 걸친 책임을 가진 인간부활형 교육의 원천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나무늘보

먹을거리에 대한 관심이 먹는방법, 먹는다는 것에 대한 것으로 확장되었고, 먹을거리를 둘러싼 여러 가지 문제들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러는 사이 이제는 발로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행동이 느려 주위로부터 나무늘보라는 별명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현재 한살림생활협동조합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모心으로」(母心, 侍心, 初心, 合心)의 마음으로, 지식(지속가능한 식생활)을 키우자!라는 텃밭모임과 소모소모(반찬돌봄)모임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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