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의 詩] 귀밑재 공동묘지

생명의 소중함을 자각하고 건강한 삶을 격려하는 시 한 편.

숲 속 새벽 요정들이 짠 면사포

머리에 앉는다 이슬

숲이 깊을수록 안경과

어깨와 가슴과 허벅지에 드레스가 입힌다

신부가 된다

지난 밤 계절을 바꾸는 천둥 

잠든 용들이 모두 깨어난 것 같았다

푹신한 가을 잎 위로 삭정이들

이따금 다람쥐가 밝아 논 밤알들

고라니도 너구리도 오소리도 쫑긋

사스레피나무 터널을 지났다

묘지의 밤나무

숲

유인과 학생이 묻힌 곳

죽어 고사리 되고 진달래 되고

소나무 되고 밤나무 되었다

더러 지빠귀 되고 파랑새 되었다

누구일까 묘지에 밤나무 심은 이

유난히 탐스런 밤알

내미는 이

구절초는 산 위에서 춤을 추었다

귓불이 빨간 붉나무 아래

망자들은 늦잠을 자고 꿈을 꾸리라

밤알 그러쥔 채 숲을 나섰다

심규한

강진에 살며 자연으로부터 배우고 나누는 삶을 꿈꿉니다. 출판물로 시집 『돌멩이도 따스하다』, 『지금 여기』, 『네가 시다』,『못과 숲』, 『돌사람 새사람』, 교육에세이 『학교는 안녕하신가』, 사회에세이『세습사회』 그리고 대관령마을 미시사 『대관령사람들이 전한 이야기』(비매품)와 생태인문서『통합생태학』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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