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속 새벽 요정들이 짠 면사포
머리에 앉는다 이슬
숲이 깊을수록 안경과
어깨와 가슴과 허벅지에 드레스가 입힌다
신부가 된다
지난 밤 계절을 바꾸는 천둥
잠든 용들이 모두 깨어난 것 같았다
푹신한 가을 잎 위로 삭정이들
이따금 다람쥐가 밝아 논 밤알들
고라니도 너구리도 오소리도 쫑긋
사스레피나무 터널을 지났다
묘지의 밤나무
숲
유인과 학생이 묻힌 곳
죽어 고사리 되고 진달래 되고
소나무 되고 밤나무 되었다
더러 지빠귀 되고 파랑새 되었다
누구일까 묘지에 밤나무 심은 이
유난히 탐스런 밤알
내미는 이
구절초는 산 위에서 춤을 추었다
귓불이 빨간 붉나무 아래
망자들은 늦잠을 자고 꿈을 꾸리라
밤알 그러쥔 채 숲을 나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