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세대가 미래세대의 미래를 빼앗고 있다

오늘날 민주주의는 현재세대들만의 민주주의이다. 현재의 민주주의와 정치시스템은 미래세대와 비인간존재의 권리를 보장하지 못하고 현재세대의 이익만으로 모든 결정을 할 뿐이다. 이제 우리의 정치와 민주주의는 미래세대와 비인간존재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민주주의로 진보해야 한다.

얼마 전 김은경 민주당 혁신위원장의 발언이 큰 파문을 일으켰다. 김 위원장은 2030 청년들과 대화하는 자리에서 자신의 아들이 과거 중학생일 때 “왜 나이 든 사람이 우리 미래를 결정하느냐, 남은 수명(여명)에 비례적으로 투표해야 한다”고 한 말을 소개하며, 아들이 “우리의 미래가 훨씬 더 긴데, 왜 미래가 짧은 분들이 똑같이 1:1로 표결을 해야 하는가?”라고 질문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녀는 ”합리적이고 맞는 말이지만 민주주의 국가에서 1인 1표 선거권이 있어 할 수 없다”고 답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청년들의 정치와 선거참여를 강조했다는 것이다.

그녀의 이 말이 최근 “노인을 비하하고 모욕하는 패륜적 발언, 세대별 갈라치기, 이간질, 분열”로 규정(해석)되어 엄청난 비난을 받았다. 여기에 양이원영 의원은 “지금 투표하는 많은 이들은 그 미래에 살아 있지도 않을 사람들”이라는 말을 하여 덩달아 비난의 대상이 되었다. 민주당으로 보면 내년 총선거에서 표를 걱정하며 빨리 사과하고 조용해지길 기대하겠지만, 나는 이 논란이 빨리 가라앉지 않길 바란다. 그래서 정쟁으로만 그치지 말고 기후위기와 관련하여 세대 간의 윤리를 만드는 발전적 기회가 되길 바란다.

아마도 김은경 위원장이 이전에 몇 번의 설화가 있어 국민의힘은 이 말에 대해 노인 비하로 단정하며 내년 총선에 싸잡아 민주당을 노인폄훼당으로 몰아갈 소재로 삼고 싶어 하는 듯하다. 그러나 똑같은 말을 그녀가 아니라 한 대학교수나 사회 인사가 발언했다고 하면 이렇게 문제가 되었을까? 정치적인 해석 말고 오롯이 그 말 자체만 생각해보자.

현세대가 미래세대의 미래를 빼앗고 있다.

오늘날 기후위기의 심각성은 재차 언급할 필요가 없을 지경이다. 2030년까지 1.5℃ 상승의 티핑포인트를 막지 않으면 되돌릴 수 없는 절체절명의 긴박한 지경인데도 현 정치인들은 놀라울 정도로 무심하고 무감각하다. 우리가 ‘기후악당 국가’라고 불리는데도 오히려 무분별한 개발계획을 서슴지 않고 내세우고, 남북의 평화와 화해보다는 전쟁을 부추기고 위기를 촉발하는 발언을 거침없이 하고 있다.

오늘날 기후위기의 가장 중요한 원인은 바로 ‘무한 성장주의’이다. 무한성장주의는 ‘무한 채굴주의’이다. 무한 채굴주의는 ‘자원 무한주의’라는 거짓지식에 의한 현대판 ‘천동설’이다. 이 거짓정보가 이제껏 현대사회의 잘못된 토대를 만들어 왔다. 하나뿐인 ‘유한한 지구’에서 ‘무한한 성장’은 불가능하다는 것은 분명한 팩트이다. 250년 전까지 인류는 재생되는 ‘지상자원’을 썼지만 산업혁명 이후 우리는 결국 고갈될 ‘지하자원’을 써왔다는 것을 위기를 앞두고서야 깨닫게 되었다. 자연계에서 무한히 성장하는 유기체는 없다. 오직 인간만이 무한성장주의라는 반자연을 당연한 것으로 추구해왔다.

미래가 나아지리라는 희망은 현재의 고통과 고난을 참고 견디는 힘이 된다.
사진출처 : Diego da Silva

20% 밖에 안 되는 소수의 잘 사는 국가가 83%의 자원을 소비하고 있다. 결국 나머지 80% 가난한 나라들이 써야 할 자원을 빼앗고 있으며 또한 그들의 가난 덕분에 소수 국가들이 풍요의 삶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소수 북반구 국가들의 현재의 번영은 식민지배를 통해 가난한 나라에서 빼앗은 자원으로 이룩한 것이며, 그들 나라 국민들을 노예로 끌고 와 노동력을 통해 만든 번영이다.

오죽하면 기후변화로 인해 작년 파키스탄의 1/3을 초토화시킨 대홍수에 대해 세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는 이집트에서 열린 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기후위기에 책임이 있는 북반구 국가들 때문에 탄소배출량이 아주 낮은 우리가 피해를 보았고 따라서 그로 인한 보상의 책임(생태부채)이 있다”고 강조했다. 기후위기는 북반구 국가들의 남반부 가난한 나라에 대한 수탈이며, 나아가 미래세대에 대한 수탈이다.

그래서 민주주의 문제이다. 오늘날 민주주의는 현재세대들만의 민주주의이다. 현세대의 풍요는 ‘미래세대’와 ‘비인간존재’에 대한 착취에 기반한다. “자연은 미래세대의 것이며 우리는 그들의 것을 빌어쓰는 것”이라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규정하면서도 미래세대의 의사와 비인간존재의 입장을 대변할 정치적 민주적 시스템을 갖지 못하고 현세대의 이익 중심으로 ‘자연결정권’을 갖는 것을 현세대, 인간중심의 독재라고 말하는 것이다.

현재 50~60이 넘은 세대는 과거 보릿고개를 겪으며 어려운 성장 과정이 있었다지만 300만 년 인류 역사상 최고의 풍요를 누리고 있고 가장 빨리 자원 소모를 하고 있는 세대이다. 그들 이후의 자손들은 자신들보다 잘 살 것이라고 보장할 수 없다. 오히려 그 반대일 것이다. 바로 자신들의 욕망과 성장을 위해 미래세대의 가능성을 모두 포식했고 빼앗은 결과이다. 현세대는 미래세대의 미래를 빼앗은 것이다. 그저 태어난 죄밖에 없는 미래세대에게 두려움과 공포, 미래의 절망을 준 것이 바로 오늘날 세대들이다.

변화는 힘과 권력을 갖고 있는 기성세대의 몫

오늘날 50-60대 이상의 세대는 젊은이들에 비해 물질적으로 많은 것을 소유하고 있다. 또한 실질적으로 정치 사회적 결정권을 갖고 있으며, 국내 국제적인 네트워크도 갖고 있고, 사회를 변화시키고 결정할 정보와 전문성 지식을 갖고 있다. 그러나 오늘날 20-30대들은 어떠한 권력도, 힘도, 경제력도 갖고 있지 못하다. 오히려 기성세대 현세대가 탐욕스럽게 누리고 버린 폐기물을 처리하느라 그들의 전 생애를 보내야 하고, 기성세대들이 모두 소비해버려 더 이상 사용할 수 있는 자원의 분배를 위해 서로 죽고 죽이는 전쟁을 하게 될 수도 있다. 따라서 변화를 위한 현세대의 노력과 행동이 대단히 중요하다.

미래가 나아지리라는 희망은 현재의 고통과 고난을 참고 견디는 힘이 된다. 그러나 미래 희망이 없는 세대들에겐 새롭게 기업이나 사업을 해야 할 의욕도, 과학과 기술을 개발하고 창조를 해야 할 꿈도 갖기 어렵다. 불안을 물려주고 싶지 않아 아이를 더욱 낳지 않을 것이며, 더 나은 사회를 위해 윤리도 도덕도 지켜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어지는 혼돈과 분쟁만이 남게 될 것이다. 그리하여 자신들의 희망과 가능성을 소비해 버린 현 부모세대를 증오하고 심지어 적대하게 될 것이다.

현재의 민주주의와 정치시스템은 미래세대와 비인간존재의 권리를 보장하지 못하고 현재세대의 이익만으로 모든 결정을 할 뿐이다. 이제 우리의 정치와 민주주의는 미래세대와 비인간존재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민주주의로 진보해야 한다. 이번 논란을 계기로 단순히 젊은세대들 뿐 아니라 미래세대의 권리, 비인간존재의 권리를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2008년 에콰도르에 이어서 볼리비아와 뉴질랜드 등 국가들이 인간과 똑같이 자연에게도 권리가 있다는 헌법을 채택했다. 그래서 자연이 파괴되고 상처받지 않을 권리가 헌법적으로 명기되었고 이러한 기조는 점차 국제적으로 설득력을 높여가며 확산되고 있다. 탄소 중립을 이루는 기후위기의 해법만이 아니라 미래세대와 비인간존재의 권리까지 포함하는 민주주의를 이룰 제도적인 장치와 체계를 만드는 것도 중요한 과제이다.

김은경 위원장의 발언이 세대간 갈등을 조장하고 갈라치기 한다고 비판하지만, 실제 만일 이대로 간다면 미래세대들은 자신들의 미래를 빼앗아간 기성세대들에 대해 분노가 높아져 세대간 저항과 분노를 불러올 것이다. 미래세대를 위한 민주주의와 정치는 단순히 표 계산만 생각할 사항이 아니라 진심을 다해 고민해야 할 미래를 위한 의제인 것이다.

그래서 나는 김은경 위원장의 발언이 사회적으로 더욱 깊고 많은 논란으로 발전되길 바란다. 그리고 양이원영 의원의 발언도 더욱 사회적 쟁점이 되면 좋겠다. 그래서 기껏 1-2년 뒤의 정쟁의 의제가 아니라 100-200년을 염두에 두고 사회의 진화를 위한 발전적 논쟁이 되길 간절히 바란다. 그래서 젊은이들이 구체적으로 자신의 미래 문제로 생각하여 전환사회를 만드는 데 적극 참여하는 의제가 되길 바란다.

이 글은 시민언론 《민들레》에도 실렸습니다.

유정길

불교환경연대 운영위원장이자 녹색불교연구소소장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수행공동체 정토회에서 25년 살았고, 아프가니스탄에서 개발협력활동을, 평화재단에서남북문제를 위한 활동을, 고양시에서 지혜공유협동조합을 만들어 활동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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