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통신] ⑪ 그때가 살기 좋았다, 요새보다.

앞집 계촌 할머니댁 평상에 앉아 요즘 날씨이야기를 시작으로 옛날 마을이야기를 나눕니다. 앞집 아저씨는 몇 번이나 그때가 좋았지...라는 말을 하십니다.

지난주에는 덥고 비 오고 습도가 높아 몸이 찌뿌둥했습니다. 어제와 오늘은 낮에는 더워도 아침저녁으로는 바람이 붑니다. 앞집 계촌 할머니댁 평상에 앉아 키다리 선풍기를 틀어놓고 자연바람과 선풍기 바람을 맞으며 이야기를 합니다. 오늘의 화제는 날씨이야기입니다. 몇 년 전부터 기후변화를 피부로 느끼고 있는데 예전 날씨는 어땠을까 궁금합니다. 계촌 할머니는 기억이 안 난다시며 아범이 얘기해봐라 하셔서 옆에 계시던 이광열 님과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계촌 할머니도 간간이 거드셨습니다.

그 때는 비도 많이 왔다. 가물 때는 비오라고 제사 지내고.

옛날에 비가 많이 내렸을 때 있죠? 그때 얘기해주세요.

80년대니까 40~50년쯤 됐지. 비가 많이 와서 도랑이 다 잠겼지. 그때는 공구리(콘크리트)가 없었거든. 뚝다리 놓고 디디가(디뎌서) 넘어가거든. 비 마이 와가(많이 와서) 떠내려 가버리면 다리가 없으니까 거라 물 줄어야 건너 댕깄다.

어릴 때 학교 다닐 때도 그런 적 있으세요?

그래. 못 가지.

학교 안 가셨어요?

앞집 아저씨 이광열 님. by 김진희
앞집 아저씨 이광열 님. by 김진희

당지 같은 데는 그 도랑 거도(거기도) 다 떠내려가서 못 건너가지.

뚝다리는 어떻게 만드셨어요?

뚝다리는 도랑이 길잖아. 그러면 굵다란 걸 중간중간에 놔놓고 디디고 건너지. 비 마이 와서 떠내려가면 또 새로 놓고…

돌이 떠내려가요?

아이구! 돌 떠내려가고말고. 와당탕 와당탕거리며 이만한 것도 다 떠내려가지.

그렇게 큰 돌을 놓을 수가 있어요?

어른들이 놓는다 아이가. 아니면 물로 가면 내 젖어야 되니까. 당지에서 도랑 건네가 (건너서) 대밀까지 10리 걸어 댕깄다. 그 때는 비도 많이 왔다. 겨울에는 전신에(전부) 다 얼어가. 개때지도 다 얼고. 절 앞에 지금은 길인데 도랑이었거든. 겨울에 내 얼고 봄 돼야 녹지.

농사도 많이 지으시잖아요. 비 많이 오면 논에 가서 뭐 하는 거 있었어요?

논두렁 방천나면 방천하고, 방천이라카는 거는 둑이 있잖아. 그게 무너지면 물이 못 고이잖아. 논둑에다 말뚝을 쳐서 둘러가 막지. 소나무 같은 거 해가지고 논둑에 걸쳐놓고 흙을 채워서 물을 가두지.

비 오는데 가서 일하고 하셨네?

해야지. 그 때는 비도 많이 왔다. 요새는 큰 물이 있나? 그 때만큼 큰 물 없다. 큰 물 져서 아(아이)도 떠내려갔지. 저 밑에까지 떠내려 가가지고 건졌는데 죽었지. 4살 된 아가.(아이가)

어떡해.

……

엄청 가물었을 때도 있었어요?

가물었지. 비가 1년 내내 안 와서 치술령 만디 누가 묘 써놓으면 묘 쓴 사람은 잘 된다하고 동네에는 비가 안 온다 했다고. 그래가 동네 사람들 다 어불러 가지고(어울려서 같이) 묘 파러 가고 그랬다. 묻어놨는가 싶어가지고.

그래요? 가보니 정말 묘 썼어요?

없어.

안 썼는데 비는 안 왔어요?

당수나무 제 지내는데 가가지고 비 오라고 제사지내고 그랬다. 굿하면은 또 비가 와.

가물어가지고 논 같은 거는 전부 턱턱 갈라졌다. 바가지로 논에 물을 퍼바주고(퍼부어주고) 그랬다.

바가지로 감당이 돼요?

그러니까. 나락이 마르니까 쪼매라도 줘야지.

모내기할 때 비 안 오면 호매이까 파가지고 숨갔다.(호미로 파서 심었다)

그 때가 살기 좋았다. 요새보다

그때 동네에 한 50호 됐다. 지금은 더 많겠지. 그 당시에는 한 집에 보통 식구가 5~6명되니까 며키고?
(몇 명이지?)

오오 이십오 그럼 250명, 300명? 동네 골목이 시끌시끌 했겠어요.

시끄러웠지. 그때가 살기 좋았다. 요새보다.

시끌시끌해서?

그래. 시끄럽고 그때는 인심도 좋고.

인심 좋다는 거는 어떤 거예요?

니꺼 내꺼 없이 동네 어불러가 해먹고 재미있었지.

잔치 같은 거?

그래. 마실 사람들 다 형제간같이 지냈지. 요새는 객지사람들 오니까 잘 안 어울리지.

옛날에는 흥도 많았는 거 같다.

그때는 보름 되고 해봐라. 꽹과리치고 장구치고 노래자랑하고 두동사람들 다 놀러오고 비조사람들이 잘 나갔지. 40년 전만 해도 두동 체육대회하면 내 비조 1등하고 잘했지.

아저씨는 노래하면 뭐 부르셨어요?

나는 안 했다.

누가 노래 잘 하셨는데요?

그 당시에? 그 사람들 다 죽었다. 그 때 우리는 어릴 때지. 내 열 몇 살 때.

요새는 여름에 엄청 덥잖아요? 옛날에는 이만큼 안 더웠죠?

와 안 더워. 더웠지. 선풍기가 있나, 냉장고가 있나. 얼마나 더웠다고.

그 때는 모기향이 있나. 여 어불러가 놀면은 마당에 풀 비가(베어) 말라가(말려서) 모캐불을 놨다고.

모캐불?

모기 안 달려들게 불 피워놓거든. 그때는 이웃에 사람들 어불러가 내 칼국수 같은 거 손까(손으로) 밀어가 해먹고. 그때가 좋았지.

산토끼 토끼는 어디로 갔을까

눈은 옛날에 많이 왔어요?

눈 내린 밤만디(2014.2.12.) by 김진희
눈 내린 밤만디(2014.2.12.) by 김진희

많이 왔지. 한 45년 전만 해도 눈이 많이 왔지. 산에 토끼도 많다. 산토끼.

토끼? 그럼 토끼도 잡았어요?

토끼 잡지. 눈 많이 오면 눈 피한다고 전부 방구(바위)밑에 가있거든. 거(거기) 가서 잡는다 아이가. 눈이 많이 오면 빠져가지고 달아나지도 못 하거든. 산에 토끼가 얼마나 마이 있었다고. 요새는 고양이가 많이 와가 토끼 다 잡아먹었다.

고양이가 토끼 잡아 먹어요? 옛날에 고양이는 없었어요?

잘 없지. 새끼 한번 놓으면 2~3마리 놓고 1년에 2번 놓으니까. 금방 번지지.

산토끼 잡으면 요리 하셨어요?

그래. 산토끼 잡아 놓으면 얼마나 맛있었다고. 볶아놓으면.

볶아서?

무 넣고 겨울에 먹으면 시원하이 맛있지.

간장 넣고 따박따박 볶다가 무시(무) 넣고 고춧가루 넣고 마늘 뚜드려(두드려) 넣고 파넣고 끓이지.

솥에?

작기나 말기나(작거나 말거나) 솥에 하지. 쪼맨한(작은) 냄비가 어디 있노.

농약 파라치온이 나오고

옛날에는 여기 고기도 얼마나 많았다고. 논에 미꾸라지하고 중태기하고, 중태기 알지?

중태기 매운탕!

그래. 여름되면 논에 물 내려오제? 거 가면 꽉 있다.

그럼 건지면 되네.

그래. 요래 뜨면 되지. 그게 왜 없어졌노하면 농약 파라치온1이라고 나왔어. 그거 나오고 논에 약치고 해가 다 죽었어.

그거는 언제예요?

60년대, 70년대지. 그 당시에는 논에 약을 많이 쳤다고 벌레가 많아가지고. 요새는 한번도 안 치거든. 그 때는 나락에 벌레가 들어가 못 먹어가(벌레 먹어 못 먹으니) 4번, 5번 쳐야 되. 나락 약치다가 사람 많이 죽었다.

약 치다가 왜요?

한여름에 치면 약 독한 거.

약이 독해서…

서oo 아버지도 약 치다 죽었다.

그렇구나. 마스크 끼고 안 하고?

그 당시에 마스크가 어딨노? 그냥 치지. 그때는 분무기가 있나, 전부 질통가지고 하거든. 시라가지고. 요새는 경운기가 다니면서 치지만. 나락은 이만큼 올라오지. 시라봐라.(손잡이를 내렸다 올렸다 해 봐라) 전부 위에 다 날라와서(날려서) 사람이 마시지.

사람이 죽고 하니까 이제 파라치온은 안 써요?

그렇지. 자꾸 좋아지고 덜 독하고 효과 있는 약이 나오지. 지금은 약을 한 번도 안 치지.

벼 종자가 달라져서 약 안 치게 됐어요?

그런 것도 있지.

농사일은 전부다 사람 손으로

요새는 무슨 종자 이름 있어요?

봉계 황우쌀.

옛날에는 어떤 종자로 하셨어요?

옛날에는 아키바리, 통일벼. 통일벼는 그 때는 쌀이 많이 안 나니 나락은 요마이 밖에 안 컸다고 그래도 곡수가 많아.

곡수가… 나락 알 수가?

근데 그게 밥맛은 없어. 자꾸자꾸 바뀌대.

밥맛은 뭐가 좋아요?

지금 황우쌀 이게 최고 좋지. 그 당시에는 전부다 손까 비가 눕히가 말라가 사람이 거다가 무까가 논에 동게 놨다가 지게로까 지고 와가 탈곡기 있잖아. 거다가 했다고.(전부 다 손으로 베어 눕혀 말리고 사람이 묶어서 논에 쌓아 두었다가 지게에 지고 와서…)

탈곡기 없을 때는?

탈곡기는 있지. 탈곡기 없을 때는 여다가 이래 여가 땡기는 게 있어.(여기에다 이렇게 넣어서 당기는 게 있어) 그러다가 탈곡기 나왔지. 탈곡기는 하루 종일 밟아야 되지.

요새처럼 모터 있는 게 아니고?

전부다 발로 밟아야지. 밟아가 돌아가면 거서 털지.

옛날 사람들 참 머리는 좋아. 고생 많이 했지. 요새는 농사짓는 것도 아니다. 옛날에 비하면. 타작해가 찌꺼기 날려 보내고 나락섬에 가마니 짜가. 가마니 짜는 거 알지?

예.

거다가 여가 동게 놨다가 방앗간에 찧어가.(거기에 넣어 쌓아두었다가 방앗간에 찧어서)

여기도 방앗간 있었어요?

요 밑에 도랑에 집 안 지어놨나. 거기 방앗간 자리. 옛날에 누가 했냐면 우리 어릴 때 종태 아버지가 했어.

네. 그 어르신 기억나요. 저 이사왔을 때 경운기 타고 농사일 하셨어요.

그러다가 리어카가 나왔다고. 지게지다가 리어카 나오니 거저 아이가. 또 경운기 나오고, 차 나오고 기계 나오고. 요새 농사짓는 거는 기계만 있으면 지을거나 있나. 옛날에는 소로 갈았다 아이다.

그럼 집집마다 소가 있었네?

그래. 죽 써주고. 요새는 소죽을 써주나. 다 사료 먹지. 소도 일 안 한다 아이가.

옛날이 좋지. 인심도 좋고 공기도 좋고

모심을 때는 동네 사람들 품앗이라 한다. 내가 심아 주면(심어 주면) 그 사람 와가(와서) 심고 전부 손까 심지. 새벽에 가가(가서) 모 쪄가 논에 던져 놓고 모심았지. 열 몇 키씩(열 몇 명씩) 줄지아가 심았지.(줄지어서 심었지) 요새는 기계로 하면 금방 하지. 옛날에 산에 풀 비아가(베어서) 논에 잡아 였다.

왜요?

거름한다고. 비료가 없어서 그랬지.

옛날에 고생했는 거 말을 못 한다.

그러면 봄부터는 모내기해서 농사를 짓잖아요. 추수하고 나면 일 없잖아요.

그때는 나무해야지. 겨울에 나무 땔 거. 기름이 어딨노. 보일러가 어딨노? 내(늘) 나무 안 때나. 저 너머 가서 안 하나.

서낭재?

그래.

그 너머까지 가요? 요 앞에서 하면 안 돼?

옛날에 나무 없다. 그 당시에는 나무 이래 없었다. 저 멀건었다.(멀겋다. 나무가 없다는 뜻) 노랬다.

그냥 흙만 있었어요?

그래. 쪼끔씩 나무가 있고. 저 너머 가야 큰 나무가 있었고. 여(여기) 앞에는 사방했는 거 아이가. 전부 심았다.

심는 거는 군에서 했어요?

그때는 부역했지. 한집에 한키씩(한명씩) 나가서 했지.

일당은 안 주고요?

일당이 어딨노. 밥도 지 물꺼 싸가, 벤또 싸가 묵고.(밥도 자기 먹을 것 싸서 도시락 싸서 먹고)

밥도 자기가 싸가고 일도 하고. 요새는 그런 건 공공근로 하는데.

요새는 다 돈 주지만 그런 거 없었다.

날씨는 요새가 좋아요? 옛날이 좋아요?

옛날이 좋지.

비도 많이 오고 가물고 눈도 많이 왔다면서 뭐가 더 좋아요?

공기가 그마이 더 좋다 아이가. 요새랑 틀리다. 무공해 아이가.

이렇게 이야기를 하는데 이웃 아지매가 오셨습니다. 매일 밤 8시 무렵이 되면 모여서 1시간 정도 동네 한 바퀴 산책 겸 운동을 합니다. 최근 이광열 님은 건강이 안 좋아지셔서 살도 많이 빠졌는데 빠른 쾌유를 빕니다.

(좌) 계촌할머니댁 평상에서(2021.7.20.)   (우) 저녁 8시, 산책하러 가는 길(2021.7.20.) by 김진희
(좌) 계촌할머니댁 평상에서(2021.7.20.) (우) 저녁 8시, 산책하러 가는 길(2021.7.20.) by 김진희

  1. 파라치온은 1950년대 말부터 1970년대 초까지 한 번 치면 확실한 효과를 보이기 때문에 농민들에게 인기였다. 하지만 맹독성 파라치온의 피해도 엄청났다. 연간 파라치온 중독으로 인한 인명피해만 30~40여명이었다. 정부가 피해를 막기 위해 1974년에 ‘농약공해방지법’을 제정, 파라치온의 판매를 중지시켰다. (출처 : 경북일보 2016.3.16 기사 중 발췌)

김진희

만화리 비조마을에 살며 만가지 이야기가 어우러지는 마을이야기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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