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움을 아는 미성숙의 신 –〈칠성풀이〉 신화 독후기 이유진2024년 6월 18일조회 1.2K 지금은 많이 잊혀졌지만, 한국 사람이라면 한번쯤 들어보았을 만한 신격인 칠성님, 알게 모르게 지금의 한국인에게도 영향을 주었을지 모르는 이 신격에 관한 이야기를 읽어보고, 지금 여기의 현실 속에서 재해석할 점을 찾아보았다. 미성숙 부끄러움 전통신앙 체면 칠성신앙
엄마 찾아 삼만 리 너머로 보이는 것들 – 〈원천강 오늘이(원천강 본풀이)〉 독후기 이유진2024년 5월 26일조회 1.7K ‘엄마 찾아 삼만 리’와 비슷한 이야기들은 세계 여러 곳에 있어서, 많은 사람들에게 친근하게 받아들여진다. 제주도 무교 본풀이의 하나로 알려져 있는 원천강 본풀이의 일부분도 등장인물 오늘이가 부모를 찾아가는 부분이 따로 떼어져 각색된 후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리기도 하고 애니메이션의 소재가 되기도 하면서,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었다. 이 원천강 본풀이에는 엄마 찾아 삼만 리와 비슷한 면 말고도 눈 여겨 볼 만한 다른 면들이 있지 않을까? 주인공 이름이 어제도 내일도 아닌 ‘오늘’인 이 이야기를, 여유있는 마음을 가지고 읽어보았다. 구복설화 민담 아이러니 유한성 제주설화
역설적인 이야기의 힘 – 무속신화 〈양이목사〉 독후기 이유진2024년 5월 11일조회 679 누군가는 사소한 불편도 전쟁 못지않은 비극으로 느끼고 좌절하며 살아간다. 〈양이목사〉 이야기를 읽으며 ‘역설적인 이야기의 힘’을 생각해 본다. 이야기의 역설에 직면하는 것은 현실의 역설에 직면하는 연습일 수 있으며, 그런 연습의 효과는 현실의 다양한 면모를 두루 살피고 닥쳐올 위험과 미래의 희망을 모두 살필 수 있는 균형 감각으로 나타날 것이다. 무속 역설 영토화 이재수의난 제주
백골은 어디에나 있다 – 〈송림동이 삼형제(황천혼시)〉 독후기 이유진2024년 5월 3일조회 659 옛부터 전하는 한국 이야기 속 주인공은 현세중심적이며 인간중심적 사고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야기 속 신격들까지도 그러하다. 그런데 좀 더 읽어들어가면 그들의 그런 사고에는 사람들이 잘 들춰보지 않은 다른 색깔의 사고가 겹쳐져 있다. 이를 현재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을 점검해 보는 계기로 삼아 보자. 무속 물적존재 설화 인간중심 현세
내면의 힘을 길어 올리는 ‘인내’의 신화 – 〈성조씨 안심국〉 독후기 이유진2024년 4월 18일조회 807 하늘과 땅의 결합을 통해 가택신(家宅神)인 성주신(城主神)의 탄생을 이야기하는 무가(巫歌) ‘성주풀이’는 〈성조씨 안심국〉이라는 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성주풀이라고 하면 흔히 가족의 기초인 부부관계에 관한 이야기로 보고 가부장으로서의 ‘성주신’의 영웅서사에 주목해온 경향이 있으나, 이 글에서는 그동안 부차적으로 다뤄져온 혁신가로서의 한 인간의 인내와 주도면밀함에 대해 이야기해 본다. 가부장 가족 무속 설화 집
흔들리며 피어나는 인륜의 꽃밭 – 〈서천꽃밭 한락궁이(이공본풀이)〉 독후기 이유진2024년 4월 3일조회 2.3K 〈이공본풀이〉는 잔인하고 통쾌한 복수극을 담고 있는 이야기이다. 이야기 속에서 한 여성이 죽음으로부터 부활하지만, 그것은 폭력 앞에 방치되고 잔혹하게 살해된 결과이다. 마치 서천꽃밭의 부자상속을 위하여 여성을 서슴없이 희생물 삼은 느낌까지 든다. 이런 분위기는 인륜에 대해 새삼 다시보기 해 볼 수 있게 하여 준다는 점에서 유익하다. 민담 신화 여성 인륜 폭력
정상가족의 신화를 부수다 – 〈삼태성 삼형제〉 독후기 이유진2024년 3월 11일조회 847 사회에서 정상가족이 더이상 예전처럼 재생산되지 않고 있는 것을 뻔히 보면서도 정상가족을 벗어난 상상을 하지 못하는 것은 인간의 사고 관성이다. 이 관성을 깨고 다양한 인간 결합 방식을 접해본 존재는 더 다양한 공동체를 상상할 수 있을 것이고, 이런 상상력은 보다 나은 공동체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삼태성 삼형제〉 신화를 통해, 고대로부터 내려온 색다른 가족 유형에 대한 상상력을 만나보자. 고대 민담 부친살해 신화 정상가족
부정확하고 부정합적인 이야기의 미덕 -〈백조애기와 금상(세화본향당본풀이)〉 독후기 이유진2024년 3월 3일조회 735 세화본향당본풀이는 제주 북동부 해안에 있는 세화 마을 당신 이야기이다. 이 이야기는, 제주의 역사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주기도 하고, 사람이란 무엇이며 어떠해야 하는가를 생각해보게 하기도 하지만, 이야기 자체의 속성에 관해서도 근원적으로 생각해 볼 만한 계기가 되어주는 것 같다. 무속 식문화 신화 육식 제주
사람의 힘을 빌려 신이 된다는 것- 〈바람운과 고산국(서귀본향당본풀이)〉 독후기 이유진2024년 2월 11일조회 1.1K 신화가 오롯이 신들의 이야기라 할지라도, 신화는 오랫동안 사람들의 삶의 문제를 풀어나가기 위한 도구로 사용되어 왔다. 그럼에도, 때로 사람들은 신화에 압도되고, 이에 따라 삶의 도구가 되어야 할 것이 이성적·논리적 비판이 허용되지 않는 독단적 교리로 굳어져, 오히려 더 나은 공동체를 열어가는 일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되기도 하는 것 같다. 사람의 힘을 빌려 신이 되는 사연이 깃든 서귀 본향당 본풀이를 읽는 것은 이런 장애물 피하기 위한 훈련의 기회가 되어줄 것이다. 공동체 신화 제주 풍토 행위규범
삼신할미신화에 등장하는 남성 조연들 -〈명진국따님애기(삼승할망본풀이)〉 독후기 이유진2024년 2월 3일조회 2.3K 삼신할머니 이야기에는 여러 여성이 등장한다. 옥황상제, 동해용왕 등 지위도 높고 권능도 커 보이는 남성들도 이야기 속에 등장하지만, 주변적인 존재로 평가되고 있다. 여신 신화 속에서 남성의 존재감이 작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런 의문에서 출발하며 제주도 삼신할머니 이야기를 새롭게 읽어보았다. 남성 미소지니 설화 세계관 여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