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 발명] 마지막 이야기 – 지금 나에게 지역 말고 다른 탈출구가 있을까?

‘발명’이라는 말을 들으면 과학자나 기술자만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지역은 발명이 아주 심각하게 필요한 문제투성이의 존재다. 더 이상 뭔가를 더하거나 만드는 것으로 어떻게 될 형편이 아니다. 그럼 지역의 ‘발명’은 누가 할 것인가. 과학자인가? 기술자인가? 아니다, 지역 주민 자신이다.

“끝나지 않을 것 같은 경쟁과 착취로 지친 삶을 위로하고 치유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이 있을까?” “기후재난과 사회재난에 적응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이 있을까?”

두 가지 답답함이 더 있습니다. 지역현상이라고 할 정도로 지역에 대한 이야기는 점점 많아지는데, “도대체 지역이 무엇일까?” “도시재생과 공동체 사업 등 지역활성화 사업으로 많은 돈(전 정부에서만 도시재생에 약 30조~50조 예산을 사용)을 쓰고도 남은 건 무엇일까?” 물론 성과도 있지만 빈 건물이나 사회적 갈등만 남은 듯 보입니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계속 벌어질까?”

지금도 계속 정부, 지자체는 기업과 함께 지역성장을 위해 무언가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이 분들은 아직도 성장을 위해서는 지역을 개발해야 한다고 믿고 있습니다. 자기의 권력과 부를 위해서도.

거기에 생태적지혜연구소 조합원으로서 “조합이 지향하는 탈성장 실현은 어떻게 가능할까?” 하는 생각을 가끔 합니다.

이무열 저, 『지역의 발명』(착한책가게, 2022)
이무열 저, 『지역의 발명』(착한책가게, 2022)

글은 글을 쓰는 사람의 이정표라고 합니다. 위 질문에 제가 찾은 곳이 지역의 회복이고 발명입니다. 제 생각에는, 아무리 생각해도 지역 말고는 해답이 없는 것 같습니다. 책 소개에 나와있듯이 ‘정말 다시 지역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생각입니다.

필요와 문제를 해결하는 마케팅(Marketing)과 서로의 관계를 만드는 일을 브랜딩(Branding)이라고 생각하고 일하는 제 생각에는, 모든 문제의 시작은 관계의 단절로부터인데 지역은 근대산업사회가 일으킨 고립과 단절의 문제를 풀어갈 인간과 비인간 사이를 넘어서는 순환과 돌봄 관계를 회복할 수 있는 실현지이고 모든 생활을 융합할 수 있는 용광로와 같은 장이기 때문입니다.

저만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아닙니다. 제러미 러프킨, 헬레나 호지, 토마스 베리 등 모두 기후재난 및 사회재난을 해결할 방법으로 지역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지역의 발명은 두 부문으로 구성되는데, 첫 부분은 우리가 알고 있는 지역을 재해석하고 재구성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합니다. 기존 근대 산업시대로부터 정의된 지역의 규범을 가지고는 지역을 회복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지역은 장소감(Sense of Place)과 장소애(Topophilia)가 있어야 하고 시간×공간×사람들이 생성하는 문화로 형성됩니다. 많은 문화학자, 인류학자, 지역학자들이 이런 지역을 인구 5,000명 이하, 지름 1㎞ 이내(지역학자 샤프토 H. Shaftoe), 슬로우시티협회에서는 5만 명의 적정 인구를, 던바(Dunbar)의 수는 사회적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규모를 150명, 옛 어른들은 15, 30가구로 시작되는 것을 예로 들고 있습니다.

지역의 재구성의 방향은 시간, 인구, 행복 그리고 우리의 삶에서 필요한 돌봄, 예술, 기후재난, 사회적경제, 디지털기술 등으로 이야기 합니다. 앞으로 더 발견될 수도 있겠지요.

시간은 화살과 같이 속도를 숭배하며 앞으로 나가는 선형적 시간에서 벗어나 순환적 시간 과거와 현재, 미래가 따로 있지 않고 함께 있는 시간을 발견합니다. (29쪽)

요사이 사회적 관심이 높은 돌봄에서는 돌봄에 대한 네 가지 오해를 정리하고 생활 전반의 포괄적 돌봄을 제안합니다. (59쪽)

특히 예술과 관련해서는 지역의 탈동조화를 위해 예술가의 파상력이 필요하고 예술가들에게는 시장주의에서 탈주할 수 있는 곳, 예술을 생활에서 재배치할 수 있는 곳으로 지역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86쪽)

시급히 해결해야할 문제가 되고 있는 인구감소를 다른 시각으로 접근하며 인구의 증가를 계획하기보다 창조적 인구감소(Creative Depopulation)와 같은 삶의 질 향상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40쪽)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회적경제도 지역에서부터 다시 시작하자고 그게 지금 사회적경제의 가장 큰 임무라고 이야기합니다. (111쪽)

개인적으로는 지역을 ‘다양한 사람들이 생명활동(생활)을 하면서 더불어 살아가는 곳’이라고 했습니다. 이를 위해 지역을 있게 하는 네 가지와 10가지 약속(47쪽)을 정리했고 환경운동가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 여사는 ‘로컬의 미래’라는 책에서 지역을 위한 12개 정책을 정리했습니다.

여기까지가 지역의 발견에 해당하는 내용입니다.

책을 내고 주위 사람들에게 제일 많이 듣는 질문이, 왜 책 제목이 ‘지역의 발명’이냐는 것입니다. ‘지역’ 대신에 ‘로컬’에 익숙하고 많이들 쓰기 때문에 그런 것 같습니다.

지역과 로컬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사전적으로는 별 차이가 없습니다. 다만 사용하는 용례에 있어서 묘한 차이를 느낄 수 있습니다.

지역은 주민들이 주체가 돼서 발명하는 일이고 상업적 활동을 포괄하는 활동의 장이다. 
사진 출처 : fancycrave1
지역은 주민들이 주체가 돼서 발명하는 일이고 상업적 활동을 포괄하는 활동의 장이다.
사진 출처 : fancycrave1

로컬은 아무래도 상업적인 로컬 크리에이터 같이 주민보다 전문가의 활동으로 느껴집니다. 이에 비해 지역은 주민들이 주체가 돼서 발명하는 일이고 상업적 활동을 포괄하는 활동의 장이라고 생각합니다. 발견 대신에 발명을 쓴 이유는 명확합니다. 발견은 모르고 있던 것을 알게 되었을 때 마치 아메리카대륙 발견이나 유전자 지도 발견처럼 사용됩니다. 그에 비해 발명은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일입니다. 재구성하고 재배치해서 변화를 만들어 가는 일이지요.

두 번째 장은 지역을 발명하는 방법으로 마케팅과 창조적 발상에서 사용하는 디자인씽킹(Design Thinking)과 애자일(Agile,) 서클(Circle)모델을 지역에 적용해 사용하고 있습니다.

관찰하고 질문하고 주민들과 함께 브레인스토밍(Brainstorming)하면서 지역에 대한 관심과 열정이 있다면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때때로 극적인 사건을 위해 픽션을 쓰기도 하고, 탈맥락적 접근을 시도하기도 합니다. 칭찬과 도움 요청도 필요합니다.

디자인씽킹(Design Thinking)은 이성적인 분석에 기초해서 일을 기획하는 기획자가 아니라 디자이너들이 쓰는 직관과 영감에 기초한 기획방법입니다. 애자일(Agile)은 선형적 프로그램이 아니라 되먹임(Feedback) 작동에 의한 다이어그램(Diagram, 지도그리기), 비선형적 사업 방법입니다. 그리고 힐러리 코텀(Hilary Cottam)의 서클(Circle)은 브뤼노 라투르(Bruno Latour)의 ANT(Actor Network Theory)와 같이 행위자 안에서 아이디어가 생성될 수 있다는 증명입니다.

이외에 지역의 발명에 영감과 사례를 줄 수 있는 활동가 네 명을 인터뷰했습니다.

①인문학운동가 이남곡 선생님(101쪽)
②대전 미호동넷제로에너지공판장 양흥모 이사장(129쪽)
③강화 진강산마을공동체 유상용 대표(75쪽)
④일본 스튜디오 L 야마자키 료 씨(186쪽)

정리하는 글을 뒤가 아니라 책 제일 앞부분에 〈들어가는 말〉로 넣어서, 전체를 아울러 3가지 가설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12쪽)

•가설 1. 개방되고 느슨한 연결과 공감이 공동체성을 살린다.
•가설 2. 다양한 삶의 경험과 욕망을 지닌 주민들이 스스로 발명한다.
•가설 3. 중앙집중화된 문화에서 벗어나 차이를 존중한다.

끝으로 일본 스튜디오 L 야마자키료 씨의 추천 글을 올립니다.

“ ‘발명’이라는 말을 들으면 과학자나 기술자만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지역은 발명이 아주 심각하게 필요한 문제투성이의 존재다. 더 이상 뭔가를 더하거나 만드는 것으로 어떻게 될 형편이 아니다. 그럼 지역의 ‘발명’은 누가 할 것인가. 과학자인가? 기술자인가? 아니다, 지역 주민 자신이다. 지역민이 어떻게 연결되고 협력해서 발명을 일으킬 것인가? 이 점이야말로 커뮤니티 디자인을 업으로 삼고 있는 내가 알고 싶은 것이다.”

지금 여기에서도 지역이 발명되고 있습니다.

이무열

지역브랜딩 디자이너. (사)밝은마을_전환스튜디오 와월당·臥月堂 대표로 달에 누워 구름을 보는 삶을 꿈꾼다. 『지역의 발명』, 『예술로 지역활력』 책을 내고는 근대산업문명이 일으킨 기후변화와 불평등시대에 ‘지역이 답이다’라는 생각으로 지역발명을 위한 연구와 실천을 하며 곧 지역브랜딩학교 ‘윤슬’을 시작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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