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고 즐기며 해양을 오염시키는 동안 노예제는 계속되고 있었다는 이야기 ; 영화 《씨스피라시》 관람후기 이유진2021년 8월 17일조회 2.5K 이 다큐멘터리는 알리 타브리지가 아름답고 생명력 넘치는 바다를 기록하는 해양 다큐 작가가 되려다가 알게 된 각종 해양 오염의 실태와 해상에서 벌어지는 노예노동을 영화로 만든 것이다. 이 다큐가 보여주는 해양 오염 실태는 편파적이며 과장되었다는 지적들과 함께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그러나 고깃배에서의 노예노동은, 적어도 남한 사람들에게는 논란의 여지가 없을 듯하다. 나는 다큐 속 태국 고깃배의 노예노동을 보며 즉각적으로 멍텅구리배에서의 새우잡이, 멸치잡이 그리고 염전노예를 떠올렸다. 이 다큐는 다양한 해양 오염과 해양 생물 학살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대서양에서 18세기에 성행했던 해적질과 노예매매가 아직도 변형된 형태로 이어져 오고 있다는 걸 보여주기도 한다. 노예노동 다큐멘터리 지속가능성 플라스틱 해양오염
17~19세기 대서양 자본주의가 오늘에 보내는 소식 : 『히드라』 독후기 이유진2021년 7월 25일조회 1.5K 17~19세기 대서양과 그것을 둘러싸고 있었던 대륙들, 즉 영국과 아일랜드를 포함한 유럽, 아프리카, 아메리카에서는 혁명, 식민지 쟁탈, 노예매매, 플랜테이션 등으로 표상되는 변화와 교류가 전개되었다. 그것은 대서양 자본주의라고 집약하여 말할 수 있으며. 오늘날에 까지 영향을 주고 있음에도, 많은 사람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이야기로 남아있다. 다중 대서양사 제국 피터 라인보우 히드라
1935년의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 탈성장 담론의 실마리를 보여주다 ; 버트런드 러셀 「게으름에 대한 찬양」 독후기 이유진2021년 7월 17일조회 4.7K 버트런드 러셀의 수필 「게으름에 대한 찬양」은 문자 그대로 게으름에 대한 찬양이기도 하지만, 여가의 중요성을 힘주어 말하는 글이기도 하다. 이 수필에서 러셀은 노동의 신성함이라는 거짓 이야기가 노동을 노예적인 것으로 만들어서 유지시켜왔으며, 그 거짓을 유포해서 이득을 본 사람들의 의식마저도 병들게 하였다고 보았다. 과잉생산 노동 여가 자본주의 탈성장
음악과 춤과 축구와 두 교황 ; 영화 《두 교황》 관람 후기 이유진2021년 6월 10일조회 2.7K 삶을 지속가능하게 하여주는 변신이 필요할 때, 누구도 그것을 대신해주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나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이 궁극적 절대자나 종교적 지도자에게 그것을 기대했던 듯하고, 놀랍게도 그런 기대가 이루어진 느낌을 사람들은 받고 있다. 그러한 기대와 그 결과가 허상일지라도 그때의 그 종교적 지도자가 자신의 유한성을 인정하고 더 나아지려는 자라면 사람들이 덜 속고 부수적 피해 또한 덜할 것 같기는 하다. 관용 방법론적 무지 성직자 연민 예수회
풍경 속에서 이웃 건져서 모으는 나날 – 영화 《찬실이는 복도 많지》 관람후기 이유진2021년 5월 10일조회 1.8K 사람이 삶의 위기를 맞이하여 그 위기 속에서 간신히 삶을 이어가는 과정에서, 어떤 이웃은 풍경 속으로 쑥 들어가 버리고 풍경 속에만 있던 몇몇 사람은 이웃이 된다. 이웃은 비장한 결의나 거부할 수 없는 이끌림에 의하여 되는 것은 아닌 듯하다. 그들은 아주 작은 이끌림을 차마 거부하지 못하였기에 다른 사람들보다 약간 더 가까이에서 누군가의 편이 되어주게 되는 듯하다. 누군가가 끊임없이 뭔가를 평가하거나, 정의하거나, 설명하는 것을 그치는 기색을 보이면, 그에게 이끌리는 사람이 생길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관계 영화 이웃 정동 풍경
불완전성과 살아가는 방식을 보여준 세계 – 『마그나카르타 선언』을 읽고② 이유진2021년 4월 10일조회 1.6K 사람들이 모두 다른 존재들이라면, 똑같은 글을 읽은 결과도 다를 가능성이 크고, 다른 결과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세계의 다른 면들을 엿볼 수 있게 하여줄 것이다. 〈마그나카르타〉와 〈삼림헌장〉은 그 자체로 ‘불완전성과 살아가는 방식을 보여준 세계’일 수 있다. 〈마그나카르타〉와 〈삼림헌장〉 속의 온갖 멋진 말들은, 문서 속에서부터 갖가지 조건에 걸려, 현실 세계에 던져졌을 때는 슬며시 힘을 잃게 될 것만 같아 보였다. 그러나 그 말이 던져진 세계 속에서 어떤 사람들은 그 말에 담긴 미약한 가능성을 지켜내고자 노력하였을 것임에 틀림없다. 권력 마그나카르타선언 문해력 삼림헌장 해방 관련글 우리를 가두는 우리를 허물고, 우리된 삶을 가능하게 하는, 우리의 복원을 상상하다
우리를 가두는 우리를 허물고, 우리된 삶을 가능하게 하는, 우리의 복원을 상상하다 이유진2021년 2월 10일조회 1.5K 사람들은 오랫동안 인권과 재산권이 확립되기를 바래왔다. 〈마그나카르타〉는 그러한 바람의 근거가 되어주었다. 〈삼림헌장〉은 〈마그나카르타〉와 함께 만들어졌는데 거기에는 13세기 잉글랜드 사람들이 기본적인 삶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것을 숲, 즉 공유지, 혹은 공통재에서 얻는 것이 보장되어 있었다. 인권과 재산권은 자본주의의 전개와 함께하면서, 때로는 침해되었지만, 점차 신장되어왔다. 그것들은 사적 소유와 유기적으로 결합되기도 하였다. 반면 기본적인 삶의 보장은 인권과 재산권의 산장과는 양상을 달리하였다. 틈 날 때마다 무시되었다. 그럼에도 공유지에 기댄 살림의 기억에는 쉽사리 지워지지 않은 듯하며, 오늘도 세계 어디에선가는 그곳이 공유지인지 모르면서도 거기에 꽤 잘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마그나카르타선언 삼림헌장 에스토버스 인클로저 커먼즈 관련글 불완전성과 살아가는 방식을 보여준 세계 – 『마그나카르타 선언』을 읽고②
공적 향유는 길고, 사적 소유는 짧다? – 마르셀 모스 『증여론』 독후기 이유진2020년 11월 26일조회 5.9K 이 글은 마르셀 모스의 『증여론』에 대한 독후기이다. 이 책에서 모스는, 인류는 오랫동안 공적 향유를 중심으로 사회를 유지하여왔고 사적 소유를 중심으로 사회가 재편되기 시작한 것은 최근의 일이라고 주장한다. 예로부터 인류는 대체로 행복을 중시하여왔고, 행복해지기 위하여 아낌없이 베푸는 문화 즉 증여의 경제 또한 오래 지속되어 왔다는 것이다. 이러한 견해를 바탕으로 ‘증여’라는 행위의 기원과 그 의미에 대해 알아보았다. 급부체계 마르셀 모스 선물 증여론 포틀래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