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원봉을 든 광장의 안티고네들에게 -『내란과 광장, 끝나지 않는 이야기』를 읽고

이 책 『내란과 광장, 끝나지 않는 이야기』는 윤석열 정권의 실정과 정치적 혼란, 사회에 팽배한 혐오와 갈라치기의 선동에서 계엄 선포, 내란 획책, 탄핵과 새 정부의 탄생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이야기에 대한 아카이브다. 저자는 빛의 혁명을 전후로 한 복잡다단한 정치적 사회적 상황에서 우리가 짚어야 할 의미들을 한 가닥씩 잡아 올려 직조해 나간다. 이 과정을 통해 일어났던 일들의 의미가 다시 한번 복기되고, 누가 어디에서 어떤 잘잘못을 저질렀으며 앞으로 이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알게 된다.

[소울컴퍼니] ⑬ 긴 호흡으로 쓰기

자본주의 사회에서 새로운 삶의 태도와 방향성을 만들어가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때론 그런 시도조차도 위선으로 보일 때면 지레 겁을 먹거나, 몸부림치는 이유가 덧없게 느껴지기도 한다. 신쌤은 이런 자본주의가 가진 욕망의 특징을 ‘환상 소비를 통해 고립된 삶’이라고 말한다. 서로의 생명을 돌보고 보듬는 사랑과 정성, 인격이 배제된 채 모든 것이 상품과 교환이라는 환상에서 만족하도록 부추겨진다. 이런 삶에서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사람은 어떤 글을 쓸 수 있을까. 세상의 허위와 잘못된 욕망 한 가운데서 글 쓰는 사람의 소명은 무엇일까. 작은 희망은 긴 호흡으로 생각하고, 읽고, 대화하며 쓰는 글에서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소비의 환상을 넘어서 서로를 선물로 대하고, 가진 것을 맘껏 누리고, 서로를 보듬는 희망이 현실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쓴다.

[新유토피아 안내서] ③ 새로운 세상에는 새로운 이야기로 -메타 내러티브의 대전환

호모 사피엔스가 지구를 정복하게 된 이유부터 지구를 망치게 된 모든 것들이 바로 이 ‘이야기’에 있습니다. 우리의 모든 행동은 우리가 의식하지 않더라도 자동적으로 행동하게 만드는 ‘선택설계’ 때문이며, 이는 우리가 믿고 있는 이야기에 따라 만들어진다고 합니다. 그럼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이야기는 무엇일까요?

[동양철학 조각모음] ⑩ 모꼬지 노래, 그리고 일

『삼국사기』 「신라본기」 ‘유리(儒理) 이사금(尼師今)’에는 모꼬지와 노래가 주된 이야기들 가운데 하나로 기록되어 있다. 그런데 길지 않은 그 기사를 되풀이해 읽다보면, 일에 관한 이야기, 특히 왕명에 따라 행한 여자의 고된 일에 관한 이야기가 보인다. 그 이야기들이 얽히면서 빚어낼 수 있는 다양한 상상과 추론을 펼쳐본다.

[스피노자의 사랑] ㉖ 우주의 먼지와도 같은 사랑

스피노자의 삶은 눈에 잘 보이지 않지만 진실한 삶, 즉 ‘투명한 삶’의 의미를 보여준다. ‘먼지와도 같은 사랑’이란 작은 친절과 보이지 않는 나눔을 실천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바로 그들을 말한다. 소비적 욕망이 아니라 사랑과 정동이야 말로 공동체를 지탱하는 힘이 되는 것이다. 사랑과 돌봄은 보상을 바라지 않는 ‘순수한 선물’ 같은 것이며, 이런 태도가 삶을 더 단단하고 의미 있게 만든다. 스피노자가 말한 특이성도 ‘지각 불가능하게 되기’도 결국 보일 듯 말 듯 먼지같이 작은 생명을 향해 대가를 바라지 않는 순수한 증여로서의 사랑을 할 때 일어날 수 있는 사건이다.

[몸살 앓는 제주] ㉓ ‘하원 테크노 캠퍼스’ 합동설명회에 터진 주민들의 분노

제주도가 서귀포 옛 탐라대 부지에 한화시스템 주도의 ‘하원테크노캠퍼스’ 도시첨단산업단지 조성을 추진하자 주민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산업단지는 중산간 지하수특별관리구역에 위치하고 그 전체가 자연녹지이다. 매달 2만 톤 규모의 물 사용과 폐수 처리 문제, 생태계 파괴 우려가 제기된다. 주민들은 도정과 기업의 일방적 추진과 사전 소통 부재를 비판하며 “물 문제 해결 없이는 사업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보성댁 이야기] ㉖ 나가 고생한 것이 어찌케 커피 한 잔으로 다 때워지겄어?

3년간 바깥출입을 하지 못 한 채 앓고 있던 상덕씨는 어느 아침, 생전 처음으로 보성댁에게 커피를 한 잔 타 준다. 그리고 그날 점심 식사 후 상덕씨는 세상을 뜬다. 상덕씨의 죽음을 자식들에게 알리고 난 후, 보성댁은 영정 사진으로 쓰기 위해 찍어둔 사진을 내려 먼지를 닦는다.

기후의 경고, 성장의 신화를 멈춰라 – 『미래를 위한 새로운 생각』을 읽고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다지만 환경파괴로 인한 자연재해를 해마다 겪으면서 언제까지 성장만을 꿈꿀 수 있을 것인가. 독일의 경제학자이며 지구환경과 지속 가능한 사회를 위한 연구자인 저자는 기존의 생활 방식과 관점을 바꾸지 않는 한 우리의 미래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경고한다. 그리고 절대로 경제성장과 환경 보호는 절대 양립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진솔한 몸] ② 곰 인형

하루는 언니가 눈을 뜨고 있었다. 침대 위쪽이 올라가 있어 언니가 스스로 앉아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근데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다. 곰 인형 같았다. 곰 인형이 고개를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찬찬히 돌렸다가 다시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 곰 인형이 된 언니를 반겨야 할지 말아야 할지 난감했다. 이전과 달라진 언니와 친해질 용기가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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