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장미’를 칠하는 사회를 넘어

‘파란 장미 이야기’는 겉모습을 꾸미는 일이 본질의 회복이 될 수 없음을 보여준다. 오늘날 생태 담론도 자연을 실제로 되살리기보다 친환경적 외양만 덧칠하는 데 머물 때가 많다. 꽃과 강, 숲은 독립된 대상이 아니라 흙·물·생물·계절이 얽힌 관계망 속에서 존재한다. 『비밀의 정원』처럼 진정한 회복은 자연과 인간이 서로를 살리는 상호적 과정이다. 우리가 찾아야 할 것은 ‘파란 장미’가 아니라 생명이 스스로 피어날 수 있는 생태환경이다.

[슬기로픈 과외생활] ③ 흥병신강조임갑동

대한민국 사교육 시장에서 보낸 20년 세월. 입시에 도움이 된다면 조상님 묘도 파헤친다지만, 앞 글자 따서 암기하는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흥/병신강조/임갑동’ 같은 기괴한 조어를 동원하게 만드는 웃픈 현실을 살았다. 하지만 이 바닥에도 분명 보람찬 순간은 있다.

[마을에서 철학하기] ⑫ 예기치 못한 초대장

티머시 모튼의 『생태적 사유』는 천천히 읽으며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 책임을 실감하며 흐름이 이끄는 대로 1페이지로 다시 돌아갔다가 새로운 발견을 하게 된다. 지난 에세이에서 던져둔 질문에 느닷없이 찾아온 답은 실마리, 도끼, 초대장 같다.

[동양철학 조각모음] ㉒ ‘종시(終始)’라는 관념과 탈성장

오늘날 경제에 있어서의 무한성장을 믿는 사고방식이 있다면 그것의 가장 치명적인 문제점은 무엇일까? 또한 이 사고방식에 대응하여 탈성장을 제안하고 상상한다는 것은 어떤 얼개로 이루어지고, 어떤 조건 속에서 행하여지게 될 것인가? 특히 나름의 독자적인 문화전통 속에서 살아가며 사고하는 한국인들에게만 문제되는 조건은 어떤 것인가? 이러한 의문들 특히 마지막 의문에 대한 답변을 시도해 본다.

[초록산책] ㉑ 그래, 이제 나 없이 살아봐라

부암동 은행나무에 주민들 몰래 제초제를 주입한 사건으로 많은 이들이 분노하고 있습니다. 사실 우리는 나무를 너무나 막 대하고 있습니다. 나무들이 ‘그래, 이제 나 없이 살아봐라’ 선언하고 떠나 버리면 어떡하죠? 이번 사건을 계기로 도시환경 속에서 어떻게 나무를 대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기를 바랍니다.

[완주의 선물] ④ 너무 빨리 사라지지 않으려는 마음

고산의 시간은 강의 흐름을 닮아 있다. 급하게 앞으로 밀려가기보다 굽이치며 흘러간다. 그래서인지 이 마을에는 설명하기 어려운 가게들이 남아 있다. 빨리 소비되고 사라지는 공간이 아니라 사람의 속도를 조금 늦추는 공간들이다. 너무 빨리 사라지지 않으려는 마음. 그리고 서로의 속도를 지켜주려는 마음. 어쩌면 그것이 고산 사람들이 오래도록 이어온 삶의 방식이다.

죽음의 산업으로 성장하는 나라: ‘K-방산’이라는 무기 산업의 신화, 우리는 어떤 나라를 원하는가

대한민국의 방위산업, 소위 ‘K-방산’은 최근 기록적인 수출 호조로 인해 경제 성장의 견인차로 찬사받는다. 그러나 이것은 타국의 비극과 죽음을 이용해 이윤을 창출하는 ‘죽음의 산업’이다. 군수산업은 세계적인 군비 경쟁과 긴장을 고조시킬 뿐만 아니라 심각한 기후 파괴와 생태 학살을 초래한다. 이제 무기 수출 중심의 성장주의에서 벗어나 평화와 생명을 존중하는 ‘K-평화’로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서로의 용기가 되어] ① 크리스마스의 기적, 2022년 12월 23일

작공은 서울 은평구 대조동에 위치한 대안교육 기관이다. 공식 이름은 청소년도서관 작공. 보호종료 청년들의 징검다리 쉼터이며 학교 밖 청소년들의 아지트 역할을 하는 곳이다. 이곳의 아이들 30명에게 제대로 된 밥을 먹이겠다고, D-day를 정하고, 알음알음으로 사람들을 모으고, 각자 기꺼이 일을 떠맡아하며 기적의 크리스마스를 만들어 냈던, 음식을 둘러싼 따뜻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지금 시작된다.

[소울컴퍼니] ⑲ 길고 긴 낮과 밤들로 글쓰기

글쓰기의 곤경은 한마디로 표현하기 어렵다. 논문 쓰기와 같이 전문성을 쌓는 과정이 오히려 일상의 감각을 잠식할 수 있다는 긴장은 꽤 무겁다, 아무리 통찰이 깊은 글이라도 독백으로 끝난다면 쓸모없다는 점에서 글쓰기는 길고 지루한 시간을 견디는 행위이지만, 그 끝에서 타자를 향해 열려 있는 ‘곁’으로부터 쓰여져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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