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 불평등이 심화되고, 교육 기회의 불균형이 지속되는 사회에서 ‘실패’를 긍정하는 시도는 어리석다. 젊은 세대조차 사회 양극화에 질려 버린 현실에서 ‘실패’를 어떻게 이야기 할 수 있을까. 어쩌면 ‘실패’ 역시 특정 계층이나 여유를 가진 이가 거머쥔 카드일 수도 있다. 점차 더 계층 이동성이 좁아지고 있고, 과열된 교육과 불평등의 문제가 고착화된 우리 사회에서 ‘실패할 수 있는 사회’를 생각해본다.
자본중심주의가 초래한 지금의 위기 상황을 되짚어 보면, 지역사회의 관계망이 해체된 자리에 물신주의가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위기 앞에서 문명의 전환을 꾀해야 하고, 그 전환 운동은 지역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
시간은 흐른다. 시간에 따라 나는 무언가 바뀌고 있다. 보였던 것이, 보였다가 사라지고, 다시 새로운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나는 건반을 더듬으며, 그것이 나타나고 사라지도록, 가만히 바라보는 시간이 좋다.
현재의 질서 안에서 수행되는 생산 노동이 문제적인 자본주의 시스템을 계속해서 유지하고 재생산 노동이 그 문제적인 노동을 계속해서 뒷받침하는 상황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그 (재)생산 노동의 평등한 접근/분배 이전에 노동 자체를 문제화하는 것 아닐까? 그러니 돌봄을 보편화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돌봄의 불평등한 분배만이 아니라 돌봄의 사회적 기능 자체를 문제화해야 한다.
역사적 상상력을 발휘하는 데 있어서, 비교는 대단히 유용한 수단 내지는 계기가 되어줄 수 있다. 이는 일상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비교는 자기객관화와도 연결될 수 있으며 이 또한 균형 잡힌 사고를 위하여 유용하다. 『삼국사기』의 첫 부분을 읽어보며 비교와 자기객관화에 관하여 고찰한다.
기후위기는 기후재난, 사회적 위기, 생태위기라는 예측불허의 새 국면을 맞게 했다. 더 이상의 과거의 규칙으로는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 따라서 이제 국가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헌법을 기후생태헌법으로 개정해야 한다. 7공화국은 생태공화국이 되어야 한다.
2017년에 제주특별자치도숙의민주주의 조례가 제정되었다. 조례 제정 8년을 돌아보며 시민들의 참여를 보장하기 위한 조례가 유효하게 작동하였는지 질문을 던졌다.
집에서 가까운 국립대학 사범대학에 합격해 다니던 요한은 하고 싶은 공부가 있다며 재수를 결정하고 학원에 다니지 않고 공부해 서울에 있는 대학에 합격한다. 보성댁은 8남매 중 유달리 사랑하던 요한의 입학식에 참여하고 싶어 요한과 함께 밤기차를 타고 서울로 향한다.
프랑스의 철학자인 저자는 자연의 일부인 바다로부터 삶의 철학을 배울 수 있다고 하며, 바다와 관련된 14개의 테마를 소개한다. 인간이 바다라는 거대한 대양을 눈앞에 둔다면 우리는 지구에 초대받은 손님에 불과하니 자연과 바다에서 겸손함을 배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인간이 모든 것을 지배할 수 없고 모든 것을 계획한 대로 할 수 없다는 교훈을 배울 수 있다고 한다.
마을에서 열리는 공동체 영화 상영, 운동회, 플리마켓 등 다양한 예술·문화 이벤트는 이해관계와 차이에서 벗어나 즐겁게 어울리며 가까워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성공적인 지역 활성화 사례로 주목받는 국내외 지역을 살펴보다 보면 예술과 문화가 드러나지 않게 지역 활성화 기반이 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다.
이번 곡은 ‘낮은 곳으로 흐르는 강’이라는 곡으로, 세종보 천막농성 1주년을 맞아 제작된 다큐에서 말하는 주요 메시지로 만든 노래. 우리의 높아지는 욕망과 달리 강은 낮은 곳으로 흘러간다는 메시지의 노래.
관계가 성숙해 너와 나 사이에서 서로에게 되기를 할 때 무엇이 생성될까요? 그것은 아마도 배치가 만든 색다른 특이성일 겁니다. 그것은 ‘우리 중 누군가’로 불쑥 나타납니다. 되기에 따라 관계가 성숙하면, 어느 날은 라디오도 되고, 바닷가재도 되고, 고양이도 되고, 술꾼도 되는 것이 가능합니다. 특이성이 관계 사이에서 되기의 강렬도에 따라 갑자기 출현했다가 금방 사라지기도 하고, 집단 내부의 사랑과 욕망의 강렬도가 얼마나 크냐에 따라 마치 강렬한 자기장 속에서 춤추는 자석처럼 무언의 춤사위를 추는 안무가처럼 말을 하고 노래하고 춤추고 뛰어놉니다. 그 과정에서 되기의 흐름은 많은 창조물들을 남깁니다.
겨울을 이겨낸 꽃 한 송이의 가냘픈 독창이 꽃나무들의 중창과 합창으로 전개되더니 이제 오월의 대교향곡 향연으로 연결되었습니다. 이 신록의 연주단에 뭇 생명들과 함께 참여해봅니다. 남들과 비교할 것 없는 나만의 색깔과 모양과 크기를 가진 초록 잎사귀를 내어들고 온 나무들처럼요.
생명 존중과 생태적 전환을 실천하는 비건활동가. 어릴 적 도살 경험이 채식의 계기가 되었고, 지금은 동물을 소비하지 않는 비건으로 살아간다. 채식은 단순한 선택이 아니라 구조적 폭력에 대한 저항이며, 동물권은 인권과 생명권의 연장이라고 믿는다. 가공품과 수입산을 지양하고, 제철 국산 식재료로 비건 밥상을 차리며 지역 사회와 연결된다. 그녀는 오늘도 평등하고 정의로운 전환의 시작으로서 밥상을 차린다.
고대 그리스를 발원지로 하는 철학이 비판과 반성의 태도를 견지하여온 것에 대비되게, 한국사상을 이루는 다양한 흐름들은 수양과 깨달음을 핵심으로 한다고 볼 수 있다. 그 가운데 수양은, 깊은 산 속에 숨어 도를 닦는 것인 양 세간에 알려지기도 하였으나, 실제로는 참회와 도덕적 실천을 적극적으로 행하고 권하는 행위라는 주장도 있다.
종교를 가지지 않은 사람도 기도하는 순간을 마주할 수 있다. 이때 기도는 종교적 형식을 넘어서, 세상을 깊이 들여다보는 '주의'와 사랑의 감각에서 비롯된다. '기도'란 무엇인지 다시 묻고 싶었다. 그리고 기도하는 마음을 나누고 싶다. 기도하는 사람과 시인은 공통적으로 세상을 주의 깊게 바라보는 존재다. 사랑의 힘에서 나오는 몰입의 행위, '역능(force)'을 갖춘 사람이라고 할 수도 있다. 기도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세상을 응시하는 태도'로 확장하며, 그런 태도가 어떻게 삶과 세상을 바꾸는 힘이 되는지를 사유해본다. 변화가 더디게 느껴지는 시간 속에서도, 다시 바라보고, 다시 사랑하며 살아가는 법을 고민하는 모두와 기도하고 싶다.
또다시 찾아온 조기 대선을 앞두고, 주 4일제에 대한 논의가 대두되고 있다. 과연 주 4일제는 우리의 삶을 바꿀 수 있을 것인가. 한국에서 주 4일제가 실효성을 가지려면, 우선 충분한 논의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바람이 분다. 머뭇거리는 빛을 싣고서
어머니는 눈물 젖은 비밀통장을 남기고 돌아가셨다. 딸들은 ‘엄마처럼 구질구질하게 살지 않겠다’며 고개를 빳빳이 쳐들고 백만원짜리 샤넬지갑을 샀지만 얼굴은 이미 눈물콧물 범벅되어 있었다.
오늘날의 자본주의는 셈할 수 있는 것에만 가치를 두기 때문에 셈할 수 있는 돈을 숭배한다. 또한 자본주의 전체 시스템이 번성하려면 강력한 국가와 자본가가 세계의 자연을 재조직할 수 있어야 하고, 식량, 노동, 에너지, 원자재, 사회적 재생산을 가능한 한 적은 비용으로 획득해야 유지될 수 있다.
“오직 한 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김구의 「나의 소원」의 한 구절이다. 이 말을 인용할 때 한국 사람들이 한국문화가 타문화에 비하여 우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을 듯하다. 그러나, 의도하지 않았다 할지라도, 한국인들의 사고를 문화에 우·열이 있다는 사고관습에 머무르게 하는 역사가 있는 듯하다. 화이론을 통하여 그 역사를 알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