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구조물에서 생태적 호흡을 상상하기

거리를 배회하다 마주한 사물 중, 비범하게 다가오는 사물이 있다. 이 사물은 멈춰있지만, 풍족한 은유를 머금고 있다. 나는 이런 사물을 마주한 순간, 삶의 기어를 사물의 속도로 조정한다. 충분히 사물을 응시하고, 사물에 받은 은유의 조각을 흘러가는 느낌이 아닌 언어로 구체화한다. 주어진 역할 속 충실히 사는 사물이 나와 타자, 그리고 세상을 연결하는 상상력을 이야기하려 한다.

‘지방대학’과 지방의 몰락

지방의 몰락은 근대산업문명의 몰락을 의미한다. 산업문명의 중심지는 주변부에 대한 끊임없는 약탈과 의존으로 그 지위를 유지하였으나 약탈할 내부 식민지인 배후지가 더이상 없다면 중심부도 지속될 수 없고, 그 문명도 운명을 다할 것이다. 지방의 몰락은 더이상 착취할 것을 가지지 못한 중심부의 몰락을 재촉할 뿐이다.

[월간 기후송_작곡일지] ⑧ 프리패스

〈월간 기후송〉의 작곡 일지 10월편(여덟 번째 곡). 이번 달 노래는 ‘프리패스’라는 곡으로, 물가 상승, 유류세 상승, 금리 인상으로 인해 부채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독일의 ‘9유로 티켓’처럼 교통비 지원을 통해 가계경제를 안정시키고 기후위기에도 대응하자는 곡.

어느 나무 의사의 인생철학 -『나는 나무에게 인생을 배웠다』를 읽고

“인생의 어려운 질문에 부딪칠 때마다 나는 항상 나무에게서 그 해답을 얻었다”라고 말하는 저자는 30여 년간 나무 의사로 활동했으며 현재는 나무병원인 “푸른 공간”의 병원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저자는 자신을 ‘포레스트 위스퍼러’라고도 소개하는데, 이는 ‘나무를 포함한 숲속의 다양한 생명체들과 소통하는 사람’이라는 의미란다. 이 책에는 나무와 함께하면서 나무로부터 배운 저자의 인생철학이 다수 수록되어 있다.

퀴어한 자연, 퀴어한 생태윤리

생태윤리에서 말하는 ‘자연으로부터의 배움’은 생물학적 본성을 앞세우는 이성애중심의 기존 규범을 강화할 여지가 있다. 이러한 ‘자연’은 늘 영구불변의 고정성을 전제한다. 반면에 들뢰즈의 자연은 자기동일성을 부정하는 차이를 생성하며, 여기서 인공적인 것과 자연적인 것은 상호중첩된다. 해러웨이는 여기서 더 나아가 ‘기이한 친족’ 형성의 윤리를 제시한다.

복잡한 관계들을 이해하고, 서로 돌봄에 힘쓰는 것이 농사

눈에 보이지 않는 토양 속의 무수한 미생물들의 관계망이 있기에 눈에 보이는 생명체들이 뿌리내리고 살고 있다. 농사는 결국 도시적인 방법의 결과가 아니라 이런 생명체들의 관계를 돌보는 과정이고, 도시농부들의 실천은 결국 서로 돌봄을 통해 대안을 만들어간다.

자기 식민화에 대한 뼈아픈 후회 너머 – 기후 위기 속에서 『삼국유사』 「흥법」 ‘순도조려’ 읽어보기

새로운 것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이미 내 안에 있던 것을 일부라도 허물어 밖으로 내보내야 가능할 듯하다. 그 과정은 즐거울 것 같지만, 조금은 서글플 수도 있고, 무엇보다도 그 과정에서는 무엇인가를 ‘여분의 것들’, 더 이상은 쓸모가 없게 된 것들‘ 달리 말하자면 ‘쓰레기’로 낙인찍어야 하는 것 같다. 이 쓰레기는 어떤 쓰레기보다도 크고 넓지만, 발생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이 쓰레기를 어찌할 것인가?

맨위로 가기